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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책 : 『나, 참 쓸모 있는 인간』을 읽고

『나, 참 쓸모 있는 인간』을 읽고



출판팀 김영일


   『나, 참 쓸모 있는 인간』은 저자(김연숙 교수)가 2012년부터 2017년까지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에서 강의한 ‘고전 읽기: 박경리 『토지』 읽기’를 책으로 간행한 것이다. 이 책은 두말할 것 없이 박경리의 소설 『토지』를 다루고 있다. 하지만 저자는 소설을 분석하거나 그것의 문학적 가치를 탐구하고 있지 않다. 그렇다면, 경남 하동 평사리와 간도를 중심으로 1897년부터 1945년까지의 시기를 다룬, 이 방대한 작품을 어떻게 풀어냈을까?
  그의 관심사는 인간의 삶이다. 그래서 『토지』의 600명이 넘는 인물들이 펼치는 무수한 이야기에서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 알려주는 사연을 뽑아 9개의 주제로 나누어 기술하고 있다. 소설 속 이야기를 다시 구성하되, 이를 주제별로 나누고 저자 자신의 견해를 곁들인 것이다. 즉 『토지』 속 이야기를 통해 인간과 삶을 탐색했다고 할 수 있다. 9개의 주제는 인간, 계급, 가족, 돈, 사랑, 욕망, 부끄러움, 이유, 국가이다.
  그런데 저자에 의해 재구성된 사연 하나하나가 그 자체로 완결된 느낌을 준다. 소설의 조각들을 그 맥락과 배경을 꼼꼼히 챙기며 하나의 이야기로 엮어내는 솜씨가 빼어나기 때문이다. 이러한 짜임새 있는 이야기가 구어에 가까운 생동감 있는 문체에 실려 쉽고 빠르게 전달되고 있다. 또한 소설에서 직접 인용한 부분은 인간의 삶이 피부로 느껴지는 『토지』의 문장을 맛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각 장의 제목은 소설 속 대화에서 따왔는데 - 예를 들면 ‘인간’이 주제인 1장의 제목은 “산다는 거는…… 참 숨이 막히제?”이고, ‘돈’이 주제인 4장의 제목은 “부자믄 한 끼에 밥 열 그릇 묵을 기가?”이다 - 그러한 매력을 잘 살린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구성된 이야기들은 삶의 진실과 깊이가 있어 감동적이다. 5장(사랑)에 나오는 월선의 사랑 이야기가 그러한데, 그녀는 무당의 딸이라는 이유로 사랑하는 용이와 결혼하지 못했다. 하지만 용이와 임이네 사이에 태어난 홍이를 헌신적으로 키울 뿐만 아니라, 그녀의 장례식에서 모든 평사리 사람들이 누이이자 어머니로 그녀를 떠올릴 정도로 그들에게 사랑을 베푼다. 사랑에 집착하거나 괴로워하지 않고 오히려 사랑으로 자신의 삶을 확장시켜 나간 것이다.
  또한 2장(계급)에 나오는 송관수의 인생도 가치 있는 삶이 무엇인지 감명 깊게 전해준다. 평민 출신인 그는 백정의 사위가 된 후에 받은 혐오와 천대를 통해 억눌린 수많은 사람들의 고통을 생각하고 그들과 함께하고자 의병활동과 항일운동에 뛰어든다. “우리같이 설운 놈들이 마음을 굽히지 않고 산다는 것이 얼매나 좋노. … 내가 살아 있는 것 같아서 말이다”라는 그의 말은 주체적이고 인간다운 삶에 대한 강한 의지를 담고 있다.
  마지막으로 책의 제목에 대해 말하면, 책을 읽고 난 후 왜 제목이 ‘나, 참 쓸모 있는 인간’인지 알 수 없었다. 책에는 ‘쓸모 있는 인간’에 대한 논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저자는 서문에서 『토지』에 나오는 몇몇 사람들을 통해 자신의 소심함을 긍정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들은 인간답지 못한 행위를 부끄러워하는데, 자신의 소심함이 이러한 부끄러움 때문이라면 오히려 윤리적인 삶을 이끄는 원동력이 된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렇게 『토지』의 등장인물의 삶은 독자에게 도움을 준다. 소설의 모든 인물이 ‘나, 참 쓸모 있는 인간’이라고 말하는 것으로 책의 제목을 이해해도 괜찮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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