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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152년(2022)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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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광장 : 교운 1장 9절 속 지하의 의미

교운 1장 9절 속 지하의 의미
-무가 속 창세신화를 중심으로-



교무부 김대현


  널리 쓰이는 말에는 일상적 정서에 의해 고착된 어감이라는 것이 있다. ‘지하(地下)’라는 말도 그 가운데 하나이다. 뭔가 모를 어둠과 공포를 안고 있는 이 말은 “…천상과 지하의 경계를 개방하여 제각기의 지역을 굳게 지켜 서로 넘나들지 못하던 신명을 서로 왕래케 하고 그가 사후에 동양의 문명신(文明神)을 거느리고 서양에 가서 문운(文運)을 열었느니라….”는 교운 1장 9절에도 등장한다. 또한 행록 3장 42절 “상제께서 어느 날 이 도삼에게 글 석 자를 부르게 하시니 그가 천ㆍ지ㆍ인(天地人) 석 자를 불렀더니 상제께서 天上無知天 地下無知地 人中無知人 何處歸라고 그에게 읊어 주시니라.”의 구절에서는 천상ㆍ지하ㆍ인중이 천ㆍ지ㆍ인의 의미와 서로 호응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는데 여기에 지하에 대한 의미 파악의 단서가 있다. 지하라는 말에 대한 이해에 따라 교운 1장 9절의 의미가 달라지는바 한국 무가 속 창세신화(創世神話)01의 이야기를 자료로 삼고 행록 3장 42절을 중심으로 하여 지하라는 말의 의미에 대해 다가서 보고자 한다.
  보통 지하라는 말은 땅 아래의 어둡고 차가운 곳을 가리킨다. 사람이 죽어 지하에 묻힌다는 것은 그러한 지하의 이미지를 더욱 음습하게 한다. 지하의 어두운 이미지는 사람이 죽어서 가는 저승의 이미지로 연결된다. 더욱이 불교문화와 세계 여러 신화에서도 저승이나 지옥을 지하 깊은 곳으로 묘사한다.





  하지만 한국 무속 신화나 전설에서 저승은 지하가 아닌 황천과 같은 강 건너에 있다. 예를 들어 바리공주02는 강을 건너 저승에 이른다고 하는데, 한국의 무가 전통에서 저승은 지하에 있지 않고 이승과 저승의 경계가 되는 강 건너에 있다. 그와 함께 지하는 저승의 어두운 이미지가 아닌 또 다른 세계의 이미지를 갖는다.
  무가를 통해 전승되어온 창세신화를 보면 지하는 천지인(天地人) 삼계의 지(地)와 같은 개념으로 만물 탄생의 근원적 공간을 나타낸다.03 신화에서 청의동자와 천자 등 수많은 신들이 지하로부터 솟아올랐다는 표현은 그러한 우주론적 세계관의 반영이다.04 지가 천의 이치를 통해 구체적인 사물을 형성하는 원리가 이와 같다.
  초감제05의 창세신화를 보면 지하와 관련하여 탄생의 근원지로서의 地(땅)의 모습을 묘사한 부분이 있다.


금세상을 굽어본직, 밤도 캄캄 낫도 캄캄 / 인간이 동서남북을 모르고, 가립을 못 가린직 / 헤음업시 남방국 일월궁의 아달 / 쳥의동자가 소사낫스니 / 압이망 뒷이망에 눈이 둘식 도닷심내다 / 하늘황으로 두수문장이 나려와서 / 압이망에 눈 둘을 취하야다가 / 동의 동방섭제 에서 옥황께 축수한직 / 하날에 해가 둘이 돗고 / 뒷이망에 눈 둘을 취하야다가 / 서방국 섭제 에서 옥황께 축수한직 / 달이 둘이 소사난직, <초감제>




  땅에서 거대한 생명의 원형이 솟아나 그 형태가 분명해지고 해와 달이 생겨났다는 것은 지하가 탄생의 근원지임을 의미한다. 지하에 무한한 생명의 열기가 깃들어 있음은 우주를 이루는 거대한 한 축으로서06 지하계 또한 천상계와 같은 초월적 신성 영역임을 뜻한다.07 이러한 창세신화에서 땅은 본시 하늘과 한 몸이었고 분리의 결과로 나누어졌으므로 천상계와 지하계 모두는 동일한 원형 가운데 나타난 신명의 영역이라 할 수 있다.
  한국의 구전신화는 보통 굿판의 서사무가(敍事巫歌)08 형태로 전승되는데 그중 세계 탄생에 관한 내용은 내륙의 창세가 계열과 제주도 초감제(初監祭) 계열에 담겨있다. 여기 창세신화에서 땅과 지하는 같은 의미로 쓰이는 것을 볼 수 있다. 



