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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154년(2024)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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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광장 : 감정과 수도

감정과 수도



교무부 윤미정




  일반적으로 감정(感情)은 잘 활용하면 이롭지만, 그렇지 못하면 해가 된다. 감정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거나 해소하지 못해 누적되면 정신장애나 심리적 질병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또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여 분노를 터뜨리면 큰 손해를 보거나 후회할 일이 생기기도 한다. 오랫동안 정성을 들인 일이 한순간의 감정으로 인해 수포가 되거나 화(禍)를 자초할 수 있다. 따라서 감정의 의미와 기능, 특히 타인에 대한 부정적 감정과 그것을 극복하는 방법을 살펴보는 것은 감정을 이해하고 조절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감정은 욕구, 사고 등과 함께 사람의 마음을 구성하는 한 요소이다. 감정의 사전적 정의는 ‘어떤 현상이나 일에 대하여 일어나는 마음이나 느끼는 기분’이다. 이는 ‘원망하거나 성내어 언짢게 여기는 마음’이라는 부정적 의미를 지닌 ‘감정(憾情)’을 포괄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심리학에서는 ‘사물 현상이나 대상에 대한 태도에 기초해 형성되는 신체적 변화를 수반하는 주관적 체험’01이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한편으로 감정을 인지, 욕구, 정서라는 세 가지 요소가 상호작용하며 연결된 복합체로 보기도 한다.02 이러한 정의들에서 개인의 태도에 따라 감정이 발생하고 그것이 신체적 변화까지 수반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감정에 관한 이해를 돕기 위해 감정을 여러 측면에서 구분해 볼 수 있다. 먼저 다양한 감정으로 분화해 나가는 뿌리가 되는 것이냐, 인지과정을 거치느냐에 따라 1차 감정과 2차 감정으로 나눈다. 1차 감정은 공포, 분노, 슬픔, 기쁨과 같은 기본 감정으로 정도와 수준의 차이는 있지만 모든 인간이 공통으로 갖게 되며 생존에 필요한 감정이다. 2차 감정은 학습을 통해 사물, 사건, 상황과 연결되는 감정들로 치과의사의 집게만 봐도 겁이 나는 것처럼 사고 처리가 필요한 감정을 말한다.03 또한, 감정의 세기와 지속성에 따라서 구분하면, 오랫동안 지속되지만 그렇게 강하지 않은 감정인 ‘기분’이 있고, 폭발적으로 일어나며 비교적 짧은 시간 내에 체험되는 환희, 감격, 분개, 격노, 공포 등의 ‘격정’이 있다. 또 장기간에 걸쳐 지속되는 강렬한 감정으로 ‘열정’이 있는데 포덕에 대한 열정, 공부에 대한 열정 등이 그것이다.



