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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153년(2023)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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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있는 풍경 : 세 친구의 길

세 친구의 길



교무부 이은희





  음식을 사람들과 같이 나눠 먹을 때면 떠오르는 옛날이야기가 있다. 고등학생 시절에 읽었지만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다. 이 이야기는 읽자마자 마음 깊숙이 들어오더니 나에게 어떤 삶의 길을 걸어야 할지 어렴풋하게나마 알게 해주었다.


  옛날, 같은 동네에 살던 갑, 을, 병이라는 가난한 세 청년이 있었다. 이들은 각자 나름의 꿈을 안고 3년을 기약하며 깊은 산속 빈 절에 들어가 함께 공부하기로 결의했다. 드디어 입산한 세 청년의 하루가 시작되었다. 식사 당번은 돌아가면서 하루씩 맡기로 했다. 식량이 넉넉지 않아 매끼 일정량만 밥을 해야 했는데 장정 세 명이 충분히 먹기에는 부족한 양이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세 명이 밥을 그릇에 담는 방법이 달랐다.
  갑은 먼저 자기 밥그릇에 밥을 꾹꾹 눌러 담고, 다른 두 그릇에는 남은 것을 설렁설렁 담았다. 을은 밥을 세 그릇에 똑같이 나누어 담는 데 신경을 썼다. 하지만 병은 두 친구의 그릇에 먼저 꾹꾹 눌러 담은 후, 조금 남은 것을 자기 그릇에 설렁설렁 담았다. 겉으로는 세 청년 모두 비슷한 양의 밥을 먹는 것처럼 보였다. 어느덧 3년의 세월이 지났다. 세 청년은 성공하여 10년 후 공부한 장소에서 다시 만나기로 약속하고 헤어졌다.
  10년이 흐른 뒤, 한 친구는 과거에 급제하여 감사(監司)가 되어 공부했던 장소에 먼저 왔다. 잠시 후 신선(神仙)이 된 친구가 나타났다. 감사가 신선에게 어떻게 된 거냐고 물으니 세상의 영달에는 관심이 없어 도(道)를 닦았다는 것이다. 두 친구는 지난 회포를 풀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그런데 감사는 아무리 기다려도 나머지 한 친구가 나타나지 않자 신선에게 물었다. 신선은 그가 이미 이 근처에 와 있는데 모습이 변해 우리 앞에 나타나지 못 하는 것이라 말하였다.
  신선이 그 친구 이름을 부르자 커다란 구렁이 한 마리가 슬며시 모습을 드러냈다. 신선은 감사에게 그가 지나친 욕심 때문에 하늘의 벌을 받아 구렁이가 된 것이라고 알려주었다. 신선은 친구를 구제하기 위해 기회를 한 번 주기로 하였다. 신선이 갖고 있던 지팡이를 땅에 꽂자, 싹이 나고 순식간에 가지들이 뻗어 자라더니 큰 배나무가 되었다. 특이하게도 이 나무에는 위로 갈수록 크고 맛있어 보이는 열매가 매달려 있었다.
  신선은 구렁이가 된 친구에게 작은 배 하나만 먹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순식간에 나무에 오른 그 친구는 아래쪽에 있는 작고 맛없어 보이는 배를 지나치더니 제일 꼭대기로 올라가 큰 배 여러 개를 먹고 말았다. 사람으로 돌아갈 기회를 놓쳐 버린 것이었다. 구렁이 친구는 고개를 떨구고 숲속으로 황급히 사라졌다고 한다.
01



  과거 밥을 달리 담던 세 청년은 10년 후 누가 된 것일까? 밥 먹고 돌아서면 배고플 청년 시절이긴 하지만 갑은 자신이 배불리 먹는 것만 생각하다가 구렁이가 되었다. 공평함을 중시하던 을은 그에 걸맞은 감사 벼슬에 올랐다. 병은 그들과 달리 자진해서 자기 몫을 양보하여 친구들을 챙기더니 신선이 되었다. 




  고교생이던 나는 내가 이들 중 누구와 비슷한지 생각해보았다. 여러 음식이 있으면 가장 맛있어 보이는 것에 눈길이 자연스레 가고, 그중 가장 맛있는 부분을 먹고 싶어 했다. 마음이 뜨끔했다. 이렇게 살다가는 구렁이가 된 청년과 비슷한 길을 걸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실제, 욕심부리는 사람이 잘사는 경우도 많지만 내면은 구렁이가 되고 겉으로만 성공한 사람이 되고 싶진 않았다. 공평한 을의 길도 좋긴 한데 왠지 그다지 매력이 없고, 병의 길이 마음에 쏙 들었다. 자신의 몫을 챙기기보다 친구들을 먼저 배려하는 아름다운 마음씨라니.
  처음엔 신선이 된 청년같이 행동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런데 그와 닮은 사람을 만났다. 수박을 먹을 때 보면, 달고 아삭한 중앙 부분은 남에게 양보하고 맛이 밋밋하고 작은 부분을 기꺼이 먹는 사람이 있었다. 또 어떤 사람은 맛있는 부위를 나에게 집어 주고 자신은 남은 것을 먹으면서도 내가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고 흐뭇해하였다. 이런 일들을 경험하면서 마음이 따뜻해짐을 느꼈다. 덕분에 그들처럼 행동할 용기를 얻었다. 비록 작은 일이지만 남을 배려할수록 훈훈한 온기가 피어나고 우리 마음도, 세상도 아름다워진다는 걸 배웠다.
  자신보다 남을 먼저 배려하기가 쉽지 않은 까닭은 아마도 자기 몫을 생각하는 마음 때문인 것 같다. 음식을 함께 먹는 경우 내가 앞서 맛난 걸 차지하면 입은 잠시 즐거우나 그때뿐이며, 타인이 그런 나를 좋게 생각하기는 어렵다. 대신에 좋은 건 남에게 양보하고 나머지를 먹는다면 아쉬움에 그 순간은 좀 힘들 수 있다. 하지만 나로 인해 타인이 맛있게 먹으니 내 마음은 오랫동안 흐뭇하고 그의 마음도 따뜻해질 수 있다. 자신의 이익을 챙기는 기쁨이 잠깐 반짝이다 꺼지는 불티라면, 남을 잘되게 하는 기쁨은 영혼의 샘에서 끊임없이 솟아나는 맛난 샘물이 아닐까.





01 이 이야기는 여러 가지 버전이 있는데, 이와 같은 내용을 가진 책을 찾지 못했다. 비슷한 줄거리를 가진 것으로 유광수의 『복을 읽어드리겠습니다』(파주: 유영, 2021)에 실린 「신선, 감사, 구렁이가 된 세 친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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