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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143년(2013)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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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문예 : 단청의 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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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청의 잔상
 
잠실7 방면 선무 정경선
 
  1991년 6월에 입도하여 도문소자가 된 지 어느덧 20여 년이 지났습니다. 10년은 결혼과 육아, 10년은 사회생활에 바빠 입도한 햇수는 오래되었지만 제대로 된 수도는 하지 못했습니다.
  다만, 조상님의 공덕과 선각 분들의 정성으로 그나마 겨우 따라가는 정도였습니다. 올해부터 새롭게 변해야한다는 결심을 하고 백일 정성을 드렸습니다. 그러던 중 방면의 부산회관 단청공사가 시작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때마침 큰 정성을 모실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휴가기간 만이라도 공사에 참여해보자는 생각을 하고 기쁜 마음으로 부산에 내려갔습니다.
  상량식을 모시고 그 이튿날 조를 배정받고 주의사항과 작업지시를 받은 후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한여름 삼복더위에 뜨거운 조명이 더해져 작업 중인 소라반자에 땀이 뚝뚝 떨어지기 일쑤였습니다. 양청, 삼청, 장단, 주홍, 양록, 하엽 등 단청 물감의 이름도 신기했고 사람들의 성질이 제 각각이듯 물감마다 성질이 달라 예쁜 색을 내기가 어려웠습니다. 그중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장단’이라는 주황색이 있었습니다. 성질이 꽤 까다로워 다른 색보다 거의 두 배 이상의 시간을 할애해야 원하는 색감이 나왔습니다.
 
 

  우리는 서로 ‘장단을 잘 맞춰야 도통 한다’며 기운을 북돋고 더욱 열심히 정성을 드렸습니다. 작업 초반에 불로초를 그리던 중, 밤하늘의 달무리가 불로초처럼 아름답게 보일 때도 있었습니다. 바로 눈앞에서 보고 있어도 어찌나 신기하던지 넋을 잃고 보다가 사진 찍는 것을 잊기도 했습니다. 순간순간 올라오던 업장은 얼마나 괴로웠는지, 붓을 놓고 엉엉 울고 싶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크고 작은 고비를 넘기고 물감의 성질을 어느 정도 파악했을 즈음, 저와 약속한 시간이 다 되었습니다. 서울로 올라가는 버스 안에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대로 마치기엔 너무 아쉬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왕 정성드리기로 마음먹었는데 일주일에 삼일이라도 참여해서 채색이라도 끝까지 마무리를 해보자.’ 다시 마음을 먹고 방면 선사께 말씀 드리고 매주 3일 동안 서울 부산을 왕래하며 공사를 이어나갔습니다. 단청의 총책임을 맡고 계시던 교감께서도 저의 마음을 아신 듯, 다양한 색과 문양을 경험해볼 수 있도록 배려해 주었습니다.
  앉은키보다 낮은 공간에서 단청을 하자니 뒷목이 꺾이고 온몸이 뒤틀리는 고통을 느꼈습니다. 다행히 매일 변화되는 단청의 모습이 고통을 잊을 만큼 아름다워 무사히 다음 단계로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나날이 솜씨가 늘어가기는 했으나 모두들 전문가가 아니었으므로 당연히 어려운 순간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모자란 부분을 경험 많으신 선각들께서 도와주시니 예술작품과 같은 훌륭한 단청이 나올 수 있었습니다.
  또 더운 여름 뜨거운 불앞에서 정성으로 준비하여 주시는 새참과 식사들은 어찌나 달콤하고 맛있던지 감사한 마음이 저절로 우러나왔습니다. 바로 이런 것이 상생의 도화낙원이구나! 지상선경이 바로 여기에 있었구나! 순간 쓰나미처럼 밀려온 감동에 감사의 심고를 드렸습니다.
  단청에 참여했던 모든 분들의 일분일초를 아끼는 지극정성으로 단청공사가 예정보다 일찍 끝나게 되어, 어느덧 채색의 마지막 주가 되었습니다. 정해진 3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서울로 올라가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옆에 계신 선무와 이야기 하던 중 선무께서 “언제 올라가느냐.”고 제게 물었습니다. 그래서 “오늘 밤차나 내일 새벽에 올라간다.”고 했더니, 선무께서 정색을 하시며 “이왕 정성드린거 마지막까지 마무리하고 가세요. 앞으로 2~3일이면 마무리 됩니다. 세상에 이일보다 중요한 게 어디 있습니까.” 라고 꾸짖듯 말씀하셨습니다. 순간 퍼뜩 정신을 차리고, 이 말씀은 신명께서 하시는 말씀이라는 생각이 들어 다시 심고를 드리고 며칠 더 남아 마무리까지 하기로 했습니다.
  마침 볼라벤과 덴빈, 태풍 두개가 연달아 북상 중이었고, 일하던 직장에 태풍 때문에 올라가기가 힘들겠다며 양해를 구했는데, 신기하게도 흔쾌히 허락을 해주었습니다. 어차피 올라가도 일이 안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조상님께 감사의 심고를 드렸습니다. 그 다음날 맡은 일은 단청공사 중 거의 마지막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용과 봉황반자의 점안과 만다라를 완성하는 작업이었습니다. 용 눈에 흰색으로 점안을 하는데 어찌나 손이 떨리던지, 밖에서는 태풍의 영향으로 비바람이 요란하여 마음을 다잡느라 고심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되던 중, 만다라를 그릴 때였습니다. 좁은 계단위에 자리를 잡고 올려다보니 둥글고 큰 꽃이 방실 웃고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큰 붓으로 몇 번 칠하면 마무리 된다고 쉽게 생각했는데 아뿔싸! 물감이 생각보다 너무 어려웠습니다.
  희분(흰색)은 초보자가 다룰 경우, 여러 번 엷게 칠해야 색이 예쁘게 나오는데 그만 넘치는 자신감에 단번에 마쳐야지 생각하고 두껍게 칠해버렸습니다. 지켜보시던 교감께서도 난감해 하셨습니다. 저는 수습을 하려고 할수록 표면이 울퉁불퉁해지고 예쁘지 않았습니다. ‘곧 점심시간인데, 다른 분들이 마무리 하시도록 놔두고 그냥 달아나버릴까?’ 별별 생각을 하다가 붓을 놓고 눈물로 심고를 드렸습니다. ‘상제님 제가 마음을 잘못 먹고 만다라를 망쳐버렸습니다. 제가 끝까지 마무리 할 수 있게 용기주세요.’ 겨우 마음을 추스르고, 완벽하게 수습은 못했지만 ‘그만하면 되었다’는 교감의 너그러운 말씀을 위안으로 삼으며 6시간이 지나서야 계단에서 내려올 수 있었습니다. 그날 저는 밤을 새워 만다라의 잎들을 그리고, 그리고 또 그렸습니다. 부끄러운 제 마음이 그렇게라도 하니 조금 편안해졌습니다.
 
