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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있는 풍경 : 자신을 고집하는 습관

자신을 고집하는 습관



교무부 윤미정




  우리의 일상을 들여다보면 무의식적으로 말하고 행동하는 경우가 많다. 즉 많은 사람이 습관적으로 언행을 할 때가 많다는 것이다. 이 언행 중에는 소소하게 자기를 고집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도덕적으로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면 잘못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고쳐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때가 대부분이다. 이와 관련해 아주 흔한 일임에도 청사진처럼 각인되었던 후각과 관련된 일화가 있어 소개해보고자 한다.
  언젠가 내수 후각과 대화를 나누다가 부모님의 안부를 물은 적이 있다. 후각의 부친은 한때 재력가였으나 사업에 실패한 후, 집에서 소일(消日)하시고 모친이 직장을 다니며 살림까지 도맡아 하시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부모님 간에 종종 불화가 있다고 했다. 최근에도 구김이 덜하도록 빨래를 탁탁 털어서 널어 달라는 어머니의 여러 차례 부탁을 아버지가 듣지 않고 그냥 널어 갈등을 빚었다고 했다. 고생하는 어머니의 요청을 왜 들어주지 않는지 이해되지 않아 아버지께 여쭤보았는데 아버지는 그렇게 하기 귀찮아서 그랬다고 했다.
  대화를 나누고 몇 년 뒤 후각이 이런 아버지의 모습을 떠오르게 한 일이 있었다며 자신의 경험담을 말했다. 후각은 남편으로부터 안전이 중요하기에 운전할 때 시시콜콜 관여하지 말아 달라는 요청을 몇 차례 받았지만 흘려들었고 마지막으로 요청받았을 때 주의가 필요해서 관여하는 것이라고 응대했다. 남편은 주의해야 할 상황에서 말하는 것이야 이해하지만, 사소한 것까지 간섭하는 것은 물론, 때론 화난 어투로 말하니 운행에 방해되고 기분도 좋지 않다고 말했다. 후각은 남편의 말이 합당하다고 여겼지만, 남편에게 잔소리라 생각지 말고 조언으로 받아들이면 되지 않냐고 우기면서도 한편으로는 자신이 옹색한 변명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합당하다고 여겨지는 남편의 의견을 선뜻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유를 생각해보았는데 자기 잘못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고 습관처럼 해오던 잔소리를 절제하는 것이 싫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자기 내면을 들여다본 후각은 자신의 방식을 고집하는 습관적인 언행이 자신만 옳다고 하는 독선과 자신의 편리, 욕구만을 생각하는 이기심에 뿌리 두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그리고 이것이 사심이며 그 사심을 없애지 않으면 타인을 이해하고 존중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되어 무자기(無自欺)의 수도가 중요함을 깨달았다. 이후 남편에게 잔소리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이 일화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흔히 경험할 수 있는 이야기로 무의식적으로 하는 언행과 무자기의 수도를 돌아볼 수 있게 한다. 여기서 후각과 그 부친이 불편함을 호소하는 배우자의 요청을 순순히 받아들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지만 그들은 자신의 방식과 습관을 고수하며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하고 갈등을 빚었다. 다행히 후각은 마음을 고쳐 갈등을 해소할 수 있었다. 이처럼 사람은 누구나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상대방의 말이 타당한지 아닌지를 살피지도 않거나 살펴서 타당하더라도 자신의 방식을 끝내 고집하곤 한다.
