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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152년(2022)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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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문예 공모전 : 옹이의 작은 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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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문예 : 운문 우수 / 신흥11 방면 선무 권선목



옹이의 작은 소원



지독한 번뇌와 살을 에는 고통에도
숨을 죽여 참아내던 말라버린 세포들은
벌레가 먹어들면 뿜어내던 화합물에
굳은살을 채워가며 가슴앓이를 했습니다



내박쳐진 숲 언저리 홀로 솟은 소나무는
옹이의 작은 소원 하늘에 빌어봅니다
고단했던 속세에서의 끝이슬을 떨구고
대목장의 안심어린 눈도장을 받는 날
산사의 한 귀퉁이 기둥 하나 허락받아
영겁의 세월을 기도하게 해주소서



뽀얀 나이테에 먹줄이 튕겨지고
정교한 대패질에 속살이 드러나면
독감처럼 아픈 기억들 훌훌 벗은 마음 끝에
남 모르는 미소가 향냄새로 번져옵니다
어스름 달 그림자 주춧돌에 내려앉으면
산사의 풍경소리 귓가에 맴을 돕니다






심사평


  ‘옹이의 작은 소원’은 습작을 많이 해 본 솜씨인지 안심이 되는 작품이다. ‘옹이’에서 표출하고 있는 공간은 외시적(外示的) 공간인 절이다. 시의 의미작용은 객관적 상관물들을 통한 새로운 의미공간이어야 한다. 그 점에서 성공한 시이기도 하다. 사물과 특별한 감동으로 쉽게 소통하기는 어렵다. 자신이 평소에 대상과의 소통을 강렬하게 소망하거나, 혹은 자신이 한때 겪었을 비밀스러운 종교적 체험을 많이 축적했다면 사물과 쉽게 교감이 될 수 있다.
  ‘아직도 풍경소리가 맴돌고’ 있다는 언설(言說)이 이 시의 현주소다. 속세와 멀리 떨어져 깊숙한 산중에 자리 잡은 고색창연한 절집 주춧돌 위의 옹이와 풍경소리다. 이 소리와 옹이는 의미공간으로 남는다. ‘풍경소리’는 아마 분명 큰 스님의 기침 소리와 어울려 무겁게 소리를 냈으리라. ‘말라버린 세포, 한 귀퉁이 기둥, 향냄새, 달 그림자’를 그냥 두지 못한다. 과거 시간이 아니라 화자의 가슴에 현재의 소리로 불러들이고 있는 ‘옹이’다. 읽기 쉬운 고유어로 배치한 데다가 그 내포(connotation)의 파악에 특별한 어려움이 따르지 않는다. 천의무봉에 가까운 언어 선택과 활용도 이 시의 감칠맛을 더해 주는 것은 사실이다. 풍경소리의 무게로, 절집 기둥도, 물고기 형상이 바람에 흔들리며 풍경치는 처마를 배경한 암벽도, 사찰도 숨죽이고 깨달음을 얻어가는 공간을 상상했다. 아니, ‘피노키오의 모험’에서 작가 콜로디가 피노키오에게 생명을 부여하듯 풍경(風磬) 속 물고기에게 생명을 부여했다면 더 큰 욕심일까? 그러나 마지막 연의 파격 없는 뻔한 안정성이 최우수 작으로 밀기에 망설여진 작품이다.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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