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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152년(2022)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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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문예 공모전 : 절대 하지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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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문예 : 산문 우수 / 금릉1-13 방면 교정 한우영



절대 하지마세요





  2022년 8월 2일 저녁, 저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포덕 교화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날 도장에 수호를 들어가야 했습니다. 그래서 간단히 대화한 후 서둘러서 지하철을 타고 도장으로 들어가려고 했는데 상대가 좀처럼 집에 가려고 하지 않고 울분을 토하면서 저한테 계속 하소연하니 도저히 말을 끊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도 도장에 들어가는 일이 우선이라 잘 타일러서 헤어지긴 했지만, 밤 11시가 되었습니다.
  고속버스는 이미 끊겼고 지하철로 가기에도 너무 늦은 시간이었습니다.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자전거를 타고 가기로 했습니다. 전에 누가 서울에서 여주까지 자전거를 타고 갔는데, 시간이 별로 안 걸린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서 저도 큰마음 먹고 한번 해보기로 했습니다. 참고로 서울에서 여주도장까지는 대략 90km 정도 됩니다.
  그런데 집을 나서자마자 비가 오기 시작했습니다. 다음 날 아침 5시까지는 도장에 도착해야 했기에 저는 독하게 마음먹고 출발했습니다. 처음에는 마음도 가볍고 순조로웠습니다. 하지만 출발한 지 2시간쯤 지나니 기운이 빠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때부터 갑자기 비가 거세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어느 구간부터는 가로등이 없어서 앞이 보이지 않은 채 달려야 했습니다. 그러다가 빗길에 미끄러져서 무릎에 피가 났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천둥 번개까지 치니 공포심은 극에 달했습니다. 어느 구간에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데 뭔가 모르게 점점 물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지금 내가 강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면서 울고 싶어질 정도였습니다. 저는 119를 불러야 하나 생각이 들면서도 정신을 차리고 빨리 도장에 가야 한다는 일심으로 페달을 밟았습니다.
  몇 시간 동안 주변에 사람이 한 명도 없었고, 비는 엄청나게 내리고 거기에 천둥 번개가 계속 치고 앞도 전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문득 “척을 짓지 말라”는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내가 수도하면서 선각과 수반 그리고 아내에게 얼마나 척을 많이 지었을까를 생각했습니다. 선각분이 그 오랜 세월 동안 나를 교화해서 상제님께 인도해주신 은혜를 잊고 오히려 불평하지는 않았는지, 항상 교화하면서도 나는 바꾸지 않고 수반에게만 정신 개벽을 강요하지는 않았는지, 아내에게 권위적으로 대하지는 않았는지 등등 머릿속에 수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가면서 반성했습니다. 세상에 일어나는 일들이 우연이 없다는데, 내가 지금 천둥 번개 치는 폭우 속에 앞이 보이지도 않는데 피까지 흘리면서 자전거를 타야 한다는 것은 분명 나에게 깨달음을 주기 위한 일이라고 느껴졌습니다.
  그렇게 계속 반성하고 반성하면서 달리다가 어느 순간 길을 잃으면 오직 연원에 대한 끈을 놓지 않겠다고 심고를 드리면 다시 길을 찾는 상황이 반복되었습니다.
  결국 서울에서 출발한 지 6시간 만에 도장에 도착했습니다. 도장을 보니 눈물이 나면서 ‘상제님! 선각의 은혜를 잊지 않고, 척을 짓지 않고 남을 잘되게 하고 겁액을 열심히 풀어나가겠습니다’ 하고 다짐했습니다. 그리고 그날 선각과 수반 그리고 아내에게 전화해서 이때까지 척 지은 것에 대해 진심으로 용서를 구했습니다. 그리고 선감께 이 일을 말씀드렸더니 “나한테 전화했으면 방면 차 타고 가라고 했을 건데, 왜 그렇게 무모한 일을 했어요?”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이것만 봐도 체계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큰일이든 작은 일이든 선각분과 상의해서 일하면 신명의 조화가 일어나서 일이 아주 수월해진다고 하셨는데, 그 말을 듣지 않은 내 겁액의 결과라는 생각이 들면서 또다시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는 체계 질서를 잘 지켜서 매사에 선각과 상의해서 일할 것이며, 더는 척을 짓지 않도록 매사에 말과 행동을 조심하겠습니다.
  그리고 여러분, 절대 비 오는 밤에 자전거 타지 마세요.







심사평


  이 작품은 읽는 동안 무서웠다. 폭우 속 한밤중 공포의 자전거 여로(旅路) 체험과 그때의 감각이 생생히 묘사되었다. 그때의 체험에 의미를 부여하는 깨달음이 수필로서의 요건을 충족시키기에 족하다. 이야기가 대단히 독특하다. 사건이 기묘하게 연결되는 공포적인 세계를 ‘척’이라는 매력적 공간으로 연결해 놓는 데 성공했다. 무방비한 상태에서 공포의 상황을 연출한 작가의 자전거 여로는 두려운 톤으로 서술하면서 깨달음의 공간으로 만들어 놓는다. 장면 장면을 적절히 에두르고 절제하여 읽는 동안 폭 빠지게 사건을 전달해 준다. 가슴을 졸이며 무서운 공포감을 같이 겪는 뻐근한 감동에 모처럼 푹 젖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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