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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147년(2017)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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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책 : 상상력과 가스통 바슐라르

상상력과 가스통 바슐라르
 

연구원 송하명

 

 
  오늘날까지의 서구 문명은 주로 이성에 기반을 둔 객관적 사실만이 인류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합리주의적 사고방식을 중요시 하였다. 그런데 근래에 들어서 비합리적 요소로 무시되었던 상상력의 위상이 180도 달라지고 있다. 상상력이야말로 오히려 인간이 가지고 있는 가장 원초적 능력이고 소중한 능력이라는 것이다. 이성의 발달조차도 사실은 인간의 상상력 활동 위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지고 있다. 이러한 ‘상상력의 코페르니쿠스적 혁명’을 이룩한 사람이 바로 바슐라르01이다.
 『상상력과 가스통 바슐라르』의 저자이자 프랑스어학과 교수인 홍명희는 바슐라르의 철학이 오늘날 인문사회과학뿐만 아니라 현대사회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해 준다고 강조한다. 또한, 이미지와 상상력은 이제 인간의 삶에 있어서 부차적 기능이 아니라 인간의 본질을 이루는 핵심요소라 한다. 그러므로 그녀는 현대의 이미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바슐라르의 철학이 주는 지혜를 독자와 공유하고픈 마음에서 이 책을 썼다고 한다.
  바슐라르는 프랑스의 아주 작은 도시에서 구두 수선공을 가업으로 하는 집안에서 태어났다. 가정 형편 때문에 대학에 진학하지 못한 그는 전신기사 자격증을 따 우체국에 근무하며 일과 공부를 병행하는 초극의 길을 걷는다. 그의 불행은 1914년 일어난 제1차 세계대전부터 시작된다. 결혼하자마자 전쟁이 터지고 전선에서 근무할 때 부인은 중병에 걸린다. 그가 전쟁에서 살아나오자마자, 병약했던 그의 아내는 7개월밖에 되지 않은 딸아이를 남겨놓고 세상을 뜨고 만다. 아내를 떠나보낸 그에게 어린 딸은 유일한 버팀목이었다. 그는 부인을 잃은 슬픔을 극복하고자 더욱더 학문에 열중하였다. 이러한 불행 가운데서도 철학 학사 학위와 철학교수 자격까지 획득하는 등 그의 학문에 대한 열정은 식을 줄 몰랐다.
  그는 『불의 정신분석』02을 집필하면서 인간의 삶에는 객관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요소들이 있고, 그것들은 자생적인 생명력을 가지고 있으며, 항상 인간의 내면에서 새로운 에너지로 작용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때부터 그는 이미지와 상상력은 인간의 정신활동에 있어서 하나의 오류가 아니라, ‘주관적 가치체계(감성적 비합리성)’이고 이 주관적 가치체계야말로 인간 정신의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스스로 객관적 인식(과학적 합리성)을 방해하는 방해물이라고 이름 붙였던 ‘주관성의 오류’에 오히려 매혹당한 것이다. 이때부터 그의 연구 목표는 180도 달라져서 이미지와 상상력의 ‘긍정적 가치’에 대한 탐구로 변모하게 된다.
  본격적인 이미지 연구에 들어선 바슐라르는 곧 특이한 사실을 발견한다. 그것은 우리의 상상력이 특정한 경우에 매우 유사한 이미지들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그것을 바슐라르는 문화 콤플렉스라고 불렀다. 문화 콤플렉스란 상상력의 콤플렉스란 뜻이다. 이것은 상상력의 모자람을 한탄하는 열등감이 아니라 문화적으로 습득한 정보가 만들어내는 연상작용을 말한다. 상상하는 주체가 떠올리는 ‘영감’ 또는 신선한 ‘아이디어’를 가리켜 우리는 자기 자신이 창조한 고유한 이미지나 상상력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실은 그것이 어렸을 때부터 보았던 이미지나 교육, 그리고 자신이 겪은 경험으로 구성된 정보가 만들어 내는 ‘연상작용’의 결과라는 것이다.
 
