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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146년(2016)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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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광장 : 자모지정(慈母之情)의 진심(眞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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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모지정(慈母之情)의 진심(眞心)으로
 
 

연구위원 김대현

 
  예전에 우연히 뉴스 기사를 통해 부산지방경찰청 트위터에 게시되었던 ‘치매를 앓는 엄마가 놓지 않았던 기억 하나’라는 제목의 사연을 우연히 본 적 있는데, 그 내용은 이러하다.
 
 
  남루한 행색의 할머니 한 분이 보따리 두 개를 들고 거리를 헤맵니다. 한 시간째 왔다 갔다 하고 있어 좀 이상하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서부아미파출소 경찰관들이 할머니에게 이것저것 여쭤보니 “우리 딸이 애를 낳고 병원에 있다.”고 하십니다. 그런데 할머니는 정작 자신의 이름도 딸의 이름도 기억하지 못하고 보따리만 하염없이 부둥켜안으십니다. 슬리퍼 차림의 모습에 인근 주민일 것으로 여기고 할머니 사진을 찍어 동네에 수소문 끝에 할머니를 아는 이웃이 나타납니다. 딸이 입원한 병원을 전해 들은 경찰 아저씨는 순찰차로 할머니를 병원에 모십니다. 병원에 도착한 할머니는 갓난쟁이와 함께 누운 딸에게 주섬주섬 보따리를 풀어 다 식어버린 미역국, 나물 반찬, 흰밥을 내어 놓고 그 엄마를 보는 딸의 가슴은 미어집니다. “어여 무라.” 치매를 앓는 엄마가 놓지 않았던 기억 하나. 병실은 눈물바다가 됐다고 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 어머니, 어머니의 사랑에는 이처럼 특별한 것이 있다. 그것은 생명의 저 먼 기억을 거슬러도 결코 변한 적 없고 빛바랜 적 없이 시간의 틀 밖에 있는 초월적 힘과 같다. 본능이라는 말로도 부족한 그 힘의 숭고는 치매로 온전치 못한 할머니의 의식 속에서조차 깊은 울림이 되어 나타난다.
  독일의 철학자 에리히 프롬(Erich Fromm, 1900~1980)은 그의 『사랑의 기술』에서 어머니의 사랑을 존재와 존재 간의 완전한 일체감으로부터 비롯된 것으로 생각한다. 인간 개체가 타자의 개체를 자신과 분리되지 않은 하나의 일체로 자각하는 계기 가운데 하나가 바로 어머니가 임신을 하고 태아를 뱃속에서 길러 열 달 후 출산하는 과정이다. 육체적으로 서로 분리되어 있는 인간이 타자를 자신과 일치시킨다는 것은 분명 고귀한 경험이다. 이러한 경험을 인류의 어머니들이 겪어온 것이다. 
  그 일체감은 고스란히 어머니의 갓 태어난 아이에게 전달된다. 갓난아이는 따뜻함이라는 정서적 안정과 음식이라는 신체적 충족 자체를 어머니라고 여긴다. 다시 말해, 따뜻함과 음식이라는 개별적 요소들을 분리하여 받아들이는 것이 아닌 그 모든 요소의 근원인 어머니만을 인식하는 것이다. 따라서 아기에게 어머니는 곧 따뜻함이고 음식이며 풍요와 안락의 에덴동산 그것이다.
  사랑받기 위해 아이가 지불해야 할 대가는 없다. 아기가 느끼는 완전한 풍요와 천상의 안식은 바로 어머니의 사랑이 무조건적이라는 사실에서 비롯된다. 무조건적인 것. 어머니가 갓난애를 사랑하는 것에 조건과 이유가 없음은 모자지간의 관계가 나와 타자의 구분에서 비롯되는 거래가 아님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서로의 일체감으로부터 비롯된 무조건적인 사랑이 그 둘 사이를 이어주는 유일한 관계의 끈이다. 이것이 바로 모든 인간이 갓난아이였을 때 느꼈던 그 천상의 풍요와 안식의 근원인 것이다.
