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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141년(2011)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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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누고 싶은 이야기 : 한 때의 꿈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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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의 꿈이었으면 좋겠다

 


 잠실7 방면 선무 서종석

 

 


  옛 정월 한 달은 큰 마당 축제가 있었다 하는데, 우리들 바쁜 현대인들이 그 분위기를 조금이나마 알 수 있을까? 그 시대 삶 속 명절 분위기를 유추하는 데 무리가 따르지만 지인의 정성스런 가르침이 있어 어릴 적 생각을 하며 적어 본다.       
지  리산 두메산골, 그곳을 지키며 사는 한 어른의 이야기에서 도심의 바쁜 현대인들이 잊어버린 명절 분위기와 삶 속에서 신명께 접대하는 후덕한 모습을 엿들을 수 있었다. 이번 설에도 정월 한 달간의 마을 분위기에 대한 그분 어릴 적 이야기를 해 주셨는데, 내게도 낯설지만은 않았다.
  “정월은 설과 대보름만 명절이 아니라 그달 한 달이 명절처럼 그랬어. 참 놀이도 많고 했제…! 겨울에 힘든 일도 많았지만 정월은 즐거운 달이라. 설과 대보름뿐만 아니라 한 달 내내 마을이 온통 축제였거든….
  낮엔 일을 하고 저녁 무렵부터 동네 어른 몇이 모여 집들을 돌면서 농악으로 장단 맞추어 놀아주면, 집주인들은 반겨 맞으며 음식 장만해서 마당에 차려 놓고 집을 지키는 신명께 대접을 먼저 해 드린 다음 찾아온 손님들에게 잔치를 베풀어. 배고픈 시절이라 애들도 많이 오제!
  집을 구석구석 돌며 한바탕 농악으로 놀아 준 다음 음식까지 잘 먹고 다음 집으로 옮겨가. 하루에 서너 채씩 돌면 한 달이 다 가. 중간에 마을 대항 농악도 있는데 우리가 상도 받고 그랬거든. 지금은 돌아가신 00어른 꽹과리 소리하면 제일이었지. 북ㆍ징ㆍ장구 어울려 놀 때 보면 참 잘하셨어.
  지금 놀이와는 달라. 사람들이 알거든, 와서 놀아주면 그것이 한 해의 복을 기원하는 놀이라는 것을 사람들이 알았어. 농악 노는 게 재미도 있지만 알고 보면 안녕과 복을 빌어주는 굿이야. 동네 사람들 찾아와서 맛난 음식 먹으며 가족의 안녕을 빌어주고 한 해의 복을 빌어주는 거야. 그때의 마음들이 그랬어.
  꽹과리ㆍ북ㆍ징ㆍ장구 두들기며 한 집을 찾아가면 어느새 집주인이 마당에 상을 차려놓고 있거든. 한바탕 흥겹게 놀고 나면 중간에 그 집을 향해 절을 해 줘. 부엌으로 가서도 한바탕 두들기다가 절을 하고 집 곳곳을 한 바퀴 돌며 절을 해 주는 게 뭐겠어. 그 집안 신명들께 감사드리고 또 한 해의 복을 빌어주는 거야. 이것을 하루에 다 할 수는 없으니 한 달이 걸리는 거야. 보름에는 절정을 이루는 거고.
  동네가 축제였제… 마을 신당이나 산신께 대접도 하고 집마다 조왕신이니 뭐니 기원을 드리는 날이기도 했고. 청년들 중에는 한 사람의 지원자가 나서서 3일 목욕재계하고 보름 전날부터 동네 뒷산에 올라가서 밤샘 기도를 하기도 했지! 밤에 마을 위 산 큰 바위 중턱에 올라 밤새 마을의 안녕과 소원을 기도하고 내려온단다.
