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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장 둘러보기 : 처마의 백미, 부연(婦椽)

처마의 백미,  부연(婦椽)



출판팀 한상덕


▲ 여주본부도장 일각문 처마의 부연 (2019년 12월 5일)



  도장 건물의 처마를 눈여겨본 적 있는가? 처마를 아래서 올려다보면 둥근 서까래 끝에 각진 서까래를 덧붙여 놓은 것을 볼 수 있다. 이때 쓰이는 짧은 서까래를 부연(婦椽)이라 부른다. 부연은 한국건축의 고유한 기법으로 건물의 장식적인 조형미를 더욱 부각시키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 도장의 본전, 봉강전, 종각 등의 많은 건물에서도 부연을 볼 수 있다. 흔히 겹처마로 더 잘 알려진 ‘부연’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부연은 처마를 깊게 뺄 목적으로 사용한다. 우리 한옥에서 처마를 빼는 전통은 계절에 따라 실내로 유입되는 햇빛을 조절하고, 나무로 된 기둥 하부에 빗물이 닿아 부패하는 것을 방지하는 목적에서 시작되었다. 그 외에도 부연은 미학적인 효과를 겸비해 건물의 격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이런 부연의 장식미는 조선시대 궁궐의 정전(正殿)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조선시대 궁궐처럼 여러 채의 건물이 있는 경우 중심 건물인 정전에는 부연이 있지만, 부속 채에는 건물이 커도 부연이 없는 경우가 많다. 정전은 신하들의 조회, 국가나 왕실의 중요의식, 외국 사신의 접견 등을 하는 장소로 왕권을 상징하는 건축물이다. 그런 이유로 궁궐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격식을 갖춘 정전은 서까래 위에 덧단 부연 덕분에 하늘을 차고 나를 듯 치솟은 처마의 곡선이 더욱 돋보인다.
  우리 도장의 건물 대부분에서도 부연을 볼 수 있다. 영대(靈臺)를 비롯한 도장 건물의 처마에는 둥근 서까래 위로 아름답게 채색된 부연이 줄지어 장식되어 있다. 특히 본전의 겹처마는 중층구조로 만들어져 웅장하면서도 아름다운 곡선을 이룬다. 학이 날개를 편 것처럼 유연한 부연의 장식미가 도장의 웅장한 위상을 한층 부각해준다.
  부연은 짜임형식에 따라 크게 평부연(平婦椽) 형식과 선자부연(扇子婦椽) 형식으로 나뉜다. 추녀까지 나란히 걸린 평연 위에 올라간 부연을 평부연이라 하고, 지붕 중간까지 나란히 걸리지만 추녀 양쪽에서 부챗살처럼 펼쳐지는 부연을 선자부연이라 한다. 그중에서 선자부연은 설계와 마름질이 까다로운 고급기술이기 때문에 중국과 일본에서는 사라진 기법이지만 한국에서는 아직도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 경복궁 근정전의 처마 (2022년 11월 28일)



  우리 도장 건물에서도 선자부연을 쉽게 볼 수 있다. 고건축의 미가 가장 두드러지는 곳 중 하나가 처마선이다. 아름다운 처마의 곡선을 만들기 위해서 추녀 양쪽에 서까래를 부챗살 모양으로 배치한 것이 선자 서까래, 즉 선자연 기법이다. 이런 선자연 기법에 선자부연이 더해지면서 시원하고 아름다운 처마선이 완성된다. 한국의 전통 기법으로 건축한 도장 건물이 웅장하고, 세련되게 보이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선자연이 가미된 부연 덕분일 것이다.

  한편, 여주본부도장에서 부연이 설치되지 않은 유일한 건물이 숭도문(崇道門)이다. 숭도문은 도장의 공간을 구분하여 성속(聖俗)을 나누는 중문(中門)의 역할을 한다. 경복궁을 예로 든다면 광화문과 근정전(勤政殿) 사이에 있는 근정문(勤政門), 혹은 근정전과 사정전(思政殿) 사이에 있는 사정문(思政門) 등이 중문에 해당한다. 아마도 숭도문은 근정문과 사정문의 역할처럼 정내(庭內)로 출입하는 통로로서의 실용적인 기능 때문에 부연이 없는 홑처마 맞배지붕으로 꾸며져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한옥 건축양식의 가장 큰 특징은 동아시아 문화권의 대표적 관념인 천원지방(天圓地方)에서 찾을 수 있다. 인간과 자연, 신명과 함께 삶을 영유해온 선조들의 지혜는 주거 공간에서도 뚜렷이 보여지는데, 한옥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우리 선조들은 하늘과 땅에 감사하며 살아왔다. 인간은 천지 만물의 일부이지만 자연이 주는 기운의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하여 자연과 조화로운 삶을 추구해왔다. 이는 도장의 건축기법에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둥근 서까래는 하늘을, 각진 부연은 땅에 비유되니 겹처마에도 음양의 이치가 담겨있다고 할 수 있다.




부연의 유래  부연의 발명과 관련된 흥미로운 일화가 천년고찰인 전남 영암의 월출산 도갑사(道岬寺)에 전해진다. 신라 말에 왕은 기울어가는 국운을 걱정하여 월출산 기슭에 아름답고 웅장한 사찰을 건립하라고 명했다. 이때 국내에서 이름있는 목수들이 동원되었는데 대웅전의 서까래는 팔순의 도편수(都片手)가 맡게 되었다. 노인은 정성을 다해 몇 달 동안 서까래 오백여 개를 자르는 데만 전념했다. 그런데 상량을 며칠 앞둔 어느 날 일일이 직접 자로 재면서 잘랐던 서까래가 모두 도면보다 짧게 잘린 것을 알게 되었다. 다시 만들자니 자재도 문제지만 시간 또한 턱없이 부족했다. 깊은 절망에 빠진 노인은 그만 몸져눕고 말았다. 상량일은 차츰 다가오고 노인은 어찌할 바를 몰라 고심하던 중 며느리가 짧은 서까래를 덧달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이에 그 노인은 홑처마에 쓰이는 둥근 서까래 끝 위에 단면이 네모진 짧은 서까래를 덧대어 겹처마를 만들었다. 그랬더니 서까래만 얹었던 홑처마보다 겹처마로 조성된 대웅전의 모습이 훨씬 웅장하고 아름다워졌고 왕이 크게 기뻐하였다. 위기를 면한 도편수는 지혜로운 며느리가 한없이 고마워서 그 짧은 서까래에 지어미 부(婦) 자와 서까래 연(椽) 자를 써서 ‘부연(婦椽)’이라 이름을 붙였고, 며느리의 지혜로 세워진 도갑사 대웅전은 우리나라에서 부연을 장식한 최초의 건축물이 되었다. - 한국콘텐츠진흥원, 『문화원형백과 불교설화』 ‘며느리의 지혜’ 참고.






참고문헌
김왕직, 『알기쉬운 한국건축용어사전』, 파주: 도서출판동녘, 2007.
유홍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산사순례』, 파주: (주)창비, 2018.
장헌덕, 『목조건축의 구성』, 서울: 한국문화재보호재단,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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