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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과 광인
교무부 박종식

상제께 김 형렬이 “많은 사람이 상제를 광인이라 하나이다”고 고하니라. 이 말을 들으시고 상제께서 “거짓으로 행세한 지난날에 세상 사람이 나를 신인이라 하더니 참으로 행하는 오늘날에는 도리어 광인이라 이르노라”고 말씀하셨도다. (행록 3장 34절)
위 성구는 1906년경에 김형렬이 고한 사람들의 세평에 대해 상제님께서 말씀하신 구절이다. 여기서 당시의 사람들은 상제님의 어떠한 모습을 보고 신인이나 광인이라는 평을 하였으며 상제님께서는 어떤 이유로 사람들의 세평과 달리 말씀하신 것일까. 이 글에서는 신인과 광인에 대한 일반적인 의미를 알아보고 상제님께서 말씀하신 신인과 광인의 진정한 의미를 살펴보고자 한다. 신인(神人)은 인간의 이성적인 사유를 통해 헤아릴 수 없는 덕성이나 지적인 능력 또는 무소불능의 능력 등을 가진 초월적이고 이상적인 존재로 알려져 왔다.01 조선 후기 당시 신인은 민중의 기복적인 입장에서 미래 예언, 도술 등에 대해 신이한 능력을 지닌 사람을 일컬었던 것으로 이해된다. 광인(狂人)의 광(狂) 자는 미쳤다는 의미로 쓰이는데, 말과 행동이 일반적인 상식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을 비하해서 부르는 칭호이다. 『서경(書經)』에는 “성인이라도 생각하지 않으면 광인이 되고, 광인이라도 능히 생각하면 성인이 된다.”02라고 전한다. 『연산군일기』에는 홍문관 부제학 박처균 등이 상소하기를 “임금의 배우고 배우지 않는 것이 곧 성인과 광인이 되는 기틀이며, 다스려짐과 어지러워짐을 가져오는 갈림길이다.”03라고 하였다. 상제님께서는 “세상 사람이 나를 광인이라 이르되 광인은 일을 계획도 못하고 일을 치르지도 못하니라.”04라고 하셨다. 이렇듯 광인은 인간의 바른 도리를 알고 행할 수도, 어떤 일을 계획하고 실행할 수도 없는 최하위의 인간이라 할 수 있다. 이상에서 신인과 광인의 의미를 살펴보았다. 그렇다면 당시 사람들이 상제님의 어떤 모습을 보고 신인과 광인으로 평했을까. 이와 관련하여 상제님께서 신인으로 칭송된 구절이 다음과 같이 나타난다.
상제께서 이곳에 며칠 머무시고 다시 계속하여 경기(京畿)ㆍ황해(黃海)ㆍ평안(平安)ㆍ함경(咸鏡)ㆍ경상(慶尙)도의 각지에로 두루 유력하셨느니라. 어느 날 상제께서 전주부에 이르시니 부중 사람들이 상제를 신인으로 우러러 모시니라.(행록 2장 3절)
위 성구의 일화는 상제님께서 인세의 속정을 살피고자 천하를 주유하시던 시기에 있었던 일이다. 이에 상제님에 관한 다른 전승 문헌을 보면, 천하를 주유하시던 시기인 1897년 음력 8월 중순에 상제님께서 사람의 명리를 보시니 그 명성이 공주 부중에 자자해서 운명을 묻는 사람이 많았으며 그 신이(神異)한 판단에 경복했고, 그리하여 추석에 사람들이 소를 잡아 상제님께 공양했다는 구절이 있다.05 이처럼 상제님께서 운명을 판단하는 명리를 보시는 식견이 사람이 범접할 수 없는 신의 경지임을 보여주셨다. 이와 더불어 상제님께서 아래와 같이 신인으로 칭송된 일화도 볼 수 있다.

