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너별 보기
   daesoon.org  
대순154년(2024) 2월

이전호 다음호

 

도전님 훈시 종단소식 특별 기획 고전 에세이 대순포커스Ⅰ 대순포커스Ⅱ 전경 속 이야기 대순 캠프 지방 회관 소개 역사 문화와 함께 읽는 전경 생각이 있는 풍경 세상을 구한 발자국 대순문예 영화 속으로 알립니다

영화 속으로 : 그날까지 너의 손을 놓지 않을게

그날까지 너의 손을 놓지 않을게
-영화 <다시 태어나도 우리>를 보고



문정19 방면 평도인 유선민


  ‘나는 대체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 걸까?’
  수도하다가 큰 벽을 만났을 때 머릿속에 던져지는 질문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잘만 달려가는데 혼자 제자리걸음일까 봐 괜스레 불안감을 느끼곤 했습니다. 스스로 불안을 통제할 수 없을 때는 제 상태를 알아챈 선각분들이 조언이 될 만한 교화를 해주시거나 경험을 알려주시거나 혹은 제가 불안감을 떨쳐버릴 때까지 기다려주셨습니다. 이런 배려와 걱정 어린 마음 덕분에 힘든 순간 ‘이만큼 버틸 수 있었구나’ 하며 선각분들의 존재에 감사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다른 이의 도움 없이 혼자서도 잘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부단히 애를 썼고, ‘똑같은 실수를 하지 말아야지, 같은 자리에서 넘어지지 말아야지’ 다짐했지만 반복된 실패에 큰 무력감이 찾아왔습니다. 급기야는 극복을 시도하는 것조차 지레 겁을 먹고 주저하게 되었습니다. 분명 남들만큼 잘하겠다고 노력했는데 오히려 피하게 돼버린 아이러니한 상황이 된 것입니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 하는 사람이 될까 봐 전전긍긍하던 저에게 ‘내가 문제라 생각했던 건 사실 아무 문제가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건넨 영화가 있습니다. 유튜브 알고리즘을 통해 알게 된 다큐멘터리 영화 <다시 태어나도 우리>는 다섯 살에 ‘린포체’로 인정받은 아이와 그의 곁을 지키는 노승의 이야기입니다.

  티베트 불교에는 불교에 전념한 수도자 중에 덕을 쌓아서 죽은 뒤에 다시 인간의 몸을 받아 환생하였음이 증명된 사람을 린포체라고 합니다. 그들은 이전 생을 기억하며 함께 수도했던 전생의 제자들이 찾아와 원래 수도한 사원으로 모셔간다고 합니다.
  인도 ‘라다크 삭티’란 작은 마을의 동자승, 주인공 ‘앙뚜’ 역시 자신이 전생에 티베트 캄의 고승임을 증명해내 5살에 린포체로 인정받습니다. 그러나 마을에서 아이를 축복해주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린포체와 그의 스승의 표정은 어두웠습니다. 아이가 처한 상황이 여느 린포체와는 달랐기 때문입니다. 사원으로 갈 수만 있다면 좋을 텐데 캄은 너무 멀어 쉽게 갈 수가 없고, 티베트로 가는 길조차 중국에서 막아버렸기에 린포체는 가족과 스승, 친구들 심지어는 촬영하는 감독에게도 자주 이런 말을 했습니다. “제자들이 와 준다면 저의 사원으로 갈 수 있는데… 좋은 사원을 가진 린포체는 운이 좋은 것 같아요. 저는 사원도 없는데.”
  스승은 그가 좋아하는 눈싸움으로 기분을 풀어주기도 하고, 먼 곳에서도 스님들이 듣고 사원에 모인다는 나팔 부는 법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좋은 린포체가 되기 위해선 공부도 열심히 해야 한다고 설명하며 스승은 늘 그의 곁을 지켰습니다.
  그가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기를 몇 년, 그러나 끝내 제자들은 오지 못했습니다. 시간이 지속되자 마을 사원에서 더 이상 린포체를 받아 줄 수 없다며 내보냈고, 스승은 그를 데려와 조그만 집에서 보살피게 되었습니다. 남들은 커다란 사원에서 지내는데 왜 우리만 다르게 사는지 물어보는 린포체의 질문에 스승은 차마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그가 마을 사원에서 쫓겨난 것을 마침내 스스로 이해하게 되었을 때, 또 마을 사람들이 제자들이 찾아오지 않는 그를 두고 ‘사기꾼’, ‘가짜 린포체’라며 수군거리며 욕하는 걸 들었을 때, 린포체는 자신이 이도 저도 소속되지 못한 채 버림받았다고 말했습니다. 그를 의심하는 눈초리가 많아질수록 린포체는 사소한 일에도 예민해져 갔고, 불안해하던 아이에게 배움을 멈추면 안 된다는 스승의 말에 결국 꾹 참아 온 감정을 표출하고 맙니다. 스승이 그런 린포체의 마음을 품으며 했던 말이 있습니다.


