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함으로 성장하는 대진고등학교
출판팀 임정화
지난달 어버이날을 앞두고 대진고등학교(교장 허의선, 이하 대진고)가 대순진리회복지재단에 카네이션 200개를 전달했다는 훈훈한 소식이 들렸다. 이날 방문한 허의선 교장 선생님은 1학년 학생들이 손수 만든 카네이션이라며 어르신을 공경하는 학생들의 마음을 꼼꼼히 포장해 전달해 드렸다고 얘기했다. 꽃 안에 담긴 온기가 느껴졌는데 이 따뜻함이 어디서 온 것인지 자세히 알아보러 대진고에 직접 방문했다.
대진에 따뜻함을 더하다 교장실로 들어서는 본관 입구에서부터 화사함이 느껴졌다. 꽃이 활짝 피어있는 화분이 반겨주는 속에서 교장 선생님을 만났다. 알고 보니 허의선 교장 선생님은 대진여자고등학교에서 32년 동안 근무하고 작년 3월에 대진고 교장으로 취임했다고 한다. 인사 후 나눈 첫 마디가 대진고에 와서 여고의 발랄함과 대조되는 남고의 투박함을 발견하고 분위기를 바꾸고 싶었다는 얘기였다. 그래서 ‘대진-溫’, ‘DAEJIN-ON’이라는 표어를 내걸고 따뜻함을 추가하는 환경 개선 사업을 먼저 진행했다고 한다. 취재에 함께한 학부모는 교장 선생님이 새로 취임한 이후 학교 분위기가 온화해진 것을 학부모들이 느끼고 있다고 학교 소개를 거들었다. 복도 빈자리에 화분이 놓이고, 학생들의 휴식 공간을 리모델링해 더 편안한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특히 학생들이 좋아한 것 중 하나가 간식 자판기와 함께 그 주변을 카페처럼 새롭게 단장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학부모 총회 때는 학교에서 급식실을 개방해 학부모들에게 떡국을 제공했는데 이에 대한 학부모들 반응이 뜨거웠다고 덧붙였다. 일반적으로 급식실은 급식 모니터링에서 반대 의견을 낸 학부모에게나 개방되는데 모든 학부모에게 개방은 주변 다른 학교에서는 한 번도 없었던 일이다. 선생님을 믿고 자녀를 맡겨달라는 대진고의 자신감을 느꼈다고 한다. 그리고 급식이 정말 맛있고 주변에도 맛있다고 소문이 나 있는데 여고에 오랜 세월 몸담아 온 교장 선생님의 기획력과 행정력이 대진고에 녹아들었음을 알 수 있었다고 소회를 밝혀주었다.
▲ 교장실 벽에 걸린 액자
교장실 벽에 윤여칠 시인의 “선생님은 사람꽃을 가꾸는 정원사”라는 시구가 크게 적혀 있다. 교장 선생님은 이것이 대진고 선생님들의 마음을 가장 잘 대변하는 글귀라고 말했다. 대진고 선생님은 학생들이 잘 성장할 수 있도록 따뜻한 관심을 가지고 살핀다. 장차 학생들이 사회에 나가서 어떠한 어려움을 겪더라도 이겨내고 자신만의 꽃을 피울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이야기를 듣고 보니 대진고 선생님의 교육적인 마음과 시구가 잘 어울린다고 느껴졌다.
진학보다 성장 대진고는 성적을 위한 학습지도 외에도 1학년을 중심으로 진로상담 프로그램을 통해 인성 교육을 진행한다. 교육의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대진고는 인간과 자연이 공존할 방법을 찾는 생태 전환에 초점을 맞춘다. 생태 전환은 세계적으로 화두가 되는 키워드 중 하나다. 환경 파괴로 인한 지구온난화, 자연재해 등 현실적으로 와닿는 부분이 많다. 이러한 측면에서 대진고 학생들은 일회용품과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채소를 직접 길러 먹는 등 친환경과 관련된 실천을 한다. 학교 정원에는 반별로 오이, 상추, 쑥갓, 수박 등을 재배하는 텃밭 상자가 줄지어 있다. 한편 화학, 인문학, 의학 등 자신의 진로와 관련된 세부 실천 항목을 찾아 자료를 수집하고 토론하며 학생 개개인이 생태 전환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꼼꼼히 체크한다. 선생님은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이끌며 학생들은 스스로 캠페인 영상까지 만든다. 이런 한 학기 프로젝트는 1학년 학생들의 정서적 성장에 밑거름이 되어 학우 간의 관계 형성과 학교생활 적응을 돕는다. 나아가 학생들 안에서 자발적인 분위기가 형성되고 그것이 2학년, 3학년으로 이어져 대진고의 힘이 된다. 입시 경쟁을 벗어날 수 없는 현실에서 교장 선생님은 학부모들에게 대진의 프로그램을 성적이 아닌 성장으로 봐달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성장에는 성적도 포함되어 있다. 교장 선생님이 말하는 성장은 성적만 신경 쓰는 경쟁적 구조가 아닌 인격 함양과 체력 단련 등도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다. 대진고는 이처럼 인성과 성적을 함께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 결과 인성 함양에 대한 프로그램으로 분위기를 건강하게 바꾼 것은 물론, 2024학년도 진학률이 서울시 노원구에서 1등을 차지하고, 더불어 전국 상위권에 들 정도로 높은 성과를 거둬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낸 셈이다. 특히 학생들의 인격 성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대진컵이다. 대진컵은 학생들이 자체적으로 기획하는 축구ㆍ농구 경기전이다. 학생들이 주관하여 전체적인 계획과 진행 규칙 등을 정하고, 대진표를 짠다. 1개월에 걸쳐 경기가 펼쳐지는 동안, 학생들 간에 우애, 배려, 책임감이 자연스레 길러진다는 것이 담당 선생님의 이야기다. 이에 덧붙여 학생들의 주도하에 기획부터 운영과 중재까지 이루어지지만, 선생님들은 사소한 문제라도 일어나지 않도록 끝까지 뒤에서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대진고는 치열한 입시 경쟁을 치러야 하는 인문계 고등학교이다. 그러다 보니 카네이션을 직접 만들어 전달했다는 행사가 생소해 보였다. 직접 방문해서 이야기를 들어보니 학부모가 활동하고 있는 사회적협동조합의 제안을 받고 카네이션 재료를 후원받아 창의 체험 활동 시간에 꽃을 만들었다고 한다. 학생들이 인근 경로당에 방문해 직접 어르신 가슴에 꽃을 달아드렸고 어르신들이 고마워하는 모습에 눈물지은 학생도 있어 생각지 못한 감동의 시간을 가졌다고 한다. 대진고 선생님들은 학생들의 성장을 위해 양질의 프로그램으로 성적, 체력, 인성을 물심양면 북돋고 있었다. 선생님들의 숨은 노고를 느낄 수 있었다. 대진고에는 따뜻함을 자양분으로 성장하는 사람꽃이 활짝 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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