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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150년(2020)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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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누고 싶은 이야기 : 상제님 재세 시절, 드라마로 이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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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제님 재세 시절, 드라마로 이해하다



금릉1-6 방면 평도인 김유리


▲ 강화도 초지진



  내가 출근하는 공방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 보건소에 전화하니 공방이 건물 몇 층인지 증상이 있는지 등 몇 가지 질문을 했고 결과적으로 무료 검사 대상이 아니었다. 자비를 들여 검사하기엔 비용이 부담스러웠다. 어쨌든 감염 여부가 확실하지 않으니 포덕소에 갈 수도 없어서 2~3일간 자가 격리를 결정했다.
  선각과 통화하면서 격리 생활을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격리로 텅 빈 냉장고, 선각이 도시락을 챙겨 문 앞에 두고 가는 것으로 먹는 문제를 해결했다. 어차피 누구를 만날 수도 무엇을 할 수도 없으니 잠이나 푹 자려고 했는데 오히려 말짱했다. 밖으로 나갈 수도 없어 컴퓨터를 끼고 앉아 보지 못한 드라마를 정주행했다.
  전부터 ‘미스터 션샤인’을 보려고 생각했다. 상제님께서 강세하신 시절의 우리나라 모습을 잘 보여 준다는 얘기를 들은 터였다. 학교에서 대한제국을 배운 적이 있어도 교과서 내용이라 시험 치고는 다 잊어버렸다. 그런데 입도하고 읽은 상제님 행적 대부분이 대한제국 시기였다. ‘천하창생이 진멸할 지경…, 동학…, 상놈을 양반으로 만들고 천인을 귀하게 만들어주려는 마음…’ 등 많은 구절이 있어도 가슴에 와 닿지는 않았다. 그런데 드라마를 보면서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느낌이 있었다.



