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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156년(2026)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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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타리 : 대진여고 32인의 사제동행 강원도 인문학 로드트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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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진여고 32인의 사제동행

강원도 인문학 로드트립

 

 

대진여자고등학교 교사 권진숙

 



  올해도 어김없이 학생들과 함께 짐을 꾸릴 계절이 다가왔다. 8월 13일부터 14일까지, 대진여고 인문사회 아카데미 학생 17명과 교사 15명, 총 32명은 강원도 일대로 ‘사제동행 인문학 캠프’를 떠났다. 올해 퇴직을 앞둔 선생님 네 분도 참여하셨는데, 제자들과의 이 시간을 무엇보다도 소중하게 여김을 느낄 수 있었다. 이번 캠프는 강원도 지역의 ‘역사ㆍ문학ㆍ철학 등의 인문학과 자연 생태를 융합한 체험학습’이 목표다.
  2016년부터 시작한 사제동행은 이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인솔하는 교사에게도 참여하는 학생에게도 큰 깨달음을 주는 행사다. 교과서 속 활자로만 배우던 지식이 실제 현장에 발을 딛는 순간, 살아있는 지혜로 바뀌는 것을 실감하기 때문이다. 이번 캠프에서도 학생들은 단순히 구경만 하는 관객에 그치지 않고, 스스로 자료를 찾아 발표를 준비하며 역사와 문학의 현장에서 ‘작은 학자’이자 ‘해설사’가 되어 자연과 함께 걸었다.

 

 

  이른 아침 7시, 학생들과 교사들은 설레는 마음으로 학교에 집결하여 버스에 올랐다. 학교에서 낙산사까지 이동 중에는 오늘 탐방할 낙산사의 역사와 관련된 간단한 사전 브리핑을 진행했다. 창밖으로 펼쳐지는 강원도의 산세를 감상하다 보니 어느새 동해가 눈앞에 펼쳐졌다.
  낙산사에 도착한 학생들은 본격적인 탐방을 시작했다. 신라 문무왕 때 의상대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지는 낙산사는 관동팔경 중 하나로 꼽히는 절경을 자랑했다. 학생들은 미리 조사한 자료를 바탕으로 원통보전과 건칠관세음보살상, 홍예문, 해수관음상, 의상대와 홍련암 등 주요 문화유산 앞에서 직접 마이크를 잡고 해설을 진행했다. 김정남 교장 선생님의 부연 설명으로 그것의 가치와 의미를 더 되새겼다. 사진만 찍고 지나치는 것이 아니라 문화재의 역사적, 예술적 가치를 직접 설명하며 인문학적 안목을 넓히는 시간을 가졌다. 탐방을 마친 뒤에는 낙산 해변을 거닐며 파도 소리와 함께 잠시 여유를 만끽하고 동해의 시원한 풍광 속에서 휴식을 취했다.
  낙산사 탐방을 마친 학생들은 오늘의 숙소이자 주요 체험 장소인 설악산 생태탐방원으로 향했다. 탐방원 측에서는 ‘사제동행 1박 2일 역사문화 생태탐방’이라는 디지털 안내표지판과 현수막까지 제작하여 우리를 맞았다. 점심 식사 후 오후에는 생태탐방원에서 준비한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올해는 특별히 ‘잃어버린 산양을 찾아서’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이 설악산의 생태계와 멸종위기종 보호의 중요성을 직접 몸으로 느끼고 배울 수 있도록 구성했다. 관람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흔적을 찾아보고 전문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자연과 인간이 어떻게 공존해야 하는지 고민해 보는 뜻깊은 시간이었다.


 
  이어서 대강당에서 성 쌓기를 했다. 탐방원 측에서 ‘사제동행’의 취지에 맞춰 계획한 프로그램이었다. 학생들도 선생님들도 성 쌓기에 자못 진지했다. 또 협동심이 필요한 활동이라 말로, 행동으로 자연스레 소통하게 되었다. 여러 사람이 함께 쌓아 올리니 어느새 키 높이까지 올랐다. 협력의 결과물을 보며 즐거워하다가 마지막으로 모두 둘러서서 성을 허물 때 소리로 느껴지는 쾌감을 즐겼다. 잠시나마 스트레스가 확 달아나는 느낌이었다.
  저녁 식사를 마친 뒤에는 8시부터 만해 ‘한용운 선생의 시와 시대 의식’에 관한 교장 선생님의 강연이 이어졌다. 학생들은 시인 한용운의 역사적 소명 의식과 그의 애국정신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활동은 내일 방문할 백담사에서의 탐방을 더욱 깊이 있게 만들기 위한 사전 학습이었다.