  사람마다 같은 상황에서 다른 감정을 보일 수 있는데, 이는 각자의 욕구와 지향, 사상과 신념, 가치관, 심리적 특성 등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도덕적 감정, 지적 감정, 미적 감정 등을 비롯해 감정의 발생 속도나 세기 및 지속성에서 사람마다 차이가 생기는 것이다.04 예를 들면, 환경을 보존해야 한다는 신념이나 가치관을 지닌 사람에게는 무절제한 에너지 사용이 못마땅할 수 있고 장유(長幼)의 예를 중시하는 문화에서는 예가 없는 것에 대해 분노할 수 있다.
  이러한 감정은 긍정적으로도 부정적으로도 작용할 수 있는데 공감, 동정심, 감사함, 자애 등으로 도덕적이고 선한 삶을 살고 원만한 대인관계를 유지하도록 돕는다. 또 희망, 열정 등 심리적 에너지로 작용하기도 하며 기억과 판단, 결정을 돕는 등 다양하고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가장 기본적인 것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정보 또는 알람과 같은 기능이다. 인간은 신변이 안전하지 않다고 느낄 때 공포와 두려움, 분노를 발생시켜 도망가거나 싸울 태세를 갖춘다. 또 타인이 자신을 무시하거나 비난하여 자신의 가치를 떨어뜨릴 때 수치심, 분노를 일으켜 자신을 방어한다.05 이렇게 감정은 인간이 선한 삶을 살게 하고 심리적 에너지로 작용하지만, 자신의 생존과 방어를 위해 순간적으로 또는 지속해서 과도하게 발생하면 화(禍)를 부르기도 한다.
  상제님께서는 “비인정불가근 비정의불가근(非人情不可近 非情義不可近)”(교법 3장 47절), 즉 ‘인정(人情)이 아니면 가까이하지 말고, 그 정(情)이 올바르지 않으면 가까이하지 말라’고 말씀하셨다. 일반적으로 인정은 ‘사람이 본래 가지고 있는 감정이나 심정’, ‘남을 동정하는 따뜻한 마음’을 뜻한다. 상제님께서는 사람에게 마땅히 인정이 있어야 함을 시사하시고 인정을 의롭지 않게 사용하는 것을 경계하신 것이다. 인정은 천성 그대로의 양심에서 나오는 인(仁), 즉 자애의 마음으로 가족 간, 친구 간, 사제 간 등 사람 사이에 유대감을 형성시켜06 해원상생의 실천을 돕는다. 이러한 인정이 올바르지 않게 베풀어질 수 있는데 상제님께서는 이것을 ‘비정의불가근’이라고 하시어 그러한 심정을 삼가도록 하신 것으로 보인다.
  또 감정에 대한 도전님 훈시를 보면 취하여야 할 감정(이하 긍정적 감정)과 없애야 할 감정(이하 부정적 감정)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도전님께서는 도인 상하 상호 간에 자모지정(慈母之情)과 은사지의(恩師之義)로 대하고 항상 감사한 마음을 지니라고 강조하셨는데 감사함, 자모지정, 은의 등은 해원상생을 실현하기 위해 우리가 지녀야 하는 긍정적 감정이다. 반면 부정적 감정에 대해서는 “사람은 일시적으로 감정이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사람을 감정의 동물이라 한다. 이것을 없애는 것이 수도이다. 어디 원망할 게 없고 미워할 것이 없으면 감사할 것만 있다.”07라고 하심으로써 미움, 원망 등의 부정적 감정을 없애는 것이 수도임을 밝히셨다.
  이상에서 살펴본 상제님과 도전님 말씀에서 감정에는 타인에게 베풀어야 하는 긍정적 감정과 베풀지 말아야 하는 부정적 감정이 있음을 알 수 있다. 긍정적 감정은 지향하고 부정적 감정은 지양해야 한다. 부정적 감정은 자신을 보호하거나 방어하기 위해 일시적이고 순간적으로 일어나는 것에서부터 상대방이 내게 피해를 주고 상처를 주었을 때 생기는 미움, 원망, 분노 등의 감정과 단순히 의견이나 취향 등이 맞지 않는 데서 오는 못마땅함, 자신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 데서 오는 서운함과 불만, 그리고 상대에 대한 시기심 등 다양하다. 이러한 감정을 표출하지 않고 쌓아두면 마음에 병이 생겨 점차 육신의 병이 되는 반면, 스스로 풀지 못하고 분출하게 되면 타인과 불화가 생기고 크게는 씻을 수 없는 과오를 낳을 수도 있다.



  그래서 도전님께서는 “도통진경이 되려면 마음이 바르게 서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도통이 있을 수 없다. 남을 미워한다는 것은 마음자리가 바로 서 있지 않아서이다. 시기ㆍ질투ㆍ음해하지 마라. 티끌만큼도 미워하지 마라. … 마음이 바로 서면 밉고 고움이 없어진다. 이러한 경지에 이르러야 도통진경이다.”08라고 하셨다. 이 말씀에서 타인에 대한 시기ㆍ질투ㆍ음해, 미움 등의 부정적 감정을 없애는 것이 마음을 바르게 하여 편벽되게 미워하거나 편벽되게 예뻐하는 일 없이 두루 사랑하고 감사하는 해원상생을 실천하는 수도이며 이로써 도통진경에 이를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부정적 감정을 없애야 하는데, 그 감정을 없앤다는 것은 그 감정을 억누르고 무시하라는 뜻이 아니라 이해로써 극복하고 풀라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이것은 도전님께서 감정을 푸는 방법을 말씀하신 내용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그 방법 중 첫째는 “인성(仁性)으로 감정을 용해(溶解)”09하라는 것이다. 이 말씀은 어진 성품으로 감정을 녹이라는 뜻인데 이것은 자애의 마음으로 자신을 힘겹게 만든 타인의 언행을 이해하고 포용하라는 뜻으로 이해된다. 타인에 대한 이해심과 관용심을 넓히며 자신의 마음을 바로잡아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타인에 대한 부정적 감정으로 인해 힘든 자신의 감정을 품어주라는 의미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말했듯 일종의 신호인 감정은 자신에게 위기를 알리고 자신이 아프고 힘들다는 것을 알려준다. 그러므로 이 감정을 헤아려 주면 그 감정이 사라지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즉, 부정적 감정으로 인해 힘든 자신의 마음을 스스로 공감해 준 뒤 타인을 이해하도록 자신을 독려하고 그 마음을 점차 해소해 나가는 것이다. 한편 이 부정적 감정에는 과장된 측면도 많이 있으므로 이것을 잘 들여다보는 것도 필요하다.



