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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151년(2021)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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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 성구 : 중복(中伏) 날 뇌성이 울리지 않으면

중복(中伏) 날 뇌성이 울리지 않으면



교무부 이호열



六월 중복날 상제께서 대흥리 부근 접지리(接芝里) 마을에서 경석을 비롯하여 여러 종도들을 만나 그들에게 이르시기를 “중복인 오늘에 뇌성이 울리지 않으면 농작물에 충재의 해가 있으리라.” 날이 저물도록 우렛소리가 없기에 상제께서 하늘을 향하여 “어찌 생민의 재해를 이렇게도 좋아하느뇨”고 꾸짖으시고 종도에게 마른 짚 한 개만 가져오게 하시고 그것을 무명지에 맞추어 잘라서 화롯불에 꽂고 다 태우시니라. 갑자기 번개가 북쪽에서만 번쩍이니 다시 상제께서 “북쪽 사람만 살고 타곳 사람은 죽어야 옳으냐”고 하늘을 향하여 꾸짖는 듯이 소리를 치시니 사방에서 번개가 번쩍이고 천둥이 쳤도다.
(권지 2장 17절)


  1907년(丁未) 중복 날의 일로 추정되는 이 성구는 농작물의 충재(蟲災, 해충으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상제님께서 하늘을 향해 꾸짖으시고 뇌성을 울리도록 하셨다는 일화를 소개하고 있다. 이 일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농사에 있어 중복이 가지는 시기적 특성과 뇌성이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해충에 어떤 작용을 하는지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이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중복인 오늘에 뇌성이 울리지 않으면 농작물에 충재의 해가 있으리라.”라고 하신 말씀의 의미에 대해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삼복(三伏)의 의미와 농사


  ‘삼복더위’라는 말이 있듯이 삼복(三伏)이라 일컫는 초복, 중복, 말복은 더운 여름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키워드들이다. 일 년 중 낮의 길이가 가장 긴 하지(夏至)로부터 세 번째 경일(庚日)을 초복(初伏), 네 번째 경일을 중복(中伏), 그리고 가을이 들어선다는 입추(立秋) 후 첫째 경일을 말복(末伏)이라 하는데, 이를 합하여 ‘삼복(三伏)’ 혹은 ‘삼경일(三庚日)’이라 한다. 경(庚)은 십간(十干)의 하나로, 계절로는 가을을 상징하며, 오행(五行)으로는 금(金)으로서 숙살(肅殺)01의 기운을 가진다.
복날의 복(伏) 자는 ‘엎드릴 복(伏)’ 자를 쓰는데, 이는 ‘人(사람)+犬(개)=伏(복)’의 형태로, 사람이 개처럼 바짝 엎드린 모습을 나타낸다. 이를 두고 조선 중기의 학자 이수광(李睟光, 1563∼1628)은 『지봉유설』에서, 복(伏)의 의미를 “음기가 장차 일어나고자 하나 남은 양기에 압박되어 상승치 못한다”라고 하였다. 즉, 하지로부터 음(陰)이 시생(始生)하면서 생겨난 가을의 서늘한 금(金) 기운이 아직 강렬한 여름의 더운 불(火)기운에 맞서 일어서지 못하고 세 번 엎드리는 때를 삼복이라 한 것이다.02
  이러한 복날은 『사기(史記)』에 진(秦)나라 덕공(德公) 2년(기원전 676)에 “처음으로 복제(伏祭)를 지내고, 개를 잡아 열독(熱毒)을 다스렸다”03라는 기록이 있을 정도로 오랜 역사적 전통을 가진 풍속이다. 개고기는 잡귀와 부정을 막는다고 하며,04 복날 개장국을 끓여 먹는 풍습은 무더위와 함께 몸에 생겨난 ‘열독(熱毒)’을 다스리기 위함이라고 한다.
  삼복은 대개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는 소서(小暑, 양력 7월 8일경)에서 처서(處暑, 양력 8월 23일경) 사이에 들게 된다. 이 시기는 벼가 빠르게 자라면서 줄기에 마디가 생기는 시기로, 벼 마디가 생기는 것을 나이 먹는 것으로 보아 농부들은 복날마다 벼가 나이를 한 살씩 먹는다고 여겼다. 날씨가 더워지면서 벼의 성장도 빨라지지만, 잡초도 무성해지므로 초복은 초벌 김매기, 중복은 두벌 김매기, 말복은 세벌 김매기를 하는 날이었다.05 한증막 같은 뜨거운 여름날, 논에 가서 허리를 굽혔다 펴기를 수없이 반복해야 하는 김매기는 엄청난 노동이었다. 복날 몸보신을 하는 이유는 더위를 이기자는 뜻도 있지만, 이처럼 농사가 본격적인 김매기를 해야 하는 단계로 접어들게 되므로 잘 먹고 힘을 내자는 의미도 있다고 한다.
  삼복더위와 함께 해충의 활동도 활발해지는데, 충재(蟲災)는 예부터 수재(水災), 한재(旱災) 등과 함께 농작물에 심각한 피해를 주는 재앙의 하나였다. 고종 11년(1874)에 일어난 해충에 의한 농작물 피해에 대해 옛 기록은 “서산(瑞山) 등 20 읍의 충재(蟲災)는 침식되는 듯하더니 다시 발생하여 결국에 뿌리와 줄기와 이삭과 잎사귀 모두 손상을 입지 않은 것이 없고, 익어가던 곡식을 다 먹어 치워 남은 것이 없을 지경으로 … 모든 읍이 이미 흉년이 들 것이라고 판단됩니다.”06라고 서술하고 있다.
  해충은 온도가 상승함에 따라 발육과 번식이 증가한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병충해를 일으키는 흰등멸구는 우리나라에서 7월 하순에서 8월 상순에 최대 발생하여 벼에 피해를 준다고 하며,07 벼멸구 또한, 7월 20일을 전후하여 많은 양이 채집되므로 7월 하순에서 8월 상순이 방제 적기라고 한다.08 무더운 여름 가운데 일 년 중 가장 덥다는 대서(大暑, 양력 7월 22일경)의 즈음에 들게 되는 중복은 이처럼 해충의 활동이 극심한 때이다. 따라서 이때 충재를 제대로 대비하지 못한다면 농작물이 각종 병충해를 입게 되어 풍년을 기약하기 어렵게 되므로, 중복은 가을 수확을 위해 해충을 방제해야 할 중요한 시기이다.



