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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150년(2020)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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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누고 싶은 이야기 : 박외수, 영산홍 보러 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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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외수, 영산홍 보러 갈까요?



금릉2 방면 평도인 박찬연




연수신청
  피곤한 몸, 지쳐버린 정신. 난 그렇게 회사를 그만두고 봄을 맞이하고 있었다. 사색의 시선으로 창밖에 활짝 핀 벚꽃을 바라보다 선각의 말에 정신이 번쩍 든다.
  “박외수! 도심 깊은 박외수! 영산홍 보러 갈까요? 토성도장을 뒤덮었을 텐데…, 이때쯤 금강산 연수가 나오면 정말 좋거든요.”
  난 영산홍이 만개한 들판을 그려보고 그곳이 신선 선녀들이 있는 장소가 아닐까 하는 상상을 해 본다. 그렇게 스쳐 지나가는 이야기로 치부되고 있을 때 “따르릉~~~” 요란한 전화벨 소리가 울린다.
  “박외수, 금강산 외수 연수가 나왔어요, 지금 가면 지상선경을 조금이나마 느껴 볼 수 있을 거예요. 좋은 기회니 한번 생각해보세요.”
  난 봄부터 기도, 수련으로 마음속에 도심이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었다. 그러하기에 스스럼없이 결정하고 연수를 신청했다.



금강산토성수련도장 가는 날
  차창 밖으로 흘러가는 풍경이 고요해지고 녹음 짙은 숲으로 변해가고 있을 때쯤 난 정말 끝까지 잘 해낼 수 있을까? 상제님을 믿고 정성으로 수도해 나갈 수 있을까? 이런저런 고민을 하다가 미륵불 형상이 보일 때쯤 여장을 챙긴다.
  각자 방 배정 후 지켜야 할 사항을 전달받고 연수 시작을 알리는 배례를 드린다. 그리고 식당에서 지원요청이 와서 콩나물 다듬는 작업을 시작한다. 내수 임원분께서 분담해야 할 콩나물과 손질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에 대한 간단한 브리핑 후 처음 만난 외수들이 옹기종기 모여 방면, 직위, 나이 불문하고 말없이 콩나물을 다듬기 시작한다. 사회에서는 작업의 명확한 작업 지시서를 기준으로 하지만 여기에서는 셀프다. 스스로 찾아서 방편을 구하고 큰 작업 흐름에서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일을 수행해 내야 한다. 어쩌면 자율을 부여하여 작업 동기를 끌어올리려는 고도의 포석 같기도 하다. 하지만 잘 모르겠는 부분은 반드시 확인하고 해야 한다. 그것이 옳든, 싫든, 거부감이 들지라도 도의 기운 속에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아침을 맞이하며
  새벽에 울리는 대원종 소리는 어둠이 내려앉은 우리들의 마음을 해원의 주파수대로 맞추어 깨워준다. 아직 걷히지 않은 어둠을 오랜만에 맞이해 본다. 폐포 깊숙이 스며드는 솔잎향기와 귓전을 휘감는 바람 소리가 멍한 내 영혼을 깨우는 울림으로 다가온다. 도장 한 가운데에 손질하지 않은 곳, 처음 그대로인 장소, 풍수로는 ‘비학상천혈(飛鶴上天穴)’이라는 명당, 금강산 일만이천 봉의 시작을 알리는 지점, ‘여기 바로 이곳에’ 우리 외수 연수반이 시립해 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천지 만물 모든 것을 오롯이 경험하고 있듯 내 가슴에 울려대는 이 진동에 나는 그만 상상 속에 그림을 그려본다. 집채만 한 학을 타고 하늘 높이 날고 있는….’




