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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149년(2019)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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돋보기 : 비겁(否劫)의 의미

비겁(否劫)의 의미
 
 
연구위원 박인규
 
 
 
  『대순진리회요람』에 따르면, 상제님께서는 “비겁(否劫)에 쌓인 신명(神明)과 재겁(災劫)에 빠진 세계창생을 널리 건지시려고 순회주유(巡回周遊)하시며 대공사(大公事)를 행”01하셨다고 되어 있다. 이 구절을 부연하자면, 신명은 비겁에 싸여있고 세계 창생은 재겁에 빠져 있으며, 이러한 신명과 창생을 구하기 위해 상제님께서 인세에 강세하셔서 천지공사를 행하신 것이다. 즉 상제님께서는 신명이 처한 모순적 상태는 ‘비겁(否劫)’으로 창생의 참혹한 상황은 ‘재겁(災劫)’이라 표현하셨으며 그러한 신명과 창생을 구하시기 위해 하늘도 땅도 뜯어고치는 천지공사를 행하셨다. 신명과 창생의 상태를 표현하는 ‘비겁(否劫)’과 ‘재겁(災劫)’의 용어 중 ‘재겁(災劫)’은 재앙을 뜻하는 ‘재(災)’의 글자를 통해 재난 또는 액운의 의미로 어렵지 않게 이해되는 반면, ‘비겁(否劫)’에 대해서는 좀 더 심도 있는 고찰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 글에서는 ‘비(否)’ 자를 전통문헌을 통해 천착하고 이를 통해 ‘비겁(否劫)’의 의미02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고자 한다.
  ‘비겁’의 의미를 살펴보려면, 먼저 ‘겁(劫)’ 자에 대한 의미를 이해하여야 할 것이다. 『한어대사전(漢語大辭典)』을 살펴보면, ‘겁(劫)’ 자는 주로 협박, 강탈, 도적의 의미를 지니며 불교의 명사로 쓰인 때는 산스크리트어 ‘kalpa’의 음역인 ‘겁파(劫波)’03의 약칭이며 매우 긴 시간의 단위이다. 그러나 ‘겁(劫)’ 자에 ‘운(運)’ 자가 결합한 ‘겁운(劫運)’이라는 단어는 ‘재난(災難)’ 또는 ‘액운(厄運)’의 의미를 지니게 되어, ‘겁(劫)’ 자 단독의 의미와는 다른 뜻으로 쓰인다.04 이 ‘겁운(劫運)’은 그 용례가 자주 보이는데, 예를 들어 『정조실록』에서 정조가 신하와 나눈 대화에 “임자년에 남학(南學)의 유생들이 올린 상소는 경의 가문으로 볼 때 한 번 겁운(劫運)을 겪었다고 하겠으나 또한 전화위복이 되었다고도 하겠다.”05라고 하며 ‘겁운’을 재난 및 액운의 의미로 사용하였다.06 
  대순진리회 수도인들은 이 ‘겁운(劫運)’의 의미와 유사한 어휘로 ‘겁액(劫厄)’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이는 『전경』과 『대순지침』에 ‘겁액’이 언급되어 있기 때문이다. 상제님께서는 “원시의 모든 신성과 불과 보살이 회집하여 인류와 신명계의 이 겁액을 구천에 하소연하므로…”(교운 1장 9절)라고 하시며 인류와 신명계가 처한 모순적이며 참혹한 상황을 ‘겁액’이라고 하셨다. 또 『전경』에 “상제께서 처음으로 따르는 사람에게는…또 반드시 그의 몸을 위하여 척신과 모든 겁액을 풀어 주셨도다.”라 하여 겁액이 액운 등의 의미로 쓰였다. 그리고 도전님께서는 “모든 일에 그 목적을 달성하려는 과정에는 반드시 장애가 있으니 이것을 겁액이라 한다.”07고 하시며 수도인들이 수도 과정에서 발생하는 장애 및 어려움을 ‘겁액’이라고 말씀하셨다. 그런데 이 ‘겁액’이라는 어휘를 사전이나 한국 및 중국의 문헌에서 검색해보면 그 용례를 거의 찾을 수가 없다.08 이 점에서 ‘겁액’은 대순진리회의 독창적 용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위의 내용에서 ‘비겁’ 및 ‘재겁’에서의 ‘겁(劫)’은 전통적 어휘인 ‘겁운’에서의 ‘겁’과 의미가 상통하는 것이라 생각되며 『전경』과 『대순지침』에 쓰인 ‘겁액’의 의미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면 ‘비(否)’는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
  전통문헌에서 ‘비(否)’ 자의 주요한 의미는 ‘비색(否塞)함’, ‘막혀서 통하지 못함’이다. 그 대표적인 용례가 바로 『주역』에서의 ‘비괘(否卦)’이다. 『주역』이 유교의 경전으로 전통사회에서 주요한 사상적 영향력을 가졌었음을 고려할 때, ‘비(否)’ 자에 대한 이해를 위해 ‘비괘’에 관한 내용을 충분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비괘는 주역의 64괘 중 12번째의 괘로 태괘(泰卦) 다음에 위치한다. 비괘에 대한 경문 “비괘는 사람답지 못함이니, 군자가 바름을 지켜도 불리하다”09의 주석에서 정이천(程伊川)은 “상하가 서로 통하여 강(剛)과 유(柔)가 조화하고 모이는 것은 군자의 도인데, 비(否)는 이와 반대이다. 그러므로 군자의 정(貞)에 이롭지 않은 것이니, 군자의 정도(正道)가 비색하여 행해지지 못하는 것이다.”10라 하였다. 주자는 “비(否)는 폐색(閉塞)함이니 7월의 괘(卦)이다. 태괘(泰卦)와 정반대이므로 비인(匪人)이라고 하였으니, 인도(人道)가 아님을 이른 것이다.”11라고 주해하였다.
 
