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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146년(2016)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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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각원 : 복마(伏魔)의 발동을 잘 견디어야 해원하리라

복마(伏魔)의 발동을 잘 견디어야 해원하리라
 
 
교무부
 
 
 
  입도한 지 3개월쯤 되었을 때 있었던 일이다. 어느 찌는 듯한 늦여름 토요일 점심시간이 조금 지날 무렵이었다. 포덕소에 잠깐 들렀는데, 위의 교령이 은행에 가서 출금을 좀 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리 멀지 않은 곳이라 응낙하였지만, 은행 위치를 몰라 도중에 몇 사람에게 물어가며 은행에 도착했다. 아르바이트하러 갈 시간이 임박하여 마음이 조급하기도 했고, 날씨는 그날따라 왜 그렇게 더웠던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 것 같았다. 그런데 은행 문이 닫혀 있었다. 선각자의 부탁이라 꼭 출금해서 가야만 할 것 같았다. 은행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아무 반응이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돌아와야만 했다. ‘이 무더운 날씨에 내가 이런 사소한 심부름이나 해야 한단 말인가?’ 부끄럽지만 난 당시 자신감과 자존감에 넘친 사람이었다. 당연히 짜증이 나며 화가 치밀어 오를 수밖에 없었다.
  “은행 문이 닫혀있던데요!”라고 퉁명스럽게 식탁 위에 통장을 올려놓았다. 설거지하던 교령은 고개를 살짝 돌려 나를 보더니 이내 “후문으로는 안 가 봤어요?”라고 물었다.01 너무 화가 난 나머지 대꾸도 안 하고 그냥 나와 버렸다. 이미 화기가 치밀어 얼굴은 상기되어 있었고 아르바이트 시간에 쫓겨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버스를 타고 아르바이트 장소로 가는 내내 마음속에서는 여전히 화기가 충천하고 있었고, 냉철한 이성은 ‘화날 일도 아닌데, 왜 이렇게 화가 나는 것인가?’ 스스로 되물었다. 버스에서 내리는 순간 선각들의 교화 중에 “참는 것이 수도예요!”라는 말이 떠올랐다. ‘그렇지! 명색이 나도 아직 피라미지만 수도하는 도인이지 ….’ 이 주체할 수 없는 화를 꾹꾹 누르며 ‘화낼 일도 아닌데, 이게 내 업보며 척인가 보다’라고 몇 번이고 되새기며 못된 성질을 반성하면서 오르막길을 걸어갔다.
  10여 분을 걸었는데, 일순간 충천했던 화기가 몸에서 터져 나가는 것 같더니 저 몸속 깊은 곳에서 ‘덩~~~’ 하고 청아한 종소리 같은 음이 울려 퍼졌다. 심신이 텅 비듯 상쾌해지며 하늘을 날아갈 듯 무언가 형용할 수 없는 맑은 기운이 온몸에 퍼지는 듯했다. 난 기분이 아주 좋아지며 ‘아! 이런 게 말로만 듣던 신명의 조화인가 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신선하고 황홀한 경험이었다. 그날 이후로 난 도에 더 관심을 갖게 되었다. 교화를 듣고 『전경』을 읽으며 상제님의 진리에 대한 확신이 생기게 되어 마침내 고시 합격과 많은 사회적 꿈들을 버리고 수도생활에 전념하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평생 그렇게 화가 치민 적도 없었지만, 또 그렇게 맑고 청아한 느낌도 경험해 보지 못했던 것 같다. 그날 이후 벌써 20여 년의 세월이 훌쩍 흘렀다. 내 젊은 날 이 소중한 체험은 나의 수도생활에 매우 중요한 가르침을 주었다. 아무리 화가 나고 어려운 일이 있어도 이것이 나의 업보요 척이라고 생각하여 참고 극복하려고 노력하게 되었다. 그 속에서 한 걸음씩 나아갈 수 있었다. 상제님께서 “나를 따르는 자는 먼저 복마의 발동이 있으리니 복마의 발동을 잘 견디어야 해원하리라”02는 말씀이 바로 이런 경우를 두고 하신 가르침이라 믿으면서 말이다.
 
 

01 지금은 은행들이 토요일 영업을 하지 않지만, 당시에는 토요일 오전에도 영업했다. 마감 시간이 되면 은행 셔터를 내리기는 했어도 후문으로 가서 초인종을 누르면 청원경찰이 문을 열어 주곤 하였다.
02 교법 2장 15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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