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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148년(2018)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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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기고 : 영화 “신과 함께-죄와 벌”을 보고

영화 “신과 함께-죄와 벌”을 보고
 
 

금릉1-12 방면 선감 노정희

 
  도 닦으면서 영화관에 간 적이 몇 번 없다. 아이를 낳고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다는 건 상상할 수도 없었다. 그러다 보니 카드에 포인트가 많이 남았다. 벌써 연말, 남은 잔액이 아까웠다. 그런데 꼭 봐야 할 것 같은 영화가 개봉했다.
  ‘신과 함께’. 몇 년 전 방면에서 도인들에게 인기를 끌었던 책이다. 사람이 죽어서 받는 저승의 심판을 만화로 그려서 쉽고 재미있었다. 영화로 나온다고 했을 때 어떻게 화면에 담길지 정말 궁금했다.
  영화를 보고 싶은 내 마음을 눈치챘는지 남편이 애들을 볼 테니 나 혼자라도 보고 오라고 했다. 며칠 전 혼자서 고생하며 애들 둘 데리고 아쿠아리움에 다녀온 보상을 받는 것 같았다.
  영화는 상당히 인기가 좋았다. 주말이라 그런지 좌석이 거의 꽉 찼다. 화재 현장에서 아이의 목숨을 구하는 첫 장면부터 눈길을 확 끌었다. 얼마 전 제천에서 있었던 화재 참사가 생각나서 더 가슴에 남는 부분이었다.
불길 속에 아이를 안고 에어백으로 떨어진 소방관 김자홍은 자기 죽음을 발견한다. 죽은 이의 이름이 적힌 적패지를 들고 나타난 저승사자는 자홍의 이름을 부른다. 몇백 년 만에 나온 의로운 죽음이고 귀인이라는 말이 귀에 들릴 리 없다. 자홍은 어머니를 두고 이대로 죽을 수 없다며 발버둥 치지만 밝은 빛과 함께 저승으로 끌려간다.
  죽은 자가 저승으로 들어가는 첫 관문인 초군문을 통과하자 각각의 지옥에서 살아생전 지은 죄의 심판이 시작되었다. 살인, 나태, 거짓, 불의, 배신, 폭력과 천륜에 관한 7가지 재판을 받고 다음 생이 정해지는 것이다. 그런데 지옥의 내용은 원작과 달랐다. 우리 문화의 지옥에 성서에서 말하는 7가지 죄악을 첨부해 이야기를 좀 더 재미있게 하려는 의도가 엿보였다.
  첫 번째 살인지옥. 누군가를 죽인 죄를 심판하고 물이 끓는 솥에 넣어 벌을 주는 화탕영도. 소방관이 생명을 살리면 살렸지 죽일 리는 없을 터, 게다가 귀인이라니 이번 지옥은 무사통과일 줄 알았다. 하지만 저승은 사실만을 근거로 심판을 한다. 화재 현장에서 다른 부상자를 구하느라 다친 동료를 구하지 못하고 죽음에 이르게 한 과거가 재판장에서 드러났다. 이때 저승사자이자 변호사의 역할을 맡은 강림차사가 죽은 동료 대신 8명의 생명을 살렸노라고 변론한다.
 
▲ 신과 함께 중 한 장면 ⓒ 롯데 엔터테인먼트
 

  두 번째 나태지옥. 귀하고 아까운 삶을 낭비한 죄를 심판한다. 위험한 일에도 적극 나서며 대리운전과 채소 배달, 식당 불 피우기 알바까지 쉬는 시간 없이 일했던 자홍에게 나태함이란 눈을 씻고 찾아도 찾을 수가 없다. 하지만 그렇게 쉼 없이 일한 목적이 오직 돈이라는 말에 초강대왕은 잘못된 신을 섬겼다며 분노한다. 이번은 벌을 피해 갈 수가 없을 것 같다. 여기서도 강림차사가 나서서 변론한다. 말 못 하는 노모와 법 공부를 하는 동생에게 생활비를 보내느라 그랬노라고.
  이후 장면은 급박하게 돌아간다. 심판을 받으러 다음 지옥으로 가는 중에 험악한 지옥귀가 나타나서 그들의 길을 막는다. 망자의 가족 중 원귀가 된 사람이 있기 때문이란다. 원귀를 해결하지 못하면 다음 지옥으로 가는 길에도 장애물이 나타나고 지옥이 혼란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영화를 만든 사람이 “한 사람의 품은 원한으로 능히 천지의 기운이 막힐 수 있느니라”(교법 1장 31절) 는 상제님의 말씀을 알고 그런 건 아닌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 신과 함께 중 한 장면 ⓒ 롯데 엔터테인먼트
 

