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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광장 : 교과서에 소개된 대순사상을 접하며

교과서에 소개된 대순사상을 접하며



연구원 이호열


▲ 고등학교 ‘윤리와 사상’ 교과서



  하나의 종교사상은 그것을 믿는 신앙인들의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러한 종교사상은 신앙인들에게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신앙하지 않는 일반 대중들에게도 해당 종교에 대한 관념을 형성하게 된다. 그리하여 종단 내부인의 신앙심과는 별개로 하나의 종교사상에 대한 일반인 혹은 대중적 평가가 형성되며, 이것이 종단의 사회적인 위상을 좌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이는 하나의 종단과 그 사상이 일반인들에게 어떻게 알려지고 받아들여지느냐가 해당 종단의 사회적 인망과 지지기반을 형성하는 데 깊이 관련되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한 종교의 창시자와 가르침이 교과서에 실려 미래를 이끌어갈 학생들이 관심 가져야 할 역사 속의 인물로 소개되는 것은 그 종단의 현재와 미래에 긍정적인 시그널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고등학교 ‘윤리와 사상’ 과목이 국정 교과서에서 검인정교과서01 체제로 개편된 2012년 이후부터 상제님께서 구한말 민족종교의 창시자로 소개되고 이와 함께 해원상생의 사상이 서술되고 있다. 이 같은 내용이 교과서에 실리게 된 것은 대순사상이 보다 큰 의미에서 사회적으로 공인되고 있음을 뜻한다고 볼 수 있다.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은 이러한 사실을 이 글을 통해 소개하고 향후 과제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민족종교에 대한 인식의 전환
  교과서에 게재된 내용을 소개하기에 앞서 먼저 한국의 민족종교에 대한 인식이 어떻게 전환되었는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구한말에서 일제강점기에 이르는 시기에 자생적으로 발생한 한국의 민족종교는 일제강점기 억압과 수탈로 신음하는 조선 민중들에게 ‘후천개벽’이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주며 민족적 자신감을 불어넣고 구국과 독립의 의지를 다지는 민족정신의 구심적 역할을 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족종교는 오랫동안 그 존재와 가치가 왜곡된 인식과 편견에 가려진 채 소외되어왔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일제강점기에 조선총독부가 식민지 정책을 통해 일본 신도, 불교, 기독교만을 ‘공인종교’로 인정하고, 동학계, 증산계, 단군계 등 한국의 자생적 민족종교에 대해 ‘유사종교’라는 굴레를 씌워 탄압하였기 때문이다. ‘유사종교’라는 말은 일제가 한민족 정신의 말살을 위해 민족의식을 바탕으로 창립된 종교들을 탄압하면서 사용된 용어이다.02 일제가 공인종교와 구분하여 유사종교에 행했던 탄압과 특별한 관리는 민족종교는 ‘유사·사이비성이 짙은 종교’라는 선입견과 인식의 잔재를 사람들의 뇌리에 오랫동안 남겨왔다.
  하지만 선구적 학술 연구자들에 의해 민족문화 및 민족주체성의 관점에서 꾸준한 연구가 진행되고 특히, 동학에 대한 역사적 재평가가 이루어지면서 동학의 교조인 최수운과 함께 민족종교를 발생시켰던 상제님과 박중빈 등의 종교 지도자에 대한 관심이 모아졌다. 그런 과정에서 동학, 증산교, 원불교 등 한국 신종교의 종교사상에 대한 학술연구의 성과물이 널리 알려져 인정받게 되자 차츰 한국의 자생적 민족종교에 대한 왜곡된 선입견이 벗겨지고 그 가치가 새롭게 평가받게 되었다.



교과서에 소개된 내용과 과정
  민족종교에 대한 인식이 전환되는 가운데, 고등학교 7차 교육과정(2002~2006)03까지 적용되었던 국어, 도덕, 역사 교과목의 국정 교과서 체제가 2007년 이후 검인정 교과서 체제로 변화하였다. 이 시기에 고등학교 ‘윤리와 사상’ 교과서04에서 증산교와 원불교가 ‘근대의 신흥 종교사상’이라는 표제 아래 새롭게 추가되면서 상제님과 ‘해원상생’ 사상이 처음으로 교과서에 소개되었다. 이는 2007년 개정 교육과정의 중요 특징 중 하나인 “주변국의 역사 왜곡에 대응하고 국제화 시대에 적합한 방향으로의 역사 교육 강화”와 함께 “사회 변화와 요구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도덕 교육 연구 공동체의 연구성과를 체계적으로 반영”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한국의 자생적 민족종교가 확장되어 소개된 것이다.05
  이후 2009년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5개 출판사06가 참여하면서 신흥 종교를 “우리 민족 고유 사상을 바탕으로 유교, 불교, 도교 사상을 주체적으로 수용한 새로운 민족종교”07라 정의하며 동학, 증산교, 원불교, 대종교 등의 사상을 서술하였다. 이때 상제님을 민족종교를 창시하고 개벽(開闢)과 상생(相生)을 주창하며 천지공사를 실행한 종교가로 소개하면서 ‘천지공사’라는 용어가 처음 교과서에 등장하였다.
  교과서에 서술된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2014년부터 천재교육에서 출판된 ‘윤리와 사상’ 교과서는 민족종교 발생의 배경과 상제님의 사상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서술하고 있다.


