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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141년(2011)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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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누고 싶은 이야기 : 바닥에서 건진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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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에서 건진 희망

 


구의10 방면 선감 류병무

 

  모든 것이 끝날 것 같은 순간 극적인 반전이 이루어지는 것을 실감해 본 적이 있는가? 어느 사업가는 사업을 막 포기하려던 참에 행운이 찾아왔다고 말한다. 자신이 궁지에 몰려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던 어느 순간 오히려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아가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가 부단히 매진한 덕에 보상을 받을 때가 된 것이리라.
  녹다운되어 경기에서 이기지 못할 것 같았던 권투선수가 챔피언 자리를 따낸 이야기를 들어 보았을 것이다. 굴복해야 할 순간을 넘기면 새로운 길이 펼쳐지며 영광이 손에 잡히는 것이다. 모든 노력을 기울일 가치가 있는 것일까 의심스러워지는 순간 한 번쯤은 누군가가 그 먹구름을 걷어내 주는 듯한 경험을 해 보았을 것이다.

 


  나에게도 이러한 경험이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설상가상(雪上加霜)이란 말이 있다. 눈 위에 서리가 덮인 격이라는 뜻으로, 어려운 일이 연거푸 일어남을 비유한 한자성어이다. 아마도 어려움은 이렇듯 연달아 일어나는가 보다.
  갑자기 닥쳐온 여러 가지 방면적인 문제와 개인적인 사정은 헤어나기 힘든 어려움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우선 당장의 생활고부터 해결해야 했던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육체노동밖에 없었다. 수도에 전념했던 탓에 회사 경력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인터넷을 통하여 일을 찾다가 알게 된 사람을 통하여 시작한 일이 ‘외부 도장공’이었다. 아파트나 상가 건물 등의 건물 외부를 밧줄을 타고 페인트를 칠하는 일이었다. 물론 도의 공사를 받들어 본 경험이 없지는 않았지만, 매일매일 해야 하는 육체노동이 쉽지는 않았고 밤마다 근육통으로 신음해야 했다.
  보조로만 일을 하다가 두 달 정도 되었을 때 드디어 줄을 타기 시작했다. 아파트 25층이 나에게 부여된 첫 일이었다. 줄을 타고 벽에 간 금을 ‘퍼티’로 메우는 일이었다. 밧줄에 ‘안전 달비계’01를 걸고 몸을 실은 다음, 줄 하나에 의지해야 하는 것이었다. 처음 줄을 타고 내려오는 아파트가 왜 이리 높던지 끝없이 길게만 느껴졌고 속으로 상제님을 얼마나 많이 찾았는지 모른다. 아마도 내가 수도를 해오던 중 가장 간절하게 상제님을 찾았던 것 같아 부끄럽기조차 했다.
  처음에는 줄을 한 번 내려올 때마다 상제님을 찾았고 매 순간이 목숨을 거는 것처럼 느껴졌다. 줄이 익숙해져 갈 무렵, 아파트 외부의 줄에 매달려 있는 나의 모습이 아파트 창문을 통해 비췄다. 내가 왜 여기에 있는 것일까?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다. 임원이 된 지 10년이 넘은 모습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나도 초라했다. 도전님의 말씀대로 수도를 해오지 않은 결과인 줄 알면서도, 이러한 생활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사실과 이러다가 수도의 의지가 꺾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더욱 나를 힘들게 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희망을 잃지 않도록 해준 것은 『전경』의 행록 3장 50절이다. 되뇌고 되뇌며 절망하지 않도록 나 자신을 다지고 또 다졌다.

 

 

天將降大任於斯人也 
하늘이 장차 사람에게 큰 임무를 맡기려고 할 때에는

必先勞其心志
반드시 먼저 그 心志(마음과 뜻)를 수고롭게 하고

苦其筋骨   
뼈와 살(근육)을 아프게(고통스럽게) 하고

餓其體膚 
그 몸(배)을 굶주리게 하고

窮乏基贐行

먼 길을 떠나는 데 노자도 없게 하고

拂亂其所爲
하고자 하는 바를 어지럽고 어긋나게 한다

是故 動心忍性
그 까닭은 그 마음을 움직이고 성품을 참게 하여

增益其所不能
그가 부족하고 능하지 못한 바를 채우고 더하게 하기 위함이다.

