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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145년(2015)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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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문예 : 기다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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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
 
 

잠실6 방면 선사 채수연

 
 
 
  어김없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세월이 흐르고 만물의 변화가 일고 있다. 푸른 여름날의 녹음은 그 싱그러움 만큼이나 환한 생명력을 신비롭게 반짝이고 있는데 올해는 유독 비가 오지 않는 마른 장마임에도 불구하고 여름의 빛깔은 전혀 본연의 자태를 잃어버릴 줄 모르고 뜨거운 폭염 아래 그 짙은 향기를 드리운다. 선연한 계절의 변화는 우리 곁을 늘 숱하게 머물다 가곤 한다. 한결같은 그 순환지리 속에서 언제부터인지 문득 내 가슴을 스치는 단어가 있다.
  "기다림"이란 단어다. 수도생활을 하게 되면서 가장 우리 수도인들의 일상생활에 스며드는 단어가 아닌가 싶다. 치성을 모시면서 꼼짝하지 않고 부동의 힘든 자세를 유지하며 마음속으로 되뇌는 단어이기도 하고, 후각을 기를 때 내 마음같이 움직이지 않는 후각의 모습을 바라보며 곱씹는 단어이기도 하다. 시학공부를 들어가 봉심 배례를 기다릴 때도 그러하고 공부 시간을 대기하며 시계를 바라볼 때도 그렇다. 공부 교대 시간 초인종이 울리기 그 몇 분의 기다림은 일 년 열두 달 매시간 끊이지 않고 쉼 없이 반복되는 경이로운 기다림이다. 한 달 중에는 월성을 기다려 성을 모시기도 하고 포덕 대상자가 생기면 입도가 될 그 날을 고대하며 정성에 또 정성을 들이기도 한다. 하루 중에는 쏟아지는 졸음을 참아내며 축시 기도를 기다리며, 5일에 한 번씩 돌아오는 주일을 기다리기도 한다. 이 모든 기다림들이 한올 한올 점점이 모여 이루어내는 성탑은 우리의 정혼을 뭉치는 버팀목이 되리라.
  인류는 예로부터 지금까지 불완전하고 불합리한 선천 세상의 삶에서 결코 분리될 수 없는 숙명을 가진 존재였다. 역사를 보면 온갖 잔학하고 악랄한 살기와 부조리 속에 인간의 존엄성은 제대로 그 가치를 펼 수 없었다. 어두운 하늘 아래 눈 어둡고 귀 어두운 무명(無明)의 존재로서 죄인인 양 살아온 것이다. 완전하고 완성된 나로서 사는 세상은 도대체 어떤 세상일까? 앞으로 오는 후천 오만 년의 세상은 천지인 삼계가 미혹된 무명을 떨치고 완전하게 각각이 새로이 태어난다고 한다. 온 우주가 기다려온 염원이 아닌가 싶다. 요즈음 우리가 사는 현실은 이런 기다림이 맞기라도 하듯이 여명이 오기 전의 짙은 어둠의 세태를 보여준다.
  무엇인가를 기다리는 마음은 어떤가? 일단 기다림 속에는 바람이 있다. 아기를 잉태한 산모는 짧지 않은 10달의 시간 속에서 평소와는 다른 몸의 변화의 수고로움도, 두렵기까지 한 출산의 고통이 있음에도 기꺼이 한 생명의 탄생을 기다린다. 그 기다림 속에 어머니라는 이름으로 한 생명에 대한 고귀한 모성이 싹트고 성숙한 인성이 발현되는 것이다. 마치 영롱한 연꽃잎이 한올 한올 그 자태를 드러내듯 기다림은 아름다운 내면의 본성을 발현 시키는 좋은 땔감이다.
