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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149년(2019)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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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누고 싶은 이야기 : 내가 진정 바라고 원하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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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진정 바라고 원하던 삶



원평3 방면 선무 이정민




  “수도하면 뭐가 좋아져요? 뭐가 바뀌었어요?”
  “도 닦으면 붕 뜰 수 있어요? 제 뒤에 뭐 보여요? 제 운명은 어떻게 되나요?”

  교화할 때 종종 이런 거 질문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럼 난 당당하게 얘기한다.
  “수도해서 저 사람 됐어요.”
  나를 알던 친구들은 내가 낯설다고 한다. 자기들 친구였던 정민이는 술 좋아하고 잘 놀고 야한 옷 입고 다니고 마음에 안 들면 욕도 하고 좋고 싫고 분명했던 사람이었다고. 내수 때 나보고 선녀가 되고 싶지 않냐고 묻던 선각한테 “웬 선녀요? 영화 찍어요?” 했던 내가 어느 날 선녀가 우아해 보이고 나도 선녀가 되면 좋겠다 생각이 들어 SNS에 선녀 그림을 올렸더니 친구가 “너 신 내림 받았냐?” 한다. 무협지 보는 사람은 따로 있는 줄 알았던 내가 이젠 중국 무협드라마가 재미있다. 내 인생의 이런 전환은 노량진 고시원에서 시작되었다.
  남자친구가 인생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던 대학 3학년 때 방학이면 서울 노량진 학원에 가는 선배, 동기들을 보면서 공무원시험을 준비해봐야겠단 생각을 했다. 고시원이란 게 뭔지도 모를 때 후배가 어느 날 “언니, 여기 이 고시원은 여성전용이고 학원 바로 위층이라 한 달 전에 예약해야 갈 수 있어요. 아침 6시에 모닝콜도 해줘요.”하는 거다. 그런 후배가 자기는 사정이 생겨서 못 가게 됐다고 나한테 고시원 예약자리를 줬다. 그래서 간 고시원. 여자만 300명인 그 고시원에서 내 인생을 바꿀 방면 선각분을 줄줄이 세 분 모두를 만났다.
  아는 동생을 통해서 처음 만난 선각은 내 이름이 좋다고 칭찬해주며 환하게 웃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몸이 좀 불편한 분인데 사람은 정말 밝았다. 휴게실에서 만날 때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얘기하며 지내다가 방학이 끝나 개강 전에 고향에 내려가면서 만남이 이어지지 못했다. 다음 겨울방학 때 다른 고시원 검색할 것도 없이 그 고시원에 다시 왔다.
  처음 만났던 선각분은 합격해서 고시원을 나갔고, 내가 배정받은 곳은 그분의 선각이 다른 방으로 옮기고 나간 자리였다. 그 선각은 우리 방에 친한 언니가 있어서 자주 놀러 왔고 자연스럽게 나도 안면을 트게 되었다. 그 선각은 남자친구가 있을 것 같지도 않고 관심도 없을 것 같은 비주얼이었다. 그런데 나는 뭔가에 끌리듯 그 선각한테 편안함을 느끼며 남자친구 문제를 하소연했고, 그때마다 그 선각은 도인 한번 만나보라고 권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내가 옷차림도 그렇고 연애만 하니까 과연 도를 알아들을 수 있을까 싶었다고 한다. 그리고 직계 선각은 내 앞방에서 생활했는데, 그때 도인들 서너 명이 축시 기도 모시러 왔다 갔다 했고, 한 명을 아니까 나머지 도인들도 알게 되었다.
  세속적이었던 내가 그 세 분의 정성으로 입도하게 되었다. 처음엔 챙겨주는 고마움에 따라가다가 선각을 도와주고 싶어 포덕을 해야겠다고 생각했고 그러다가 오늘날까지 왔다. 처음 교화를 듣고는 이런 거 왜 하는지 모르겠다 했고 ‘이내수가 도인이 되면 기적’이라는 말까지 들었다. 그렇게 겁액이 두꺼워 도는 관심 없고 선각에 대한 고마움만으로 왔다 갔다 할 때도 다른 건 모르겠는데 상제님 얘기만 하면 눈물이 많이 났었다.