 

 

  둘째 날은 상쾌한 산속 공기와 함께 시작되었다. 아침 식사 후 백담사로 향했다. 주차장에서 백담사 셔틀버스로 갈아타고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백담계곡의 맑은 물을 보며 학생들의 감탄사가 만발했다. 색다른 즐거움이었나 보다.
  백담사는 만해 한용운 선생이 출가하여 수행했던 곳이자 그의 문학과 독립사상이 싹튼 뜻깊은 공간이다. 학생들은 극락보전과 목조 아미타불좌상, 산령각, 나한전 등 사찰의 주요 전각을 둘러보며, 지난밤 강연에서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나룻배와 行人」과 「님의 침묵」 등 한용운 선생의 대표 시를 낭송하고 그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을 가졌다. 특히 한 학생이 ‘시 「군말」 전문 및 시 분석’을 조사하여 발표했는데 너무 정성스럽게 조사해서 박수갈채를 받았다. 이곳에서 학생들과 선생님들은 한용운 스님의 시의 해설을 통해 스님의 독립 정신을 깊이 인식한 것 같다.
  이어 설악무산 스님의 승탑과 시비로 향했다. 교장 선생님 말씀에 따르면, 설악무산 스님은 백담사에서 만해 한용운, 춘성대선사에 이은 대선사이다. 백담사를 지금의 백담사이게끔 한 분이며 사찰의 돈은 세상을 위해 회향(回向)되어야 한다는 입장에서 어려운 이웃이나 학생, 단체에 많은 기부 활동을 한 분이라 한다. 스님의 삶과 활동을 통해 학생들은 이웃사랑의 가치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는 것 같다.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우산을 받쳐 들고 돌탑을 쌓았다. 무슨 소망을 담았는지 궁금하다.
  모든 탐방을 마친 뒤 학생들은 아쉬움을 뒤로하고 학교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약 2시간의 귀갓길 동안 학생들은 1박 2일간의 여정을 되돌아보며 소감문을 작성하고, 이틀간 나눈 우정과 배움, 사제 간의 정을 이야기하였다. 이번 사제동행은 교사와 학생 수가 비슷해서 스승과 제자가 대화를 나누며 가는 시간이 많았다. ‘사제동행’이라는 이름이 참 잘 맞아떨어지는 일정이었다. 학교에서 종일을 함께 보내면서도 이렇게나 가까이서 깊이 대화할 시간이 있었던가. 이후 학교에 도착하는 것을 끝으로 2026학년도 사제동행 인문학 캠프의 모든 공식 일정은 마무리되었다.
 

 

■ 학생 소감문

 

  선생님과 친구들과 함께 현장을 직접 둘러보니 혼자 조사할 때보다 다양한 관점에서 장소를 바라볼 수 있었던 점이 좋았다. 친구들과 관찰한 내용을 이야기하고 의견을 나누는 과정에서 서로의 생각을 이해할 수 있었으며, 역할을 나누어 함께 활동하면서 협동력도 기를 수 있었다. 선생님의 설명을 들으며 같은 장소도 역사적ㆍ지리적ㆍ문화적인 관점에서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1학년 이○윤

 

 

  이번 탐방을 통해 문화유산은 그 시대 사람들의 생각과 역사, 종교가 담겨 있는 공간임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백담사와 낙산사를 직접 둘러보면서 같은 사찰이라도 각각 다른 역사와 이야기를 지니고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특히 낙산사에서 의상대사와 관련된 이야기를 들으며 교과서에서 배운 역사 내용을 실제 장소와 연결해서 생각할 수 있었다. 앞으로 역사나 사회 과목을 공부할 때 단순히 내용을 외우기보다 그 장소가 만들어진 배경과 그곳에 담긴 사람들의 생각까지 함께 이해하려고 노력해야겠다고 느꼈다.                            

 

-1학년 박○은

 

 

  성 쌓기 활동 중 친구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서로 배려하며 의사소통하고 협력하는 과정에서 함께하는 활동의 중요성을 배웠다. 구조물이 무너졌을 때도 포기하지 않고 처음부터 차근차근 다시 쌓으며 끝까지 도전했고, 서로 격려하면서 다시 완성해 가는 과정에서 끈기와 협력의 가치를 느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교육에서도 지식을 전달하는 것뿐 아니라 서로를 존중하고 소통하며, 실패하더라도 다시 도전할 수 있도록 격려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2학년 강○윤

 

 

  낙산사, 홍련암, 백담사를 직접 탐방하면서 각 장소에 담긴 역사와 문화에 대해 더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직접 현장을 둘러보니 같은 문화유산이라도 자연환경과 역사적 배경에 따라 서로 다른 모습과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또한 친구들과 함께 탐방하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하나의 장소를 보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그곳이 만들어진 배경과 그곳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삶까지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이번 경험을 통해 역사와 문화는 책이나 자료로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실제 공간을 직접 경험하고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볼 때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2학년 박○연

 

 

  발표 준비를 하고 현장에서 발표하며 의상대사의 생애와 부석사에 관련된 설화를 알게 되었고 의상대사가 낙산사를 창건하게 된 배경을 이해하게 되었다. 낙산사에 방문하여 설명을 들으며 낙산사와 관련된 역사적 사실들과 한국의 종과 고려시대 탑에 새겨진 연꽃무늬 같은 한국 문화에 관해 더 자세히 알게 되었다. 한용운의 「님의 침묵」과 이육사의 「광야」에 대한 강의를 들으며 시를 역사적 사실과 연결하여 이해할 수 있었고 그들의 독립을 향한 의지를 배울 수 있었다.


-1학년 박○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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