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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터치 : 교실에서 불어오는 상생의 바람

교실에서 불어오는 상생의 바람
 
 
연구원 이호열
 
 
 
  2013년 8월 부산 D중학교에서 진행되었던 ‘거꾸로 교실’이라는 프로젝트가 TV 방송을 통해 방영되면서 학교 교육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 믿기 힘든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01 한 학기 동안 진행된 이 프로젝트를 통해 대부분 자거나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던 학생들이 자기 주도적으로 토의를 진행하며 열의에 찬 토론과 질문을 거듭하는 활기찬 교실로 탈바꿈하게 된 것이다. 기존에 권위적이라 생각하여 멀리하였던 선생님은 궁금한 것이 있을 때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도우미로 변모하였고, 말 안 듣고 딴짓하며 속 썩이던 아이들은 수업을 재미있어 하고 몰두하는 모습까지 보이는 기특한 제자로 바뀌었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붕괴된 교실의 낙오자로 학습 능력이 떨어진다고 믿었던 아이들이 수업 태도의 변화와 함께 기적 같은 성적 상승을 보여주었다는 점이다.02 거꾸로 교실이란 대체 어떤 수업방식이기에 이토록 놀라운 변화를 가져온 것일까? 교육사업을 추진해 오고 있는 종단의 입장에서도 교육위기를 극복할 혁신적 교육방식에 대해 깊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여기서는 거꾸로 교실의 의의와 거꾸로 교실을 중심으로 교실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상생적 변화와 그 의미를 살펴보려 한다.
 

거꾸로 교실이란
 
  거꾸로 교실은 ‘거꾸로 학습(flipped learning)을 중심으로 한 일련의 토론 및 협력학습’을 통칭하여 이르는 말로서 2007년 미국의 한 고등학교에서 화학교사인 존 버그만과 애런 심즈가 운동부 학생들의 수업을 보충하기 위해 강의 비디오를 만든 데서부터 시작되었다. 이 비디오가 운동부 학생뿐만 아니라 일반 학생들에게도 인기를 끌자 수업에 사용하게 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토론이나 협력학습 등이 더해지며 수업방법이 점차 발전하게 된 것이다.
  학생들이 교사가 만든 10분 정도의 사전 수업 영상을 집에서 미리 보고 수업에 참석하는데, 강의는 따로 진행되지 않고 교사가 던진 문제를 학생들이 토론과 협력을 통해 해결하는 방식으로 수업이 진행된다. 거꾸로 교실에서 교사는 가르치는 사람이 아닌 학생들의 학습을 돕는 조력자로 역할이 바뀌어 학생들이 이해하지 못한 내용을 파악하여 개별 지도하고, 학생들의 질문에 답하거나 문제 해결능력을 기르도록 돕는다. 한편, 학생들은 미리 시청한 동영상을 바탕으로 질문하며 지적 욕구를 해결하고, 친구들과의 토론이나 협력학습을 통해 자기 주도적으로 수업에 참여하게 된다.
  전통적인 교육에서는 교실 수업을 통해 학생들이 교사가 전달하는 지식이나 기능을 습득한 후 집에서 배운 내용을 숙제나 과제를 통해 체득하고 심화시켜야 했다. 그러나 거꾸로 교실에서는 이러한 학습의 순서를 뒤집어 학생들이 지식이나 정보를 집에서 습득하고, 교실 수업에서는 동료 학생들과의 토론 및 과제해결 활동을 통해 집에서 습득한 지식이나 정보를 심화하게 된다.
  수년 전 부산에서 시작되었던 이 프로젝트는 단지 교실 안에서의 일시적 실험에 그치지 않았다. 교육계의 관심이 적극적으로 반영되면서 프로젝트가 시행된 이후 3~4년이 지나지 않아 한국에서만 100여 편의 관련 논문이 발표되었고, 거꾸로 교실 캠프를 거쳐 간 교사들이 전국적으로 조직화 되어 현재 1만2천여 명의 교사들이 거꾸로 교실을 전파하고 있다.03
 