“남들이 ‘먼지 구덩이에서 뒹구는 린포체’라고 수군거려도 언젠가 그의 사원으로 갈 수 있게 제가 그 길을 만들어 줄 겁니다.”
 

▲ 영화 <다시 태어나도 우리> 메인 예고편 캡쳐



  다행히 다른 승려가 린포체의 교육을 맡아줄 수 있었고, 스승은 티베트로 가는 여비를 마련하기 위해 집을 떠나 환자들을 치료하기로 합니다. 둘은 잠시 떨어져야 했기에 갑작스러운 헤어짐을 린포체는 견디기 힘들어했습니다. 스승은 서럽게 우는 린포체를 안으며 언제나 모든 순간을 잘 참고 견디어 달라고 말합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인내의 시간이 흐르고 어느덧 린포체가 12살이 되었습니다. 그의 교육을 맡았던 승려가 말했습니다.
  “우리는 당신과 달리 그저 수도승일 뿐이에요. 그래서 당신은 그 수준에 맞는 사랑과 연민, 그뿐 아니라 린포체만의 교육이 꼭 필요해요. 이곳을 떠날 생각도 하셔야 합니다. 더 좋은 교육을 원한다면요.”
  이 말은 스승에게 많은 생각을 들게 했습니다.
  “린포체께서 성장하시면 그의 전생처럼 살아가시겠죠. 하지만 티베트는 중국의 침략으로 많은 살생이 있는 곳이죠. 그래서 저는 두렵기만 합니다. 어떻게 용기를 내야 할지 모르겠어요.”
  여태까지 스승은 언제나 린포체를 달래고 격려하고 지지하는 굳건한 모습만 보여주었습니다. 그러나 어떻게 용기를 내야 할지 모르겠다고 두려워하는 그의 이면은 아이 앞에서는 숨겨야만 했던 모습이었습니다. 수없이 많은 생각을 하고 다른 길도 고민했을 겁니다. 그런데도 진정 린포체를 위한 길이 무엇인지 알기에 마음을 다잡고 린포체와 함께 약 3,000km에 이르는 긴 여정을 떠나게 됩니다.
  계속 길을 걷고 운 좋게 차를 얻어 타 가기도 하고, 힘들면 길가에 앉아 숨을 돌리고 또 걷기를 반복하며 두 달 조금 넘은 시간 끝에 국경 근처까지 다다르게 됩니다. 산만 넘어가면 캄에 갈 수 있다고 말하며 설렘을 안고 인근 마을로 갔으나 마을 가게 주인은 국경을 넘어가려는 두 사람을 만류합니다. 티베트가 고향인 자신도 갈 수가 없는데 당신들이 국경을 넘어간다면 분명 중국 경찰들에 붙잡히게 될 거라고 했습니다.
  결국 둘은 국경을 넘지 않는 대신 캄의 모습을 눈에 담기 위해서 산을 오릅니다. 산은 서로 끌어당겨 주며 걸어가야 할 정도로 눈이 가득 쌓여 있었습니다. 두 사람은 힘을 내어 정상 가까이 다다릅니다. 거센 눈보라에 앞은 전혀 보이지 않았지만, 스승은 가방에서 나팔을 꺼내 캄의 스님들에게 닿도록 불어달라고 합니다. 나팔을 건네받은 린포체는 저 멀리 있는 제자들에게 닿기를 간절히 바라며 최대한 크게 불었습니다.
  이후 2개월 동안의 여정은 티베트 접경지인 ‘시킴’ 사원에서 린포체의 상황을 듣고 그를 받아주겠다는 소식을 전하며 끝이 납니다. 사원에 도착한 린포체는 스승의 손을 잡으며 조금만 더 머물러 달라고 합니다. 하지만 스승은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것이라고 대답하고는 말이 없어진 린포체에게 눈싸움하자고 말합니다. 주변을 돌아보며 눈이 없는데 어떻게 눈싸움을 하느냐는 린포체의 물음에 여기 많이 있다고 말하며 라다크에서 놀던 것처럼 허공에 눈을 던지고 피하며 한참을 웃다가 스승이 주저앉아버립니다.


