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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151년(2021)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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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터치 : 돈쭐내러 갈까요

돈쭐내러 갈까요



출판팀 한상덕




  최근 홍대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박재휘 씨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한 학생이 보낸 감사의 편지를 공개해 큰 이슈가 됐다.
  편지는 어려운 환경에서 생계를 책임지던 한 고등학생의 감사 인사로 시작한다. 학생은 치킨이 먹고 싶다던 어린 동생을 데리고 거리에 나왔는데 수중에는 5천 원밖에 없었다. 당시 코로나19로 아르바이트에서도 해고되어 생계가 막막했던 학생은 5천 원짜리 치킨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동생을 위해 여러 가게를 찾아다녔다. 치킨을 사지 못한 학생은 실망하고 있던 동생과 마지막 가게를 찾았는데, 그곳이 박재휘 씨의 가게였다. 박 씨는 문밖에서 주저하는 형제를 발견하곤 이유도 묻지 않고 치킨을 내어줬다고 한다. 학생의 편지에는 “가게를 방문할 때마다 동생에게 치킨을 내어주고 미용실에서 동생의 머리를 깎여 집으로 돌려보내기도 했다”라고 사연을 더하며, “저도 사장님처럼 어려운 사람들 도와주며 사는 멋있는 사람이 되겠습니다”라고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이 편지를 읽은 네티즌들은 “감동해서 폭풍 같은 눈물을 흘렸다”라며 박 씨의 가게를 수소문하기 시작했다. 홍대에 있는 박 씨의 가게는 몇몇 네티즌들에 의해 순식간에 밝혀졌고, 좌표(주소를 뜻하는 인터넷 은어)가 찍힌 가게를 돈쭐내기 위해 전국 여러 곳에서 주문을 넣는 상황이 생겼다. 네티즌들은 “돈쭐내기 위해 부산에서 치킨을 주문했다”, “여기는 대전인데 굶고 있는 아이들에게 대신 전해줬으면 한다” 등의 댓글과 함께 주문이 쇄도했다. 그리고 선물이나 성금 등을 전달하는 등 점주의 선행을 격려하고 있다. 박 씨는 주문이 너무 많아 닭이 모자랐다며, 한때는 영업을 중단하는 상황도 있었다고 하며, “돈쭐나는 게 이렇게 무서운 일인지 몰랐다”라는 후일담을 남겼다. 뒤에 밝혀진 사실이지만 박 씨는 돈쭐로 생긴 수익에 본인의 돈을 더 보태 600만 원을 사회에 기부했다고 한다.
  도대체 ‘돈쭐’이란 무엇인가? 돈쭐낸다는 말은 ‘돈’과 ‘혼쭐낸다’의 합성어다. 돈으로 혼쭐을 내준다는 말인데 언뜻 보면 혼쭐내겠다는 의미 같지만, 풀이하자면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행동을 하거나 옳은 일을 했을 때 주문을 많이 하여 돈을 많이 벌게 해준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식당이나 가게의 경우 네티즌들이 물건을 팔아주거나 착한 기업에 칭찬의 글을 올리는 등의 방식으로 경제적인 도움을 주는 행위를 말한다. 이 행위는 도움의 가치를 뛰어넘어 ‘선행’에 동참한다는 점에서 그 의미하는 바가 크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돈쭐 현상에 열광하는 것일까? 이런 돈쭐 현상의 배경에는 미닝아웃(meaning-out)을 추구하는 밀레니얼 세대(Millennials: 198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사이에 출생한 세대)가 있다. 미닝아웃은 신념을 뜻하는 ‘미닝(meaning)’과 ‘커밍아웃(coming-out)’을 더한 말로 소비를 통해 자신의 정치 사회적 성향을 드러내는 소비 습관을 말한다. 2020년 발표된 커머스 마케팅 기업의 한 조사에 따르면 밀레니얼 세대의 약 52%가 자신의 가치와 신념에 맞는 소비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들은 자신의 가치관에 맞으면 가격이 비싸거나 이득이 없더라도 기꺼이 지갑을 여는 특성이 있다.

  돈쭐 현상은 결식아동에 무상으로 음식을 제공한 착한 음식점을 보다 적극적으로 알리고 돕자는 취지로 어느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시작되었다. 이를 기점으로 자영업자들이 나서서 홈페이지까지 개설해 가며 자발적 공동체 운동인 ‘선한 영향력 프로젝트’를 전국에서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이에 소비자들은 단순히 인터넷에서 착한 가게를 찾아 알리는 것뿐만 아니라 직접 해당 가게를 찾아 응원하고 SNS에 인증사진을 남기는 등 적극적인 소비를 통해 힘을 싣기 시작했다. 그 결과 2021년 5월 현재 전국적으로 2,104개의 점포가 선한 영향력 프로젝트에 동참해 결식아동을 후원하고 있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현상인가.
  ‘돈쭐’은 단지 한국에만 국한된 현상일까? 온라인을 중심으로 밀레니얼 세대가 주 소비층으로 부상하자 세계적인 기업들도 이들을 붙잡기 위한 ‘착한 마케팅’ 활동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볼보자동차코리아는 달리면서 쓰레기를 줍는 환경 캠페인인 ‘2021 언택트 헤이, 플로깅(Hej, Plogging)’을 진행하면서 친환경 마케팅을 확대했다. 플로깅은 스웨덴어 ‘이삭을 줍다(Plocka Upp)’와 영어 단어 ‘조깅(Jogging)’의 합성어다. 플로깅 장갑과 가방, 친환경 플로깅 봉투 등을 참가자에게 제공하고 환경재단에 수익금을 기부하여 환경을 중시하는 홍보 활동이다. 하지만 모든 기업이 착한 마케팅을 하는 것은 아니다. 최근 국내의 한 식품업체는 자사의 유제품이 코로나19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과장·허위광고로 소비자들에게 혼쭐이 나기도 했다. 비윤리적인 광고로 인해 불매운동과 함께 매출이 급락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러한 소비 형태를 봤을 때 요즘 사람들은 환경, 인권, 건강 등 공동체를 우선하는 사회적인 가치에 기반을 둔 기업들의 제품을 적극적으로 소비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결국, 비즈니스 업계의 중심키워드로 떠오른 ‘돈쭐’은 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상생’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즉, 소비자들은 모범적이고 윤리적인 ‘착한’ 기업의 상품을 선호한다는 것이고, 기업은 그런 소비자들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착한’ 기업을 표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번 돈쭐 사건을 보면서 사람들에게 내재한 ‘양심’이 사소한 계기로 밖으로 드러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양심은 인터넷 커뮤니티를 타고 사람들에게 전파되어 ‘선한 영향’이라는 결과를 만들었고 선한 영향은 구매력으로 무장되어 기업의 방향성마저 재고하게 만들었다. 사람들의 선행이 끼치는 영향력을 ‘돈쭐’에서 다시 한번 느끼게 됐다. 그러고 보니 『전경』에 실린 상제님의 말씀이 문득 생각난다.


“선천에는 눈이 어두워서 돈이 불의한 사람을 따랐으나 이 뒤로는 그 눈을 밝게 하여 선한 사람을 따르게 하리라”(교법 1장 63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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