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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155년(2025)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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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광장 : 당신 꽃 필 무렵

당신 꽃 필 무렵

 

 

교무부 주소연

 


길화개길실 흉화개흉실(吉花開吉實 凶花開凶實) (행록 5장 38절)
악장제거 무비초 호취간래 총시화(惡將除去無非草 好取看來總是花) (교법 1장 11절)

 

  위두 구절은 상제님께서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가르침을 꽃에 비유하여 일러주신 것이다. 예로부터 꽃은 인간의 존재와 삶을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소재로 많이 활용되었다. 이때 꽃에 대한 표현은 관찰자의 다양한 문화적 배경이나 사회적 경험에 따라 여러 상징적인 의미를 담게 된다. 상제님께서 꽃의 비유를 통해 우리 도인들에게 어떤 가르침을 주시려고 한 것인지 생각해 보면서 그와 관련한 꽃의 상징적 의미를 살펴보고자 한다.
  일반적으로 꽃의 상징성은 꽃의 생태적인 특징에서 비유하는 일차적 상징성이 인간 삶에 대한 의미와 사회적 성장, 내면적 성숙 등에 대한 이차적 상징성으로 확대된다. 꽃의 생태적 특징에 따른 상징성은 생명의 보편적인 자연현상과 관련이 있다. 꽃의 한자인 花(화)는 한 송이 꽃의 모습을 본뜬 상형문자로 풀[艸]이 꽃봉오리를 맺어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化]한다는 뜻이 있다. 풀이 꽃을 맺는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풀이 자라 꽃을 피우면 꽃을 통해 또 다른 생명을 탄생시키기 때문이다. 꽃의 암술과 수술의 수정을 통해 꽃 안에 있는 씨방에서 씨가 자라고, 씨가 커지면 꽃이 떨어지면서 열매가 나온다. 이처럼 꽃은 번식이라는 생명 본연의 행위를 상징하고 씨앗-풀-꽃으로 생명이 성장하며 확장하는 자연현상을 나타낸다.
  꽃이 방사형으로 피어나는 모습은 우주적인 에너지가 확장하는 원심운동을 보여준다. 이는 태양 빛이 원형으로 방사하는 모습과 유사하다. 태양은 만물을 성장하게 하는 원동력으로서 고대인에게 신앙의 대상이었기에 태양과 비슷한 모양의 꽃을 신성시하였다.01 화려한 모양과 색으로 부풀어 나는 모습이 보여주는 생명의 원동력과 꽃이 주기적으로 피고 지며 보여주는 탄생과 소멸, 재생이라는 생명의 보편적 현상은 꽃의 생태적 속성에 신성한 의미를 부여하게 된 가장 근원적인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생장염장의 원리를 보여주는 꽃

 

  대순사상에서 꽃의 생태적 특징 즉, 씨에서 풀이 되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과정은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이 태어나 번성하는 원리인 생장염장(生長斂藏)의 현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생장염장은 상제님의 덕화로 모든 존재가 태어나 자라고 성숙하고 결실하게 되고 만사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우주적 원리이자 상제님께서 모든 일을 다스리시는 원리로서02 이는 인간 개개인의 삶뿐만 아니라 인류 역사의 전개에도 적용된다.