뇌성(雷聲)과 해충 방제


  “중복에 뇌성이 울리지 않으면 농작물이 충재의 해를 입을 것”이라고 하신 상제님의 말씀은 뇌성과 충재가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갖게 한다. 이 말씀은 뒤집어 생각해 볼 때 ‘뇌성이 울리면 농작물의 충재를 막을 수 있다’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뇌성이 어떻게 농작물의 충재를 막을 수 있는지에 대해 알기 위해서는 먼저 벌레들이 천둥소리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매년 양력 3월 초에 찾아오는 경칩(驚蟄) 절기에 대해 옛사람은 ‘이 무렵에 첫 번째 천둥이 치고 그 소리를 들은 벌레들이 땅에서 나온다.’라고 하여 놀랄 경(驚) 자와 겨울잠 자는 벌레 칩(蟄) 자를 써서 경칩이라 했다.09 경칩이라는 한자어에서 ‘콰르릉 쾅’ 하고 천지를 울리는 엄청난 천둥소리에 땅속에서 자고 있던 벌레들 또한 크게 반응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천둥소리의 위력은 대단하여 사람들도 이에 깜짝 놀라고 크게 위축되기 마련인데, 벌레들 또한 이 엄청난 굉음을 견디지 못하는 것이다.
  또한, 양잠 농가의 농부들은 “천둥소리가 나면 누에가 뽕잎을 먹지 못한다”라고 말하는데, 실학자 홍만선(洪萬選, 1643∼1715)이 지은 『산림경제(山林經濟)』에 의하면 “누에는 북 두드리는 소리나 천둥소리를 두려워하여 엎드려 일어나지 않는다.”10라고도 한다. 누에가 뽕잎을 갉아 먹듯이 벼잎을 갉아먹는 이화명충이나 혹명나방의 유충 등도 누에보다 크기는 작지만 자라서 나방이 된다는 점에서 누에와 비슷한 벌레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벼잎을 갉아먹는 해충들도 누에와 같이 천둥 치는 소리에 맥을 못 추게 되는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과학적으로 살펴보더라도, 구름에서 번개가 발생할 때 공기가 빠르게 팽창하면서 천둥이 울리게 되는데, 이때 구름 각 층에 형성된 밀도의 차이가 음파 진동의 변화를 초래하여 다채로운 ‘공명현상’을 유발하고, 이와 함께 상층과 하층의 온도 차는 소리의 전달 속도에 영향을 미쳐 다양한 소리와 충격파를 만들어 낸다.11 국립농업과학원에서 도출한 ‘스트레스 음파의 자극이 섭식ㆍ발육ㆍ교미ㆍ내분비 측면에서 벌레들에게 생리적 교란을 일으킨다.’12라는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볼 때, 이러한 천둥소리로 인한 충격파와 다양한 진동이 해충의 생장과 번식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소리의 진동으로 해충을 몰아내는 사례로 한 농부는 “농악(農樂)이 병충해 예방에 도움이 된다”라는 어른들의 얘기를 듣고, “농악에서 사용되는 사물(꽹과리ㆍ북ㆍ장구ㆍ징)의 장단 고저 등에서 나오는 음파 등이 해충을 몰아내는 역할을 할 것으로 생각하여 논두렁에서 사물을 치는 방법을 써서 병충해를 극복했다”라고 한다.13 특히, 꽹과리는 ‘천둥소리’를 상징하기도 하는데, 농악대들이 논 주위를 한나절 동안 시끌벅적 휩쓸고 지난 며칠 후 그곳의 병해충들이 누렇게 떠서 죽어 있더라는 농부의 생생한 경험도 전해진다. 