 

  이 문화콤플렉스는 한 사회의 상징체계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그리고 이 상징체계는 우리가 학교에서 또는 전통 사회에서 습득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 상징체계의 습득과정을 사회화 혹은 넓은 의미의 교육이라 부른다. 한 개인의 문화 콤플렉스는 이러한 사회화의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생성되는 것이다. 그래서 바슐라르는 교육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굳어진 상상력을 탈피하기 위해서는 몽상적 상상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바슐라르는 몽상이 상상력의 활동 장소가 되는 근본적인 이유를 ‘몽상의 의식’ 때문이라고 하였다. 몽상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여러 정신활동 중의 하나이다. 우리가 어떤 문제에 대해서 집중을 하면서 논리적 해결을 찾는 사색과는 달리, 몽상은 뚜렷한 의지 없이 자연스러운 상상력의 활동으로 이루어지는 정신 활동이다.
  그에 의하면 밤의 꿈과 몽상 사이에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밤의 꿈을 꾸는 주체는 자신의 자아를 잃어버린 어둠인 데 비해서, 몽상가는 몽상하는 자신이 자아의 중심에 있고, 생각하는 주체로서의 자신을 유지할 수 있다. 그래서 바슐라르는 몽상 속에서 이루어지는 상상력의 활동이 갖는 기능을 합리주의적 현실의 세계에 속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비현실의 기능’이라 이름 붙였다. 바슐라르 이전에 이미지와 상상력이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했던 것은 바로 이 비현실의 세계에 속해 있는 가치들을 현실의 잣대로 평가하려 했기 때문이다. 현실과 비현실, 이 두 세계는 서로 독립적으로 존재하면서도, 서로를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그는 단순한 시각적 이미지인 인상주의와 몽상에 기반을 둔 정신적 이미지를 구분한다. 바슐라르는 인상주의는 사물의 겉만을 받아들이지만, 몽상은 사물의 내면을 들여다보기를 원한다고 주장한다. 인상주의는 자신에게 최초로 전달되는 정보를 중요시하며 다음 정보를 기다리지 않고 판단을 내린다. 그러나 바슐라르는 최초의 인상을 받아들이지 않고 그것이 사라지기를 기다린다. 몽상가의 혜안이 시작되는 것은 이 최초의 인상이 걷힌 다음이다. 이 혜안은 사물의 깊이를 봄으로써 인식의 오류를 경계하기 위함이다. 이러한 몽상가의 혜안을 정신적 이미지의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정신적 이미지는 인간의 상상력에 의한 활동 전반을 내포하는 넓은 개념이다. 정신적 이미지가 시각적 이미지와 근본적 차이를 보이는 특성은 정신적 이미지는 고정되어 있지 않고 항상 새로운 이미지로 변화되어 간다는 것이다. 새로운 이미지란 그 이전의 자신의 모습과는 다른 이미지를 뜻한다. 이 새로운 이미지는 바슐라르가 가장 공들여 우리에게 역설하던 중요한 개념 중 하나이다. 바슐라르에 의하면 어떠한 경로를 통해서든 한번 생성된 이미지는 다음번 경험에는 이미 기존의 이미지가 된다. 이미지는 다시 접할 때마다 항상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새로운 이미지의 가치는 그것을 형성하는 상상력의 힘으로부터 나온다.
  바슐라르는 상상력에 의한 창조성의 가장 두드러진 예가 바로 인간의 노동 활동이었다고 한다. 산업주의 문명 전(前)에는 생산의 대부분 형태가 일정 부분의 상징적 내용을 내포하고 있었다. 예를 들어 신라 시대의 기마인물형토기 같은 것은 분명히 술잔이라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나 말을 탄 인물상이 보여주듯이 이 토기는 실제로 사용되기 위하여 만들어졌다기보다는 높은 지위에 있었던 죽은 자의 부장품용으로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즉, 이 기마인물형토기의 가장 큰 의미는 실용성이나 미적 가치가 아니라, 그것이 담고 있는 상징이다.
 
