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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149년(2019)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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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코너 : 왜 우는 것이냐? 슬픈 것이냐, 억울한 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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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는 것이냐? 슬픈 것이냐, 억울한 것이냐?


‘신과 함께- 인과 연’을 보고



금릉1-12 방면 선감 노정희




  우리는 어떤 정보를 이성적으로 분석하고 알기도 하지만 어떤 것은 이성적 설명 없이도 마치 겪은 것처럼 가슴으로 느끼기도 한다. 그 좋은 예가 바로 영화일 것이다.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수도하면서 선후각이 화합하고 통해야 한다는 걸 머리로는 알지만 선후각 사이에 막혀있는 무언가를 걷어내기가 쉽지 않았다. 임원이 된 수반들과 대화를 하며 과거의 일에 대해 미안하다고 용서도 빌고 힘들지만 따라오느라 고생했다고 격려도 했다. 그런데 직계 수반과는 전혀 대화가 안 됐다. 가슴만 답답하고 오히려 화가 치밀어 감정 통제가 안 될 정도라 선각분을 찾아가 말씀을 드렸더니 용서를 빌라고 하시는 거다. 몇 번이나 용서를 빌었다고 말씀드리니까 진심으로 용서를 빌었어야지 하시는 말씀에 억울함과 원망이 커졌다. 어떻게 풀어야 할지 막막한 상황에 선각분께서 수반과 함께 보라고 영화를 추천하셨다.
   ‘신과 함께 - 인과 연’
  선각분 말씀에 따라 수반하고 같이 영화를 봤다. 사실 전편을 봐서 궁금했던 영화였다. 1편의 ‘귀인’이 정의로운 망자였다면 2편에서는 과실치사로 억울하게 죽은 원귀 수홍이 ‘귀인’이다. 무력과 폭력으로 원귀가 된 것을 증명하면 환생하겠지만 그렇지 못하면 영겁의 지옥으로 떨어진다. 강림차사의 요구로 수홍은 재판을 받게 되고 염라대왕은 그 대가로 인간계에서 차사의 직무 수행을 방해하는 성주신을 해결하고 인간 허춘삼을 저승으로 데려오라고 한다.
  곧 무너질 것만 같은 집에 할아버지 춘삼과 손자 현동, 인간의 몸으로 현신하여 그들을 지키는 성주신이 산다. 성주신은 손자 현동이 학교에 들어갈 때까지만 춘삼이 살기 바란다. 그래서 이미 수명이 다한 춘삼을 데리러 온 저승차사를 내쫓아 왔다.
  허춘삼의 집으로 온 차사 해원맥과 덕춘은 허춘삼을 데려가려 한다. 하지만 엄청난 힘을 지닌 성주신에게 맥없이 제압당하고 성주신이 전생에 자신들을 저승으로 데려간 차사였다는 걸 알게 된다. 뜻하지 않게 정보를 얻게 된 두 차사는 과거의 기억을 알려주면 손자 현동이 입학할 때까지 춘삼을 데려가지 않겠다고 성주신과 거래를 하고 그들의 천 년 전 이야기를 듣는다.
  고려 시대, 호랑이를 단칼에 죽이는 최고의 무사로 북방을 경비하며 여진족에게 악명 높은 해원맥. 전쟁 통에 부모 잃은 아이들을 돌보며 사는 여진족 소녀 덕춘. 목에 하얀 목도리를 두르고 다니는 ‘하얀 삵’이라는 무시무시한 무사가 부모를 죽였다. 살아남은 아이들과 산속에 숨어 살다 먹을 것을 구하러 가는 길에 고려군 해원맥을 만났다.
  해원맥이 군량을 나누어준 덕분에 아이들은 살았다. 덕춘에게 해원맥은 생명의 은인이지만 사실 덕춘의 부모를 죽인 ‘하얀 삵’이이기도 하다. 해원맥은 덕춘에게 용서 빌고 싶은데 방법을 모르겠다. 그러다 군량을 빼돌린 것이 발각되었다. 군법은 지엄했다.
  해원맥은 아이들을 찾아가 고려군을 피해 어서 도망치라고 하며 가슴에 품고 있던 하얀 털목도리를 덕춘에게 주었다. 그제야 덕춘은 고마웠던 고려 장수가 자기의 부모를 죽인 ‘하얀 삵’임을 알았다. 원수이지만 은인인 사람이 자신을 살리려고 여기까지 왔다.