“19세기에 이르러 조선 사회는 급격한 변화와 도전에 직면하였다. 안으로는 비정상적인 정치 운영과 사회적·경제적 혼란이 심화되면서 백성의 삶은 피폐해졌고, 대외적으로는 서양세력과 일본의 개방 요구가 날로 거세어지면서 국가적 위기가 고조되었다. 이러한 가운데 당시 지배 사상이었던 성리학과는 다른 주장을 담은 일련의 신흥종교가 등장하였다.
신흥종교는 우리 민족의 고유 사상을 바탕으로 유·불·도 사상을 비판적으로 계승하고, 서양의 종교 사상을 주체적으로 수용하여 성립한 새로운 민간종교였다. 이들 사상은 우리의 정서에 부응하면서 당시의 혼란과 갈등을 극복하고자 하는 방안을 제안하여 많은 사람들의 호응을 얻었다. 이들 사상 속에는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근대적 지향점이 담겨 있었다. 또한, 우리 국가와 민족이 위급할 때 외세의 위험을 물리치고자 하는 민족정기도 강하게 배어 있었다. 이 시대의 대표적 신흥종교로는 훗날 천도교로 자리 잡은 동학을 비롯하여 증산교, 원불교 등을 꼽을 수 있다.
증산교는 강일순에 의해 제창된 종교이다. 그는 전통적인 고유 사상을 바탕으로 무속과 도가 및 다른 종교의 전통을 독자적으로 해석하여 사상적 기초를 세웠다. 그는 사랑과 정의가 넘쳐흐르는 이상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사람들 사이에 쌓인 원한을 풀어야 할 뿐만 아니라, 아무리 하찮은 신세를 지더라도 반드시 그 은혜를 갚아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원한을 풀어 버리고 함께 살아가자’는 해원상생(解冤相生) 사상은 당시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쳤다.”
08


또한, 지학사(志學社)에서 출판된 교과서는


“19세기 후반 조선 사회에서는 국가 이념이었던 유교를 기초로 한 민본(民本)과 위민(爲民) 정신이 크게 훼손되었으며, 대외적으로는 제국주의 침략으로 자주성이 크게 위협받았다. 그 결과 지배 세력과 외세에 의한 억압과 착취는 백성들의 삶을 더욱 고통스럽게 하였다. 이에 민족과 백성을 대표하는 새로운 종교에 대한 열망이 나타났는데, 신흥종교인 동학, 증산교, 원불교, 대종교 등이 대표적인 소산이다. … 강일순이 창시한 증산교는 집권층의 실정과 외세의 침입으로부터 위기에 빠진 세상을 구하고 상생(相生)의 시대를 열어 가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인간이 가지고 있는 상극(相克)의 원한과 원망을 풀어 주는 해원(解冤), 하늘과 땅의 운행 질서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는 천지공사(天地公事)를 강조하였다.”09


  라고 서술하며 천지공사를 언급하였다. 그리고 미래엔(MiraeN)에서 출판된 교과서에서는


“근대의 신흥종교는 우리 민족이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다양한 해결 방법을 모색하면서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었을 뿐 아니라 사회 변화를 주도하였다. 이들 신흥종교는 한국 고유의 사상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데, 서양 열강의 침입과 서양 문물의 유입에 대한 우리 주체성의 표현이었다. 또한, 개벽 사상을 통해 좋은 세상이 올 것이라는 희망을 심어 주었으며, 일상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는 교리를 제시함으로써 사람들의 윤리적 삶에 기준을 제시해 주기도 하였다.”10