 

 

  위험한 일을 하는 외부 도장공들의 수당은 꽤 높았다. 하지만 대부분 사람들의 노임이 많이 연체되어 있었고 또 그나마의 돈도 술로 허비하는 사람이 많았다. 밧줄을 타면서도 나는 경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얼마 되지 않는 일당을 받았다. 그나마도 비가 오면 일을 할 수가 없어 허탕을 치는 경우도 많아서 한 달에 20일 채우기도 쉽지 않았다. 거기다가 공부 때 빠지고, 치성 준비로 빠지고, 도장 출근 때 빠지고 나니 한 달 한 달의 생활이 힘들었다.
  여름과 가을에는 그래도 나았다. 겨울이 오면서 문제는 시작되었다. 그나마 있던 일들도 날이 추워지면서 구하기가 쉽지 않았고 일을 하는 날보다 쉬는 날이 많았다. 들어오는 돈보다 어쩔 수 없이 지출하는 돈이 많다 보니 빚은 늘어만 갔다. 한 달 내내 김치로 버틴 적도 있었다. 나와 집사람은 견딜 수 있는데 자식이라고 있는 딸아이의 얼굴에 버짐이 피는 것을 보는 부모의 심정은 너무나 아팠다.
  그러다가 할 수 없이 들어간 곳이 보험회사였다. 그곳도 만만치 않은 생활이었다. 수도를 한다는 명목 하에 친구들과의 관계가 소원해져 있던 터라 누구 하나도 쉽게 만나주지 않았다. 나의 앞에 닥쳐온 어려움은 쉽게 끝날 것 같지 않았고 한 달 한 달을 산다는 것이 너무나 힘들었다.
  아! 수반들이 한 달 한 달 성모시던 월성금이 정말로 쉽게 올린 것이 아니었구나. 임원으로 있으면서 수반들의 정성금을 너무나 쉽게 생각했구나. 이러한 생각에 지난날의 임원 생활을 많이 생각해 보게 되었다. 당연히 누리는 자리로 알았던 지난날의 임원 생활이 많이 후회도 되었지만 이런 계기를 통하여 깨닫게 된 것은 천만다행이라고 생각되었다.
  겨울은 아무리 길어도 봄은 찾아온다. 힘들었던 겨울을 뒤로하고 봄이 오면서 다시 외부도장공으로 일을 했다. 다행히 좋은 작업반장을 만난 덕에 열심히 하는 나의 모습을 보고 일당을 올려주었다. 이제 생활은 조금씩 나아지는 것 같았고 마침 방면 문제가 해결이 되면서 도장 종사원으로 들어갈 길이 생기게 되었다. 사회 일을 하면서 드는 마음속의 공허함보다는 다소 경제적인 어려움을 택하더라도 마음이 원하는 일을 하고 싶었다. 그리고 그러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많은 분들이 도와주어서 다행히 지금은 도장 종사원으로 새로운 길을 가고 있다. 많은 것을 겪고 힘들게 들어온 교무부의 생활이 나에게는 다시 수도를 할 수 있다는 하나의 희망이 된 것이다. 그렇기에 내 앞에 주어진 일이 너무나 소중하고 또한 감사한다. 지난날 도전님의 뜻에 어긋난 수도를 하여 어려움을 겪었기에 다시는 그러한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해야겠다.
  삶이란 그런 것 같다. 바닥에 다다른 순간에 새로운 희망이 움트는 것이다. 언제나 동틀무렵이 가장 춥고 어둡지만 태양은 어김없이 솟아오르듯이 참고 견디면 반드시 희망이 생긴다. 아기의 탄생이야말로 이 원리를 가장 잘 보여 준다. 삶에서 가장 놀라운 선물이 주어지기 직전, 산모는 진정 인내심의 극한까지 시험당하며 끔찍한 공포와 불안과 고통을 겪는다. 막바지에 상황이 반전된다는 사실을 인지하면 우리 삶의 상처는 한결 줄어든다. 하늘은 목표를 이루겠다는 우리의 각오가 얼마나 절박한지 보기 위해 우리를 시험하고 있다. 힘들수록 조금만, 아주 조금만 더 이겨내면… 된다!
  이제 이러한 세상의 이치를 깨달았으니, 한 걸음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눈앞이 깜깜할 때면 이렇게 되뇌자. ‘모든 것이 엉망이 되어가고 있단 말이지! 이건 내가 얻으려고 애썼던 것이 바로 코앞에 와 있다는 말이로군!’ 그러면 마음이 훨씬 편해질 것이다. 가치 있는 일을 이루기 전에는 어떤 방식으로든 시험에 들게 된다. 마지막 고비에 이르렀음을 감지할 수 있다면, 어려움이 닥쳐도 그것이 성취를 위한 과정의 하나라고 생각한다면, 우리는 우리가 소망하는 것들을 성취할 수 있을 것이다.
 『대순지침』에 “‘함지사지이후에 생하고 치지망지이후에 존한다’는 옛사람들의 말이 있음과 같이 복(福)은 곧 복마(伏魔)로 풀이함은 화복(禍福)이란 말과 대등할 것이다. <80.1.3>”02라는 말씀처럼 나에게 도에 쓰일 수 있게 하기 위해 화라는 시험을 주신 상제님께 감사드린다. 그리고 많은 수도인들이 복을 앞에 놓고 화라는 껍질에 자신의 복을 포기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물론 이것이 나에게 주어진 어려움의 끝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하지만 화를 이겨내는 과정을 통해서 이제는 그런 과정조차도 감사한 마음으로 이겨낼 수 있는 자세를 조금이나마 가지게 된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01 공사 현장에서는 ‘젠다이’라고 부른다.

02 『대순지침』 p.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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