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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156년(2026)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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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문예 : 천국의 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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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문예 : 산문 가작

 

천국의 계단

– 한 계단, 한 마음의 기록 –

 

 

신암11 방면 교감 임계자 

 



  음력 2월 10일 치성 날, 분위기는 유난히 고요했다. 정갈한 향 내음이 도장 안을 천천히 채웠다. 스며드는 새벽바람은 차가웠지만 마음은 오히려 온기로 물들었다. 스스로 물었다. ‘나는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누구도 대신 답해줄 수 없는 물음이었다. 1년 전 선감께서 내게 조용히 말씀하셨다. “전수를 한 번 해보는 게 어떻겠습니까?”
  일상 속 예사로운 권유가 아니었다. 어두운 방 안에서 서서히 밝아지는 작은 등불처럼 내 마음 깊은 곳을 비추며 다가왔다. 내가 어디에 있어야 하는지 물음에 대한 답이기도 했다. 그 순간 집안의 제사 문제가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종갓집 큰며느리로서 지켜야 했던 자리, 의무와 책임이라 여겼던 그 역할은 늘 나를 짓누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집안 어른들께서 뜻밖의 말씀을 건네셨다. “이제 제사는 모시지 않아도 괜찮다.” 그 한마디는 닫힌 방 안으로 스며든 햇살처럼 팽팽했던 마음을 풀어주었다. 내가 길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이미 길은 나를 향해 조용히 열리고 있었다.
  주변 사람들은 걱정했다. 나의 약한 체력을 잘 알기 때문이었다. “괜찮겠어? 거기는 마음만으로 버티는 곳이 아니라던데.” 만류가 아니라 진심 어린 염려와 사랑이었다. 코로나19로 치성에 서고 싶어도 설 수 없고, 기도하고 싶어도 몸으로 예를 갖추지 못하던 날이 있었다. 그때 깨달았다. 기도는 마음뿐만 아니라 온몸으로 정성을 다해 서는 자리라는 것을. 그래서 결심했다. 다시 그런 일이 있어도 나는 문밖에서 서성이는 사람이 아니라 끝까지 등불을 지키는 사람이 되겠다고.
  설렘과 두려움을 안고 내정에 처음 인사드리던 날, ‘떡 전수’라 하기에 떡의 온기와 손의 결을 배우리라 기대했다. 하지만 내가 맡은 첫 소임은 끝없이 이어지는 설거지였다. 마치 삶의 가장 낮은 바닥부터 다시 배우라는 가르침 같았다. 하루가 저물고 숙소로 향하는 발걸음은 천근만근 무거웠다. ‘다음 달에 내가 다시 올 수 있을까?’, ‘왜 전수하겠다고 했을까?’ 후회 섞인 한숨이 마음을 채우기도 했다.


 
  전수하면서 내정으로 향하는 계단을 수없이 오르내렸다. 한여름의 계단은 땀방울과 함께 번뇌를 털어내는 자리였고, 한겨울의 계단은 찬 바람 속에서 서원(誓願)을 단단히 세우는 자리였다. 계절은 쉼 없이 바뀌었지만, 계단은 늘 그 자리에 있었다. 변한 것은 계단이 아니라 그곳을 오르는 내 마음이었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그곳을 ‘천국의 계단’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내정의 계단에 이름을 붙여 나만의 이정표를 삼아서 내 마음이 방향을 잃지 않으려는 이유에서였다. 거친 숨을 고르고 무거운 마음을 내려놓으며 한 걸음씩 본연의 나를 찾아가는 고요한 걸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오래전 한 드라마에서 빛을 향해 천천히 걸어 올라가는 계단 장면을 보며 언젠가 나도 저런 마음으로 걷고 싶다고 바란 적이 있었다. 내게 ‘천국’은 멀리 있지 않았다.
  어느 겨울날 내정 마당에서 속절없이 넘어졌다. 통증보다 부끄러움이 먼저 찾아왔다. 그날 나는 내 마음이 바닥에 닿는 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그 낮은 자리에서 다시 일어섰다. 그날 이후 밥 한 숟가락의 무게가 달라졌다. 당연하게 여겼던 한 끼 식사가 ‘감사’가 되고 힘들게만 느껴졌던 계단 오르기가 ‘기도’가 되었다. 내게 전수는 나를 비워내는 과정이었다.
  이제 전수 2년 차의 한가운데를 걷고 있다. 여전히 숨이 차는 날이 있고 마음이 휘청이는 순간도 찾아오지만, 예전과는 다르다. 이제는 이 무거운 마음을 어디에 내려놓아야 하는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서두르지 않고 남과 비교하지 않으며 내 안의 속도를 믿고 걸어간다. 계단 한 칸을 디딜 때마다 내 마음도 조금씩 제자리를 찾아간다. 계단 한 칸에 마음도 한 뼘 깊어진다. 내가 어디서 왔는지 모른다면 어디로 가는지도 모를 것이다. 나는 지금 내가 마땅히 서야 할 자리를 향해 묵묵히 걷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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