 
  그런데 생장염장의 원리가 자연의 원리에서 더 나아가 인간이 도덕적으로 잘 살아야 한다는 당위성을 주는 것은 태어나 성장하고 성숙하는 과정에 따라 ‘결실을 거둔다’라는 부분일 것이다. 인간이 태어난 것은 천지가 쓰고자 하는 목적에 있는데03 인간의 삶은 그 목적을 다하기 위해서 도덕적으로 성숙해 가는 과정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인간의 성숙과 완성은 천지의 이치에 따르는 삶, 즉 도덕적으로 완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한 인간의 성숙 과정은 흔히 곡물이 결실해서 추수되는 과정에 비유한다. 결실이 이루어지는 가을의 추수에서 좋은 열매는 거두어 저장하지만, 썩은 열매는 버려진다. 이처럼 인간의 성숙을 자연의 식물이나 농작물과 관련한 비유로 설명하는 것은 인간의 존재가 인간으로서 성숙하여 결실하는 목적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길화개길실 흉화개흉실’은 꽃의 개화와 결실을 통해 인간의 도덕적 성숙과 완성에 대한 가르침을 주고 있다. 좋은 꽃은 좋은 열매를 맺고 흉한 꽃은 흉한 열매를 맺는다고 할 때 꽃은 인간을 가리키며 꽃의 길함이나 흉함은 인간의 됨됨이 즉 인격의 도덕적 성숙 여부를 가리킨다고 할 수 있다. 흉한 꽃을 피워 흉한 결실을 맺는다면 하늘이 쓰고자 할 때 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인간으로서 그 목적을 다하지 못한 것이므로 거두어 저장할 결실이 아니게 된다. 여기서 우리는 좋은 꽃을 피우기 위해 도덕적 삶을 살아야 한다는 당위성을 볼 수 있다. 이러한 꽃의 상징성은 꽃의 생태적 속성에 따른 일차적 상징성에 인간의 존재와 성숙에 대한 가치적 의미를 부여하는 이차적 상징성을 갖는다.
  꽃이 인간이 살아온 과정의 성숙이나 결실을 나타내는 상징은 우리 사회에서 꽃이 졸업이나 결혼처럼 삶의 한 과정을 넘어가는 일종의 통과의례를 축하할 때 사용되는 것에서 볼 수 있다.04 또한 인생의 결실로서의 꽃을 나타내는 상징은 문학적 표현에서도 나타난다. 시인 서정주의 「국화 옆에서」라는 시에서
“봄부터 울어대는 소쩍새의 슬픈 울음도, 먹구름 속에서 울던 천둥소리도, 차가운 가을의 무서리도 모두가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서”라고 하였는데 여기서 한 송이의 국화꽃은 오랜 고난을 견뎌내고 마침내 이른 완숙한 경지를 상징한다.05
  ‘길화개길실 흉화개흉실’에서는 꽃의 개화와 결실을 인간의 총체적 삶의 성숙과 결실로 본다면, 피어난 꽃의 좋거나 흉한 상태에 따른 좋고 나쁜 결실로써 인간의 완성 여부가 나타난다고 할 수 있다. 도인에게 길한 꽃을 피우고 길한 결실을 맺는다는 것은 상제님의 대순진리에 따라 수도를 하여 천지가 인간을 낳은 목적 즉, 하늘의 일에 쓰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도통에 도달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인간이라는 같은 씨앗으로 이 세상에 태어났지만 어떻게 살았느냐에 따라 다른 꽃을 피우고 다른 결실을 맺게 된다. 꽃을 피우는 과정은 쉽지만은 않기에 각자의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같은 조건의 환경이라도 어떤 씨앗은 풀에서 비바람과 같은 시련을 이기지 못해 꽃을 피우지 못할 수도 있고, 꽃을 피우더라도 아름다운 꽃이 아닌 흉한 꽃이 될 수도 있다.

 

 


좋은 꽃을 피우기 위한 방법

 

