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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너그럽게 대하라
교무부 이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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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인정(非人情)이면 불가근(不可近)”이라 마음의 정을 베풀어서 도인은 물론 비도인에게도 늘 너그럽게 대하라. (『대순지침』, 28쪽)
누군가가 나에게 너그럽게 대해주면 마음이 한결 따뜻해진다. ‘너그럽다’라는 말 속에는 푸근함과 온화함이 스며 있다. 그런데 ‘나는 너그러운 사람인가?’라는 질문을 던질 때 대답이 머뭇거리게 된다. 그 이유는 너그러움의 참뜻을 잘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인 듯하다. “늘 너그럽게 대하라”고 하신 훈시가 떠오른다. 대순사상에서 너그러움은 구체적으로 어떤 태도이며 어떻게 하면 너그러운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이를 알기 위해서 위 훈시의 의미를 곰곰이 되새김질해 본다. ‘너그러움’은 대개 마음이 넓고 여유로워 타인을 포용하는 품성을 가리킨다. 위 가르침에는 너그러움이 인정이 아니면 가까이할 수 없다는 뜻의 “비인정불가근(非人情不可近)”(교법 3장 47절)이란 성구와 함께 언급되어 있다. 이를 본다면 너그러움은 인정과 깊이 연관되어 있다. 인정(人情)은 인간이 본래 가지고 있는 정감으로서 타인을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이다. “인정이라 함은 서로 간에 떨어지기 싫어하는 마음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01라는 훈시가 있다. 이처럼 인정은 인간관계에 있어 따스함으로 서로를 가까이 묶어주는 역할을 한다. 사람에게 인정이 없으면 가까이하기가 어렵지만 인정이 있으면 친근하게 느껴져 다가가고 싶어진다. ‘마음의 정을 베풀어서 너그럽게 대하라’는 말씀에서 볼 때 타인에게 너그럽게 대하는 일은 인간의 따스한 마음인 인정을 베푸는 일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도전님께서는 도인은 물론 비도인에게도 마음의 정을 베풀라고 하셨다. 이 말씀은 마음의 정을 베풂에 있어 도인, 비도인과 같이 편을 나누지 말라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우리’라는 경계는 사람마다 다르고 같은 사람도 상황마다 다를 수 있다. 우리 가족, 우리 학교, 우리 지역, 우리 민족, 우리 국가 등의 표현은 우리 바깥의 사람을 전제로 한다. 그런데 각자가 ‘우리’라는 울타리를 치고 그 안에 머물러 문을 굳게 닫으면 경계 밖의 사람은 ‘남’이 되어 인정이 오가지 못하고 서로 소외된다. 그러므로 도인은 물론 비도인에게도 늘 너그럽게 대하라는 말씀은 인정을 베푸는 대상을 구분하지 않는 태도와 연관되어 있다. 다른 훈시에서는 너그러움이 더 나아간다. 도전님께서는 “인류의 평화는 서로 이해하고 사랑하여 인보상조(隣保相助)의 미덕으로 밉고 고움이 없이 너그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도의 무한대한 진리에 있음을 이해하라.”02고 하셨다. 이때 너그러움은 ‘밉고 고움이 없는 태도’와도 연결되어 있다. 밉고 고움이 없음은 무슨 의미일까. 문자 그대로 해석하여 미움, 고움이라는 감정을 못 느끼는 사람이 된다면 오히려 너그러움과 거리가 먼 사람이 될 수 있다. 상제님 말씀에 “원수의 원을 풀고 그를 은인과 같이 사랑하라.”(교운 1장 56절)라는 가르침이 있다. 이에 따르면 원수까지도 미워하지 않고 사랑해야 한다. 이는 “어느 사람 밉고, 어느 사람 곱고, 그런 것이 없다. 다 똑같다.”03라는 훈시와도 맥을 같이한다. 그러므로 밉고 고움이 없다는 것은 아무런 감정을 갖지 말라는 뜻이 아니라 누구나 똑같이 곱게 여기라는 의미에 가깝다. 