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사람이 덕을 좋아하면 아랫사람은 덕행 하기를 힘쓸 것이요
교무부 이정만
고서(古書)에 “상유호자(上有好者)면 하필유심언자의(下必有甚焉者矣)”란 말이 있다. 이 뜻은 재상자(在上者)가 덕을 좋아하면 재하자(在下者)는 덕행 하기를 힘쓸 것이요, 반대로 재상자(在上者)가 인도(人道)에 어긋난 행위를 한다면 재하자(在下者)는 한층 더 심한 짓을 저지를 것이라는 말로써 미루어볼 때 선선악악(善善惡惡)이 공통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도전님 훈시」(1986. 9. 2)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덕(德)은 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중요한 자질로 강조되어왔다. 상제님의 덕화를 선양해야 할 사명이 있는 우리 도인들도 “대인의 과차에 큰 덕을 베풀지 못하고 도리어 화를 끼친다면 그것이 무엇이 되리오”01라는 말씀처럼 남에게 해를 끼치기보다는 대순진리인 해원상생(解冤相生)에 의한 덕을 실천하는 데 힘써 나가야 한다. 특히 우리 도에서 지도하는 위치에 있는 임원 혹은 선각은 위의 도전님 말씀처럼 수반 혹은 후각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그런데 수도 과정에서 윗사람의 입장에 놓이게 될 때 덕행의 모범을 보여 나가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을 때가 많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덕의 실천에 도움이 되고자 위 말씀에 인용된 한자 구절의 유래와 의미를 검토하고, 윗사람의 덕행이 왜 중요한가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상유호자(上有好者)면 하필유심언자의(下必有甚焉者矣)”라는 구절은 『맹자(孟子)』, 「등문공상(滕文公上)」 편에 나타난다. 이는 춘추전국시대 등(滕)나라의 군주 문공(文公)02이 그의 부친 정공(定公)이 죽자, 추나라에 있는 맹자에게 두 차례에 걸쳐 사람을 보내 부친의 상례(喪禮)에 관해 묻게 되는데, 이때 맹자가 답한 내용의 일부다. 문공이 처음 문의하였을 때, 맹자는 원래 친부모의 상이란 자식 된 자 스스로가 진실로 정성을 다하는 것이라고 하면서 하(夏)ㆍ은(殷)ㆍ주(周) 삼대(三代)를 통해 공통된 법도였던 3년 상을 치르라고 답하였다. 문공이 이 말을 듣고 3년 상을 치르려고 하자 문공의 친족들과 등나라의 문무백관은 종주국(宗主國)인 노나라의 역대 군주들과 등나라의 역대 선조들이 3년 상을 실행한 예가 없었다고 하면서 이 결정에 반대하였다.03 그러자 문공은 맹자에게 다시 문의하였는데, 이때 맹자는 “상유호자 하필유심언자의”, 즉 “위에 있는 자가 무엇이든지 좋아하여 그 진심을 보이게 되면, 아래에 있는 자는 반드시 따라서 그것을 하게 마련입니다”라는 말과 함께 “군자의 덕은 위에 부는 바람과도 같고, 소인의 덕은 풀과도 같습니다. 풀이 위에 부는 바람에 따라 나부끼듯 감화를 받게 마련입니다. 이번 대사(大事)는 오직 세자(世子) 자신의 마음에 달려있습니다”라고 답하였다.04
문공은 이 말을 듣고 이번 일은 자신 스스로가 진실로 극진히 하는데 달린 것이지, 다른 데서 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깨닫고 3년 상을 치르기로 한다. 결국, 백관과 종족들이 세자가 예를 안다고 하였고 장례를 행할 때 세자가 예를 극진히 하는 모습을 본 많은 조문객은 모두 감복하였다.05 장례를 지켜본 모두가 이처럼 반응한 것은 한 나라의 지도자인 문공이 스스로 부친의 장례를 극진히 한 결과이므로, 이는 ‘상유호자 하필유심언자의’라는 맹자의 말처럼 된 것이다. 맹자의 이 말은 지도자의 언행이 그 아랫사람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크므로 지도자 자신이 먼저 바른 도리로써 덕행의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가르침을 준다. 도전님께서는 위 맹자의 말을 언급하시며 윗사람의 행동이 아랫사람에게 미치는 영향력에 있어서 긍정과 부정의 두 가지 측면에 관해 말씀하셨다. 긍정적 측면은 윗사람이 덕을 좋아하면 아랫사람이 덕행 하기를 힘쓴다는 점이다. 이는 윗사람이 대순진리에 의한 바른 수도로써 양심을 회복하여 덕행의 모범을 보여 나가면 이로 인해 아랫사람은 윗사람을 본받아 덕행을 하는 데 힘쓸 것이라는 말씀이다. 부정적 측면은 윗사람이 사람의 도리에 어긋난 행위를 한다면 아랫사람은 한층 더 심한 짓을 저지른다는 점이다. 이는 윗사람이 사심(私心)에 치우쳐 도리에 어긋난 행동을 하면 이로 인해 아랫사람은 윗사람의 그러한 행동을 큰 거리낌 없이 당연하게 받아들여 윗사람보다 더욱 심하게 그릇된 행동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 수도가 사람의 도리를 바로 행함으로써 해원상생의 덕행을 실천하는 일이라는 점에서 볼 때, 위 말씀은 윗사람으로서 마음에 깊이 새겨둘 내용이다. 도전님께서는 아랫사람을 이끌어가는 윗사람의 모범적인 처사의 중요성을 ‘나나니’ 벌에 비유하여 말씀하기도 하셨다.