  성주신에게 전생을 듣고 덕춘과 해원맥의 갈등이 더 커졌다. 하지만 이미 천 년이나 지난 일이다. 차라리 전생을 몰랐을 때가 편했던 것 같다. 이 장면에서 옆에 앉은 수반을 돌아보았다. ‘이 수반과 나는 전생에 어떤 인연이었을까? 원수였을까? 은인이었을까? 아니면 영화 속 주인공처럼 원수지만 은인인 관계였을까?’ 알 수는 없지만 분명 도안에서 선후각으로 묶일 정도로 인연이 깊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저승에서는 저승차사 강림과 원귀 수홍이 각각의 지옥을 지나며 재판을 받고 서로의 처지를 알아가던 중 강림이 자신의 전생이야기를 한다.
  강림은 고려시대 별무반 장군의 아들이었다. 아버지는 여진과 수많은 전투에서 이겼지만, 포로를 살려주는 측은지심을 베풀었다. 부모 잃은 여진족 아이를 양자 삼을 정도로 넓은 아버지 마음이 아들의 시기 질투를 키웠다. 자신보다 전쟁터에서 데려온 양아들을 더 살피고 심지어 동생을 장수로 임명하여 전투에 데려가는 아버지에게 화가 났다.
  전투는 대패였다. 뒤늦게 전장을 찾아간 강림은 수많은 시체 속에서 숨이 붙어있는 아버지를 보았다. 하지만 못 본 척 뒤돌아섰다. 마음이 복잡했다. 다시 아버지를 찾았을 땐 숨을 거둔 뒤였다. 이 모든 것이 여진족 동생 때문이다. 전투에 내가 갔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거다. 변방을 지키고 다시는 돌아오지 말라며 동생을 북방으로 내몰았다. 그런 동생이 군량을 적에게 내어주었다니 반역죄로 처단하여 아버지에 대한 마음의 짐을 벗을 기회였다.
  영화는 막바지에 이르러 강림이 염라대왕을 증인으로 신청하는 장면으로 이어졌다.
  여진족 아이들을 죽이러 온 강림과 그 아이들을 살려 보낸 해원맥, 죽음을 무릅쓰고 자신을 살리러 온 해원맥이 부모를 죽인 원수라는 걸 알아버린 덕춘. 이 셋이 한자리에 모였다. 해원맥을 죽이려는 강림의 등에 덕춘이 칼을 꽂았다. 셋이 한자리에서 죽자 염라대왕이 나타나 강림에게 제안을 한다. 저승차사가 되어보지 않겠냐고. 천 년 동안 저승차사로 49명의 귀인을 환생시키면 죄를 씻고 환생하게 할 것을 약속했다. 둘의 기억은 지우고 강림의 기억을 남긴 것은 죄 많은 강림에게 반성하며 차사직을 수행하라는 또 다른 벌이기도 했다.
  염라대왕이 강림에게 하는 대사가 귀에 들어왔다.        
  “후회하면서 보낸 천 년이 지옥이었나?”
  “용서를 구할 수 없음이, 용서를 받을 수 없음이 지옥이었습니다.”
  강림은 순간 잘못된 생각으로 아버지를 죽게 했고 그 일을 시작으로 해원맥이 변방에서 잔혹한 무사가 되어 덕춘의 부모를 죽이는 인연이 되었다. 돌아가신 분께 용서를 구할 수 없는 천 년의 지옥을 경험했다는 강림은 이미 용서를 받았을지 모르겠다. 강림에게 차사직을 맡긴 염라대왕은 사실 강림의 아버지였다.
  신의 세계에서 천 년 동안 꾸준히 아들을 지켜보는 아버지(염라대왕)를 보고 있자니 각 성의 선령신이 천상 공정에 참여하여 기다리고 있다는 상제님 말씀이 떠올랐다. 신계와 인간계가 긴밀히 연결되어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옆에 앉은 수반을 보니 수반의 선령신들도 자손을 살피고 계실 것 같았다. 억울할 것이 없는데, 좀 더 노력해서 교화하고 이끌어주지 못한 내 잘못인데 무엇이 원망스러웠던 것인지 하는 생각이 들자 눈물이 핑 돌았다. 수반이 나를 볼 것 같은 느낌에 얼른 고개를 돌렸다.
  “왜 우는 것이냐? 슬픈 것이냐, 억울한 것이냐?”
  영화 속 첫 대사이다. 종교와 철학의 진리가 아무리 옳고 좋지만 평범한 사람이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상급임원으로 수도한 지도 15년이 넘었건만 수반에게는 물론 나 자신에게도 교화를 잘못했던 것 같다. 그렇게 열심히 교화했어도 머리로만 듣던 수반이 영화를 보고 마음을 바꿀 때면 속으로 살짝 눈물이 났다. 내가 그렇게 교화를 열심히 했을 땐 알아듣지 않더니…, 나름 젊음을 바쳐서 수도했건만 영화보다 교화를 못 하다니…. 하지만 나 역시 영화 한 편에 마음이 달라지지 않는가! 돌려 생각해보니 영화나 책 같은 문학작품은 참 고마운 존재다.
  원망스럽고 억울하고 이해가 안 될 때 거꾸로 생각해보라는 성주신의 대사가 곱씹어진다. 용서를 구하고 용서를 받을 수 있음이 새삼 감사하다. 수반에게 진심으로 용서를 구할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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