대순회보 202호 〉 대순광장

모소대나무의 교훈


모소대나무의 교훈
 
 
연구위원 이광주
 
 
 
  중국에 ‘모소대나무’라는 희귀종 대나무가 있다. 대나무 중에 최고로 치는 모소대나무는 중국의 동쪽지역에서 주로 자란다. 일명 모죽(毛竹)이라 불리는 이 대나무는 땅이 척박하든 기름지든 간에 씨를 뿌리고 나면 4년 동안 아무리 물을 주고 가꾸어도 3cm밖에 자리지 않는다. 하지만 5년이 되는 해에 손가락만 하던 죽순이 주 성장기인 4월에 이르면 갑자기 하루에 30cm 가까이 쑥쑥 자라며 폭발적으로 성장한다. 6주가 지나면 15m 이상 자라나 텅 비어있던 대나무밭이 빽빽하고 울창한 대나무 숲으로 변하며 비약적인 발전(quantum leap)을 이룬다.01 다른 지방에서 온 사람들이 이런 광경을 보면 깜짝 놀라게 되는데, 아무것도 없던 밭에서 한두 달 만에 엄청난 높이의 대나무 숲이 생겼으니 그 신기함에 찬탄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모소대나무는 지난 4년간 성장이 멈춰 있었던 것일까? 여기에 의문을 품은 학자들이 땅을 파 보았더니 대나무의 뿌리가 사방으로 뻗어 내려 땅속 깊숙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02 그동안 전혀 자라지 않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깊고 넓게 뿌리를 내리며 성장하고 있었던 것이다. 5년이 되는 해에 그 뿌리들로부터 엄청난 자양분을 흡수하여 순식간에 자라나 세상에 그 위용을 드러내는 것이다. 그렇게 단단하게 뿌리를 내렸기 때문에 하루에 30cm가량 쑥쑥 자라도 그 몸통의 무게를 견딜 수 있다. 다 자란 대나무는 어떤 비바람이나 태풍이 불어도 쓰러지지 않으며, 사람이 타고 올라가 무술을 펼쳐도 끄떡없다. 영화 ‘와호장룡’의 유명한 대나무 숲 액션 장면에 등장한 것도 모소대나무이다.
  이런 특성 때문에 모소대나무가 성장 과정에서 견뎌낸 인고의 세월은 세상을 살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교훈이 되곤 한다. 김난도 교수가 쓴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에서도 이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견디십시오. 그대는 모죽입니다. 비등점을 코앞에 둔 펄펄 끓는 물입니다. … 곧 그 기다림의 값어치를 다할 순간이 올 것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높은 대나무로 쑥쑥 커갈 시간이 올 것입니다. 자유로운 기체가 되어 세상을 내려다볼 시기가 올 것입니다.
 