“제가 눈물로 완성한 희분 만다라입니다.”
 

다음날 아침 인사를 드리고 회관 문을 나섰습니다. 하늘은 언제 비바람이 몰아쳤느냐는 듯 구름 한 점 없이 화창 했습니다. 부산종합버스터미널에서 서울행 버스표를 끊고 잠시 시간이 나서 앞산을 바라보니 구름모양이 우산처럼 보였습니다. 너무 신기해서 사진으로 담으려는 순간 금방 흩어지더니 동글동글 뭉치는 게 아니겠습니까?  어! 저게 뭐지?  순간 바로 제가 눈물로 완성했던 하얀 만다라로 변하는 것이었습니다. 윗부분은 늘상 그렸던 골뱅이 문양과 꼭 같았습니다. 놀라는 사이 모양은 조금 흩어졌지만 분명 그것은 제 만다라였습니다. ‘감사합니다, 상제님. 만다라를 완성했던 그때 그 마음을 잊지 않겠습니다.’
 
“제가 부산터미널 하늘에서 본 만다라입니다. 조금 흩어졌지만 보이시지요? ^^ ”
 

  치열했던 2012년의 여름을 보내고, 지난 10월 초 토요일 회관의 점안식을 모시면서 올해 부족하지만 많이 성장했다며 스스로 칭찬했습니다. 또한 상제님의 덕화를 펼쳐나갈 수 있는 멋진 수도인으로 거듭나도록 새로운 목표도 설정했습니다. 도의 일을 하면서 경험했던 위의 사건들은 저에게 또 다른 세상을 열어주었습니다. 성·경·신, 안심·안신, 해원상생·보은상생, 신인조화·지상천국건설, 모든 것이 그 안에 있었습니다. 이제는 누가 뭐라 해도 저는 제 길을 가겠습니다. 누군가의 도움을 기다리기보다 스스로 생각하고 헤쳐 나가겠습니다. 왜냐하면 도의 일을 하면서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하면 된다는 확신을 얻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제 손을 내밀겠습니다. 이 길을 같이 가자고 먼저 손잡겠습니다. 행복하게도 이번 추석에는 제 친여동생과 함께 치성을 모셨습니다. 또 주위에서 저를 보고 단청모시니 예뻐졌다는 말씀을 많이 해주었습니다.
  『전경』 예시 17절에 ‘…순결한 마음으로 천지공정에 참여하라….’고 하신말씀을 기억합니다. 포덕도, 수호도, 공부도, 치성도, 또 단청공사를 비롯한 모든 도의 일들에 참여하는 것이 바로 천지공정에 참여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상제님의 도를 닦는 수도인으로 천지공정에 참여하는 것만큼 영광스럽고 의미 있는 일이 또 어디에 있을까요? 앞으로도 기꺼이 순결한 마음으로 참여할 것을 다짐하며 이 글이 나올 수 있도록 용기를 주신 모든 선각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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