 

  비괘의 「단전(彖傳)」에는 위 경문을 “천지(天地)가 교류하지 않아 만물이 통하지 못하고, 상하가 교류하지 않아 천하에 나라가 없는 것이다.”12라고 하였다. 「상전(象傳)」에는 “천지(天地)가 교류하지 않음이 비(否)이니, 군자가 보고서 덕을 검약(儉約)하여 난(難)을 피해서 녹(祿)으로써 영화롭게 하지 말아야 한다.”13라 하였다.
  위에서의 『주역』의 경문과 주해를 종합해보면, 비괘는 천지와 상하가 통하지 않고 조화가 이뤄지지 않으며 군자의 도덕이 사라지는 불운하고 흉한 양상을 나타내는 괘라고 할 수 있다. 또 비(否) 자도 막힘, 비색함, 불통함을 뜻함을 알 수 있다.
  이렇게 비(否) 자의 의미를 비색함으로 이해할 때, 비겁(否劫)은 ‘비색한 겁액’ 또는 ‘비색함으로 인한 겁액’ 등의 의미로 추정할 수 있을 것이다. 『전경』에도 선천 세계 또는 우주 자연을 진단하는 표현으로 비색과 불통이 언급되고 있어 이러한 해석에 신빙성을 높여주고 있다. 대표적인 구절은 예시 8절로 “삼계가 개벽되지 아니함은 선천에서 상극이 인간지사를 지배하였으므로 원한이 세상에 쌓이고 따라서 천지인(天地人) 삼계가 서로 통하지 못하여 이 세상에 참혹한 재화가 생겼나니라.” 하여 원한이 누적됨에 따라 천지인 삼계가 불통하게 되고 세상에는 참혹한 재앙이 일어나게 되었다고 하였다. 우주 자연 즉 삼계는 불통하고 폐색된 상태에 빠져 있었으며 이러한 상태에서 갖가지의 참담한 재난이 발생하였다는 것이다.
  비겁은 ‘비겁에 쌓인 신명’의 표현처럼 특히 신명계의 상태를 지칭한다. 상제님께서는 이마두에 대해 언급하시면서 그가 “천상과 지하의 경계를 개방하여 제각기의 지역을 굳게 지켜 서로 넘나들지 못하던 신명을 서로 왕래케 하고 그가 사후에 동양의 문명신(文明神)을 거느리고 서양에 가서 문운(文運)을 열었느니라.”(교운 1장 9절)라고 말씀하셨는데, 이 내용에서 이마두 이전에는 천상과 지하에 경계가 있었으며 신명들은 각기의 지역을 굳게 지키며 서로 넘나들지 못하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마두를 통해서 경계가 개방되고 신명이 왕래하게 되었지만, 서양의 문물이 인류의 교만을 조장하고 자연을 정복하려는 데서 모든 죄악을 저지르고 마침내 도의 근원이 끊어지게 되는 겁액의 상태에 이르게 되었다.14 인간의 그릇된 욕망으로 결국 예시 8절의 내용처럼 천지인 삼계가 불통하게 되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이런 내용에서 ‘비겁에 쌓인 신명’ 즉 신명이 비겁에 쌓였다는 것은 신명계가 폐색하고 불통하여 신명 간 소통이 되지 않아 겁액이 쌓이게 되었다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다.