이처럼 벌레의 소리에 대한 민감성을 응용하여 논두렁에 스피커를 설치하고, 오전에는 클래식 음악으로 식물 생장을 돕고 오후에는 농악을 틀어 주어 해충을 퇴치하는 ‘그린음악농법’14이 20여 년 전부터 친환경농법으로 시행되어 성공을 거두어 왔으며, 근래에는 초음파를 이용한 벌레퇴치기 등도 상품화되어 출시되고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삼복을 거치는 무더운 여름은 농작물이 크게 자라면서 잡초, 해충들도 기승을 부리게 되는데, 특히 중복의 즈음은 벼농사에 있어 김매기, 해충 방제 등이 필요한 때로 일 년 중 풍성한 가을 수확을 위해 중요한 시기이다. 상제님께서 중복 날 뇌성을 울리도록 하신 것은 무더운 여름날 중복을 넘기기 전에 뇌성이 울려야 충재를 막을 수 있다는 의미로 이해되기도 한다. “천둥 번개 많은 해는 풍년든다”라는 농사 속담도 있듯이, 상제님께서 주관하시는 뇌성은 농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신비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된다. 농작물의 충재를 막기 위해 상제님께서 중복 날 하늘로 하여금 뇌성을 울리도록 하신 이 일화에서 농민들을 염려하고 풍년을 이루도록 베풀어주신 상제님의 창생 구제의 뜻이 느껴진다.





01 “쌀쌀한 가을 기운이 풀이나 나무를 말려 죽임.” 『표준국어대사전』
02 정종수 「복날과 개고기」, 《서울신문》 2020. 07. 26. 참조.
03 『史記』, 「秦本紀」, “德公二年,初伏,以狗御蠱” ; 『화인백과(華人百科)』, “秦德公, 前676年, 初次設立伏祭, 在城邑四門殺狗祭祀, 祛除傳播疾病的暑氣”
04 전형일, 「복날과 복달임」, 《한국일보》 2021. 07. 21.
05 강천금, 「초복 ‘대국민 몸보신의 날’ 조상들은 뭘 먹었을까?」 《브레인미디어》 2012. 07. 19.
06 『충청감영계록(忠淸監營啓錄)』 「고종 11년(1874)」.
07 김경민ㆍ박영희, 「Studies of the Life Cycle and Rearing Methods of Whitebacked Planthopper」, 『Journal of Life Science』 Vol. 28, 2018. p.357.
08 이영인 「벼멸구 피해를 막자 - 7월 하순부터 8월 상순이 방제 적기」 『농약과 식물보호』 v.9 no.4, 1988.
09 『한국세시풍속사전』 「경칩」
10 농촌진흥청 편, 『증보산림경제Ⅰ(增補山林經濟)』, 『고농서국역총서』 4, pp.242~243.
11 김형태, 「천둥과 번개가 만들어 낸 소리 과학」, 《헬스조선》 2017. 04. 21. 참조.
12 이상계 외, 「음파를 이용한 시설재배작물 병해충 관리기술개발」, 『국립농업과학원 연구보고서』, 2013.
13 김종량, 「풍물로 벼 병충해 쫓는 박문기 씨」, 《연합뉴스》, 1997. 08. 21.
14 김재정, 「강진 오경배 유기농 명인, ‘그린음악농법’ 등 친환경농법 주목」, 《광주매일신문》 2021. 04.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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