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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149년(2019)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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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있는 풍경 : 무선으로 이어진 관계

무선으로 이어진 관계



연구원  김영일




다음은 손택수(1970~)의 「거미줄」이라는 시이다.


어미 거미와 새끼 거미를 몇 킬로미터쯤 떨어뜨려 놓고
새끼를 건드리면 움찔 
어미의 몸이 경련을 일으킨다는 이야기,
보이지 않는 거미줄이 내게도 있어
수천 킬로 밖까지 무선으로 이어져 있어
한밤에 전화가 왔다
어디 아픈 데는 없냐고,
꿈자리까지 뒤숭숭하니 매사에 조신하며 살라고
지구를 반 바퀴 돌고 와서도 끊어지지 않고 끈끈한 줄 하나


  새끼 거미를 건드리면 멀리 떨어져 있는 어미 거미가 경련을 일으키는 것과 같이 상서롭지 않은 일이 나에게 일어나면 지구 반대편의 어머니에게 그것이 전해진다는 내용이다. 어미 거미와 새끼 거미는 보이지 않는 거미줄로, 어머니와 나는 무선으로 이어져 있어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어머니와 나를 이어주는 무선은 무엇을 가리키는 것일까? 어디에 있든 상관없이 항상 나에게 닿아 있는 어머니의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자식을 사랑하고 염려하는 지극한 마음이 보이지 않는 선을 만들고 있어, 나의 신변에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곧바로 어머니에게 전달되는 것이다. 어머니가 ‘내가 아프지 않나’, ‘나에게 무슨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하고 걱정하는 것은 무선을 통해 무언가를 감지했기 때문이다. 
  세상의 어머니는 이 시의 어머니와 같은 마음이라고 할 수 있을 듯하다. 아버지의 마음도 마찬가지이다. 『논어』 「위정(爲政)」편에서 맹무백이 효에 대해 질문하자, 공자는 “부모는 오직 자식이 병들지나 않을까 그것만을 걱정한다.”고 말했다. 부모는 평생 자식이 잘 되길 바라며, 특히 자식의 건강을 염려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이러한 부모의 마음이 자식과의 연결선을 만들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자식도 부모에 닿아 있는 마음의 선을 만들어야 하지 있을까. 하지만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는 속담이 있듯이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사랑하기는 하여도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사랑하기는 좀처럼 쉽지 않다. 보통 나이가 들거나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 부모의 마음을 헤아리게 되는데, 자식에 대한 부모의 지극한 마음에까지 이르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그것이 불가능하다고 할 수 없다. 사람은 부모의 뼈와 살을 빌려 태어난다. 곧 부모가 있기 때문에 이 세상에 존재하게 된 것이다. 태어난 후에는 부모의 정성과 희생으로 키워지는데, 특히 생후 몇 년 동안은 그 노고가 그칠 새가 없다. 성인이 된 후에도 부모의 마음 씀은 변함이 없다. 자식이 마음의 연결선을 만들기 어려운 것은 이러한 은혜를 깊이 깨닫지 못한 탓이 아닐까. 곧 자식의 마음의 선 만들기는 부모의 은혜에 대한 각성에서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당장 마음의 선을 만들 수 없다면 휴대폰을 이용할 수 있다. ‘무선’ 휴대폰으로 마음의 ‘무선’을 대신하는 것이다. 자주 전화하여 안부를 여쭙는 것으로 부모에 대한 부족한 마음을 조금은 메울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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