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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있는 풍경 : 말(言)무덤에서 배우는 지혜

말(言)무덤에서 배우는 지혜



연구원 정나연


  “내 말은 남이 하고, 남의 말은 내가 한다.”, “한 점 불티는 능히 숲을 태우고, 한마디 말은 평생의 덕을 허물어뜨린다.” 등은 모두 말(言)의 중요성에 대한 속담이다. 갈등이나 다툼이 사소한 말 한마디에서 시작되는 경우를 목격할 때마다 경상북도 예천군 지보면 대죽리 한대마을에 있는 ‘말무덤’이 생각난다.


▲ 말(言) 무덤



  말무덤은 타고 다니는 말(馬) 무덤이 아니라, 말(言) 무덤이다. 약 500여 년 전에 만들어졌다고 알려진 이 무덤에는 이름만큼이나 흥미로운 이야기가 전해진다. 예부터 이 마을에는 여러 성씨의 사람들이 모여 살았다고 한다. 그런데 사소한 말 한마디가 원인이 되어 문중 간에 갈등과 싸움이 그칠 날이 없었다. 그러자 마을 어른들은 그 원인과 해결방법을 찾기 위해 골몰했다. 어느 날 지나가던 한 과객이 산의 형세를 보고 말했다. “좌청룡은 곧게 뻗어 개의 아래턱 모습이고 우백호는 구부러져 위턱의 형세라 개가 짖어대니 마을이 항상 시끄럽겠구나.”
  그의 말대로 마을을 둘러싼 산의 형세가 마치 개가 주둥이를 벌리고 있는 모양이어서 ‘주둥개산’으로 불리고 있었다. 사람들은 과객의 조언에 따라 개 주둥이의 송곳니 위치에 해당하는 논 중앙에 바위 세 개를 세우고, 앞니에 해당하는 곳에 재갈바위를 두 개 세워 개가 짖지 못하게 하였다. 그런 후 마을 사람들은 각자 사발 하나씩을 들고나와 그동안 싸움의 씨앗이 되었던 말들을 뱉어 사발에 담아 주둥개산에 무덤을 만들어 묻었다. 이후부터 마을의 분쟁과 갈등이 사라져 지금까지 평온이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01




  한대마을에서는 말로 인한 분쟁과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두 가지 방법을 사용하였다. 하나는 개가 짖지 못하게 하는 형식의 풍수적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말무덤을 만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나의 눈길을 끈 것은 무덤을 만들어 싸움의 원인이 된 말들을 제거하는 방법이다. 마을 사람들은 그들의 마음속에 담겨 있던 미움이나 원망, 무시, 비방, 욕설과 같은 말들을 사발이라는 그릇에 옮겨 담아 자신들의 마음 그릇을 깨끗하게 비워냈다. 그런 후 그것을 모아 무덤을 만들어 줌으로써 사람들 스스로 자신들의 말을 살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말은 선하게 할 수도 있고 악하게 할 수도 있다. 그래서 사람의 마음과 됨됨이를 파악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기도 한다.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이 있는 사람은 말을 선하게 하여 남에게 덕이 되는 좋은 이야기를 나눈다. 그리고 그의 말속에서 사람에 대한 따뜻한 온기와 진실함을 느낄 수 있다. 이런 사람은 관계를 지속할수록 더욱 신뢰하게 되고 화목한 사이가 된다. 반면에 상대를 무시하며 말을 악하게 하는 사람은 상대방을 상처 주기 쉽다. 그래서 말을 나누면 나눌수록, 시간을 함께하면 함께 할수록 불화와 다툼이 잦아지게 된다. 결국에는 서로 불신하고 미워하게 되거나 원한을 맺는 등 척을 지은 채 멀어지게 된다.
  많은 사람이 어울려 살아가다 보면 갈등은 생겨나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것의 대부분은 말로 인해 발생한다. 한대마을의 말무덤 또한 예나 지금이나 갈등의 시작에 말이 있음을 잘 말해준다. 우리는 선한 말로 덕을 쌓을 수도 있지만 악한 말로 척을 맺을 수도 있다. 내가 먼저 마음으로 척을 풀려고 노력하지 않는다면 말로 인해 생긴 갈등은 저절로 풀리지 않을 것이다. 오늘 하루 과연 나는 어떤 말을 했을까?







01 송의호, 「옛 지혜 묻힌 "말" 무덤 아시나요」, 《중앙일보》 2013. 04. 26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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