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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149년(2019)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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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 한마디 : 위산구인 공휴일궤(爲山九仞 功虧一簣)

위산구인 공휴일궤(爲山九仞 功虧一簣)
 
 
연구원 임정화
 
  우리는 무슨 일을 하든지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 노력하지만, 조금의 방심도 없이 처음과 같은 마음을 끝까지 가지기란 쉽지 않다. 대체로 끝으로 갈수록 느슨해지는 마음을 다잡기보다는 안일한 태도로 그동안 기울인 노력에 상응하는 대가를 기대한다. 그러나 순간의 방심으로 인해 일이 틀어져 마무리를 못 하고 지금껏 쌓은 공도 허물어뜨릴 수 있다. 일을 마치거나 목적을 이루는 데 있어 후대에 두고두고 회자되며 방심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구절이 주(周)나라 창건 고사에 나온다.
  지금으로부터 3,000여 년 전, 주나라 무(武)왕은 아버지 문(文)왕의 유업을 이어 은(殷)나라를 쓰러뜨린 후 은나라의 폭정에 시달렸던 민심을 어루만지며 선정을 펴는 데 주력하였다. 그런데 점차 나라가 번성하고 사방에서 조공을 올리는 무리가 늘어나자 무왕의 마음에 긴장이 풀어지기 시작했다. 특히 서쪽의 여족(旅族)이 신비한 힘을 가진 진귀한 개를 가져왔는데 무왕은 이 선물에 마음을 뺏겨 정치를 게을리하게 되었다. 아직 민생이 안정되지 않았고 주나라의 기반이 탄탄하게 다져지기 전이었기에, 신하 소공(召公)이 무왕에게 충언하기 위한 글을 지었다. 『서경(書經)』 「여오(旅獒)」편에 바로 이 소공이 지은 글이 있고, 이 글의 마지막 부분에 ‘위산구인 공휴일궤(爲山九仞 功虧一簣)’라는 구절이 나온다.
 
아아! 새벽부터 밤까지 부지런히 일하지 않는 일이 없도록 하십시오. 작은 행실을 삼가지 않으면 마침내는 큰 덕에 누를 끼치게 될 것입니다. 아홉 길 높이의 산을 만듦에 있어서, 한 삼태기의 흙이 모자라도 일을 다 이루지 못하는 것입니다. 진실로 이 길을 따르신다면 백성들은 그들의 삶을 보전하게 되고, 당신께서는 대대로 임금노릇을 하게 될 것입니다.01
 