  모소대나무는 성장이 멈춘 것처럼 보였던 긴 세월 동안 땅속의 보이지 않는 곳에서 깊고 단단하게 뿌리를 내렸기 때문에 어느 순간 폭발적인 성장을 할 수 있었다. 물은 섭씨 0도에서 99도까지는 열을 가해도 그냥 물일뿐이다. 그런데 1도가 더해져 100도가 되는 순간 액체인 물이 질적인 변화를 일으켜 기체가 된다. 모소대나무처럼 물도 끓기 전까지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가 임계점에 도달했을 때 끓기 시작해 급격한 변화를 보인 것이다.
  김 교수의 말처럼 우리의 삶도 모소대나무나 물과 많이 닮아있다. 많은 사람들이 어떤 일을 시작하기 전이나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 쉽게 포기하곤 한다. 하지만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실패와 좌절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내실을 다지며 성공을 위해 준비하는 시기를 꾸준히 가졌다는 것이다. 지금 당장은 구체적인 결과가 보이지 않더라도 현재의 시간이 미래의 성공을 위한 밑거름이 된다는 신념이 있었기에 끊임없이 도전하여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28세에 어린 딸과 단둘이 남겨진 이혼녀가 있었다. 그녀는 아기를 키우기 위해 정부 보조금에 의존해야 하는 실업자였다. 인생의 가장 힘든 시기에 구직을 준비하는 한편, 자신이 좋아하는 글쓰기에 몰두했다. 유모차를 끌고 카페에 나와 판타지 소설을 쓸 때는 온종일 커피 한 잔으로 버티기도 하였다. 출판사에 보낼 원고의 복사비가 없어 8만여 단어를 일일이 타자해야 할 만큼 형편이 어려웠던 그녀는 바로 ‘해리포터 시리즈’로 영국 여왕보다 더 큰 부자가 된 조앤 롤링(Joanne Rowling)이다. 그녀는 어려운 현실에 매몰되지 않고 자신이 가장 잘 하는 일에 7년간 몰두함으로써 67개 언어로 번역되어 4억 5천만 부 이상 팔린 슈퍼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03 시련과 역경 속에서도 자신의 꿈을 펼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며 준비하는 시간을 가졌기 때문에 그와 같은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성공한 사람들이 그러했듯 우리도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모소대나무처럼 기회가 주어질 때까지 참고 기다릴 수 있어야 한다. 성장을 멈춘 것처럼 보였던 모소대나무가 그렇게 멋지고 당당한 모습을 세상에 드러낼 수 있었던 것은 그동안 보이지 않는 곳에서 뿌리를 내리며 성장을 위해 준비했기 때문이다. 잎만 무성한 나무는 언제 마를지 모르지만, 뿌리가 깊은 나무는 아무리 비바람이 불어도 꺾이지 않고 잎사귀가 마르지 않아 사시사철 푸르고 곧은 자태를 유지한다. 우리도 지금 당장은 눈에 띄는 변화가 없더라도 자기 성장의 확고한 밑거름이 될 다양한 경험과 지식의 뿌리를 깊고 넓게 내리며 자신의 역량을 키워나가야 한다. 이렇게 차곡차곡 준비하다 보면 언젠가 기회가 주어졌을 때 세상을 향해 힘차게 도약할 수 있는 것이다.
  모소대나무의 특성은 도인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상제님께서 종도들에게 교훈이 될 수 있는 『맹자』의 한 구절을 일러 주시며 그것의 중요성을 강조하신 바 있다. 그 내용은 하늘이 장차 그 사람에게 큰 임무를 맡기실 때는 먼저 그의 마음과 뜻을 수고롭게 하고 몸을 힘들게 하며, 의도한 일들을 어지럽게 하여 수심연성(修心煉性)이 되게 함으로써 잘하지 못하던 일들을 잘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04 이에 비추어 보면 도인들이 수도 과정에서 겪는 고난과 역경은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성장하게 하여 장차 하늘이 부여할 임무를 감당하기 위한 밑거름이 된다고 하겠다.
  도인들이 수도 과정에서 겪는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겁액(劫厄)이라 한다. 이에 대해 도전님께서는, “많은 사람들은 이 겁액에 굴복하여 자포자기(自暴自棄)하는 데서 탈선이 되어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중도에서 앞길을 막아버리는 사례가 많다.”05라고 하시며, 겁액을 극복하고 나아가는 데 성공이 있다고 강조하셨다.06 이러한 말씀처럼 수도의 목적인 도통(道通)을 이루기 위해서는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좌절하지 말고 인내와 끈기로 극복해 나가야 한다.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견디며 이겨내는 과정에서 나 자신이 연성이 되고 연질이 되어 도심(道心)의 뿌리가 깊고 단단해질 뿐만 아니라 겁액도 풀어져 기대하는 바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도인들이 자신에게 주어진 어려움을 이겨내고 대순진리를 바르게 수행하면 심령신대(心靈神臺)인 마음의 그릇이 깊고 넓어져 그에 상응하는 신명과 조화를 이루게 된다. 비록 지금은 평범한 소시민에 불과하지만, 도의 체계와 법방 속에서 남이 모르는 공부를 깊이 많이 하게 되면 언젠가 모소대나무처럼 자신이 닦은 바와 기국(器局)에 따라 도통하여 세상에 그 빛나는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어떤 시련과 고난 속에서도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말고 자기완성을 위한 실천과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겠다.
 
 
 

01 이형기, 『리더를 위한 세상의 지식』 (서울: 지식과감성, 2017), pp.236-237; 이재선 외 3인, 『열정에 기름붓기』 (서울: 천년의상상, 2016), pp.68-74; 곽진일, 「지렁이와 모소대나무」, 《교수신문》 2015.11.09 참조.
02 김흥기, 「큰 꿈 품었다면 끊임없이 도전하라」, 《글로벌이코노믹》 2015.02.26 참조.
03 〈지식채널e〉 - 그녀의 이야기(2011.07.18.)/ [네이버 지식백과] 조앤 K. 롤링: 해리포터를 창조하다 참조.
04 “상제께서 어느 날 종도들에게 맹자(孟子) 한 절을 일러 주시면서 그 책에 더 볼 것이 없노라고 말씀하셨도다. 天將降大任於斯人也 必先勞其心志 苦其筋骨 餓其體膚 窮乏其贐行 拂亂其所爲 是故 動心忍性 增益其所不能” (행록 3장 50절)   
05 『대순지침』, p.94.
06 『대순지침』, p.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