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당번의 기적
자양57 방면 교무 김민석
2023년의 여름, 기후변화의 여파인지 푹푹 찌는 무더위가 한창 기승을 부릴 때 도장 식당 당번의 기회가 왔다. 하지만 선뜻 그 커다란 복의 기회를 잡지 못하고 망설였다. 내 삶은 경제문제에 휘말려 고통에 신음하고 있었다. 입도를 하고 10년이 훌쩍 지났건만, 삶의 중심은 ‘도’가 아닌 온통 ‘돈’뿐이었다. 회사에서는 몇 달간 신규 계약이 잘 이뤄지지 않은 탓에 경영상 적자를 면치 못했고, 그 압박이 나를 비롯한 직원들에게 고스란히 가해지고 있었다. 물질적 측면에서 생존이 위태로워질 정도로 압박을 느꼈다. 사면초가에 직면해 사회에서 의지할 곳 없던 내게 유일하게 의지할 곳은 도였다. 그래서 도장 식당 당번을 하기로 결심했다. 출근해야 했기에 2주에 하루씩, 한 달에 두 번을 하기로 했다. 첫번째 당번은 홀조에 배정됐다. 날씨가 아주 무더운 바람에 조금만 움직여도 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 그렇지만 마음을 먹고 또 먹었다. 온몸이 땀범벅이 돼도 인내하며 정성을 들이자고 거듭 결심한 것이다. 언젠가 이런 말을 들을 적이 있다. 매우 무덥거나, 매우 추운 날씨에 정성을 들이면 그 복이 매우 크다고. 이렇게 무더운 날씨는 기회일 것으로 생각했다. 홀조에서는 사람들이 식사를 원활히 하게끔 식탁과 의자를 가지런히 정렬하고, 식탁에 음식이 떨어져 있으면 닦고, 음식이나 식판이 부족하면 신속히 채우고, 식사가 끝나면 홀 청소를 했다. 사람들과 직접 대하는 일인 만큼, 사람들이 기분 좋게 식사할 수 있게 언행에 더욱 신경 썼다. 서비스 자세를 갖춰 식사하는 사람들의 기분을 좋게 하고자 했다. 회사에서 고객을 상대하며 쌓은 경험이 도움이 됐다. 서비스 제공자의 태도와 자질에 따라 상품의 가치가 달라지듯, 홀조에서 내 언행에 따라 음식의 가치도 달라질 수 있음을 유념했다. 이렇듯 나 자신을 낮추고 상대방을 높여주면서, 마음이 한 올 한 올 닦여지는 것 같았다. 또한 홀조에서 지원작업도 했다. 한 번은 종사원 한 분과 함께 마늘을 회수하고자 포정문 뒤편에 있는 초소로 갔다. 그곳에 초소가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그리고 그 초소의 길이 다소 가파른 산길인 까닭에, 마늘이 담긴 플라스틱 박스를 들고 오르내리는 일이 여간 쉽지 않았다. 내 체력이 부족한 탓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한창 기승을 부릴 적에 이곳에 거의 들어오지 못했던 것을 생각하면 포정문 안으로 들어올 수 있음이 감사하고 영광스러웠다. 그리고 부추를 다듬는 작업을 하면서 처음 뵙는 도인에게 귀중한 교화를 들었다. 그 중 기억에 남는 말은 “허송세월 보내지 말고, 천지가 기회를 줄 때 도를 닦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처음 뵙는 분이지만, 나를 꿰뚫어 보는 것 같았다. ‘허송세월’이라는 말을 듣고서, 자본주의ㆍ물질만능주의가 팽배한 사회에서 치솟는 용암처럼 펄펄 끓는 물욕과 사심에 사로잡혀 진정 바라봐야 할 ‘도’를 보지 못한 채, 애써 외면하려 하는 내가 떠올랐다. 또한 도에 정성을 꾸준히 들이고 복을 지어야 죽을 때 후회하지 않겠다고 생각하면서도, 사회에서는 막상 물질적 생존만을 위해 살아가며 천지가 수도의 기회를 열어줘도 피하려고만 애쓰는 내가 떠올랐다. 귀중한 교화를 들으며 나를 되돌아봤다.