  ‘위산구인(爲山九仞)’에서 ‘위산(爲山)’은 ‘산을 만들다’, ‘산이 되다’의 뜻이고, ‘인(仞)’은 길이를 재는 단위인 ‘길’을 뜻하므로, 구인(九仞)은 아홉 길이 된다.02 따라서 ‘위산구인’은 아홉 길의 높은 산을 조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공휴일궤(功虧一簣)’에서 ‘공(功)’은 일에 들이는 노력과 정성, ‘휴(虧)’는 한쪽 귀퉁이가 없거나 동그라미에서 약간 차지 않은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궤(簣)’는 흙을 담아 나르는 데 사용하는 도구인 삼태기를 뜻하므로 ‘일궤(一簣)’는 한 삼태기를 가리킨다. 즉 ‘공휴일궤’는 지금까지 들인 공적이 한 삼태기만큼 모자람을 의미한다.
  곧 ‘위산구인 공휴일궤’는 아홉 길이나 되는 산을 만들기 위해 부지런히 삼태기로 흙을 담아 나르다가 산이 거의 되어가는 순간 마음을 놓아 자기 일을 게을리하면, 겨우 한 삼태기의 흙이 모자란 탓에 산을 완성하지 못하고 그동안 쌓은 노력도 수포가 된다는 의미이다. 소공은 무왕에게 한 삼태기의 흙 때문에 아홉 길이나 되는 산을 만든 공이 무너지듯이 작은 행동도 조심하지 않고 방심하면 주나라 창업의 공적이 헛수고가 될 거라고 충고한 것이다. 무왕은 그의 조언을 듣고 다시 정치에 온 마음을 기울여 백성들의 삶을 살피고 주나라를 굳건하게 세워나갔다.
  이처럼 ‘위산구인 공휴일궤’는 목적 달성에 실패하는 것이 한순간의 방심임을 깨닫게 하려고 사용된 구절이다. 『전경』에도 이와 같은 깨우침을 주는 일화가 있다. 행록 1장 34절에 종도 김보경이 모친의 위독함을 상제님께 아뢰어 모친을 살릴 방도를 구한 일이 있다. 그는 상제님으로부터 명부사자가 상제님 사자의 빈틈을 타서 모친을 해할 것이니 가족 한 사람씩 밤을 새워 모친의 방을 지키라는 이르심을 듣는다. 처음에는 상제님의 이르심대로 가족들을 단속하여 나갔으나 여러 날이 계속되자 졸음을 이기지 못하고 마음이 느슨해져서 당부하신 바를 잊어 갔다. 어느 날, 김보경이 밤새워 방을 지키다가 깜박 잠에 빠졌다. 이때 상제님께서 급히 소리치심에 깜짝 놀라 깨어 보니 모친은 이미 운명해 있었다. 병자를 간호하는 김보경과 그의 가족이 상제님의 사자였는데, 이것을 깨닫지 못하고 방심한 사이에 낭패를 본 것이다. 이렇듯 있는 힘을 다해 나가다가도 잠깐 방심한 사이에 그동안 쏟은 노력이 물거품으로 될 수 있기에 마지막까지 방심은 금물이다.
  한편, 상제님께서 “동학 가사에 ‘운수는 길어가고 조같은 잠시로다.’ 하였으니 잘 기억하여 두라.”03고 일러주셨는데, 인용하신 구절은 바로 수운(水運) 최제우(崔濟愚, 1824~1864)의 글인 『용담유사(龍潭遺詞)』 「흥비가(興比歌)」에 나오는 가사의 일부이다. 이 구절이 있는 가사는 아홉 길 높이의 산이 다 되어갈 때 차츰차츰 풀린 마음에 흙 나르기를 그쳤더니 한 소쿠리 흙이 모자라 공을 이루지 못하였다는 ‘위산구인 공휴일궤’를 서술한 내용이며 이어서 상제님께서 언급하신 구절이 뒤따른다. 운수를 받는 것을 산을 완성하는 것에 비유하고 있고, 운수를 받는 때가 멀게만 느껴진다고 조바심내거나 마지막 고비를 참지 못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상제님께서 이 구절을 잘 기억하여 두라고 하신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라 여겨진다.
  도전님께서 ‘위산구인 공휴일궤(爲山九仞 功虧一簣)’에서 ‘휴(虧)’를 ‘진(進)’으로 바꿔 “구인산(九仞山) 상(上)에 진일궤(進一簣)”04라고 말씀하신 일이 있다. ‘진(進)’은 ‘나아가다’, ‘힘쓰다’ 등을 뜻하므로 진일궤는 한 삼태기의 흙을 더 쏟아붓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도전님의 말씀은 아홉 길 높이의 산을 완성하기 위해 마지막 한 삼태기의 흙을 마저 보태 채우듯이 수도의 완성을 향해 나아가는 수도인도 끝까지 방심하지 말고 목적한 바를 이루라는 뜻으로 이해된다. 요컨대 우리가 마지막 순간까지 방심하지 않고 틈과 쉼이 없이 성실하게 수행해 간다면 ‘진일궤’에 힘입어 수도의 완성을 이룰 수 있으리라 본다.
 
 

참고문헌
모리모토 고쇼, 『고사성어로 배우는 중국사 명장면 108』, 조성진옮김, 서울: 부광, 2004.
 
 
 
 

01 『서경(書經)』, 김학주 옮김 (서울: 명문당, 2012), pp.364-369 참고, “嗚呼, 夙夜罔或不勤. 不矜細行, 終累大德. 爲山九仞, 功虧一簣. 允迪玆, 生民保厥居, 惟乃世王.”
02 주(周)나라 때의 도량형은 도량형 제도가 성문법으로 시작된 진(秦)나라 이전 시대의 것으로 당시 사용한 ‘한 길’의 길이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다만 현재의 길이 단위(미터)에 따르면 한 길은 약 2.4미터 또는 3미터에 해당하므로, 아홉 길은 한 길에 아홉 배를 하여 약 21.6미터 또는 27미터가 된다. “길,” stdict.korean.go.kr/,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2019년 3월 25일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View.do〉 참고.
03 교법 1장 35절.
04 「도전님 훈시」(1986. 6. 13)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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