  기다림에는 목적을 수반한다. 무작정 하염없이 바라는 마음만을 갖고 보는 것이 아니라 뚜렷한 기약(期約)이 존재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속담에도 “우물가에서 숭늉 찾는다.”라는 말이 있다. 성미가 몹시 급하여 모든 절차와 과정이 있음에도 무시하고 서두른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이 세상 모든 만물의 이치는 결실을 보기 위하여 반드시 거치는 과정이 존재하는데 기다림은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바라는 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확신에 찬 밝은 기다림이 담긴 의지는 행운을 가져다준다. 땀 흘린 값진 대가는 언젠가 진실의 열매를 맺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기다림은 진심(眞心)을 이끌어 낸다. 진심견수복선래(眞心堅守福先來). 진심을 굳게 지켜 간직하면 복이 먼저 온다는 상제님 말씀이다. 이 세상 모든 일이 내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도 많지만 순수한 어린아이의 마음으로 돌아가면 풀 한 포기, 나비 한 마리의 날갯짓 속에서도 의미와 답을 찾을 수 있다. 나 자신의 마음이 열리면 시련은 나를 인도하는 빛이 되기 때문이다. 진심을 가질 수 있을 때 그 사람 앞에 모든 장애는 역경을 헤쳐나갈 수 있는 징검다리가 되는 법이다.
  언젠가 금강산 연수를 갔을 때 통일 전망대에서 강사분께 들은 교화가 생각난다. 우리 수도 생활 중에서 가장 힘든 게 무엇이냐는 질문을 하셨는데 여러 가지 연수생들의 다양한 대답이 쏟아져 나왔다. 누구는 포덕이, 어느 누군가는 끝까지 가는 게 아니냐는 등 다양한 답이 나왔지만 강사분께서는 모두 아니라는 말씀으로 우리 모두를 몹시 의아하게 만들었다. 도대체 그럼 뭐가 가장 힘들다는 것일까? 다들 궁금해하는데 강사분께서 말씀하신 답은 다른 것이 아니고 기다리는 게 가장 힘들다는 말씀이셨다. 그러면서 우리 수도의 기다림에 대한 말씀을 이어 나가셨다. 우리 수도는 기다리는 공부, 참는 공부라 하셨다. 때로는 선각을 기다려야 하기도 하고 후각도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힘들다는 내용이었는데 마치 바닷물에 돌멩이를 넣어 채운다는 마음으로 서서히 급하지 않게 만사를 기다린다는 게 그리 힘들다는 말씀이셨다. 그 말씀이 그 순간 왜 그리 깊이 와 닿았는지 마음 한편에 두고 두고 깊은 울림이 있는 것 같았다. 기다림에 대한 깊은 성찰의 말씀이 수도하는 틈틈이 나를 가만히 위로하기도 하고 힘이 되기도 했다. 연수를 가면 밭에 가는 작업을 하게 되는데 농부의 마음이 되어보면 기다림은 또 결코 빠질 수 없는 화두가 되기도 한다.
  수도를 통해 우리는 투명하고 맑은 유리알과도 같은 자아를 찾는다고 한다. 우리의 내면에 이미 자리하고 있는 본성을 되찾을 뿐이라고 하는데 겹겹이 쌓인 양파 껍질 같이 숨어져 있는 이 미로는 쉽게 열리지 않는 거 같다. 이 드넓은 천지가 무수한 세월을 두고 쉼 없이 변화하듯이 절대 쉽지 않은 이 기다림이 헛되지 않게, 순간순간의 진실된 최선의 노력이 가끔은 좀 지치더라도 포기하지 않도록 나 자신을 오늘도 가만히 다독인다. 화평의 길의 마지막 대사 중에 “닥쳐오는 어둠을 아는 자는 미리 등불을 하나씩 준비한다.”는 말씀이 있다. 지금 이 기다림들이 언젠가는 소중한 길한 열매의 씨앗이 될 것을 바라는 바이다.
 

“만고를 통하되 사시와 주야의 어김이 없는 것과 같이 하고
만겁을 경과하되 강하와 산악이 움직이지 않는 것과 같이 하고
기약이 있어 이르는 것과 같이 하고
한도가 있어 정한 것과 같이 하여
나아가고 또 나아가며
정성하고 또 정성하여
기대한 바 목적에 도달케 하는 것을 신(信)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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