  호랑이 울음소리도 나고 하던 때라… 호랑이가 나타나기도 하니 큰 다짐으로 올라야 했던 곳이었는데, 밤에는 무서우니 오르면 위험하다고 어른들이 겁을 주곤 했어. 그래도 총각들이 용기를 내서 올라갔고. 마을의 무사태평과 소원을 빌었는데, 뭐 마음에 드는 처녀와 혼인하게 해 달란 소원도 빌었겠지. 매년 한 사람씩 지원자가 올라가서 정성껏 밤샘기도를 올렸어! 
  그러면 마을에서는 어른들이 그 정성을 위한 제도 올려주고 농악과 큰 잔치를 벌였고. 그날 낮부터 총각들과 애들은 산에 소나무가지 한 아름씩 꺾어 와서 큰 달집 맨그러 보름달이 뜰 때 불을 지피고 그 불꽃과 달을 보며 묵은 기운 태워버리고 두 손 모아 빌곤 했지. 그러면 어느새 왔는지 동네 아낙네들 주변에 모여 달보고 소원 빌고 어른들 찾아와서 농악 놀아주고 흥겨운 마당이 절정으로 치달았지! 애들도 구경하다가 쥐불놀이니 뭐니 하며 뛰놀고. 수명이 가장 긴 큰 나무 옆에 살금 다가가서 나무에게 인사하며 소원도 빌고 그랬제….”
  시골에 가면 잊혀지는 우리의 미풍양속을 전해주려는 마냥 어른들이 덕담으로 한마디씩 들려주신다. 예전 어른들의 삶을 잘 모르는 내게 그분들의 이야기는 그냥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대순진리회에 입도 한 이후 그 이야기는 더욱 고맙게 와 닿음을 알 수 있었다. 그분들이 나누었던 정월 한 달간의 미풍양속이 요즘은 잘 보이질 않는다. 마을도 예전에 비해 썰렁하고… 그때 모습이 많이 사라져 가는 것이 아쉽다. 정월이라고 즐겁게 나누었던 추억 그것은 현대인들이 잊어가는 나눔의 정이고 미덕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조상과 신명들의 고마움은 생활 속에 배어 있었고. 
  농악도 그냥 놀이가 아니었다. 신명과 인간이 즐겁게 어우러진 한마당의 놀이굿이었음을 알려준다. 소리는 신명을 부르고 흥겨운 장단은 너도나도 신명나게 춤을 추게 하며 서로에게 평안과 복을 빌어준다. 두 손 모아 비는 소박한 마음에서 즐거운 축제로까지 승화시켰던 우리 어르신들의 얼과 혼. 내가 들었던 그 이야기는 일제시대와 6.25를 거치며 남아 있던 산골의 문화였을 것이다. 또 그것은 이 땅 조상님들의 얼이 담긴 문화였을 것이다.
  지금 그것이 계승되지 못하고 점점 사라진다. 수백만이 모여 사는 도시에서는 신기할 정도로 보이질 않는다. 불과 한 세대가 다 가기도 전에 어찌 사람들 마음이 이렇게까지 변했을까…!
  수도를 하기에 알게 된 것이지만 요즘 사회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것은 등한시하고 잘 모른다. 집을 지키는 신들의 고마움과 마을을 수호하는 신들의 고마움 또 산을 지키는 산신… 수많은 신명들의 고마움을 잘 모른다. 결국 보은으로 마땅히 해야 할 신명접대는 더욱 모르게 되었다. 
  관심들이 거의 없다. 조상이 무슨 소리냐며 산소는 자손들 두고두고 힘들게 하니 화장이 좋다하고, 마음은 물욕으로 채워 배부른 게 최고라 한다. 마음 문 닫아버리니 신명들도 냉담하다. 이러한데 어찌 삶 속에 녹아 있고 즐거운 놀이문화로까지 발전시킨 우리 선조들의 마음을 현대인들이 이해나 할까!
  지금을 사는 수도인으로서 우리 선조의 미풍양속의 가치를 드높여 외치고 다닐 필요가 있다. 꿈만 같다. 화려한 물질문명에 매료되어버린 우리들 세대… 어르신들의 좋은 미덕을 잊어버린 세대인데 그 어느 때보다 잘났다며 뽐내고 사는 모습이 한 때의 꿈이었으면 좋겠다.
  올해도 도심의 정월은 어느 때와 마찬가지로 분주하게 흘러간다. 물질문명에 사로잡혀 진멸지경에 빠진 세상을 구하시려고 구천상제님께서 선택하신 나라 조선! 그 마음을 우리 사회는 아는지…. 동심에 젖은 강강수월래는 동그랗게 달빛에 어른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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