  신화는 세계에 대한 근원적 인식을 담고 있는 서사이다. 이들이 전하는 공통적인 내용은 본래 하나였던 하늘과 땅이 분리되면서 시공간의 현상 세계가 펼쳐졌다는 것이다. 위 창세가에서 미륵이 땅의 네 귀에 기둥을 세웠다는 것은 하늘과 땅의 분리 양상이다. 초감제에서도 거신(巨神)인 도수문장이 한 손으로 하늘을 치받고 한 손으로 지하를 짓누르는 장면이 나온다. 하늘과 땅의 분리를 통해 생겨난 공간 속에서 인간을 포함한 자연 만물이 살게 되는데 이를 인간계라 한다. 낮과 밤 그리고 계절과 기후의 변화 가운데 삶과 죽음이 오가는 곳이 우리가 숨 쉬는 이 세상이다. 그 일련의 서사에 천상계와 지하계가 바탕으로서 기본 축을 이룬다. 이렇듯 무가 속 천상과 지하의 이야기는 하나의 원형에서 분리된 두 영역에 대한 서사가 된다.
  지하는 천지인 삼계의 지와 동등한 의미를 가지면서 지의 근원성을 강조하는 기능을 한다. 인계에서 바라보는 땅의 모습은 겉으로 드러난 표층에 불과하다. 그 표층 아래 잠재된 곳, 그 신성한 공간으로서의 땅이 실제 모습이며 지하는 땅의 그러한 본질을 표현한 말이라 할 수 있다. 보통 천상과 지하가 함께 쓰이면 삼계의 천과 지의 의미로 쓰이며, 따로 쓰일 때는 말 그대로 공간적 의미로서 땅 밑 하늘 위라는 뜻을 가지는 경향이 있다. 이런 점을 볼 때 위 구절의 지하는 천상과 함께 쓰이면서 천지인 삼계의 지를 나타내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지하라는 말은 천지인 삼계의 지(地)에 하(下)를 추가하여 천상과 함께 지가 가진 근원으로서의 지위를 나타낸다.09 이것은 앞서 살펴본 행록 3장 42절 “…그가 천ㆍ지ㆍ인(天地人) 석 자를 불렀더니 상제께서 天上無知天  地下無知地 人中無知人 何處歸라고 그에게 읊어 주시니라.”의 구절에서 천ㆍ지ㆍ인에 각기 대응하는 天上ㆍ地下ㆍ人中을 볼 때도 천ㆍ지ㆍ인에 상ㆍ중ㆍ하와 같은 말이 붙어 강조의 기능을 한다. 이렇게 지와 강조적 의미로서의 지하가 하나의 맥락으로 서술을 이루는 것에서 지하가 삼계 가운데 지를 가리킨다고 볼 수 있다.
  한편, 교운 1장 9절에는 서양인 이마두가 천상과 지하의 경계를 개방하여 제각기의 지역을 굳게 지켜 서로 넘나들지 못하던 신명을 서로 왕래케 하였다고 서술되어 있다. 그러므로 제각기의 지역인 하늘에도 여러 경계가 있고 땅에도 각각의 경계가 있을 것이다. 이것을 볼 때 이마두에 의해 천상과 지하 간의 경계가 개방되면서 천상 내에서 넘나들지 못했던 경계와 지하 내에서 넘나들지 못했던 경계도 함께 개방되어 신명들이 왕래할 수 있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요컨대, 교운 1장 9절의 지하는 어둡고 차가운 죽음의 세계가 아닌 만물의 저장소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게 보인다. 천상ㆍ지하의 개방이 하늘과 죽음의 세계가 이어지는 것이 아닌 설계도를 품은 하늘과 재료를 품은 땅이 소통한다는 것이 창조성의 측면에서 더 설득력이 있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01 인간세계 창조에 관한 신화, 천지개벽신화로 문헌으로 전하는 것은 없고 무속신화로 구전되는 자료만 있을 뿐이다.
02 한국 신화의 대표적인 신이자 영웅. 무조신(巫祖神). 무교에서 모든 무당의 조상으로 대접받는 신이다. 인간세상과 신들의 세상을 이어주며, 국어국문학사전에 의하면 바리데기의 신격은 이렇다. 바리공주라는 이름은 버려진 공주라는 뜻이며 버려진 아기라는 뜻의 ‘바리데기’라고도 불린다. 한자로는 음차를 해서 발리공주(鉢里公主), 혹은 뜻을 따와서 사희공주(捨姬公主)라고 쓴다.
03 신동흔, 「고전서사에 나타난 지하세계의 형상과 의미」, 『국어국문학』(2020), p.137.
04 같은 글, p.137.
05 제주도 굿에서 가장 먼저 모든 신들을 청하는 굿거리이자 큰굿의 첫째 굿거리로 여기에서 천지개벽의 내용이 담긴 무가를 부른다.
06 신동흔, 『살아있는 한국신화』, (서울:한겨레출판, 2014), pp.28~29.
07 같은 책. p.136.
08 소설이나 설화와 같이 줄거리를 갖춘 서사 양식에 속하는 무가.
09 같은 책, p.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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