  비겁은 신명계 자체의 폐색뿐만 아니라 신명계와 인간계의 불통을 의미하는 것으로도 보인다. 공사 1장 1절과 예시 10절에 ‘비겁에 쌓인 신명과 창생’15이라고 하였으며 예시 8절에 천지인 삼계가 통하지 못하였다고 하였기 때문이다. 세계종교나 신화 상에서도 신의 세계와 인간 세계의 불통에 대해 빈번히 언급되고 있다. 예를 들어, 종교학자 엘리아데는 최고신(最高神)을 ‘격절신(隔絶神, Deus otiosus)’이라 칭하며 우주의 창조신이 인간 세계와 ‘격절(隔絶)’ 즉 떨어지고 끊어졌다고 하였다.16 북유럽 신화에서도 신계인 아스가르드(Asgard)와 인간계인 미드가르드(Midgard)를 연결하는 무지개다리인 ‘바이프로스트(Bifröst)’가 대파국을 의미하는 라그나로크(Ragnarök) 이후에 파괴되어 신계와 인계가 불통하였다고 하였다.
  상제님께서는 신명과 인간 또는 천지인 삼계의 상황을 비겁과 재겁 등으로 말씀하시고 세계와 창생을 구하시기 위해 해원을 위주로 하여 천지공사를 행하셨다. 비겁을 해결하기 위해서 삼계가 통하지 못한 원인인 원한을 푸는 해원공사를 시행하셨으며, 조선 신명을 서양에 건너보내거나17 서양 신명을 우리나라에 불러 오시는18 등 신명을 왕래하게 하시고, 신명계의 조정이라 할 수 있는 천상공정(天上公庭)19 또는 천지공정(天地公庭)20을 말씀하시며 신명과 함께 천지공사를 행하셨다. 이는 곧 신명계의 비색을 해결하시어 천지신명들이 서로 소통하도록 하신 것으로 이해된다. 또 상제님께서는 신명으로 하여금 사람의 가슴속 또는 뱃속에 드나들게 하여 고쳐 쓴다고 하셨는데,21 이러한 말씀은 신명과 인간이 소통하고 조화되게 함으로써 신명과 인간의 불통으로 인한 재앙을 해소하시는 것이라 볼 수 있다. 대순진리회의 종지 중 하나가 신인조화(神人調化)이며, 우리 도가 신인의도(神人依導)의 이법(理法)이고, “신명과 사람이 화합하면 만사가 이뤄진다(神人和而萬事成)”는 「음양경」의 내용, 그리고 도전님께서 “과거에는 신을 땅에 봉했는데 이제는 신봉어인(神封於人)이다. 신인상합(神人相合)이 되면 그것이 도통이다.”22라고 훈시하신 말씀 등에서 신명과 인간의 소통과 조화 및 상합이 얼마나 중요함을 잘 인식할 수 있다.  
  위와 같이 상제님께서는 삼계의 불통 또는 비겁을 천지공사를 통해 해결하시고 신명과 인간이 조화하고 상합할 수 있도록 하셨다. 본 글에서는 이 비겁을 비괘의 해석을 통해 ‘비색한 겁액’으로 이해해 보았다. 이러한 해석은 ‘비겁’이라는 개념이 담고 있는 여러 의미에 대한 하나의 견해에 해당할 것이며 추후 심도 깊은 이해가 이뤄지길 기대해본다. 본 글의 해석에 따라 비겁을 ‘불통 또는 비색함으로 인한 겁액’이라고 이해할 때, 우리 수도인들도 고집, 아집, 시비, 상극 등의 원인으로 인한 불통과 비색을 경계하며 해원상생의 원리에 입각하여 서로 화합하고 협동 단결하여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대순지침』
『대순진리회요람』
「도전님 훈시」
『노사집(蘆沙集)』
『정조실록(正祖實錄)』
『주역(周易)』
『한어대사전(漢語大辭典)』
엘리아데, 『종교형태론』, 이은봉 옮김, 한길사, 1997.
 