이는 분별력이 없는 태도라기보다는 내 기준에 따라 편을 나누지 않는 태도이다. 이 말씀들을 통해 본다면 미워함이 없이 상대방을 따뜻하게 품는 사람, 바로 그런 이가 너그러운 사람일 것이다. 그렇다면 도전님께서 “비인정이면 불가근이라 마음의 정을 베풀어서 도인은 물론 비도인에게도 늘 너그럽게 대하라.” 하신 뜻은 무엇일까. 인정이 아니면 가까이할 수 없으므로 누구나 사랑하는 태도로 항상 마음의 정을 베풀라는 가르침으로 이해된다. 속뜻을 헤아려 보면 도인들이 갖추어야 할 가장 중요한 품성이 무엇인지 일깨워 주신 말씀인 것 같다. 모든 관계를 지탱하는 힘이 너그러움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어쩌면 아직 수도 중인 우리에게 미움과 호감의 감정이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건 막을 수 없다. 그래서 언제나 너그러운 사람이 되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라는 격려의 의미도 들어있는 게 아닐까.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실천하다 보면 어느새 너그러운 사람에 가까워져 있을 것이다. 우리 밖의 사람이나 미운 사람에게까지 온정을 나눌 때, 사실 가장 먼저 따뜻해지는 이는 다름 아닌 나 자신이다. 너그럽지 못한 태도는 관계에 틈을 만들어 삐걱거리는 소음이 생겨 내 마음이 어지러워진다. 반면 너그러이 받아들이는 순간 벌어진 틈은 메워지고 소음이 사라지며 마음이 맑아지고 밝아진다. 너그러워질수록 우리 마음은 덜 다치고 더 따뜻해지며, 일상의 갈등들이 점점 줄어들고 관계는 더욱 돈독해진다. 그러면 나 자신이 너그러운 사람인지 아닌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교법 1장 42절의 일화를 떠올려 본다. 박공우 종도가 아내와 다투고 구릿골을 찾아왔을 때, 상제님께서는 “성질이 너그럽지 못하여 가정에 화기를 잃으면 신명들이 비웃고 큰일을 맡기지 못할 기국이라 하여 서로 이끌고 떠나가리니 일에 뜻을 둔 자가 한시라도 어찌 감히 생각을 소홀히 하리오.”라고 꾸짖으셨다. 성질이 너그러우면 따스한 화기(和氣)가 감돌지만 너그럽지 못하면 관계가 벌어지고 다툼이 생긴다. 이때 따뜻한 온기(溫氣) 대신 차가운 냉기(冷氣)가 자리한다. 온기는 사람을 모으지만, 냉기는 신명조차 멀어지게 한다. 이를 본다면 내가 너그러운 사람이라면 누구를 만나도 온기가 돌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만나는 사람에 따라 온도 차이가 발생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도전님께서는 다음과 같이 화기를 강조하셨다. “상제님께서도 ‘도가(道家)나 일반 가정에서 화기를 잃으면 신명의 도움을 받을 수 없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모든 도인들은 서로 화목해야 합니다. 방면과 방면 사이에, 임원 상호 간에, 또한 도인 한 사람에게까지도 화기로 가득 차야 합니다.”04 이 말씀을 깊이 새겨서 상대방에 따라 마음 온도가 변하는 변온(變溫)이 아니라 누구를 만나든 늘 따뜻한 항온(恒溫)인 사람이 되도록 힘써야겠다. 세상은 점점 날카로워지고, 경쟁은 치열해지며, 관계는 조급해진다. 이런 때일수록 세류에 휩쓸리지 않고 도인다워지기 위해 도전님 말씀대로 누구에게나 인정을 베푸는 일에 마음을 내어본다. 너그러움이 머무는 곳에는 자연스레 화기가 돌고, 침묵조차 따뜻해진다. 오늘 하루만이라도 마주치는 도우들, 세상 사람들을 호불호를 따지지 말고 그저 부드럽게 품어보면 어떨까. 너그러움이 피어나는 자리에는 사람들이 미소를 머금고 모여들 것이다.
01 「도전님 훈시」 (1992. 11. 17). 02 『대순지침』, p.20. 03 「도전님 훈시」 (1993. 5. 28). 04 「도전님 훈시」, 《대순회보》 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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