종단의 최고 임원들은 가정에서의 가장과 같이 아래 도인들을 잘 가르쳐 나가는 위치에 있다. 도인이 잘되고 잘못되는 것은 이끌어나가는 임원에게 달려있다. 그 위치에서 행동하는 대로 아래 사람은 그대로 배워나간다. 윗사람이 잘못할 때 아래 사람이 더 잘해야 되겠다고 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고 오히려 윗사람보다 더 나빠진다. 진실한 도인 밑에서 진실한 도인이 나오는 것이다. 도는 사회보다 더 말할 것이 없다. 임원들이 도인들을 자주 접촉하는 것은 ‘나나니가 나 닮아라, 나 닮아라’ 하는 것과 같다. 그렇게 도인들을 만든다는 것이다. 임원이 행동을 잘못하면서 잘해라 하면 안 되는 것이다. 스스로 잘하면서 ‘나 닮으라’ 해야 올바른 도인이 되는 것이다. 자신의 위치에 어떤 책임이 있음을 잘 알고 그 책임에 맞게끔 행동하라. 「도전님 훈시」(1990. 1. 30)
예로부터 ‘나나니’ 벌은 자기 집에 다른 벌레의 새끼를 잡아다 놓고 자기를 닮으라고 하면 다른 벌레의 새끼가 나나니벌로 변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졌다고 한다. 다른 애벌레가 나나니벌로 변한다는 이 이야기는 근거가 없는 사실로 밝혀졌으나, 옛사람들은 이 이야기를 윗사람이나 남을 가르치는 사람의 모범이 중요함을 강조할 때 인용하였다. 도전님께서도 우리 도에서 아랫사람이 윗사람의 처사를 그대로 배우기 쉬우므로 이 이야기를 인용하여 윗사람이 매사에 처사의 모범을 보여야 함을 강조하신 것이다.06 이처럼 아랫사람이 윗사람의 언행과 처사를 그대로 배우는 경향은 사회 모든 집단에서 일반적으로 찾아볼 수 있는 현상이다. 이는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접하는 말 가운데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라는 속담과 윗사람이 하는 일을 아랫사람이 따라 하게 된다는 ‘상행하효(上行下效)’라는 사자성어를 통해서도 짐작할 수 있다. 그렇다면 집단에서 타인의 언행과 처사를 학습하게 되는 현상은 왜 일어나는 것일까? 그 현상이 일어나는 원인을 파악하는 데 있어서 심리학 분야 중에 뇌를 연구하여 인간 행동의 발생 원인을 과학적으로 설명하는 뇌 과학의 ‘거울 뉴런(Mirror Neuron)’07 개념이 도움이 될 수 있다. 거울 뉴런은 타인의 행동을 거울처럼 반영하는 신경 네트워크를 말한다. 1990년대 중반 이탈리아 파르마대학의 자코모 리촐라티(Giacomo Rizzolatti) 교수 연구진이 한 원숭이가 다른 원숭이나 사람들의 행동을 보기만 하는데도 자기가 움직일 때와 마찬가지로 뇌에서 반응하는 뉴런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후 연구진은 연구를 통해 인간의 뇌에도 앞서 원숭이의 뇌와 같은 기능을 하는 더 정교한 신경 메커니즘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고 이를 ‘거울 뉴런’으로 명명했다.08 거울 뉴런 연구자들에 의하면, 거울 뉴런은 타인의 행동을 보고 있기만 해도 마치 자신이 그 행동을 하는 것처럼 활성화된다. 사람들은 영화를 볼 때 주인공이 울거나 슬퍼하면 자신도 슬퍼지는 것을 느낀다. 또한, TV를 통해 축구 경기를 보면서 직접 경기장에서 자신이 뛰는 것처럼 그 경기에 빠지고 흥분하기도 한다. 이 모두는 거울 뉴런이 반응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이 뉴런은 시각적 정보뿐만 아니라 청각적 정보나 문자만으로도 활성화된다. 예를 들어, 사람들이 손톱으로 칠판을 긁는 소리를 듣거나 “거미가 내 이마를 기어간다”라는 문장만 읽어도 몸서리쳐진다. 사람이 타인의 의도를 파악하고 공감할 수 있으며 다양한 활동과 언어를 학습할 수 있는 것도 이 거울 뉴런 때문이다.09
