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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150년(2020)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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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있는 풍경 : 송이버섯은 어떻게 자랄까?

송이버섯은 어떻게 자랄까?



연구원 강대성




  여주본부도장 봉강전 뒤편 벽면에 수도과정을 그림으로 표현한 ‘심우도(尋牛圖)’가 있다. 그중에서 ‘면이수지(勉而修之)’는 앞으로 가야 할 길이 험난한 줄 알면서도 포기하지 않는 뜻을 표현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하늘에는 천둥과 번개가 끊임없이 치고, 비바람이 몰아치기도 하며 심지어 깊은 낭떠러지가 동자의 앞길을 막아서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음으로 이어지는 ‘성지우성(誠之又誠)’ 벽화에는 어느새 날이 맑게 개어 있을 뿐만 아니라 동자가 그토록 원하던 소와 대면하고 있다. 하지만 동자가 상제님의 진리를 완전히 체득하기에는 갈 길이 멀다. 따라서 동자는 소를 만났다는 자만심을 버리고 욕심이 없는 진실하고 순결한 마음이 될 수 있도록 정성에 정성을 들여야 한다.
  심우도에서 천둥이나 번개, 비바람, 절벽처럼 동자가 소를 얻기 위한 과정에서의 시련과 더불어 끊임없는 정성이 있어야만 수도의 완성을 이룰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심우도에서뿐만 아니라 자연생태에서도 이와 비슷한 내용이 나타나는데 수학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드상을 받은 일본의 수학자, 히로나카 헤이스케(広中平祐, 1931~)의 『학문의 즐거움』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송이버섯은 잘 알다시피 땅밑에 균근(菌根)이라고 하는 뿌리를 갖고 있다. 이 뿌리는 조건이 좋아지면 점차 원형으로 펴지면서 자란다. 그런데 이런 좋은 조건이 한없이 계속되면 뿌리만 발달하게되어 버섯을 만들지 못하고 결국 노화해서 죽어버린다. 놀랍게도 5백 년에 걸쳐서 뿌리만 발달하고 고사(枯死)한 송이버섯도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버섯은 어떻게 해야 생기는가? 어떤 시점에서 뿌리의 성장을 방해하는 조건이 주어지면 된다. 예를 들면 계절 변화에 의한 온도의 상승 또는 하강과 같은 외부적 조건이나, 송진이나 산성물질 등의 물리적 조건이다. 이런 방해에 부딪히면 뿌리는 포자(胞子)라는 형태로 종자를 만들어 계속 발전해 나가려고 하며 그래서 송이버섯이 만들어지게 된다.…”01


  송이버섯은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최고의 버섯으로 쳐준다. 송이는 소나무와 공생하며 자라는데 한자로 ‘松栮’라고 하며 일본에서는 ‘소나무 버섯’이라고 불린다. 버섯의 모양은 여러 가지인데 송이는 머리 부분이 갓의 형태이며 지름이 보통 8~10cm 정도이다. 역사적으로 살펴볼 때 고려 시대에는 송이버섯이 송나라로 보낸 약재 중 하나로 기록되어 있다. 그리고 조선시대의 궁중유물 중 병풍(일월천도도, 십장생도)과 벽장문(군학장생도)의 그림에 버섯이 나오는데, 그 버섯은 불로초(영지)이다. 불로초는 거의 모든 그림들이 소나무 밑에 불로초가 자라는 것으로 되어 있다.02 심우도 맨 마지막 벽화가 ‘도지통명(道之通明)’이다. 여기에 버섯이 그려져 있는데 이 버섯이 송이인지는 모르나 예로부터 버섯이 불로초로 여겨진 것으로 보아 후천의 불로불사를 뜻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송이는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중국, 일본, 대만 등지에서 분포하며 서식지역에 따라 모양이나 유전적 요인이 다른 송이버섯 종류가 미국, 캐나다, 유럽 및 멕시코 등지에도 서식한다.03 우리나라 같은 경우 5~7월과 9~10월에 버섯 형태로 강원과 경북 산간지역에서만 생산되는데, 송이가 이처럼 한정된 지역에서만 자라는 이유는 다른 작물과 달리 적정생육온도의 범위가 극히 좁기 때문이다. 특히 송이는 땅속 환경변화에 민감한데, 평균 19.5도 이하의 온도를 유지하여야 한다. 만일 온도가 21도 이상이거나 14도 밑으로 내려가면 송이가 자라날 수 없다고 한다. 이외에 온도뿐만 아니라 토양수분이나 습도, 주변 식생이나 강수량 등이 송이 생산에 작용한다.04
  버섯이 탄생하려면 뿌리의 성장이 억제되어 포자라는 종자가 형성되어야 한다. 포자는 균류에 속하는 버섯이나 곰팡이에서 분리되는 생식 세포로서 이 세포가 발아하여 새로운 개체인 홀씨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포자는 앞서 언급한 온도와 같은 적절한 외부적, 물리적 조건이 부합해야 만들어진다. 하지만 뿌리의 성장이 방해받아야 한다는 점은 역설적으로 송이의 입장에선 역경을 극복해야 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송이버섯의 생성과정은 심우도의 면이수지에서 도통진경에 이르는 과정과 일견 흡사해 보인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심우도의 면이수지에서 동자를 송이버섯의 뿌리에 비유하면, 송이버섯의 뿌리가 종자를 만들기 위해서 뿌리의 성장이 억제되어야 하듯이 심우도의 동자도 소를 만나기 위해 넘어야 할 천둥이나 비바람, 절벽은 일종의 방해요소인 시련, 혹은 역경이라 할 수 있다. 동자가 이러한 어려운 고비를 딛고 성지우성을 통해 마침내 도에 통하여 참다운 경지에 이르는 과정은 송이의 뿌리가 포자라는 형태로 종자를 만들어 송이버섯을 생성하는 것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물론 송이버섯의 생육과정을 인간의 수도과정에 일률적으로 적용할 수 없을 것이다. 송이버섯은 온도의 변화나 토양, 습도와 같은 한정된 조건만 맞으면 자연적으로 생성될 수 있다. 하지만 수도는 최적화되어 정해진 조건이란 것이 없다. 인간은 비바람이나 절벽과 같은 장애에 직면하였더라도 포기하지 않는다면 그러한 역경은 성장할 수 있는 외부적 조건이지만 반대로 굴복할 수도 있다. 『대순지침』에 ‘겁액에 굴복하여 자포자기(自暴自棄)하는 데서 탈선이 되어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다.’05고 하셨다. 우리의 수도는 상제님을 믿고 공경하며 자신을 닦아 나가는 것이다. 이러한 수도를 하는 목적은 도통을 이루기 위함이다. 면이수지의 동자처럼 수도의 완성을 이루기 위해서는 포기하지 않고 지성(至誠)으로 진리를 수행하는 주체적 수도가 필요할 것이다.






01 히로나카 헤이스케, 『학문의 즐거움』, 방승양 옮김 (서울: 김영사, 1992), pp.146-147.
02 「버섯상식」,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 http://www.nature.go.kr/
03 김현수, 장현유, 하효철, 『버섯이 내 몸을 살린다』, (서울: ㈜한언, 2007), p.96.
04 조홍섭, 「송이가 희귀한 까닭? ‘땅속 온도’에 답있다」, 《한겨레신문》 2007. 10. 16.
05 『대순지침』, p.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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