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을 버리고 덕을 실현한 신선,조국구
출판팀 한상덕
북송 개국공신의 후예로 태어나다
조국구(曹國舅)는 이름이 우(友)이고 자는 경휴(景休)다. 그는 북송의 무장이자 개국공신이었던 조빈(曹彬)의 둘째 아들인 조기(曹玘)의 장자다. 훗날 조기는 송 인종(仁宗, 1010~1063)에 의해 오왕(吳王)으로 추대되었고, 그의 딸 조씨는 인종의 두 번째 황후로 책봉되었다. 이로부터 조황후의 첫째 동생이었던 조우는 조국구라 불리었다. 조국구의 ‘국구(國舅)’는 황제의 외척(外戚)을 나타내는 호칭이다. 그는 타고난 자질이 순수하고 선하며, 부귀를 멀리하고 마음이 맑고 깨끗했다. 「팔선도」에서 그의 형상은 관포에 옥대와 조화(朝靴: 임금과 신하가 조회 때 신던 목이 긴 신발)를 갖추고 두 개의 단향운양판(檀香雲陽板)을 들고 있다. 단향운양판은 조국구의 법보(法寶: 도교 신화에서 나오는 요귀를 제압할 수 있는 신기한 보물)로 홀판(笏板)의 일종이다. 홀판은 중국에서 대신이 입조할 때 조복에 갖추어 손에 들었던 조금 휘어진 형태의 판자이다. 문무 대신이 임금에게 하고자 하는 말을 적거나 임금에게서 받은 명을 적기도 하는 등 일종의 신분을 규정하는 지위의 상징이었다. 따라서 조국구는 팔선 중 귀족을 대표하는 인물이라 할 수 있다. 이렇듯 높은 황족 신분이었던 조국구는 어떻게 신선의 반열에 올랐을까?
동생의 잘못을 속죄하며 입산수도하다
.jpg) 그에게는 조이(曹二)라는 동생이 하나 있었는데, 황실의 위세를 빌려 백성의 토지와 재산을 빼앗거나 부녀자를 유린하고 사람을 죽이는 등 독선적이고 부도덕한 인물이었다. 조국구는 동생을 여러 차례 타일렀으나 반성하기는커녕 오히려 반목하여 원수가 되었다. 그는 “천하의 이치는 선을 쌓는 자가 창성하고 악을 쌓는 자가 망하는 것이다. 이는 바꿀 수 없는 것이다. 우리 가문은 선행을 하여 음덕을 쌓아 오늘의 부귀를 누릴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조이는 너무 많은 악을 쌓고 있다. 비록 사람이 만든 법은 벗어날 수 있어도 하늘의 법망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스스로 재촉하는 종국을 생각하니 수치스러울 뿐이구나”라고 탄식하였다. 조황후가 죽고 뒤를 봐주던 세력도 약해지자, 조이는 사형을 당했고 재산은 몰수되었으며 가족들은 흩어져 멸문되었다고 한다. 조국구는 동생의 잘못에 대해 속죄하는 마음으로 집안의 재물을 가난한 사람에게 나누어주고, 아무런 미련도 없이 홀로 깊은 산속으로 들어갔다. 그는 황족 출신이었지만, 작위적인 허식을 싫어하고 부나 특권보다 수행을 귀하게 여기는 사람이었다.
종리권과 여동빈이 찾아오다
조국구가 산에 홀로 은거하면서 수행한 지 수년이 지났다. 어느 날, 두 사람이 찾아왔다. 한 사람은 머리가 둥글고 이마가 넓으며 눈이 깊고 중후한 장자(長者)의 풍모가 느껴졌고, 다른 이는 호랑이 몸체에 용의 뺨을 한 선풍도골(仙風道骨)의 인물로 무척이나 멋스러웠다. 이 두 사람이 바로 종리권과 여동빈이었다.
.jpg)
여동빈은 조국구가 진심갈력으로 수도하는 모습을 보며 “그대가 수양한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무엇을 수양하고 있는가?”라고 물었다. 조국구는 “도를 수양합니다”라고 대답했다. “도는 어디에 있는가?”라고 다시 묻자, 조국구는 하늘을 가리켰다. 여동빈은 “하늘은 어디에 있는가?”라고 묻자, 조국구는 마음을 가리켰다. 종리권이 웃으며 “마음이 곧 하늘이고 하늘이 곧 도이니, 너는 이미 도의 진의를 깨달았구나”라고 말했다. 두 신선은 그에게 영생과 불멸에 관한 비밀을 담고 있는 『환진비결(還眞秘訣)』을 주며 주의 깊게 수행하라고 말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조국구는 깨달음을 얻어 마침내 신선의 반열에 오르게 되었다. 조국구는 송나라 때 태어난 인물로 팔선에 가장 마지막으로 합류한 인물이다. 그는 등선한 후에도 항상 속세에 내려와 가난하고 궁핍한 사람을 돕고, 악을 처벌하고 선을 장려하는 신선이였기에 훗날 백성들에게 존경받았다고 한다.
조국구는 황족 출신이지만 부와 권위를 벗어던지고 도를 실현한 인물이다. 그의 득도 과정을 살펴보면 “망하려는 세간살이를 아낌없이 버리고 새로운 배포를 차리라”라고 하신 상제님 말씀이 떠오른다. 이 말씀에는 낡고 망하는 기운이 있는 선천의 틀을 버리고 상생의 법리에 맞추어 살라는 ‘혁신(革新)’의 의미가 담겨있다. 조국구가 부와 권위를 내려놓고 수도하여 등선한 것과 같이 혁신은 익숙한 것으로부터의 결별에서 시작한다. 과거 늘 해오던 것만을 추구하던 낡은 생각과 가치, 관행을 버리고 혁신의 길로 나아갈 때 비로소 목적을 달성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참고문헌】 •김관종ㆍ전윤주, 『팔선열전』, 인천: 리토피아, 2015. •구보 노리타다, 『도교의 신과 신선이야기』, 이정환 옮김, 서울: 뿌리와 이파리, 2004. •사가데 요시노부, 『도교백과』, 이봉호, 최수빈, 박용철 옮김, 서울: 파라북스, 2018. •쫑자오펑, 『도교사전』, 이봉호, 신진식, 박용철 옮김, 서울: 파라북스, 20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