 
 
 

01 『대순진리회요람』, p.8.
02 대순진리회 여주본부도장 홈페이지의 ‘전경용어사전’에 ‘비겁(否劫)’에 대해 조사되어 있다. 여기에는 ‘비겁’을 기본적으로 재겁, 겁액이라는 말과 동일하다고 보고, ‘비(否)’ 자가 ‘막히다, 닫히다, 통하지 아니하다’의 뜻을 가진다는 점에서 ‘재겁이나 겁액과는 다른 서로 막히어 통하지 못하여 일어난 나쁜 재난’의 의미가 더 있으며 주역의 비괘를 통해서도 이를 추측하였다. 본 글에서는 문헌의 사례와 교리적 논의를 통해서 ‘비겁’의 의미를 좀 더 분석해 보고자 한다.
http://daesoon.org/about/dictionary.php?idx=20
03 힌두교 및 불교에서 ‘kalpa’는 매우 긴 시간의 단위로 언급되었다. 불경인 『잡아함경(雜阿含經)』에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사방과 상하로 1유순(由旬: 약 15 km)이나 되는 철성(鐵城) 안에 겨자씨를 가득 채우고 100년마다 겨자씨 한 알씩을 꺼낸다. 이렇게 겨자씨 전부를 다 꺼내어도 겁은 끝나지 않는다. 또 사방이 1유순이나 되는 큰 반석(盤石)을 100년마다 한 번씩 흰 천으로 닦는다. 그렇게 해서 그 돌이 다 마멸되어도 겁은 끝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04 『한어대사전(漢語大辭典)』에 ‘劫運’의 어휘가 실려 있다. 
05 『정조실록(正祖實錄)』 46권, 정조 21년 3월 17일 기사, “壬子南學儒疏事, 於卿家可謂經一刦運, 而亦可謂遇禍爲福矣.”
06 다른 용례로 기정진(奇正鎭, 1798-1879)의 『노사집(蘆沙集)』 권5, 「答姜太和」, “삼재(三災)의 겁운(劫運)을 당한 뒤에 처음 있는 일이네. 함께 끝도 없는 바다의 풍랑 속에서 키[柁]를 잃어버린 사람이 되었으니, 누가 두 사람을 모두 언덕으로 올라오게 하겠는가.(三災劫運後初事, 同爲無邊鯨海中失柁人, 孰使之兩皆登岸.)”
07 『대순지침』, p.93.
08 고전번역서,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일성록, 한국문집총간 등 한국고전번역원의 사업 성과물을 담은 고전문헌 종합 데이터베이스인 한국고전종합DB(http://db.itkc.or.kr/)에 ‘겁액(劫厄)’을 키워드로 입력하고 검색해보면 해당 용례가 전혀 없다. 중국의 대표적 총서인 『사고전서(四庫全書)』에서도 그 용례를 찾아볼 수 없다.  
09 『주역(周易)』, 「비괘(否卦)」, “否之匪人, 不利君子貞.”
10 『주역전의(周易傳義)』, 「비괘(否卦)」, 정이천(程伊川) 주(註), “夫上下交通, 剛柔和會, 君子之道也, 否則反是. 故不利君子貞, 君子正道, 否塞不行也.”
11 『주역전의(周易傳義)』, 「비괘(否卦)」, 주자 주(註), “否閉塞也, 七月之卦也, 正與泰反. 故曰匪人, 謂非人道也.”
12 『주역(周易)』, 「비괘(否卦)」, “天地不交而萬物不通也, 上下不交而天下无邦也.”
13 『주역(周易)』, 「비괘(否卦)」, “天地不交否, 君子以儉德避難, 不可榮以祿.”
14 교운 1장 9절 참조.
15 ‘비겁에 쌓인 신명과 창생’은 두 가지 방향으로 풀이할 수 있다고 본다. 첫째 ‘비겁에 쌓인 신명’과 ‘창생’으로 볼 수도 있으며, 둘째 ‘비겁에 쌓인 신명’과 ‘비겁에 쌓인 창생’으로 이해될 수 있다. 『대순진리회요람』에는 ‘비겁에 쌓인 신명과 재겁에 빠진 세계창생’이라고 하여 비겁을 신명계의 상태를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하였지만, 『전경』에는 비겁이 신명과 창생 모두의 상태를 한정하는 용어로도 해석될 수도 있도록 기술되어있다.   
16 엘리아데, 『종교형태론』, 이은봉 옮김, 한길사, 1997, p.105 참고.
17 예시 25절 참조.
18 예시 29절 참조.
19 교운 1장 33절.
20 예시 17절.
21 교법 3장 1절, 4절 참조.
22 「도전님 훈시」, 1991년 7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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