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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장염장(生長斂藏)의 의미
교무부 조광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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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생ㆍ장ㆍ염ㆍ장(生長斂藏)의 사의(四義)를 쓰나니 이것이 곧 무위이화(無爲而化)니라. (교법 3장 27절)
우주는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세상이자 삶의 바탕이다. 이러한 우주가 주재자이신 상제님에 의해 무위이화로 다스려지는 원리가 생장염장이다. 이는 생명체인 사람의 일생이나 국가나 그 밖의 모든 존재와 현상에도 적용해 볼 수 있다. 위 구절에서 사의는 네 가지 이치로 이해되며, 생장염장은 우주의 심오한 법칙이 함축적으로 표현된 말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생장염장은 동아시아에서 나타난 용어로서 우리 도의 원리를 설명하는 하나의 개념으로 쓰이고 있다. 따라서 동아시아와 우리 도에서 나타나는 생장염장의 의미를 살펴보고 우리의 수도에서 시사하는 바가 무엇인지 알아보고자 한다. 이전 《대순회보》에서는 무위이화를 중심으로 몇 편이 소개되었으므로01 이 글에서는 생장염장의 의미를 중심으로 서술하겠다.
동아시아에서 생장염장의 의미
동아시아에서 만물이 시간에 따라 생겨남[生]ㆍ성장함[長]ㆍ거둠[斂]ㆍ감춤[藏]의 생장염장의 변화를 겪는다는 사유는 꽤 오래전에 형성된 것이다. 이는 전국시대에서 한(漢)대 초기에 저술된 다음과 같은 문헌에서 찾을 수 있다.02
봄에는 나고[生], 여름에는 자라고[長], 가을에는 거두고[收], 겨울에는 감추니[藏], 이것이 기(氣)의 항상된 변화이며, 사람 역시 여기에 상응한다.03 『황제내경(黃帝內經)』
봄이란 것은 양기가 올라가기 시작하므로 만물이 생(生)한다. 여름이란 것은 양기가 모두 올라가므로 만물이 장[長]한다. 가을이란 것은 음기가 내려가므로 만물이 거두어진다[收]. 겨울이란 것은 음기가 모두 내려가므로 만물이 저장한다[藏]. 그런즉, 봄ㆍ여름에는 생장하고, 가을ㆍ겨울에는 거두어 저장함이 사시의 계절이다.04『관자(管子)』
하늘은 사시를 낳고 땅은 만물을 낳으니, … 고로 봄의 이치는 생겨남[生]이며 만물이 피어나고, 여름의 이치는 자람[長]이며 만물이 무성해지고, 가을의 이치는 거둠[斂]이며 만물이 충만해지고, 겨울의 이치는 감춤[藏]이며 만물이 휴식한다.05『육도(六韜)』
위 문헌들에서 『황제내경』과 『관자』에서는 생장수장(生長收藏)으로, 『육도』에서는 생장염장으로 표현되는데 수(收)와 염(斂)은 ‘거둠’이라는 동일한 의미를 지니므로 두 용어의 뜻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대체로 만물이 사시인 ‘춘하추동’에 의해 변화된다는 것을 설명하고 있으며, 봄ㆍ여름ㆍ가을ㆍ겨울에 각각 생장염장의 의미가 서로 상응하여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이 사계절은 자연계에서 끊임없이 반복되는 현상이므로 생장염장은 곧 순환 법칙임을 이해할 수 있다. 사계절의 순환 법칙은 『주역(周易)』의 「건괘(乾卦)」에도 나타나는데, 이를 “건은 원형이정이다(乾, 元亨利貞)”라고 하여 하늘의 원리인 원형이정(元亨利貞)으로 설명한다. 이에 대해 『주역』 「문언전(文言傳)」에서는 “원은 착함이 자라는 것이요, 형은 아름다움이 모인 것이요, 이는 의로움이 조화를 이룬 것이요, 정은 일의 근간이다.”06라고 정의하였다. 주자는 『주역본의(周易本義)』에서 이를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였다.