  우리가 어떻게 하면 길한 꽃을 피울 수 있을까에 대한 방법을 또 다른 꽃의 상징으로 설명한 것이 두 번째 구절이라고 할 수 있다. 교법 1장 11절의 “악장제거 무비초 호취간래 총시화(惡將除去無非草 好取看來總是花)”는 ‘미워하여 장차 없애려고 바라보면 풀이 아닌 것이 없고, 좋아하여 취하려고 바라보면 모두가 꽃이다’라는 뜻이 담겨 있다. 마음가짐에 따라 같은 대상이라도 그것을 대하는 인식에 차이가 있게 되며, 그에 따라 그것을 대하는 태도와 행동에 차이가 생기게 된다. 여기서 풀과 꽃은 자신의 마음이 투영된 사람에 대한 비유이다. 즉 같은 사람이지만 어떤 마음으로 보느냐에 따라 무의미한 존재인 풀이 될 수도 있고 아름답고 고귀한 존재인 꽃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아름답다는 것은 꽃의 외양만이 아니라 꽃의 생태적 속성에 나타나는 우주적 원리와 관련이 있다. 사람을 꽃에 비유하여 아름답다고 하는 것 또한 사람이 우주의 원리, 즉 천지의 이치에 동참하는 ‘의미 있는 존재’로서 아름답다는 의미가 있을 것이다. 『전경』에 “사람이 없으면 천지도 없으므로 천지가 사람을 낳고 쓴다.”06라고 하였듯이 인간은 천지의 이치를 알고 이를 실천하는 중요한 목적과 의미를 지닌 존재이다. 그래서 상제님께서는 인간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의미로 인존(人尊)에 대해 말씀하셨다.07 인간은 조상 선령신이 공을 들여 천지로부터 어렵게 태어난 존재이므로 서로 높여주고, 잘 되게 하고, 은혜를 입었으면 보은해야 한다. 우리가 상대를 꽃으로 대한다는 것은 인존으로서 존중하고 귀하게 대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사람을 귀하게 대하는 태도는 또한 언덕(言德)과 관련이 있다. 상제님께서는 “말은 마음의 외침이고 행실은 마음의 자취로다. 남을 잘 말하면 덕이 되어 잘 되고 그 남은 덕이 밀려서 점점 큰 복이 되어 내 몸에 이르나 남을 헐뜯는 말은 그에게 해가 되고 남은 해가 밀려서 점점 큰 화가 되어 내 몸에 이르나니라.” (교법 1장 11절)라고 하셨다. 말은 나의 마음을 전하는 것이므로 말을 통해 남을 잘 되게 하는 덕을 이루면 그것이 나에게 더 큰 복으로 돌아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상대를 꽃처럼 소중하게 바라보는 인식과 마음가짐에 따라 나의 말과 행동이 남을 존중하고 잘 되게 하는 덕이 될 수 있다. 남을 위한 덕 있는 말과 행동이 곧 윤리적인 실천이고 이것이 꽃의 아름다움이 내포하는 인격적 성숙의 경지를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상대를 귀하게 대우할 때 그 덕이 나에게도 미치고 점점 더 큰 복이 된다. 이를 꽃에 비유하면 상대를 꽃처럼 대하면 나의 꽃은 더 풍성하게 피어나고 그 결실도 더욱 실해질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좋은 꽃을 피워 도통의 목적을 완성하는 수도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남을 꽃처럼 귀하게 대하는 마음과 행동을 실천하는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남을 함부로 대하는 것은 상대방을 꽃이 아닌 베어버릴 풀로 보는 것이고, 이는 결국 자기 자신을 해롭게 하는 것이자 흉한 꽃이 되는 길이며 흉한 결실을 보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꽃 피우기 과정은 도덕적 성숙을 통한 인생 전체의 결실을 향한 것이다. 하지만 삶의 과정에서 우리는 언제나 새로운 꽃을 피워나갈 수 있다. 특히 도인은 입도하면서 새로운 꽃 피우기 과정을 시작했다고 할 수 있다. 김춘수의 「꽃」에서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라고 하였다. 삶의 목적을 찾지 못해 의미 없이 방황하던 내가 상제님의 부름에 따라 선각을 만나 의미 있는 꽃이 된 것이 아닐까.
  이제 우리는 그 꽃을 피우는 과정에 있다. 하지만 꽃은 나 혼자 피우는 것이 아니라 나와 관계하는 모든 상대방을 꽃처럼 귀하게 여기는 상생의 관계 속에서 길한 꽃을 피울 수 있게 된다. 상제님의 덕화로 수도를 하는 과정에서 어떤 꽃이 되고 어떤 열매를 맺을지는 서로를 잘 되게 하는 노력으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우리의 꽃이 활짝 필 무렵 세상 또한 화평한 상생의 미래가 아름다운 꽃밭으로 펼쳐져 있지 않을까.

 

 

 


 01 박명희, 「한국 무교 의례에 나타난 꽃의 의미와 상징성에 대한 연구」, 『한국화예디자인학연구』 (2004), p.51; 고대 서양에서는 태양 숭배가 많이 나타났는데 기원전 16세기부터 이집트에서 사용된 연꽃 문양은 태양을 상징하였다. 박용숙, 『한국미술의 기원』 (서울: 도서출판 예경, 1990), p.47.
02 교법 3장 27절, “나는 생ㆍ장ㆍ염ㆍ장(生長斂藏)의 사의(四義)를 쓰나니 이것이 곧 무위이화(無爲而化)니라.”
03 교법 3장 47절, “然無人無天地 故天地生人 用人.”
04 관혼상제는 아이에서 어른이 되는 성년식(冠), 남녀가 결합하여 가족을 이루는 혼례, 가족의 사망 시 치르는 상례, 돌아가신 조상을 모시는 제례이다. 인간은 인생의 큰 변화의 시기에 육체적 정신적 혼란을 겪게 되는데, 의례는 그러한 변화를 사회적으로 인정하고 그 변화를 잘 겪어 넘어갈 수 있게 도와주는 기능을 한다. 이러한 의례에서 꽃을 당사자에게 주거나 의례 장소를 꽃으로 장식하는 것은 성장의 변화를 맞이하거나 인생의 결실을 얻은 것을 축하하고 앞으로 이어질 삶을 축원하는 의미가 있다. 표인주, 「민속에 나타난 꽃의 기호적 의미와 변화」, 『호남문화연구』 62 (2017), pp.469~471.
05 「국화 옆에서」,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06 교법 3장 47절, “然無人無天地 故天地生人 用人.”
07 교법 2장 56절, “천존과 지존보다 인존이 크니 이제는 인존시대라. 마음을 부지런히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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