 

  그러나 산업시대가 도래하면서 불어 닥친 노동의 내용 변화는, 노동의 이러한 상징적 기반의 퇴화를 가져왔다. 이렇게 노동이 활력을 빼앗긴 단조로움 속에 스스로 빠져들어 감에 따라, 현대인은 사회적 존재로서 어려움에 직면하게 된다. 현대인들은 상상력의 기능 쇠약으로 인하여 정신적인 영양실조와 감정상의 발육 부진에 빠져 있다. 이제 현대인은 자발적인 상상력의 활동에 의한 자신의 이미지를 만들어내기보다는 외부에서 주어진 인공적인 이미지들을 받아들이는 데 익숙하다. 노동의 시간에 몽상의 활동을 박탈당한 현대인들은 상상력의 발휘를 어려워하면서 손쉽게 주어지는 외부의 이미지들에 열광하는 것이다.
  그 결과 현대 사회에서 갈수록 감성적인 부분이 사라져 가고, 개인들은 분별없이 육체적 자극에만 중독되어 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결국 활발한 상상력의 퇴화와 창조적 이미지의 화석화에 의한 것이다. 이미지들이 발달된 정보 매체를 통해 자신의 창조적 상상력을 발휘한다고 생각하지만, 대개의 경우 자신이 늘 접하고 있던 이미지들이 무의식 속에 저장되어 있다가 나오는 재현적 차원일 뿐이다. 소비자들은 똑같은 관심, 똑같은 식욕을 갖추게 되고, 의식 없는 집단을 형성하게 된다. 그 결과 현대의 대중은 ‘이미지의 폭력’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어 있다.
  작가는 마지막으로 이러한 문제점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금과 같은 시각적 이미지 일변도의 이미지 문명이 아닌, 정신적 이미지의 가치가 우선되는 이미지 문명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한다. 그 이미지는 바슐라르가 말한 것처럼 고정되어 있지 않고 항상 새로운 이미지로 변화되어 가는 진정한 창조적 상상력의 발현을 활성화시키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가스통 바슐라르가 상상력 연구를 통하여 우리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이미지의 현대적 의의이다.
  대순사상을 서구적 이성에 기반을 둔 합리주의적 사고방식의 관점만으로 바라본다면 이해하기 어려운 요소들이 많이 등장한다. 대순사상에는 초월적·신비적 차원의 비합리적인 요소가 내포되어 있기 때문이다. 『전경』속 상제님의 공사, 도장의 벽화, 신선, 후천세계, 도통 등의 모든 것이 이미지와 상징으로 표현된 세계이다. 이러한 세계는 현대 문명의 고착화된 교육을 통하여 이해될 수 있는 시각적, 감각적 이미지의 세계가 아니다. 이것은 현실과 비현실의 세계를 상제님의 말씀에 근거하여 무한한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해주는 정신적 이미지의 세계이다. 그런 의미에서 작가가 이 책에서 소개한 바슐라르의 이미지와 상상력에 대한 이해는 현대사회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과 함께 대순사상을 이해하는 데도 조금이나마 보탬이 된다고 생각한다.
 
 
 

01 가스통 바슐라르(1884~1962): 프랑스의 과학철학자이자 문학비평가. 구조주의(構造主義)의 선구자이며 시론(詩論) · 이미지론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세계를 보는 새로운 눈을 제시한 사람이다.
02 이 책은 바슐라르를 과학 철학자에서 몽상 연구가로 전향시키며 상상력의 가치를 새롭게 조명하는 그의 일련의 저작들의 출발점이 되고 있다. 무엇 때문에 우리는 객관적 인식에 이르지 못하는가? 객관적 인식을 방해하는 오류의 원흉들은 무엇인가? 에 대한 답을 찾아나가는 과정 속에서 불에 대한 우리의 심리적 반응, 불에 대한 심리적 가치 부여, 불이라는 현상의 인식과 관계된 우리의 “주관적 확신들”을 정신분석적 방법으로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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