이러한 현상이 집단 내에서는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타난다. 하나는 리더가 구성원에게 일으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특정 구성원이 다른 구성원에게 일으키는 것이다. 둘 중에 어떤 유형에서 그 영향력이 더 클까? 대개 아래 구성원이 윗사람으로부터 받는 영향력이 더 크다. 왜냐하면, 리더에게 주어지는 책임과 권한이 강하기 때문에 구성원들은 다른 구성원보다 리더의 언행에 더 주의를 기울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리더의 언행, 처사 등은 집단 전체를 바르고 발전적인 방향으로 이끌 수도 있고, 반대로 쇠퇴시킬 수도 있다.10 그렇다면 수반들을 이끌어 가면서 상제님의 진리를 교화해야 할 우리 도인들은 처사를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 도인들은 누구나 방면 체계에서 윗사람의 위치에 놓이게 될 수 있다. 그럴 때 윗사람은 아랫사람이 수도의 목적인 도통(道通)에 이를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할 책임을 맡게 된다. 도통은 일상생활에서 수반, 가족, 이웃 등 주위 사람들에게 해원상생의 덕행을 솔선수범해 나갈 때 성취될 수 있다. 도전님께서는 “서로가 먼저 솔선수범하여 좋은 일을 해 나간다면 그 자체가 바로 도통진경에 이르게 되는 것입니다.”11라고 말씀하셨다. 따라서 도통을 목적으로 하는 우리 수도인은 스스로 먼저 해원상생을 바탕으로 바르게 실천 수도하고 그 과정에서 체득된 마음과 행동이 아랫사람에게 자연스럽게 감화를 줄 수 있도록 일상에서 모범을 보여야 할 것이다.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어느 집단에서나 사람은 거울 뉴런으로 인해 타인의 언행, 처사 등을 의식적ㆍ무의식적으로 본받아 익히게 된다. 이러한 학습 현상은 집단 내에서 미치는 큰 영향력 때문에 윗사람의 언행을 아랫사람이 더 잘 배우게 된다. 그러므로 우리 도에서도 수반들이 도통을 받을 수 있도록 모범을 보여 이끌어야 할 책임이 있는 임원의 언행과 처사는 더욱 중요하다. 이러한 점은 후각을 인도해야 할 선각, 더 나아가 많은 사회 사람에게 귀감이 되어야 하는 모든 도인에게 해당할 수 있다. 따라서 매사에 덕행을 솔선수범해 나감으로써 나 자신을 나날이 성장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01 교법 1장 17절. 02 태자 시절에 송나라에서 맹자를 만나 가르침을 받은 적이 있다. 아버지 정공이 죽고 그 자리를 계승하자 맹자에게 사람을 보내 상례(喪禮)와 나라 다스리는 법, 이웃한 강대국 제나라와 초나라를 대처하는 법 등에 대해 자문을 구하였다. 03 도올 김용옥, 『맹자의 길(상)』(서울: 통나무, 2015), p.309 참고. 04 『맹자』, 「등문공상(滕文公上)」, “君子之德, 風也. 小人之德, 草也. 草上之風, 必偃. 是在世子.”; 도올 김용옥, 같은 책, pp.310-311 해석 참고. 05 도올 김용옥, 같은 책, p.311 참고. 06 교무부, 「일각문: 배추벌레가 나나니벌로 변하는 이야기」, 《대순회보》 169 (2015), pp.54-57 참고. 07 거울 뉴런은 거울 신경 세포체, 거울 신경 세포, 거울 신경, 거울 신경 시스템 등으로도 불린다. 08 크리스티안 케이서스, 『인간은 어떻게 서로를 공감하는가』(서울: 바다출판사, 2019), pp.14-19; 장대익, 「호모 리플리쿠스(Homo replicus): 모방, 거울 뉴런, 그리고 밈」, 『인지과학』 23권 4호( 2012), pp.530-533 참고. 09 박형빈, 「거울 신경 세포계와 도덕교육」, 『윤리연구』 81(2011), pp.263-264; 장대익, 같은 글, pp.517-518 참고. 10 송주헌, 「구성원들의 부정적 감정, 전염성 높다」, 『시멘트』 195(2012), pp.26-30 참고. 11 「도전님 훈시」(1987. 4. 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