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제된 선의 미학, 긋기단청
출판팀 한상덕
▲ 여주본부도장 신축회관 (2023년 5월 31일 촬영)
우리나라 전통 건축물을 보면 단연 돋보이는 것이 단청이다. 단청은 목조 건축물의 천장이나 기둥, 벽체, 도리, 서까래, 대들보 등에 화려한 문양이나 그림을 그려 놓은 것을 말한다. 단청의 색깔은 시대에 따라 여러 형태로 발전했으나 주로 동양사상의 음양오행설에 근거하여 청색, 적색, 황색, 백색, 흑색 등 오채(五彩)의 조화를 중심으로 발전했고 요즘도 오방색을 기본으로 그려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단청은 비바람이나 벌레로부터 목재의 훼손을 방지하여 건물의 수명을 연장하려는 목적도 있지만 궁궐이나 사찰과 같은 건물의 권위를 부각하는 효과도 있다. 단청은 건물의 위계에 따라 가칠단청, 긋기단청, 모로단청, 금단청 등으로 분류된다. 가장 단순한 형태인 가칠단청은 무늬 없이 단색으로 칠한 단청이다. 종묘나 사찰의 요사채에 목재의 영구 보전을 목적으로 쓰인다. 가칠단청 위에 선만을 그어 마무리한 단청을 긋기단청이라 한다. 모로단청은 부재 끝부분에만 문양을 넣고 가운데는 긋기로 마무리한 단청이며 머리단청이라고도 불린다. 이때 모로(毛老)는 모서리, 끝이라는 의미다. 가장 고급스러운 양식은 금단청이다. 비단에 수를 놓은 듯 빈틈없이 화려하다고 하여 ‘비단 금(錦)’ 자를 쓰는 금단청이라 불린다. 금단청은 세밀한 문양과 화려한 색채로 장식적인 효과를 극대화한다. 여주본부도장에서 보이는 단청 양식은 긋기단청과 금단청이다.
▲ 여주본부도장 대순회관 처마와 관리동 (2021년 7월 18일 촬영)
도장 단청의 조형 양식은 도장의 건물에 따라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정내(庭內: 숭도문 안쪽)의 주요 건물은 그 성격에 맞게 화려한 색채로 채색하여 최상의 격식을 갖추었지만, 그에 비해 도인들이 머무는 생활 공간에는 대체로 간결하게 채색되어 있다. 이와 관련하여 도장의 단청 가운데 기본적인 양식이며, 흔히 획(劃)단청으로 알려진 ‘긋기단청’에 대해 알아보자. 다시 말하자면 긋기단청은 가칠 바탕 위에 선을 그어 마무리한 단청을 말한다. 긋기에는 먹긋기, 먹분긋기, 색긋기가 있다. 검은색인 먹으로 긋는 경우를 먹긋기, 검은색인 먹과 흰색인 분으로 두 개의 선을 긋는 경우를 먹분긋기, 검은색과 흰색 대신에 색선을 긋는 경우를 색긋기라고 한다. 긋기단청을 하는 이유는 선을 그려 넣으면 훨씬 가지런해 보이고 정돈된 느낌이 나며 구부러지거나 비뚤어진 목재를 곧게 보이는 시각적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긋기단청은 단정하고 검소한 분위기를 자아내어 향교, 서원 등의 부속채에 주로 쓰인다.
▲ 여주본부도장 주차장 A동 (2023년 6월 13일 촬영)
여주본부도장의 경우 대순회관과 신축회관, 관리동, 주차장 A동, 주차장 B동 건물이 긋기단청으로 꾸며져 있다. 건물 외부는 도장 특유의 황색 바탕 위에 수직부재인 기둥에는 선을 긋지 않고, 수평부재인 봉두와 쇠서, 보, 도리 등에만 색긋기를 하였다. 또한 기둥과 기둥 사이의 넓은 벽면에는 밋밋하고 단조로운 느낌을 상쇄하기 위해 가장자리 부분을 따라서 사각형의 선을 그은 색긋기로 꾸며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렇다면 도장에서는 왜 도인들의 생활 공간을 향교나 서원처럼 검소한 긋기단청을 선택했을까? 예로부터 선비들은 눈으로 볼 수 있는 현상의 세계를 뛰어넘어 보이지 않는 정신세계의 차원 높은 학문을 추구했기에 눈에 보이는 화려함보다는 절제하는 삶을 추구했다. 따라서 향교나 서원의 긋기단청은 옛 선비들이 자기 몸과 정신을 수양하는 것을 최대의 덕목으로 삼던 유가의 정신을 잘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진리를 깨닫기 위해 수도하는 우리 도인들의 모습과 닮아있다. 도인들이 가는 길은 상제님께서 천지공사를 통해 펼쳐주신 도통의 길이다. 수도인은 큰 진리를 품고 등에 업은 겁액을 풀어나가며 완성을 향한 삶을 살아나간다. 그러기 위해서는 허욕의 발동을 경계하고 자신을 절제할 수 있어야 한다. 아마도 긋기단청의 곧은 선은 도인들이 지녀야 할 올바르고 정직한 마음을 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된다.
【참고문헌】 김왕직, 『알기쉬운 한국건축용어사전』, 파주: 도서출판동녘, 2008. 이심, 『한옥의 재발견』, 서울: (주)주택문화사, 2003. 자현, 『사찰의 비밀』, 서울: 담앤북스,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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