원(元)이란 만물의 시작이니, 천지의 덕이며, 이보다 앞서는 것이 없다. 그러므로 때는 봄[春]이 되고, 사람에게는 인(仁)이 되어, 모든 선한 것의 으뜸이 된다. 형(亨)이란 만물의 형통함이니, 만물이 여기에 이르면, 아름답지 않은 것이 없다. 그러므로 때는 여름(夏)이 되고, 사람에게는 예(禮)가 되어, 모든 아름다움이 모이게 된다. 이(利)란 만물의 이룸이니, 만물이 각자 마땅함을 얻어, 서로 방해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때는 가을[秋]이 되고, 사람에게는 의(義)가 되어, 그 베풂과 조화를 얻음이다. 정(貞)이란 만물의 완성이니, 실리가 갖추어져서, 각기 만족함이 있다. 그러므로 때는 겨울(冬)이 되고, 사람에게는 지(智)가 되어, 모든 일의 근간이 된다.07
위 설명에서 사계절에 맞춰서 만물이 처음 생겨나고 자라고 결실을 보는 자연스러운 과정이 원형이정과 연결되어 있고 그것이 사람에게는 인예의지라는 가치의 덕목으로 해석되어 있다. 이렇게 보면 원형이정은 자연의 질서를 뜻한다. 다시 말하면 만물이 춘하추동에 따라 ‘자라나고 성장하고 성취하고 완성한다’라는 어떠한 생명 창조의 힘과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08 또한 그것은 이 우주가 자연의 법칙으로만 이해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는 인간의 도덕적 가치가 내재해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설명을 요약하면 생장염장은 우주의 시작과 끝이 지속해서 순환하며 만물을 생성하고 변화시키는 법칙으로서 자연계에서는 사계절로 나타나며 인사에서는 인예의지로까지 적용되고 있다. 즉 생장염장은 만물이 순환하는 원리로서 천지인 삼계에 두루 작용한다는 것이다.
대순진리회에서 생장염장의 의미와 수도적 함의
그렇다면 생장염장은 대순진리회에서 어떻게 나타나고 있을까? 먼저 도전님의 훈시를 통해 생장염장의 의미를 생각해 보겠다.
우리 도가 천지도수라고 하는 것이다. 천지가 빈틈없이 짜여지는 법도이다. 우리 도가 그것이다. 말하자면 천지가 짜여지는 법도가 있어 만물이 태어나고 크고 결실한다. 그 법도가 돌아가서 만물이 생성ㆍ생존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 봄ㆍ여름ㆍ가을ㆍ겨울이 돌아가고 그 안에 절후가 있어 모든 것이 생장염장(生長斂藏)한다. 우리의 도가 이것이다. 「도전님 훈시」(1991. 6. 12)
위의 훈시를 보면 도수란 천지, 우주 자연의 짜여진 법도로 만물은 이 법도에 따라 생성ㆍ생존하는 것이다. 그리고 생장염장의 법은 만물이 생성ㆍ생존하는 자연이 순환하는 질서를 가리킨다. 따라서 생장염장은 천지도수에 따라 움직이는 우주의 순환 법칙이라 할 수 있다. 상제님께서는 천지의 주재자로서 만물이 생성ㆍ생존하는 생장염장이라는 순환의 법칙을 쓰셨던 것으로 볼 수 있다. 여기서 만물은 언제나 생장염장의 원리로 순환되고 있지만, 상극에 지배된 선천이 아닌 상생의 후천에서는 변화된 모습을 보일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상제님께서는 “선천에서는 인간 사물이 모두 상극에 지배되어 세상이 원한이 쌓이고 맺혀 삼계를 채웠으니 천지가 상도(常道)를 잃어 갖가지의 재화가 일어나고 세상은 참혹하게 되었도다.”