  강화도에 어느 부잣집 마당, 야반도주한 노비 부부가 잡혀 왔고 남편은 멍석말이 매타작에 죽음에 이른다. “재산이 축나는 것은 아까우나 종들에게 본보기가 될 테니 손해는 아닐 것이다”라는 주인의 말에 그 시대는 종을 사람이 아니라 재물로 취급하는 양반도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 박혔다.
  여자는 아들이라도 살려야겠기에 만삭의 새아씨를 볼모로 잡고 노리개를 뜯어 아홉 살짜리 아들에게 던져주고는 도망가라 소리쳤다. 아들 유진은 그길로 도망쳤고 어미는 우물에 몸을 던졌다. 이제는 살아도 산 목숨이 아닐 테니 아들이 도망갈 시간이라도 벌어 준 것 같았다.
  강화도에 양인의 배가 들어왔고 전쟁이 시작되었다. 전투력으로는 비교할 수 없는, 질 것이 뻔한 전쟁이건만 백성들은 내가 아니면 누가 지키냐며 초개같이 목숨을 던졌다. 노후한 무기를 가지고도 항복도 모른 채 죽음을 각오하고 맨손으로 싸우다가 잡히지 않으려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조선 백성에 대한 미군의 기록이 더욱 가슴 아프게 했다.
  장수 깃발이 쓰러지고 조선의 조정은 포로가 된 백성을 송환하지 않겠다고 한다. 책무를 못 하고 살아서 잡혔으니 죽음으로 갚으라고…. 남편 잃고 아비 잃고 이 땅에 서럽게 살아남은 백성의 한이 내 가슴에 스며들었다.
  나라를 구하고자 목숨 바친 부모를 닮은 듯, 부모 얼굴은 본 적도 없는 여자아이가 꽃처럼 살라는 할아버지의 말에 차라리 죽겠다며 식음을 전폐한다. 고집을 꺾을 수 없음을 아는 조부가 포수를 불러 손녀가 제 목숨 하나 지킬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한다. 남몰래 산을 오르내리며 사격술을 익히는 여주인공 고애심. 꽃처럼 살라는 할아버지 말씀을 따라 어차피 피었다 질 꽃이니 제일 뜨거운 불꽃이 되기로 했다.
  아홉 살에 미국으로 밀항해 길바닥에서 설움을 딛고 자란 유진은 미국에서 당당히 미국인으로 살기 위해 군인이 되어 전장에서 앞장서서 싸웠다. 수많은 전쟁을 거쳐 미 해병대 장교가 된 검은 머리 미국인, 일본과 러시아를 견제하려는 미군의 자격으로 조선에 파견되었다. 아비가 팔려오기 전 주인의 성을 따서 최유진, 미국 이름 유진 초이. ‘고귀하고 위대한 자’라는 뜻을 가진 유진(eugene)이라는 이름이 조선에서 노비였던 신분을 보상이라도 하는 듯. “이후로는 적서의 명분과 반상의 구별이 없느니라.”라는 상제님 말씀이 드라마에서도 실현되는 것일까?
  백정의 아들 구동매. 백정의 딸과 아내는 어떤 남정네의 노리개가 되어도 반항할 수 없었다. 백정에게 칼이 있으나 누구도 벨 수 없었고, 사람들이 다니는 저잣거리도 마을에도 고개를 들고 다녀서는 안 되었다. 하지만 바다 건너 일본에서 칼로 벨 수 없는 것이 없으니 최고 실력자에게 인정받아 조선으로 돌아왔고 자신과 어미를 무시한 이를 찾아 복수했다. 번뜩이는 칼날에 사람으로 태어나 사람 대접받지 못한 백정의 한이 새겨진 것 같은 느낌이 전해왔다.
  국모가 시해되고 왕은 남의 나라 공사관으로 피신하니 이 나라에 미래가 있기는 한지…. 어느 나라에 붙어 제 이익을 챙길까 고심하며 어제까지 호령하던 이 앞에 무릎을 꿇는 고관대작, 한성(서울) 한가운데 미국 군대와 일본 군대가 자존심을 세우려 총을 맞겨누는 장면 등은 동양형세가 존망의 급박함이 백척간두에 있다는 상제님 말씀이 화면으로 이해되었다.
  갖바치와 인력거꾼, 도자기 빚던 도공과 사냥하던 포수, 고위 관직을 비롯해 고종황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계층의 모습을 드라마를 통해 한꺼번에 보았다. 여전히 상투를 틀고 한복을 입은 이와 일찍이 개화해서 단발하고 양장을 입은 이들, 혼란한 사회 분위기. 상투를 자르고 상제님을 뵈러 오지 못했다는 공우의 모습이 상상되었다.
  일본군의 손에 외마디 비명도 못 지르고 죽어간 우리 백성들의 모습도 장면 장면에서 실감했다. 의병이라면 가릴 사이 없이 마구 죽이는 판국이었다는 『전경』 구절이 사실이었구나 싶었다. 수입품을 박래품(舶來品)이라고 부르고 자막으로 설명까지 넣어주니 서양 신명을 불러와야 할지니 배에 실어오는 화물표에 따라 넘어온다는 구절이 떠올랐다. 드라마 장면 장면이 『전경』 속 구절구절과 연결되어 마치 내가 그 시절로 돌아간 느낌이었다.




  ‘미스터 션샤인’을 다 보고 나니 『전경』 속 구절 중 머릿속에 그려지는 장면이 많아졌다. 하필 드라마는 1871년 신미양요 때부터 시작했다. 그리고 열강들이 조선을 호시탐탐 노리며 조선을 보호한다는 허울 좋은 이름으로 군대를 보내고, 힘을 잃은 황제가 이름 잃은 백성의 도움으로 나라를 구하려 노력하는 사건들이 상제님께서 천지공사를 보신 딱 그 시기와 맞아떨어졌다. 대순진리와 직접 연관된 장면은 없었지만, 그 시절을 이해하고 알아 갈 수 있는 좋은 콘텐츠였던 것 같다. 우리 다음으로 수도할 세대에게 상제님께서 공사 보신 그 시기를 공부처럼 가르치는 게 아닌 흥미롭게 볼 수 있는 드라마인 것 같다.
  드라마 완결편까지 쉬지 않고 보고 나니 도를 모르는 사람들도 쉽게 보고 감동할 수 있는 콘텐츠가 개발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런 걸 만들지 못하지만 만들 수 있는 사람을 포덕하면 다 해결될 수 있는 게 아닌가! 이제 격리 생활도 끝났으니 포덕해서 일꾼을 찾는 것이 수도인으로서 내가 갈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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