  그것은 진심으로 가득한 상대에 대한 무한한 신뢰감과 그 진심으로부터 우러나는 사랑에 겨운 행복감이다. 인간은 누구나 그런 사랑을 원한다. 그리고 그것을 늘 그리워한다. 오랜 기억 속 그 품속에서 느꼈던 그것을 말이다. 반대로 생각해 보면, 하나의 개체로 성장하여 분리된 인간은 더 이상 타인으로부터 그 사랑을 요구할 수 없음을 알게 된다. 무조건적인 사랑을 베풀 수 있는 관계가 어디에나 있는 것이 아님을 아는 것이다.
  따라서, 인간은 거래를 통한 주고받음의 관계에서 한시적인 신뢰와 만족감을 얻기 마련이다. 이것이 사회적 인간관계의 안정화된 정서적 체계이다. 이 속에서 인간은 안정을 느끼면서도 늘 무조건적인 사랑의 무한한 신뢰와 안정을 그리워한다. 대가와 조건으로 주어지는 신뢰와 안정은 언젠가 와해될 수 있음을 불안해하는 것이다.
  에리히 프롬의 표현처럼 어머니는 우리를 탄생시킨 고향이고 자연이고 대지이다. 탄생과 그 근원 사이에서 오는 일체감은 무조건적 사랑이 솟아나는 마르지 않는 샘이며 인간은 그 물을 마시며 하나의 독립된 개체로 성장한다. 아이에게 어머니는 무조건적 사랑을 경험하는 처음의 대상이며, 어머니에게 아이는 무조건적인 사랑을 베푸는 첫 계기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 무조건적 사랑의 숭고함을 어머니는 삶에 대한 충실과 집착하지 않는 자세로 지속해가야 한다. 아이가 주체적인 인격으로 성장해서 독립할 수 있도록 지혜롭게 행해야 한다는 말이다. 아이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아이의 올바른 인격적 성장에 정성을 다하는 것으로 모성애는 이상적인 형태로 발전하게 되며 완성적 실현에 이른다. 이렇게 무조건적 사랑의 지속적 숭고함 속에서 성장한 아이는 어머니의 그 사랑을 자기 외부로부터 구하지 않고 자기 내면으로부터 실현하여 그 사랑을 널리 펼칠 수 있는 인격을 형성한다. 자기 내면 속에 어머니의 무조건적 사랑으로부터 오는 순수한 양심을 간직하는 것이다. 한 인간의 인격의 완성에 있어 어머니의 무조건적 사랑과 그 숭고함의 올바른 지속은 이와 같이 중요하다.
  우리 수도인은 자모지정을 말한다. 하지만, 무조건적 사랑의 일체감과 그 숭고함을 생각할 때 그 말의 진심에 다가선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임을 알게 된다. 독립된 개체로서의 인간은 보통 이기적이기 쉬우며 진정한 사랑이라고 생각했던 것도 면밀히 살펴보면 이기심의 그늘 아래 있는 경우가 많다. 어머니의 사랑이 보여준 그 본질을 생각할 때 우리는 스스로 겸허해질 필요가 있다.
  자모지정은 자식을 소유한 어머니의 위치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저 사람이 나의 자식이라면 어떻게 이끌었을까?”라는 깊은 책임감에서 오는 말이다. 내가 소중한 나의 자식을 대하는 마음으로 상대를 대한다면 나는 그와 일체감을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며, 상대가 내면으로부터 그리워해 온 무조건적 사랑의 일체감을 충족시켜주고 있다는 것이다. 진리를 이끄는 이의 이러한 자세와 책임감은 상대에 대해 가질 수 있는 깊은 진심이다. 그러한 진심은 상대로부터 깊은 신뢰와 인정을 나누는 바탕이 되며 나아가 마음을 밝히고 함께 가야 할 길을 밝히는 등불이다.
  무조건적인 사랑을 본질로 하는 어머니의 사랑으로 볼 때 자모지정은 상대에 대한 소유의 발로가 아니다. 자모지정은 곧 상대에 대해 내가 취할 수 있는 최고의 정성과 진심의 근원인 것이다. 나의 자식은 가장 소중한 존재이다. 그 소중한 이를 올바르게 이끌고자 하는 마음은 모든 어머니의 마음일 것이다. 이런 마음이야말로 도(道)를 전하는 모든 이의 마음이 되어야 하겠다.
 
 
“상호 통심정의 자모지정(慈母之情)으로 모든 도인들은 심정을 바르게 하라.”


(『대순지침』, p.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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