(공사 1장 3절)라고 말씀하셨다. 이를 통해 상극의 이치가 세상을 지배하여 천ㆍ지ㆍ인(天地人) 삼계가 서로 통하지 못하여 수화풍의 삼재가 발생하고 하극상과 같은 인륜도덕의 문제가 일어났음을 알 수 있다.09 이에 관하여 도전님께서도 “지금은 주역 시대인데, 문왕 때부터 현재까지 재앙이 생기는 것은 이전에 무엇이 잘못되었기 때문이다.”라고 말씀하셨다.10 또한 “봄이 오면 여름이 오고 여름이 오면 가을이 오듯이 앞으로는 정역(正易) 시대이다. 지금은 천지개벽 이후 문왕 주역 시대인데 그 원리는 음양난잡(陰陽亂雜)이다. 앞으로의 정역 시대는 음양이 아주 순조롭게 된다. 순조로우면 만물이 화생한다. 어그러지면 난잡해지고 해원상생이 될 수 없다.”11라고 설명하셨다. 여기서 음양난잡에서 음양이 순조롭게 된다는 것은 앞으로의 정역 시대가 ‘억음존양(抑陰尊陽)’의 상극이 아닌 ‘음양합덕’의 상생의 도수로 설계된 후천을 뜻한다고 할 수 있다.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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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동서남북의 사대(四大)가 생장염장의 사의(四義)로서 인도인 인의예지의 윤리도덕으로 적용되어 있음은 이러한 상관성을 잘 보여주는 예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생장염장의 자연적 이치와 인의예지의 인륜 도덕은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인간과 자연, 인간과 사회 간의 조화로운 관계를 형성하는데 이바지하며, 사람들이 도덕규범을 바로 세울 수 있는 지침을 제시한다고 볼 수 있다. 도전님께서는 “우리가 도를 닦아나가는 데 인륜 도덕이라는 것이 강령이고 근본이다. 운수를 받는 것도 여기에, 도를 통하는 것도 여기에, 해원상생의 원리도 여기에 있다.”14라고 설명하셨다. 생장염장ㆍ원형이정이 인사에도 적용된다고 설명하였듯이 『전경』의 「운합주(運合呪)」에는 원형이정을 천지의 도[元亨利貞天地之道], 인의예지를 인신의 도[仁義禮智人神之道]로 정의한다.15 인의예지는 인성의 본질적 요소로서 인간이 마땅히 행해야 할 덕목이다. 이는 인의예지가 한 인간의 도덕적 기초를 이루는 것을 의미한다. 생장염장이 우주의 운행 법칙을 나타내는 자연의 이치라면, 인의예지는 이러한 우주 법칙이 인간 세계에서 도덕적 규범으로 구현된 것이다. 이는 천지의 도(道)와 인신의 도가 서로 상응하며, 우주의 질서가 인간의 덕성으로 발현됨을 보여준다. 이러한 상응 관계는 우주의 운행 원리가 인간의 도덕적 실천 원리로 전환된 모습이며, 해원상생의 원리에 의한 천리(天理)와 인사(人事)의 합일성을 드러내는 의미라 할 수 있다. 다음 사례인 공부에도 생장염장의 이치가 담겨 있다. 도전님께서 “이 공부가 후천 정역 도수 5만 년을 짜는 것이다. 후천 5만 년이 이것으로 그대로 돌아가는 것이다.”라고 말씀하셨다.