  고집은 ‘자기 의견을 바꾸거나 고치지 않고 굳게 지켜서 우기는 것’을 말한다. 옛사람들은 택선고집(擇善固執: 선을 택해 굳게 잡음)이라 하여 옳은 것에 대한 고집을 좋은 의미로 사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요즘은 고집이 독선과 이기심의 대명사로 주로 사용된다. 후각과 그 부친에게서 보이듯, 귀찮거나 잘못을 인정하고 싶지 않고 자신의 욕구 충족 등을 위해 자신을 고집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주목할 점은 이러한 고집이 습관화되는 경우다. 습관은 ‘오랫동안 되풀이하여 몸에 익은 채로 굳어진 개인적 행동’으로 무의식적이고 자동으로 나오는 행동이라 할 수 있다. 자신을 고집하는 것이 습관이 되면 잘못된 행동이 자신도 모르게 저절로 나오게 된다. 또한 굳어진 습관은 고치기도 어렵다. 인간의 뇌가 양심에 기초한 도덕적이고 합리적인 선택을 하기보다는 그저 평소에 유지했던 익숙한 상태를 지키려고 하는 성향을 보일 때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이런 뇌의 속성은 원시인에게서 비롯되었는데 어떻게 하면 살아남을 수 있을지 고민하던 원시인의 뇌는 ‘이렇게 하면 적어도 죽지는 않는다’라고 믿고 웬만하면 해오던 것을 바꾸지 않고 불확실하면서 새로운 것은 죽음과 직결될 수도 있기에 이를 잘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 이렇게 우리의 뇌는 새로운 것보다는 익숙한 것을 선택하는 성향이 남아 있다.01  자신을 고집하는 습관은 생존을 먼저 생각하는 이
런 뇌의 성향에 자신의 사욕이나 사심이 더해져 타인으로부터 잘못되었다고 지적받아도 그것을 고치기보다는 유지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이렇다 보니 시비를 명확하게 논하기 어려운 상황에선 자신을 바꾸려고 하기보다는 오히려 상대방에게 이해와 양보를 요구하고 불화와 갈등의 원인에 대한 책임을 전가하기 쉽다. 위 일화도 보는 관점에 따라 후각의 모친과 남편이 그들의 입장을 고집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고 그들이 배우자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면 되지 않냐고 할 수도 있다. 후각이 남편에게 자신의 잔소리를 조언으로 받아들이면 되지 않냐고 한 것처럼 말이다. 이런 애매한 상황에서 자신의 고집이 사심이라는 것을 알게 될지라도 이 정도쯤이야 하는 생각으로 마음을 속이며 고집하는 것이 수도에 큰 지장을 주지 않을 것으로 여기곤 한다. 하지만 크든 작든 이것은 사심에 의한 것으로 무자기의 수도에 방해가 된다.
  『전경』에서 무자기의 의미는 상제님께서 “천리의 극진함이 털끝만 한 인욕의 사가 없나니라”(행록 2장 17절)라고 하신 말씀에서 찾을 수 있다. 여기서 털끝만 한 인욕의 사가 없는 상태를 무자기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무자기의 수도는 사심에 치우친 자신을 없애는 것이다. 아무리 소소한 것일지라도 그것이 자신의 이기심에서 나온 것이라면 무자기는 실현될 수 없을 것이다. 또 사욕과 이기심이 있는 이상 자신을 우선하므로 남을 잘되게 하는 것은 고사하고 불화와 갈등을 피할 수 없어 해원상생의 실천이 어렵게 된다.
  한 사람의 인격이나 일과(日課)의 대부분은 습관으로 이루어진다. 양심과 사심에 기초한 습관이 각각 있지만, 사심에 기인하는 습관 중에는 소소한 인간의 욕구,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자신을 고집하는 언행들이 있다. 이는 도덕이나 관습, 규범 등의 기준으로도 그 옳고 그름을 명확히 판단하기 어려울 수 있다. 또 그르다고 판단할지라도 사람이 불완전하고 미성숙한 존재라는 이유로 합리화되고 허용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로써 불화가 생길 뿐만 아니라 자신의 사심도 커질 우려가 있으므로 무자기를 실천하는 수도인으로 이런 여지를 두지 않고 엄밀하게 수도할 필요가 있다. 아무리 사소한 일일지라도 자신과 상대방의 의견이나 언행이 충돌할 때 자신의 고집을 잠시 내려놓고, 상대의 주장이 합리적이라면 이를 수용하는 자세가 무자기로 나아가는 하나의 좋은 길일 것이다.






01 박용철, 『감정은 습관이다』 (서울: 유노컨텐츠, 2023), p.22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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