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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148년(2018)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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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있는 풍경 : 칭찬과 믿음

칭찬과 믿음
 
 
연구원 김대현
 
  칭찬이 가진 의미는 무엇일까요? 우리는 보통 누군가의 이야기를 할 때 칭찬에 인색하고 험담에 익숙하기 마련입니다. 지금 소개할 다산 정약용(1762~1836)의 일화는 그러한 우리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하는 따듯한 교훈이 되어주지 않을까 합니다.
 
 
  다산이 정자에서 지인들과 술잔을 기울일 때의 일이다. 분위기가 무르익자 술에 취한 한 사람이 “누구는 부끄러운 줄 모르고 권세와 명예를 거머쥐었으니 분통 터질 일이야”라며 불평했다. 그러자 다산은 “사람은 품평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 벌주를 드려야겠네” 하고 상대에게 벌주를 주었다. 얼마 후 어떤 이가 매어둔 말을 보며 “저 말은 짐도 못 지면서 꼴만 축내는구나” 하며 고개를 흔들었다. 이번에도 다산은 “말도 사람 말을 알아듣는 법일세”라며 여지없이 벌주를 권했다. 한바탕 벌주가 오가고 다산은 웃으며 말했다. “하루 종일 품평해도 화낼 줄 모르는 것이 있네. 저 소나무 아래 바위를 보시게. 바위가 없었으면 이 멋스러운 정취도 아마 없었을 것이오.”
  이에 한 사람이 “화낼 줄 모르기 때문에 바위에 대해서는 자유롭게 품평할 수 있다는 말인가?”라며 묻자, 다산은 “나는 바위에게 칭찬을 했지. 모욕을 준 적 없소”라고 정중히 답하며 참된 품평은 바로 칭찬임을 넌지시 전했다. 이것을 유래로 정자는 “바위마저도 칭찬해야 한다”라는 의미의 품석정(品石亭)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 그 후 다산의 일기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있었다. “남을 품평하는 것은 참으로 쓸모없는 일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남을 평가하느라 많은 시간을 허비하니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01
 
 
  누구나 한번쯤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에 대한 험담을 해 본 적이 있을 겁니다. 그 사람에 대한 불만스러운 감정을 해소하는 데 있어 그것만큼이나 쉬운 방법도 없겠지요. 사람 사이의 불편한 관계를 겪어 본 일상에서 이 또한 얼마든지 공감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합니다. 사람으로 인해 겪는 불편한 마음만큼 큰 일상의 무게는 많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람 관계에서의 그러한 일들을 이해하면서도, 한편 다산의 이야기를 통해 상대를 바라보는 나의 폭을 더 넓고 아름답게 할 덕성의 필요성을 느끼게 됩니다. 바위마저도 칭찬한 다산의 뜻은 어쩌면 만물에 대한 무한한 인정(認定)과 그 가능성에 대한 희망이 아닐까 합니다.
  대상에 대한 불만스러운 품평은 보통 그가 보여준 하나의 모습에 고정되어 있기 마련입니다. 보기 싫은 그 하나의 모습이 그의 전부라고 딱 못 박을 때, 그에 대한 나의 불만스러운 마음이 더욱 정당화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좋은 모습을 찾기보다는 부족한 모습만 보려고 합니다. 즉 대상에 대한 험담은 그의 가능성을 무시하고 부족한 모습만이 그의 전부인 양 매도하는 것으로 상대의 가려진 참모습을 애써 무시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칭찬은 상대의 가능성에 대한 인정, 그가 가진 원래의 천성에 대한 믿음과 그 회복에 대한 희망입니다. 상대의 결점은 원래 모습의 일부를 가리는 장막과 같은 것이며, 그 장막은 그의 본질로 다가서는 데 일종의 장애가 됩니다. 이때 칭찬의 미덕은 그 장막을 걷어내는 따뜻한 힘이 되어줍니다. 그를 원래의 가능성으로 이끌어 아름답게 변화시키는 원동력이 됩니다.
  누군가의 부족한 점을 그 앞에서 하면 충언이지만 뒤에서 하면 험담이 됩니다. 또한, 충언을 하면 나의 친구가 되지만 험담을 하면 나의 적이 될 것입니다. 내면에 숨겨진 천성을 바라보고 상대의 가능성에 대한 희망을 가지는 대인배의 마음은 결국, 만물을 내 품에 끌어안는 것이며 그 대상으로부터 절대자를 발견하고 그와 가까워지는 길입니다. 절대자는 곧 모든 만물 속에 천성(天性)의 모습으로 있기 때문입니다.
 
 
 
 
 
 

01 정약용, 『뜬 세상의 아름다움』, 박무영 옮김, (파주시: 태학사, 2006), pp.90-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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