  라며, 근대의 신흥종교의 역할에 관해 서술하고 있다.
  대순사상이 교과서에 소개되었다는 사실은 그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지만 여기서 좀 더 생각해 보아야 할 점도 있다. 먼저 교과서에 게재된 상제님과 사상에 대한 소개가 아직은 기초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무속과 연관되어 소개되는 등 대순사상의 핵심과 본질에서 조금은 벗어난 측면도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2009년 교육과정 개편 때 5개 교과서에 게재되었던 것과 달리 2015년 개편11 이후에는 3개 교과서만이 해당 내용을 다루고 있으며, 분량과 내용 면에서 그 서술의 수준이 이전보다 미흡해진 것은 아쉬운 점이다.
  지금은 대순사상이 교과서에 새롭게 소개된 내용으로서 확고한 자리매김을 필요로 하는 시기이다. 이를 위해서는 역사학·철학·사회학 등 인문학과 연계된 대순사상에 대한 연구가 보다 확장성 있게 진행되어야 하며, ‘윤리와 사상’ 교과서 집필진의 다수가 활동하고 있는 ‘한국윤리학회’와 ‘한국윤리교육학회’와 연계된 적극적인 학술 활동 또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와 더불어 대순사상을 널리 알리기 위한 각 대학에서의 세미나, 강연회 등의 활동 역시 더욱 활발하게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향후 전망과 과제
  어떤 사상이나 문화적인 내용이 교과서에 실리게 되는 것은 먼저 연구자들의 연구를 바탕으로 학계의 주목을 받고 그것이 학술적 공인을 얻은 후, 교과서 집필자들에 의해 교과서에 게재될 만한 내용으로 인정받을 때 비로소 가능하게 된다. 따라서 교과서 게재는 학술발표를 비롯한 학술 활동이 활발히 이루어질 때 그것을 토대로 현실화될 수 있는 일이다.
  이렇게 강증산 성사와 관련 내용이 ‘윤리와 사상’ 교과서에 소개된 것은 그동안 학계의 관심을 바탕으로 국내외 여러 학자에 의해 연구되어 발표된 증산사상과 관련된 8백여 편12에 이르는 서적 및 논문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본다. 특히 대진대학교 대순사상학술원에서 발간해 온 『대순사상논총』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대순사상논총은 1996년도에 첫 발간을 시작으로 최근 제35호를 발간하며 그동안 400여 편의 논문을 발표하였고, 이러한 과정에서 대순사상을 중심으로 ‘한국의 민족종교와 사상’에 대한 학술적 논의와 연구를 뒷받침해오며 의미 있는 토대를 마련해 왔다.
  도전님께서도 “연구위원이 『전경』을 토대로 진리를 연구하여 글로 쓰면 대외에 홍보용으로 나가며, 종단 도인들의 움직임을 글로 표현하여 종단 내외에 발표하니 그 중요성은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 이렇게 대내외적으로 홍보가 되어야 포덕이 되는 것이다.”13라고 하시며, 연구 및 학술 활동의 중요성을 강조하셨다. 이러한 측면에서도 대순사상이 교과서에 실리게 된 것은 매우 긍정적이고 반가운 일이며, 기초적인 소개에 머무르지 않고 좀 더 명확하고 심화된 서술로 상제님 사상이 널리 알려질 수 있도록 대순사상에 대한 연구와 학술 활동에 더욱 힘을 기울여야겠다. 또한, 공인된 종단으로서 구호자선, 교육, 사회복지의 3대 중요사업을 더욱 내실 있게 실행하여 사회적 기여도를 높여야 할 것이며, 상생의 실천에 있어 모든 수도인들이 솔선수범하여 사회적 인망과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01 민간에서 제작한 교과서를 교육부장관으로부터 검정 또는 인정받아 사용하는 것으로 교육부가 저작권을 가진 국정 교과서와 대응된다. 사회의 다양한 의견과 요구를 반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02 윤선자, 「일제의 종교정책과 신종교」, 『한국근현대사연구』 13 (2000), p.73 참고.
03 교육과정 개편: 미래 사회를 위해 그때그때 신속하게 국가의 교육과정이 수정되어야 한다는 교육계와 학계의 요구에 따라 7차 교육과정(2002~2006) 이후로는 교육과정 개편 절차가 간소화되어 수시 개정 체제로 바뀌었다. 이로 인해 2007년, 2009년, 2015년에 부분적인 교육과정 개편이 이루어졌다.
04 2007년 교육과정 개편에 따른 교과서(출판사: 천재교육, 교학사)는 2011년 8월 19일 교육부 검정을 통과하여 2012년 3월 1일에 출판되었다.
05 교육인적자원부, 『‘2007년 개정 교육과정’ 개요』, (서울: 세원문화사, 2007), p172 참고.
06 2009년 교육과정 개편에 따른 교과서(출판사: 지학사, 천재교육, 금성출판사, 미래엔, 교학사)는 2013년 8월 30일에 교육부 검정을 통과, 2014년 3월 1일에 출판되어 교육 현장에서 활용되었다.
07 정창우 외, 『(고등학교) 윤리와 사상』, (서울: 미래엔, 2014), p.119.
08 박찬구 외, 『(고등학교) 윤리와 사상』, (서울: 천재교육, 2014), pp.109~110.
09 박병기 외, 『(고등학교) 윤리와 사상』, (서울: 지학사, 2014), pp.120~123.
10 정창우 외, 앞의 책, p.120.
11 2015년 교육과정 개편에 따른 교과서(출판사: 천재교과서, 미래엔, 교학사)는 2018년 9월 14일에 교육부 검정을 통과, 2019년 3월 1일에 출판되어 현재 교육 현장에서 활용되고 있다.
12 이경원 외, 『한국 신종교 지형과 문화』 (서울: 집문당, 2015), p.328.
13 「도전님 훈시」(1989.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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