▲ 영화 <다시 태어나도 우리> 메인 예고편 캡쳐



  고개를 숙이고 일어서지 못한 채 스승은 눈물을 떨구며 말합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행복했었잖아요. 그래서 고마웠어요. 미안하지만 저는 돌아가야만 합니다. 여기서 열심히 살아가셔야 해요.”
  린포체와 웃으며 헤어지고 싶었지만, 실은 스승도 헤어짐을 견딜 수 없었던 것이었죠. 덩달아 울음이 터져 버린 린포체를 껴안으며
  “누구보다 훌륭한 분이 될 거예요. 다른 린포체처럼 당신도, 당신의 사원을 찾아갈 거라는 걸 저는 믿고 있어요. 린포체, 자신을 믿으세요”라고 말합니다.
  린포체는 스승에게 약속합니다.


“15년 후에는 제가 공부를 다 마치겠죠.”
“저는 늙어서 아기처럼 되어 있을 텐데요.”
“스승님은 제가 모실 겁니다. 상상만 해도 행복해지네요.”


  사원에서의 린포체와 라다크로 돌아가는 스승의 모습을 비추며 영화는 끝이 납니다. 두 사람을 가장 가까이에서 8년간 촬영한 감독의 인터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두 사람이 셀 수 없이 자주 눈싸움을 했거든요. 그런데 앙뚜(린포체)가 모르는 게 있어요. 라다크의 눈이 잘 안 뭉쳐져요. 앙뚜는 대충 집어서 던지는데, 우르갼(스승)은 맨손으로 꽁꽁 뭉쳐서 앙뚜 곁으로 부서지지 않게 살짝 던져놔요. 그러면 앙뚜는 스승이 자신을 못 맞힌 걸로 착각하고, 그걸 주워서 다시 던지죠. 나중에 촬영본을 보다 이걸 발견하고 한참 울었어요. 저 또한 부모님이나 할아버지께 작지만 큰 사랑을 받았을 텐데, 잊어버리고 살았던 것 같아서요.”


  다른 린포체와 비교하며 자신은 사원이 없다고 말하는 아이가 마치 다른 도인들의 수도와 비교하며 좌절했던 제 모습과 겹쳐 보였습니다. 불쑥불쑥 찾아온 조급함에 어쩔 줄 몰라 하던 모습도 저와 다를 게 없다고 여겨졌습니다. 그래서 영화 보는 내내 그가 어떻게 난관을 극복하는지에 집중했습니다. 힘든 시련을 당당하게 극복하는 모습을 보면 나도 용기를 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이었습니다. 그러나 영화의 후반부에 린포체가 한 말은 제 생각을 강하게 비틀어주었습니다. 


“스승님과 함께 오지 못했다면 저는 여기까지 못 왔을 거예요. 정말이요”
“당신을 돕는 게 제 삶이죠”
“스승님과 있으면 늘 좋았어요”
“그럼 계속 모셔야겠네요”


  이렇게 말하는 그의 진심에 나는 선각분들께 마지막으로 감사함을 느낀 게 언제였는지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극복의 기준을 ‘나’로만 초점을 두어 누군가의 도움은 완전하지 못한 극복으로 치부한 저를 반성했습니다. 마치 유아기를 막 벗어난 아이가 ‘나는 혼자서도 잘할 수 있고, 부모의 도움은 이미 졸업했다’라고 주장하는 모습 같았습니다. 선후각의 관계, 연운에 대해 다시금 새길 필요성을 느꼈고, 회보에 실린 도전님 훈시 말씀을 보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가르치고 배우는 과정에 있으니 서로 벽없이 단합하여 나아가야 하며, 서로 배우고 서로 가르쳐 나갈 때, 우리가 이루고자 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습니다.


  ‘서로’를 강조하셨습니다. 서로 나아가고 서로 배우고 서로 가르쳐 나갈 때 이루고자 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말씀하신 겁니다. 이를 모른 채 저는 혼자서도 잘 극복하는 수도가 이상적인 수도라는 나만의 잣대를 들이밀며 목적을 달성하고자 아등바등한 것입니다. 먼 옛날 도통을 원하던 사람들은 면벽 수행이나 폭포수 아래에서 홀로 수도를 해왔습니다. 그러나 우리 도는 연운체계가 존재하고 함께 더불어 가는 것임을 잊지 않는다면 나의 부족함을 탓하지도 불안해할 필요도 없이 오직 고마운 마음과 위하는 마음으로 수도할 수 있다는 걸 되새기게 되었습니다. 이걸 깨닫기까지 많이 돌아왔지만, 제 손을 놓지 않고 이끌어 주고 기다려주신 선각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관련글 더보기 인쇄

Copyright (C) 2009 DAESOONJINRIHOE All Rights Reserved.
경기도 여주시 강천면 강천로 882 대순진리회 교무부 tel : 031-887-9301 mail : gyomubu@daesoon.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