갑진(1904)년에 상제님께서 고부 거문바위 주막에 계실 때, 그 주막에 화적을 잡기 위해 변장한 순검이 있었다. 상제께서 주모에게 “저 사람은 곧 죽을 사람이니 주식을 주지 말라. 주식을 주었다가 죽으면 대금을 받지 못하니 손해가 아니냐”고 말씀하시니, 순검이 듣고 격분하여 욕설과 함께 상제님을 구타했다. 상제님께서 웃으시며 “죽을 사람으로부터 맞았다 하여 무엇이 아프리오”하고 나가셨다. 주모가 순검에게 “저분은 보통 사람이 아니라 신인이시니 따라가서 사과하고 연고를 물어보시라”고 이르니 순검이 상제님의 뒤를 따라가서 사과하고 이유를 물었다. 상제님께서 “오늘 밤에 순시를 피하고 다른 곳으로 빨리 가라”이르니 순검이 그대로 행했다. 시간이 지나 화적들이 몰려와 행패를 부리며 순검을 찾았으나 찾지 못했다. 다음날 순검이 상제님을 찾아뵙고 재생의 은혜에 눈물을 흘리며 감사했다.06 주모의 말에서 상제님은 이전부터 신인이라는 평을 들으셨음을 알 수 있다. 순검이 주모의 말을 듣고 상제님께 이유를 물어보자 상제님께서 순검의 죽음을 예견하여 재생시켜 신이한 능력을 다시 한번 보여주신 일화이다. 다음으로 상제님께서 사람들에게 광인으로 평가받은 모습을 살펴보겠다.
이날에 눈이 많이 내리고 날씨가 냉혹하였도다. “이것은 대공사를 처결한 까닭이노라” 하시니라. 경무관이 여러 사람을 취조하여도 아무 증거가 없으므로 상제를 광인으로 취급하여 옥중에 남기고 정월 十일에 옥문을 열어 여러 사람을 석방하였도다.(행록 3장 63절)
위 성구는 상제님께서 고부화액 시기에 의병으로 몰려 옥중에 갇혀있을 때 있었던 일화이다. 여기서 상제님께서 광인으로 취급받으셨는데, 경무관의 질문에 “나는 의병이 아니라 천하를 도모하는 중이로다.”(행록 3장 58절)라고 이르시고 여러 차례의 취조 과정에서 거듭 이런 말씀을 하셨다. 이에 경무관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말이라 결국 광인으로 치부되었던 것이다. 또한, 상제님께서 천지공사를 행하시면서 그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시자, 이를 이해하지 못한 사람들이 상제님을 광인으로 인식한 적도 있다. 이에 관해 도전님께서는 “양반 상놈의 차별, 적자 서자의 차별, 남녀의 차별부터 풀어야 하므로, 해원을 근본으로 두고 40년간 삼계 개벽의 천지공사를 하셨다. … 그래서 그 당시 강삿갓이니, 광인이니 하는 말을 들으셨다.” 07라고 말씀하셨다. 이때는 1894년에 동학농민혁명에 의해 신분 차별폐지, 노비의 해방과 천인(賤人)의 차별 개선, 노비매매 등 부조리한 사회적 모순에 대한 개혁안이 정부에 제시되고 이를 정부가 법률로써 제도화한 갑오경장 이후의 시기였다.08 하지만 현실은 오랜 유교적 폐습 등으로 새로운 제도가 정착되지 못하던 상황이었다. 이에 상제님께서는 법률과 제도의 규정으로도 극복되지 못한 선천의 상극적인 신분제와 여러 관습적인 차별 등을 지적하시며 후천 상생의 개벽 공사를 보셨다. 이러한 상제님의 공사와 관련한 일련의 언행은 당시 사람들에게는 그저 광인처럼 보였을 것이다. 위 성구에서 상제님께서 말씀하신 ‘참으로 행하는 오늘날’과 ‘거짓으로 행세한 지난날’은 어떤 의미일까. 상제님께서 참으로 행한다고 하신 점을 살펴보면, 이는 상제님께서 강세하신 이유와 관련 있어 보인다. 상제님께서 강세하신 목적은 광구천하와 광제창생에 있으며, 이를 위해 강세 이후 1901년부터 천지공사를 본격적으로 행하셨다. 이 공사 기간 중인 1906년 이후 천하를 구하기 위해 천지공사을 직접 보시거나 사람들의 일반적인 이해의 수준을 넘어서 광인으로 비쳤던 언행들을 참으로 행하신 모습으로 볼 수 있겠다.