교육 패러다임의 변화
 
  지금까지 교육현장에서 시행되어 온 주입식 교육은 지식의 전달을 주된 목적으로 한 것이었다. 이는 대중교육의 확산에 따라 일반화되었는데 대량생산체제에 있어 표준화된 지식을 전달하는 데 효과적이었고, 전문지식의 습득 자체가 경쟁력이었던 시대에 유용한 방법이었다. 하지만, 인터넷과 통신기술의 발달로 어디서나 쉽게 정보를 접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하였으니 이제는 수많은 지식과 정보를 통찰력 있는 시각으로 관찰하고, 그로부터 보다 창의적이고 기발한 아이디어를 응용하게 할 수 있는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이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
  4차산업혁명 시대에는 단순 암기력이나 지식의 양이 아니라 다양한 경험과 통찰력을 갖춘 창의적인 인재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하며, 이를 위해 키워내야 할 핵심적인 능력으로 4C, 즉 비판적 사고(Critical Thinking), 소통(Communication), 협력(Collaboration), 창의성(Creativity)이 필요하다고 한다. 이러한 시점에서 거꾸로 교실은 교육패러다임의 변화를 이루어 낼 혁신적 수업방식으로 등장하여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기르고 일상적인 교과 수업 속에서 소통과 협력이 일어나게 함으로써 교육계에 요구되는 시대적 요청에 부응하고 있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Alvin Toffler, 1928~2016)는 그의 저서 『부의 미래(2006)』에서 ‘비즈니스는 100마일의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지만, 교육은 10마일의 느린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며 사회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교육 현실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시한 바 있다. 그랬던 미국에서 최근 ‘교육 쓰나미’라고 할 만한 엄청난 변혁이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스탠퍼드, MIT, 버클리 등 명문대학들은 무크(MOOC) 등 새로운 교육이론과 수업방식을 바탕으로 교실 혁명을 추진하고 있고, 하버드 의대에서는 2018년부터 전격적으로 거꾸로 교실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하였다.04
  국내에서도 초·중·고등학교에서 거꾸로 교실을 시도하려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고, 서울대, 카이스트 등 명문대학에서도 이미 일부 도입하여 시행 중이다. 거꾸로 교실은 최근 문제 해결능력이나 창의력 배양 등의 교육적 요소가 더해지면서 더욱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단순지식의 암기가 아니라 종합적으로 사고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도록 하고있다. 특히 학생들끼리 서로 가르치고 배우면서 나눔과 배려를 생각하도록 상생적 협력의 수업형태로 진화하면서 4차 산업혁명이 바라는 인재양성을 위한 수업혁신의 모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경쟁의 시대에서 협력의 시대로
 
  상극적인 모습의 하나가 경쟁이고 상생적인 모습의 하나가 협력이라 할 수 있는데, 융합혁명이라 불리는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우리에게 경쟁보다 협력의 마인드를 갖추기를 요구한다. 21세기 지식정보화 시대를 이끌어 갈 창의적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혁신적 수업방식으로 주목받는 거꾸로 교실에 대해 필자가 느끼는 핵심적 가치는 바로 ‘협력학습’에 대한 부분이다. 이전에도 협력학습은 교실 안에서 존재해 왔지만, 거꾸로 교실에 그 요소가 더해지면서 미래사회의 요청에 부응하는 중요한 교육적 역할을 수행하게 되었다.
  지금까지 우리의 학교 교육은 명문대학에 진학하기 위한 경쟁 위주의 교육시스템으로 운영되면서 교실 붕괴와 학교폭력, 인성교육의 부재 등의 어려움에 직면하여 위기의식이 팽배해져 왔다. 거꾸로 교실은 이 같은 교육적 위기 상황에 대한 훌륭한 해결책이 되리라고 본다. 거꾸로 교실은 수업 태도 및 성적을 향상시켜 교실 붕괴를 방지하고, 친구들과 소통하며 배워나가는 협력학습을 통해 타인과의 상생의 효용을 느끼게 해준다. 경쟁이 아니라 협력하는 것이 더욱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을 체험하게 하면서 인성교육 측면에서도 학교 교육의 여러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다. 또한, 협력을 배우고 익힌 사람들은 타인을 적이나 경쟁의 대상으로만 여기지 않고, 오히려 나의 부족한 점을 채워 줄 협력자이며 나의 일을 함께 이룰 조력자로 인식하게 되므로 그 교육적 가치와 의미가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
  이제 교실 안의 친구들은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한 입시의 경쟁자가 아니라 학습의 협력자 혹은 문제 해결의 동반자로 바뀌게 되고 앞으로 어떻게 하면 상대와 잘 협력할 것인가가 성공의 열쇠가 될 것이다. 주목할 것은 사회의 시스템 또한 협업, 융합 등이 주요 방식으로 전환되고 있기에 이렇게 상생의 협력학습을 통하여 체득되는 심성과 태도가 그들이 사회인이 되어서도 유지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렇게 교육을 통해 얻어지는 ‘타인과 어떻게 협력할 것인가’에 대한 관심과 노력은 상극이 난무하는 세상을 상호협력하는 세상으로 바꾸어 나가는 의미 있는 실천방안이 되리라 본다.
 