  둘째는 타인을 내 척을 풀어주는 고마운 존재로 이해하는 것이다. 도전님께서는 “저 사람이 나쁜 것이 아니다. ‘전생의 나의 척신이 저 사람을 이용해서 그런 것이다.’ 하고 뉘우치고 도리어 고맙게 생각해야 한다. 그게 도를 믿는 것이다.”10라고 하셨다. 상대방에게 억울하고 분한 일을 당해 마음이 상할 때 내가 전생에 타인을 괴롭혀 생긴 척을 상대방이 풀어준다고 여겨 감사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본성적으로 타인에게 선하게 행동하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인데 악역을 맡아 나의 척을 풀어주니 고맙다는 긍정적인 마음을 먹는 것이다.
  셋째는 나를 힘들게 하는 타인의 언행을 가르침의 바탕으로 삼는 것이다. 상제님께서는 “하늘의 도가 걸을 통해 악을 가르쳤고, 하늘의 도가 탕을 통해 선을 가르쳤다(天道敎桀於惡天道敎湯於善)”(공사 3장 39절)라고 하셨고, 도전님께서는 “자고로 타산지석(他山之石)이란 말이 있다. 이 뜻은 타인(他人)으로 인해 내가 연성(煉性)된다는 말이니, 이는 내가 모르는 것은 남에게 배워서 깨닫게 됨을 이름이다.”11라고 하셨다. 이 말씀들을 새겨보면 나를 힘들게 하는 타인에게도 배울 것이 있다는 것이다. 나를 힘겹게 하는 타인의 언행을 통해 자신은 타인을 잘 배려하고 있는지 자신의 과부족을 성찰하는 계기로 삼는 것이다.



  한편, 마음을 바르게 하는 데 있어서 부정적 감정 외에도 우리가 경계해야 할 점은 감정을 편벽되게 사용하는 경우이다. 긍정적 감정일지라도 치우치면 편벽된 감정이 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팔이 안으로 굽지 밖으로 굽나’라는 속담이 있다. 이는 자신과 친분이 있는 사람에게 더 정이 가고 유리한 방향으로 일을 처리하는 것이 인지상정(人之常情)이라는 뜻으로 감정이 언제든 자신과 가깝거나 자신에게 잘해주는 사람에게로 치우치게 흐를 수 있음을 보여준다. 편심이 되면 타인을 적대시하는 부정적 감정과 마찬가지로 마음이 바로 서지 않으며 편벽된 처사로 인해 대인관계에 불만과 불화를 초래할 수 있다. 마음이 바로 서려면 부정적 감정과 더불어 편벽된 감정도 없어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상대방에 대한 부정적 감정과 편벽된 감정을 극복하다 보면 마음이 바로 서고 고마운 일만 남게 된다. 사람은 감정의 동물이라 순간적으로 감정이 일어날 수 있다. 평소 온화하고 너그러운 성품을 연마해 부정적 감정이 순간적으로라도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만약 부정적 감정이 일어났다면 척을 풀고 가르침을 얻는 계기로 이해하여 상대방에게 감사한 마음을 지니도록 해야 한다. 매사에 너그러운 마음으로 임하고 자신에게 깨달음을 주는 감사한 상황으로 받아들인다면 우리는 도통진경의 문 앞에 더 가까이 다가서게 될 것이다.






01 김태형, 『새로 쓴 심리학』 (서울: 세창출판사, 2016), p.54.
02 이인재, 「도덕적 삶을 위한 감정의 역할과 감정교육에 관한 연구」, 『윤리연구』, 54 (2003), p.172 참고.
03 편집부, 「감정, 뇌과학으로 바라보다」, 《브레인》 52 (2015), p.31.
04 김태형, 앞의 책, pp.54-55 참고.
05 박진영, 「박진영의 사회심리학: 머릿속을 지배하는 부정적 "알람" 끄는 법」, 《동아사이언스》 2020. 06. 13 참고.
06 「도전님 훈시」(1991. 5. 28). “인(仁)은 자애의 마음으로 인도(人道)의 원(元)이 되니, 항상 자애의 마음을 베풀어 나가면 믿음의 발판이 되어 인정(人情)이 두터워지고 화합·단결이 쉽게 이뤄져서 성경신(誠敬信)의 인간 본연으로 동귀하는 것이다.”
07 「도전님 훈시」(1991. 5. 14).
08 「도전님 훈시」(1987. 3. 10).
09 「도전님 훈시」(1985. 4. 13). “말과 실행이 어김없어야 화합이 쉬우므로, 무자기(無自欺)로 도인을 지도하면서 관대성으로 포용하고 인성(仁性)으로 감정을 용해(溶解)하고 신념으로 유대를 강화하여 나가면 심복(心腹)으로 융화되어 점진대성(漸進大成)하는 시종일관의 계획이 될 것이다.”
10 「도전님 훈시」(1992. 1. 11).
11 「도전님 훈시」(1985. 8.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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