이처럼 상제님께서 신인으로 불렸을 때는 탁월한 식견으로 명리를 보시거나 앞날을 아시고 도와주시는 등 사람들이 신적인 경지로 받아들일 수 있는 행위를 하셨던 때였다. 이와 달리 상제님께서 광인으로 불렸을 때는 천하를 도모한다고 말씀하시거나 양반ㆍ상놈의 차별, 적자ㆍ서자의 차별, 남녀의 차별을 해소하시는 등 당시 사회에서 상식적으로 이해하고 수긍할 수 없는 언행을 하셨을 때였다고 볼 수 있다. 즉 상제님께서 참으로 행하신 때의 모습은 세상을 구하기 위해 해원상생의 천지공사를 보시며 나타난 모습이라고 볼 수 있다. 이는 곧 진정한 신인의 모습을 보이신 것이라 할 것이다. 상제님께서 거짓으로 행세하신 때의 모습은 무소불능하신 경지에서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고 명리를 보아주시는 등 신인이라는 평을 듣게 되신 것이다. 이와 관련해 『증산의 생애와 사상』에는 상제님께서 8도를 주유하시며 만나는 사람에게 일러준 박학한 지식과 지혜, 명철한 판단은 사람들로 하여금 당신을 우러러보게 하여 신인(神人)으로 칭송을 받게 되셨다고 나타난다.09 이는 인간의 경지를 뛰어넘어 호생지덕으로 개인의 삶을 도와주었지만, 세상 전체를 구하시려는 천지공사를 본격적으로 행한 모습은 아니었기에 거짓으로 행세하셨다고 말씀하신 것으로 이해된다. 여기서 ‘거짓으로 행세했다’라는 말씀은 좋지 못한 의도로 사실처럼 꾸민 행동이라는 일상적인 의미로 쓰이지는 않았다. 이는 상제님께서 세상을 구하시려는 참뜻을 이루고자 본격적으로 후천개벽 공사를 보신 행위가 아니라, 일반 백성들에게 당신의 신이한 경지가 드러나신 행적으로 이해된다. 상제님께서는 천지인 삼계에 많은 원(冤)을 낳았던 선천 상극의 세상을 고쳐서 후천 상생의 화평한 세상을 이루고자 천지공사를 행하셨다. 당시 사람들은 평등하고 누구나 살기 좋은 세상을 꿈꾸었으나 오랫동안 지속된 유교적 폐습에서 벗어나지 못해 후천개벽공사를 행하시는 상제님에 대한 믿음이 부족했기 때문에 오히려 광인이라고 평하였다. 상제님께서 광인이란 평을 감수하시면서도 구제창생하셨던 뜻을 되새기며 우리가 수도 과정에서 겪는 오해와 비방에 힘겨운 때도 굳게 정진해야 할 것이다.
01 신인에 대해 『맹자(孟子)』에는 덕성이 뛰어나 많은 사람을 감화시킬 수 있을 때 ‘성인(聖人)’이라 부를 수 있으며 성인의 경지를 넘어서 사람들이 헤아릴 수 없는 인격적 깊이를 가지고 있을 때 ‘신인(神人)’이라 한다고 했다. 수(隋)나라 때의 사상가 소길(蕭吉,?~?)이 오행설(五行說)을 집대성하여 찬술(纂述)한 『오행대의(五行大義)』에는 사람의 등급을 다섯 부류 스물다섯 종류로 구분했는데, 그 첫 번째가 신인이며 다음으로 진인(眞人)ㆍ도인(道人)ㆍ지인(至人)ㆍ성인(聖人) 등의 순서로 나타난다. 이처럼 신인은 지고(至高)한 존재로서 최상위의 인간으로 표현되어 있다. 신인은 대체로 유가나 도가에서 언급해 왔다. 신인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다음의 글을 참고하기 바람. 박병만, 「대원종: 신인(神人) 개념의 역사적 이해」 《대순회보》 193호 (2017), pp.32-39. 02 『서경(書經)』, “惟聖罔念作狂, 惟狂克念作聖.”; 성백효 역주, 『서경집전(書經集傳)』 (서울: 전통문화연구회, 2000), pp.228-229 참고. 03 『연산군일기』 10권, 11월 15일 갑오, “人主之學與不學, 聖狂之機, 治亂之分決矣.” 04 예시 47절. 05 『증산천사공사기』, p.5 참고. 06 행록 3장 10절 참고. 07 「도전님 훈시」(1994. 3. 24) 참고. 08 원현종, 「1894년 농민군의 폐정개혁 추진과 갑오개혁의 관계」, 『역사연구』 27, pp.155-156 참고. 09 『증산의 생애와 사상』, pp.60-61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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