  법학이 전공인 사람들의 모임은 술로 시작해 술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나도 폭탄주를 사랑하는 사람들 일원이었고 주량은 헤아려 본 적이 없었다. 남자친구랑 연애만 하려고 했는데 막상 이별하자니 이별도 힘들었고 헤어지고 6개월은 고생했다. 현실에서 즐길 거리의 끈을 놓지 못해 몇 개월은 유흥에 빠져서, 몇 개월은 공시생으로 이중적인 삶을 살았다. 그래도 수수한 공시생일 때 선각을 만났고 종교라면 질색하고 관심은 1도 없고 의심 많던 내가 선각들의 정성에 조금씩 생각이 깨지기 시작했다. 조상님을 잘 되게 할 수 있는 일이 있구나 생각했다.
  수능 때 답지를 밀려 써서 시험을 망쳤고, 재수생활 땐 남자 문제가 끊이지 않았다. 시험 치는 날 평소 마시지도 않던 커피를 벌컥벌컥하고 시험 중간에 화장실 가고 싶어 좌불안석이 되고 보니 시험운이 스물이 넘은 내 인생의 물음표였다. 운이란 게 있고 시험 때면 정신을 덮어 멍해지는 무언가 있다고 느꼈다. 그때마다 조상님께 빌면 편안해져서 어릴 땐 하느님 부처님 공자님 다 찾았다. 그래서 그게 치성을 모시게 된 계기가 되었다. 그 외엔 부족한 게 없었고 나 혼자 잘난 멋에 살던 사람이라 남은 안중에도 없었다.
  그랬던 내가 지금은 지하철을 타면 서전서문을 외우면서 ‘저 사람들이 상제님을 알면 살길이 열릴 텐데’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정말 사람들의 애환이 살펴지는 것 같고 공감해주며 해원상생의 도를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덕은 음덕이 크니라’는 말씀처럼 음식에 들어간 정성도 헤아리게 되었다. 이 밥이 내게 오기까지 신명과 농부의 수고와 고마움을 생각한다. ‘이 밥을 먹고 그 에너지를 상제님 덕화를 펼치는 데에 쓸 수 있게 해주십시오’라고 심고 드리며 먹고 ‘밥값은 해야겠다’라고 스스로 마음을 먹기도 한다.
  수도한 뒤로 사람들은 나보고 인상 너무 좋다 하고 뭐가 좋아서 그렇게 밝냐고 물어본다. 과거의 나는 남한테 관심 없고 척을 맺는 삶인 줄 모르고 이 구역의 주인공은 나야 나 하고 다녔으니 중요한 일마다 틀어졌다. 주변에 늘 남자가 있어 연애하면서 시간이 흘렀고 놀다 보니 남는 게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허물이 있거든 다 자신의 마음속으로 풀라.’(교법 2장 16절)는 말씀처럼 나를 깊이 성찰하고 또 남의 속까지 이해하려 노력한다. 도를 닦아 조금씩 발전하는 내 모습에 자부심이 생긴다. 내 인생이 하늘이 쓰고자 할 때 쓰임이 된다는 자부심도 생기니 저절로 밝아지고 내면이 바뀔 수밖에.
  세상을 잘 모르고 살다가 수반을 만나 같이 문제를 해결해 나가게 되었다.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즐거움과 그때그때 감정 위주의 삶을 추구하다가 그런 문제 하나를 풀면 한 사람을 만나게 되고, 순간의 쏟아지는 잠과 폭풍처럼 이는 화기, 밀려오는 기운을 잘 넘겨 한 사람을 살릴 수 있게 되었을 때 그 즐거움과 보람은 대순진리회 도인들만이 알 것이다. 얼마나 가치 있는 삶인지, 그게 진정한 즐거움일 것이다.
  도장에서 수호를 서며 모종 심기부터 수확까지 농사도 지어보고 조경도 해보고 피자도 만들어보고 이렇듯 뭐든 조금씩 해보는 것도 좋고 재밌다. 인연이 되는 사람에게 마음 써줘서 그 사람이 잘 됐을 때 진짜 기분이 좋다. 먹을 거 좋아하는 분껜 먹을 걸, 옷을 좋아하는 분껜 옷을 드리니 내 마음도 뿌듯하다.
  요즘은 성공의 판단 기준이 경제력이고, 교육조차 이웃과 더불어 인간답게 살기보다 치열한 경쟁을 통해 얻은 학력을 최고의 가치로 요구한다. 그런 욕망으로 살아가던 내가 수도를 통해 남을 생각할 줄도 알게 되면서 진정 바라고 원하던 삶을 찾았다. 이젠 힘내서 나아갈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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