 
  교육이란 인간의 심성을 닦아가는 중요한 과정의 하나이다. 아직은 도입기 수준에서 진행되고 있지만, 시간이 흘러 이러한 거꾸로 교실이 확대될수록 학교 교육을 통해 많은 이들이 타인과 융화를 이루는 상생적 심성을 가진 인간으로 길러지게 될 것이다. 남과 협력하는 법을 배우며 자란 이들은 사회에 나가서도 타인과 협력하며 일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질 것이고, 그러한 사람들이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늘어난다면 상생의 세상이 실현되는 것도 그리 먼 일이 아닐 것 같다.
 
 
 
 
참고문헌
·김남익, 전보애, 최정임, 「대학에서의 거꾸로학습 사례설계 및 효과성 연구」, 『교육공학연구』. 30, 2014.
·류승오, 김은하, 「수업혁신을 위한 『배움중심의 거꾸로 수업』 개념 논의」, 『교육문제연구』. 20, 2014.
·윤석만, 「학교의 종말, 다시 ‘전인교육’의 시대가 온다」, 《중앙일보》 2017. 9. 16.
·이민경, 「교실수업 혁신을 통한 미시적 교육개혁에 대한 시론적 고찰」, 『동향과 전망』, 2015.
·정찬필, 「거꾸로 교실을 통한 미래인재 양성」, 『선진화 정책시리즈』, 2017.
·정형권, 『거꾸로 교실 거꾸로 공부; 왜 세계는 거꾸로 교실에 주목하는가』, 서울; 더메이커,  2015.
 
 
참고영상자료
·《KBS 파노라마》, 「21세기 교육혁명, 미래교실을 찾아서」 제1부, 2014. 3. 20
·《KBS 미래기획 2030》, 「미래인재의 조건, 경쟁에서 협력으로」 제23부, 2017. 6. 18
·《EBS 다큐프라임》, 「4차 산업혁명 시대 교육 대혁명」 제3부, 2017. 9. 20
 
 
 

01 《KBS 파노라마》 「21세기 교육혁명, 미래교실을 찾아서」 (2014. 3. 20)
02 한 학기의 ‘거꾸로 교실’ 수업방식을 통해 수업참여도가 높아지면서 평소 국어점수 50~60점을 맞던 여러 학생들이 80~90점의 점수를 획득하는 놀라운 변화를 보여주었다.
03 TV 방영 이후 거꾸로 교실을 확산시키기 위해 2014년 10월 사단법인 ‘미래교실네트워크’가 설립되었고, 2015년 2월 기준으로 1,413개의 교실 수업이 거꾸로 교실로 전환되었다. 거꾸로 교실 캠프를 거쳐 간 선생님들이 전국 조직화되어 2017년 2월 현재 12,221명의 교사가 함께하고 있다.
04 특히, 온라인 무료대학을 표방하는 무크(MOOC: massive open online courses)는 명문대를 중심으로 급속히 확대되고 있고, 세계적으로 수백만 명이 등록하여 수강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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