주문을 안 읽어서 그렇지, 지금 공부가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 도장 수호 36명이 한 반씩 닷새를 하면 초강(初降)이다. 5일마다 1후(侯)가 있고, 1후가 셋이면 1절후가 된다. 그래서 5일마다 초강이고, 초강이 셋이 모이면 합강(合降), 합강이 셋이 모이면 봉강(奉降)이 된다. 그래서 1년마다 돌아가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 도의 원체(原體)가 된다. 원칙은 1년에 한 번 돌아가야 하는데 사람이 부족하다. 1년은 360일이며 사철이 있고, 한 철은 3달 90일이다. 3개월 사철이니 12개월이고, 사철 안에 24절후가 있고, 24절후 안에 72후가 들어간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즉 생장염장(生長斂藏)의 법이 있어, 낳고 크고 열매 맺고 새로 돌아가는 것이다. 변칙ㆍ조화니 여기에 통하면 도통이다. 지금 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도전님 훈시」(1989. 5. 30)
도전님께서는 생장염장을 우주자연의 순환 원리로만 설명하신 것이 아니라 공부의 원리가 되며 우리 수도의 목적인 도통과도 연결하여 말씀하셨다. 선천의 잘못된 도수를 바로잡는 것은 상제님께서 공사로써 행하신 일이라면, 공부는 후천 정역 오만년의 도수를 상제님께서 정하신 바에 따라 짜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이유는 앞에서 언급되었던 다음의 훈시에서 찾을 수 있다. “…지금은 천지개벽 이후 문왕 주역 시대인데 그 원리는 음양난잡(陰陽亂雜)이다. 앞으로의 정역 시대는 음양이 아주 순조롭게 된다. 순조로우면 만물이 화생한다. 어그러지면 난잡해지고 해원상생이 될 수 없다.”16라는 말씀이다. 이를 통해 유추해 보면 음양이 순조롭게 되듯 공부의 원리가 되는 생장염장의 순환법칙이 온전하게 돌아가게 되면 해원상생이 실현된다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도전님께서 공부의 이치로 삼으신 생장염장의 원리에는 해원상생의 진리가 나타난다고 볼 수 있다. 이렇듯 상제님께서 주재하시는 우주 순환의 법칙인 생장염장의 사의는 천지공사를 통해 해원상생의 진리로 구현되며 수도에서 시학ㆍ시법 공부와 인륜 도덕의 원리가 된다고 볼 수 있다. 이를 이해한다면 상생(相生)의 도를 실현하고 우리의 목적인 도통의 길로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01 최정락, 「대원종: 무위이화(無爲而化)의 의미」, 《대순회보》 265호 (2023) 참고; 최치봉, 「돋보기: 무위이화에 관한 오해와 이해」, 《대순회보》 285호 (2024) 참고. 02 차선근, 「대순진리회의 시간관 연구(Ⅱ)」, 『대순사상논총』 49 (2024), p.31 참고. 03 『황제내경(黃帝內經)』, 「영추(靈樞)」, “春生, 夏長, 秋收, 冬藏, 是氣之常也, 人亦應之.” 04 『관자(管子)』, 64권, 「형세해(形勢解)」, “春者, 陽氣始上, 故萬物生. 夏者, 陽氣畢上, 故萬物長. 秋者, 陰氣始下, 故萬物收. 冬者, 陰氣畢下, 故萬物藏. 故春夏生長, 秋冬收藏, 四時之節也.” 05 『육도(六韜)』, 1권, 「문도(文韜)ㆍ수국(守國)」 “天生四時, 地生萬物, …故春道生, 萬物榮, 夏道長, 萬物成, 秋道斂, 萬物盈, 冬道藏, 萬物靜.” 06 『주역』, 「문언전(文言傳)」 “元者, 善之長也. 亨者, 嘉之會也, 利者, 義之和也. 貞者, 事之幹也.” 07 『주역본의(周易本義)』, “元者生物之始, 天地之德, 莫先於此. 故於時爲春, 於人則爲仁, 而衆善之長也. 亨者生物之通, 物至於此, 莫不嘉美. 故於時爲夏, 於人則爲禮, 而衆美之會也. 利者生物之遂, 物各得宜, 不相妨害. 故於時爲秋, 於人則爲義, 而得其分之和. 貞者生物之成, 實理具備, 隨在各足. 故於時爲冬, 於人則爲智, 而爲衆事之幹.” 08 이창일, 『주역, 인간의 법칙』, (고양: 위즈덤하우스, 2011), pp.116-117 참고. 09 예시 8절 참고; 예시 81절 참고; 교법 3장 34절 참고. 10 「도전님 훈시」(1992. 3. 18). 11 「도전님 훈시」(1991. 4. 20). 12 차선근, 「정역사상과 대순사상의 비교연구-우주론을 중심으로」, 『종교연구』 60 (2010), p.41 참고. 13 「도기ㆍ청계탑」, 대순진리회여주본부도장, http://www.daesoon.org/about/?tab-5 14 「도전님 훈시」(1991. 10. 30). 15 교운 2장 42절. 16 「도전님 훈시」(1991. 4.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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