호박 심는 날
  야간 수호까지 해서 그런지 허기로 아침잠이 번쩍 깬다. 금강산 연수는 강의와 기도, 외부 답사까지 여러 가지 일정으로 구성되어 있다. 영농작업도 빼놓을 수 없는 일정이다. 밥 먹기 전에 영농작업을 나가야 한다. 오늘의 작업은 호박을 심기 위한 구덩이 파기 및 퇴비주기다. 처음 가보는 오솔길을 걷다 보니 기분도 상쾌해지고 저절로 콧노래가 나온다. 하지만 잠시 후 눈 앞에 펼쳐진 시커멓고 거대한 퇴비 더미, 코를 찌르는 시큼한 냄새에 자동으로 미간이 찌푸려진다. 오늘의 작업이 만만치 않음을 예상해 본다.
  그곳을 지나자 산기슭에 펼쳐진 야트막한 자투리땅이 여기저기 보인다. 오늘 우리가 작업할 장소이다. 몇 개 조로 나누어 구덩이 파기, 퇴비 퍼 나르기, 복토하기 등을 한다. 말이 퇴비지 아직 완전히 삭지 않은 거름이다. 난 농촌 출신이지만 농사가 싫었다. 쌀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모를 심어야 했지만 무슨 이유인지 물 댄 논에 발을 넣을 땐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또한, 흙먼지 피어오르는 밭농사도 거기에 서식하는 각종 벌레만 보아도 피부가 간지럽고 거부감이 든다. 그런 나이기에 거름을 나르는 작업은 도저히 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래서 난 무작정 삽을 들고 땅을 파기 시작했다. 땅파기 작업이 거의 다 끝나고 거름 나르는 작업자가 필요했지만 파 놓은 구덩이를 또 파고 다시 파고…, 그만 충분하다 하시면 다시 옆 구덩이로 옮겨 파고 그렇게 회피작업(?)을 계속해 나갈 수밖에 없을 때쯤 거름 작업은 끝이 났다.
  잠깐의 휴식 후 이동하여 다시 작업이 시작된다. 중체 몇 분이 과감히 거름을 퍼 나른다. 거름이 손과 발, 옷에 튀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눈앞이 아른아른한다. 이쪽 냄새는 더 독하다. 몇십 년 묵혀둔 장같이 진득하니 냄새조차 살을 파고들 것 같다. 난 애써 땅 파기에 아주 열심이라 숨이 가쁘다. 헉헉 깊숙이 숨을 내뱉고 있을 때 거름을 퍼 날라 구덩이에 집어넣으신다. 구덩이 속으로 퍼지면서 강하게 역류하는 냄새를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그만 깊숙이 들이켜 버렸다. 눈앞이 흐려지며 빙글빙글 돈다. 나도 모르게 길가에 풀썩 주저앉아 버렸다. 배고픔은 사라진 지 오래다. 그렇게 역경의 시간을 거쳐 작업은 끝이 났다.
  오솔길을 따라 도장으로 복귀할 때 장화에 묻은 거름과 앞서 먼저 간 외수들이 흩뿌려놓은 잔재를 보자니 작업하러 올 때의 아름다운 오솔길은 퇴비가 남긴 흔적이 가득했고 콧노래의 기억은 뇌 속에서 휘발되어 흔적도 없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기분은 좋았다.
  도장에 도착해서 개운하게 씻고 나니 약간 정신도 들고 마음도 안정된다. 배고픔은 사라졌으나 지친 몸을 생각하여 밥을 먹기로 했다. 식당에 가보니 대기 줄이 길게 늘어져 있고 내 앞에는 제일 열심히 일하시던, 온 몸을 던져 거름을 뒤집어쓴 그분이 열심히 공용 도구를 이용해 음식을 뜨고 계신다. 피해갈 수 없다면 즐겨야 하리라.



송지호 가는 날
  오늘은 여러 일정 중 송지호를 가는 날이다. 호수의 상쾌한 바람에 거름의 고약한 추억은 깨끗이 정화되고 오늘 저녁은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늘 버스 이동 간에 주시는 떡과 커피 한 잔의 여유를 기대하고 있을 때쯤 그분이 나타나셨다. 그리곤 떡을 나누어 주신다. 머릿속에는 아침 거름 작업 영상이 눈앞에서 4K화면으로 돌아가다 떨쳐버릴 때쯤이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그분. 이것 또한 내가 겪어야 할 것이라면 감사히 맛있게 먹으리라 그렇게 스스로 위로하며 초연해지기 시작한다.



화평의 길
  며칠을 도장에서 보내고 연수와 일체가 되어 갈 때쯤 ‘화평의 길’ 영화를 보여주신다. 전에 몇 번 포덕소에서 선각분들과 함께 본 적도 있고 집에 있을 때 유튜브로 본 적도 있었으나 도장에서 수많은 외수와 함께 보기는 처음이다.
    ‘화평의 길’은 볼 때마다 새롭다. 깨우침의 깊이에 따라, 처해있는 공간에 따라 다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나는 대순진리회의 포덕, 교화, 수도를 실천하는 도문소자이자 후천선경을 여는 데 쓰임이 될 도통군자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연수를 마치며
  대순버스에 몸을 실으며 저 멀리 허리춤에 구름을 가득 감고 있는 바위의 위용을 바라다본다. 시선을 돌려보니 길옆 바위틈에 빼곡히 몸을 비비며 핀 화려한 영산홍이 울산바위와 겹쳐서 묘한 아늑함을 선사한다. 일주일간의 숨 가쁜 시간이 주마등처럼 지나갔음을 아쉬워해 본다. 멀리서 소쩍새 지저귀는 소리가 구슬퍼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제 다시 사회로 나가는 시간이다. 잠시였지만 신선의 생활을 만끽한 도장에서의 기억이 아직도 새록새록 떠오른다. 그리고 강사분께서 우리에게 “모두 도통 받으세요!” 하신 말씀도 생각이 난다.
  나는 현재 방면 회관 공사에 참여하고 있다. 비록 주말이고 쉬고 싶은 날들이지만 발걸음이 이곳을 향한다. 이 도에 입문하게 되어 정성을 들일 수 있고 공덕을 지을 수 있어서 행복하다. 그래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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