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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149년(2019)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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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으로 : ‘당갈’- 편견을 뒤집는 레슬링 한판

‘당갈’- 편견을 뒤집는 레슬링 한판
 
 

잠실39 방면  선사 황아란

 
  인도 영화는 메시지를 직접적이고 분명하게 보여줄 뿐만 아니라 특유의 유쾌함이 있다. 세 얼간이, 블랙 등 인도 영화가 우리나라에서 꽤 인기가 있었다. 인도 여자 레슬링 선수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 ‘당갈’도 상당히 흥미롭다. 제목에 쓰인 ‘당갈’은 인도식 레슬링 이름이다.
  인도에서는 남아선호사상 때문에 얼마 전까지도 여자아이가 낙태되었다. 우리나라도 과거 비슷한 분위기가 있었다. 아들을 낳으려고 여자아이 이름을 일부러 남자 이름으로 짓기도 했으니 어머니 세대에는 남자 이름을 가진 누나들 밑에 남동생이 있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었다. 할머니 세대에는 아들을 더 예뻐하시는 분도 적지 않아 며느리가 시어머니와 겪는 갈등의 원인 중 하나가 뿌리 깊은 남아선호사상이었다. 하지만 요즘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풍토가 없어지는 것 같다. 그런데 인도에서는 여전히 남녀차별이 심각하다는 것을 영화 ‘당갈’에서 알 수 있다.
  주인공 아버지는 생각이 깨어있는 사람으로 보인다. 레슬러로 훌륭한 재능이 있지만 먹고 살기 위해 금메달을 향한 꿈을 포기했던 아버지. 자신의 꿈을 대신 이루어 줄 아들을 간절히 바라지만, 안타깝게도 딸만 4명이 태어난다. 하지만 두 딸이 남자아이를 때려눕히고 들어온 날 레슬링의 희망을 다시 품는다. ‘여자가 무슨 레슬링이냐. 시집이나 가라.’는 사고방식이 있었다면 시도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버지는 본인이 이루지 못한 꿈을 딸들을 통해 대리만족하겠다는 욕심만 있었던 게 아니었다. 딸들을 능력 있는 사람으로 키워서 자립하게 해 주겠다는 의지도 있었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의 비난도 이겨냈다. 사내아이처럼 머리 깎고 맨날 레슬링만 하는 딸들이 어디에 시집을 갈 수 있겠냐고 걱정하는 부인을 오히려 “우리 딸들이 나중에 신랑감을 선택하게 될 것이야”라고 하면서 안심시킨다. 진심으로 딸들을 믿었고, 또 그렇게 하겠다는 의지와 책임감이 강한 것이다.
  아버지가 딸들을 훈련하는 과정은 인상 깊다. 딸들은 사춘기라 놀고 싶고 꾸미고 싶은데 본인들이 원하지도 않는 레슬링에 전념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다 어느 날, 지역 풍습에 따라 어린 나이에 시집가는 친구 결혼식에 딸들이 참석한다. 예쁘게 꾸미고 결혼하는 친구가 부러운데 결혼하는 친구는 오히려 레슬링을 시키더라도 딸에게 관심 있는 주인공 아버지가 더 부럽다고 말한다. 딸들은 아버지가 진심으로 자기들을 사랑하기에 레슬링을 시킨다는 것을 조금이나마 알 것 같다. 그때부터 꾀부리지 않고 자발적으로 열심히 훈련한다. 사실 그 한 번의 계기로 마음을 지켰다기보다는 아버지가 평소 딸들을 훈련하며 꾸중만 한 것이 아니고, 스스로가 잘할 수 있다는 희망을 끊임없이 심어 주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아버지는 딸들의 능력을 믿었고, 또 딸들이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남자 조카와 함께 훈련을 시켰다. 심지어 여자는 받아주지 않는 당갈 대회에서 남자들과 경기해서 승리하는 경험도 계속 쌓았다.
  여러 경기에서 승리한 큰딸은 국가대표 훈련소로 간다. 새로운 코치의 훈련 방식을 배우면서 아버지의 방식이 구식이고 자기가 배우는 것이 더 정확하다고 하며 아버지와 크게 갈등을 빚는다. 둘째도 레슬링 실력이 좋아 국가대표에 들어가지만, 아버지 훈련 방식에 대한 생각 차이 때문에 언니와의 관계가 서먹해진다.
  그 후 큰딸은 국제대회에서 연거푸 탈락의 고배를 마시고 동생은 힘들어하는 언니에게 아버지한테 전화 드려보라고 권한다. 하지만 언니는 면목이 없다며 쉽게 전화를 하지 못한다. 동생은 “그래도 우리 아버지잖아.”라고 언니의 마음을 다독거린다. 큰딸이 잘못했다는 것을 깨닫고 아버지께 전화하고 울면서 용서를 비는 장면은 보는 이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그 후 큰딸은 경기에서 대표팀 코치의 지시보다는 아버지의 지시에 따라 경기를 해서 연속 승리한다. 대표팀 코치는 자기 말을 듣지 않는 선수와 그 아버지를 질투해서 결승전 때 비열한 방법으로 아버지가 경기장에 들어가지 못하게 한다. 하지만 큰딸은 평소에 들었던 ‘아버지가 언제까지 도와줄 수는 없다’는 말을 기억하고 아버지라면 어떻게 코치를 해 주셨을까 생각하면서 경기를 이끌어 나간다. 결국은 스스로 힘으로 우승까지 한다.
  여성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뒤집는 영화 ‘당갈’은 상제님께서 “어찌 남장군만 있으랴 여장군도 있도다”(권지 1장 17절)하시며 여성에게 기운을 붙이신 구절을 생각나게 한다.
  영화에서 훈련하고 경기하는 장면은 수도와 비슷한 점이 많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빌기보단 자존심을 내세우며 오기를 부리는 딸. 분명 내가 실수해도 방황해도 기다려 줄 아버지처럼 선각도 그럴 것이다. 또 수도하면서 선각분들이 하나하나 가르쳐 주지만 언젠가는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여야 하는 날도 온다. 레슬링 선수가 평소의 고된 훈련으로 인해 몸에 밴 기술로 직감적으로 판단하여 경기를 진행하는 것처럼 도인들도 고된 수도 과정에서 ‘도’가 몸과 마음에 새겨지고, 나중에 위기와 혼란의 상황에서도 ‘도’에 맞게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의 수도 과정이 힘들고 고되지만 소중하고 감사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부족하고 더딘 수반을 끊임없이 믿고 기다리고 이끌어 주는 선각의 모습이 주인공 아버지에게서 보였다면 아버지의 믿음과 지원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고 자존심을 부린 딸에게서 수반들의 모습이 보였다. 서로의 믿음 속에 행복한 결말을 맞는 영화 ‘당갈’이 슬럼프에 빠진 수도인에게 다시 일어설 힘을 줄 수 있는 영화가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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