  차사 셋 중 강림은 원귀를 해결하러 이승으로 내려가고 해원맥과 덕춘이 남아 망자를 데리고 거짓을 심판 받으러 태산대왕 앞에 선다. 거짓지옥 검수림. 닿기만 하면 온몸에 칼자국을 내는 나뭇잎으로 가득 찬 이곳은 한 걸음 옮기기가 조심스럽다.
  저승의 심판은 이승에서 했던 일을 그대로 보여준다. 저승 판관은 거짓 편지를 쓴 자홍을 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얀 거짓말도 거짓이라 벌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거짓 편지 덕분에 희망을 품고 살아온 이들이 있어 무죄 판결을 받는다. 
  여러 지옥의 심판을 거치는 동안 이승에서는 강림과 원귀의 추격전이 벌어졌다. 원귀의 움직임에 물건이 떨어지고 정전이 되는 장면은 현실에서 일어나는 이유 없는 사고가 원귀 때문이라고 보여주는 것 같았다.
  원귀는 군 복무 중에 총기 사고로 죽은 이다. 같이 근무를 서던 관심 사병의 실수였다. 중대장을 불렀지만 승진을 앞둔 중대장은 사고를 덮으려 했다. 시신을 암매장하고 말년 휴가 예정이었던 군인이 휴가 나간 것처럼 서류를 꾸몄다. 휴가 나가서 탈영했다고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땅에 묻힐 때 그는 살아있었다. 조금만 더 자세히 봤으면 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 원한이 맺힐밖에….
  사고를 낸 관심 사병은 죽은 이가 평소 친동생처럼 챙겨주던 병사였다. 훈련에도 뒤처지고 다들 골칫거리라고 등 돌릴 때 진심으로 다가왔다. 그런 선임이 제 실수로 죽었으니 더 버틸 힘이 없었다. 목을 매고 죽으려는 관심 사병을 본 원귀가 강림에게 살려 달라고 부탁한다. 순순히 잡혀갈 테니 후임을 살려달라고.
  원귀를 오랏줄로 묶어 저승으로 가는 길에 복무했던 부대를 지나게 되었다. 아들이 탈영하지 않았다며 부대를 찾아온 어머니를 보게 된다. 말 못 하는 장애인 어머니가 상관에게 홀대당하는 모습을 보자 원귀는 더 강력한 악귀가 되고 감당할 수 없는 분노는 회오리 폭풍으로 몰아친다. 이승에 남은 집착이 원이 된다는 걸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한편 자홍은 남을 돕지 않은 불의를 벌하는 한빙협곡을 지나 배신을 심판하는 송제대왕을 무사히 거쳐 폭력의 죄를 묻는 진광대왕 앞에 선다. 어린 시절 먹지도 못해 영양실조에 걸린 동생을 무자비하게 때린 적이 있다. 분명 벌을 받아야 할 죄다. 하지만 변론할 강림이 이승에 원귀를 잡으러 간 터라 다음 지옥의 재판과 합산하여 재판할 것을 요청한다. 다음은 염라대왕 앞에 천륜의 죄를 심판 받고 모래에 갇히는 천고사막이다.
 
▲ 신과 함께 중 한 장면 ⓒ 롯데 엔터테인먼트
 

  영화 속 자홍은 지옥을 지나오는 내내 어머니와 만나게 해 달라고 간청했다. 그 귀하다는 현몽의 기회를 얻으려고 노력했다. 이유가 있었다. 약해빠진 동생을 때리고 집을 나와 쉬지 않고 일하며 거짓 편지를 쓴 것이 다 하나의 이유에서였다. 가난한 살림에 병든 어머니, 감당할 수 없는 병원비는 고등학생인 자홍에겐 벗어나고픈 짐이었다. 동생을 때리고 도망치듯 집을 나왔다. 그러고는 못 돌아갔다. 다시는 돌아갈 수가 없었다.
  그때 어머니는 아들의 마음을 알기에 이 모든 것이 내 탓이라 받아들였다. 아들은 알지 못했던 장면이었다. 어머니는 아들을 용서했다. 자홍이 그렇게도 간절하게 어머니를 만나려고 했던 것은 자신의 잘못을 빌고 싶어서였다.
  자홍은 염라대왕에게 자신의 죄를 벌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저승의 심판에는 규칙이 있었다. 염라대왕의 판결이다.
 
세상에 수많은 사람이 있고 잘못을 저지른다. 그리고 그중 일부만이 용기를 내어 진심 어린 사과를 한다. 또 그중 정말 극소수가 진심으로 용서를 한다.
이승에서 진심 어린 용서를 받은 자는 저승에서 다시 심판할 자격이 없다.
 
  영화가 어찌 실제 저승의 모습이겠냐마는 나의 지난 수도생활을 돌아보게 했다. 방면을 맡아 보면서 내가 극복하지 못했던 부분을 일깨워주었다. 천륜지옥에서 본 어머니의 용서는 자식의 입장에서, 아니 지금은 부모가 된 나에게 깨우쳐주는 바가 컸다. 예민하고 까칠한 큰 아이가 왜 저럴까 하며 아이 탓을 했던 시절을 반성했다. 내가 잘 살피지 못해서 그랬는데 말이다. 한편 선각의 위치에서 수반들의 모습을 다 내 문제로 받아들이려고 했던가!
  얼마 전 방면에서 임원이 된 선후각이 모여 대화한 적이 있었다. 대학 시절 수도를 시작해서 사회 경험도 없고 경륜이 없어 수반을 잘 이끌어주지 못했다며 서로가 미안하다 용서를 구했다.
  돌아보니 나도 선감 임명을 모시고 방면에서 아무 일도 안 했던 적이 있었다. 혼자 생각에 공덕보다는 지은 죄가 크니 근신해야 하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죄를 더 짓고 싶지 않다는 핑계였다. 하지만 영화 속 심판 장면은 죄를 벌하기에 앞서 공덕을 변론 근거로 내세웠다. 저승차사가 내게 더 열심히 수도하고 공덕을 지으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죄지은 마음으로 오히려 도의 공덕을 더 지으라고 하신 선각분의 말씀이 떠올랐다.
  늘 생각만 하고 행동으로 옮기지 못했는데 영화 속 대사처럼 살아서 못 한 걸 죽어서 하려는 후회를 더는 하지 말아야겠다. 그리고 잘못이 있다면 먼저 용서를 비는 용기도 내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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