첫 번째 당번을 마치고 회사로 복귀했다. 회사에서는 여전히 실적 압박에 시달렸다. 그래도 도장에서 정성을 들였고, 또 그런 기회가 있기에 희망을 품었다. 회사에서 계약 압박이 점점 더 심하게 들어왔지만, 이 또한 화복이며 일종의 ‘간닢’이기에 넘어오는 ‘간닢’을 잘 삭혀 넘겨야 복에 이를 것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두 번째 당번을 가게 됐고, 국조로 배정됐다. 날씨는 여전히 무더웠고 그 무더운 정도가 거의 최고치를 찍었다. 국조에서는 매우 많은 양의 오리고기 요리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오리고기가 담긴 박스를 수없이 들고 내렸다. 평소에 팔 힘을 많이 쓰지 않은 탓에 팔에 통증이 느껴졌고, 오리 기름이 흘러내리는 바람에 바닥이 미끄러워져 자칫 잘못하면 넘어질 위험도 있었다. 하지만 이 상황을 잘 감내하는 것도 정성이라 생각하며 인내했다. 아울러 국조에서 일할 기회가 흔치 않다고 들은 기억이 있어, 특식 요리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어 감사했다. 힘들어도 그만큼 큰 복을 짓는다고 생각하니 또한 감사했다. 매우 많은 양의 오리고기를 요리하는 것을 도우며, 정신없이 바쁘게 시간이 지나갔다. 그리고 식사 시간에 많은 도인이 와서 오리고기 요리를 맛있게 먹는 모습을 지켜보니 뿌듯했다. “사람의 입을 즐겁게 해주는 것이 큰 복이다”라는 말씀을 이 모습을 바라보며 깨닫게 됐다. 평소 음식을 주는 것만 먹기만 했지 직접 요리를 한 적은 없었기에, 이번 계기를 통해 사람의 입을 즐겁게 해주기 위해 노력과 정성이 많이 들어가는 것을 몸소 체험했다. 그리고 그만큼 내면도 성장해 가는 것을 느꼈다. 또한 이번에도 팔 힘이 부족한 탓에, 무거운 것을 들고 내리는 것에서 무리가 왔다. 그러면서 “체력이 도력이다”라는 말씀이 떠올랐다. 앞으로 수도를 원활히 하기 위해 운동하면서 체력관리를 꾸준히 하겠다는 다짐을 했다. 수도를 함에 있어, 몸과 마음의 근육이 모두 튼튼해야 한다는 것을 인식했다. 마음의 근육이 튼튼해야 몸을 움직여 정성을 들이고, 몸의 근육이 튼튼해야 도의 활동을 하며 마음도 키우고 복도 지을 수 있음을 인식한 것이다. 안심ㆍ안신을 이루기 위해 이 부분이 필요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두 번째 당번 일을 마치고 회사로 복귀했다. 그런데 믿기 힘든 일이 일어났다. 그동안 아무리 노력해도 이뤄지지 않던 신규 계약이 급속도로 성사되기 시작한 것이다. 더욱이 수개월 전에 상담하고 연락이 없던 고객도 계약을 진행하겠다고 연락이 왔다. 또한 계약 관련 문의도 물밀듯이 몰려왔다. 그리고 금세 계약이 목표치에 성큼 다가와 있었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매우 놀랐고, 감사했다. 이는 분명 도에 정성을 들인 것이 빛을 발휘해 상제님, 천지신명, 조상님이 도와주신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도심도 수도도 매우 부족하고, 먹고 사는 생존의 문제에만 빠져 사는 내게 이런 도움을 주신 것에 매우 감사했다. 수도를 더 꾸준히, 더 열심히 하라는 무언의 메시지를 주신 것 같았다. 그렇기에 이번에 식당 당번을 하면서 경험한 것을 마음속에 깊이 새겨 두어, 수도를 피하려고만 했던 구태에서 벗어나 새롭게 거듭나고자 한다. 또한 수도를 통해 물질적 보상을 바라는 마음이 발동하는 것을 경계하고, 도를 닦는 진정한 목적을 찾고자 한다. 수도만이 내가 살 길임을 확신하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