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을 버릴 때 도우(道友)는 힘이 된다
교무부 박종식
사람은 사회적 동물로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함께 살아간다. 도인 또한 선각과 후각 나아가 도인 상호 간에 도움을 주고받는 상생의 관계 속에서 수도한다. 그러나 편견에 사로잡혀 그렇지 못할 때가 있으며, 이를 잘 극복할 때 관계를 회복하고 발전적인 수도를 하게 된다. 이러한 일화가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입도한 지 얼마 안 된 김 외수가 금강산 연수를 가게 되었다. 연수 가기 전날 선각인 이 선사는 회관에서 김 외수를 만나 도장 예절과 연수 시 유의 사항에 대해 알려주었다. 이 선사는 김 외수가 혼자 가는 것이 걱정돼 이웃 방면이라도 그를 살펴줄 도인이 있는지 찾아보았는데 배 교정이 있었다. 그는 예전에 포덕을 열심히 하며 수도하였으나 최근 들어 도의 행사 참여에 소극적인 데다가 고집이 세다는 주위의 평이 있어서 부탁할 마음이 선뜻 내키지 않았다. 이 선사가 이런 생각을 하던 중에 김 외수가 “도(道)가 무엇입니까?”라고 물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기초교화부터 차근차근 설명해 주었다. 이 선사는 교화를 마친 후 회관 마당에서 배 교정을 비롯한 도인들이 대화하는 것을 보고 그 자리에 동참하였다. 문득 김 외수의 물음이 생각나서 도인들에게 같은 질문을 했다. 각자 짧게 한마디씩 말했는데 배 교정이 이 선사에게 “도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라고 되물었다. 이 질문에 이 선사는 짐짓 긴장했지만, 한편으로는 답변을 손색없이 정확하게 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 『대순지침』을 인용해서 “도는 우주 만상의 시원(始原)이며 생성(生成) 변화의 법칙입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구절도 있는데, 도는 음양이며 음양이 이치이며, 이치가 곧 경위이며 경위가 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01라고 정론화된 말로 대답했다. 그러자 배 교정이 “그렇습니다. 그리고 또 …”라며 말을 좀 더 이어가려는 듯했다. 이 선사는 『대순지침』 외에 할 말이 더 있겠느냐는 생각이 들며 당황했다. 그런데 배 교정 또한 도전님 훈시를 인용해 “종통이란 도의 생명이며 진리입니다. 그래서 도에 대해 교화할 때 종통을 꼭 같이 설명해 줄 필요가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 순간 이 선사는 종통의 의미와 중요성에 대한 교화가 부족했음을 깨달았다. 도에 대해서 교화할 때 종통이 빠진다면 결국 도의 핵심을 놓친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배 교정에게 연수 때 김 외수에게 종통에 대해 교화해 달라고 부탁했고 배 교정은 흔쾌히 받아 주었다. 이 일로 이 선사는 배 교정을 탐탁하지 않게 여기던 마음이 누그러지고 자신을 반성하게 되었다. 이후 그는 배 교정을 신뢰하게 되었고 종종 교화를 부탁해 도움을 받았다.
이 일화는 그릇된 편견 또는 선입견 등으로 도우의 좋은 모습을 보지 못하다가 어떠한 계기를 통해 알게 되어 도움을 받은 이야기다. 이 선사는 배 교정이 도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고 고집스럽다는 주위의 평도 있어 그의 진면목을 보지 못하고 서로 도울 수 있는 관계를 소원하게 하는 잘못을 했다. 그러나 이 선사는 편견을 버림으로써 언제나 도우가 힘이 될 수 있음을 깨닫게 된 것이다. 도인은 상제님의 뜻을 받들어 수도해 가는 과정에서 상생을 배우고 익혀나간다. 또한 포덕ㆍ교화 등 도의 많은 일을 해나가는 데 있어서 혼자보다는 선ㆍ후각 나아가 여러 도인과 함께 할 때 더 큰 일을 이룰 수 있다. 그러므로 모든 도인은 함께 한다는 것만으로도 서로에게 힘이 되고 감사한 존재이다. 포덕과 교화에서도 많은 도인의 힘이 필요하다. 또한, 도전님께서 같은 말도 여러 사람에게 들을 때마다 듣는 게 다르게 느껴진다고 말씀하셨다.02 같은 주제에 대해서도 각자 깨달은 것 또는 표현의 방식 등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러 사람의 교화가 필요하다. 그리고 다른 후각을 교화할 때 수반의 질문에 실력이 부족해 부족한 답변을 했다면, 도우의 힘을 빌려서라도 잘 이해시킬 수 있다. 이렇듯 도움이 필요할 때 도인들의 협조를 구하다 보면 생각지 못한 도움을 받고 일이 해결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즉 혼자로는 한계에 부딪혔던 일도 함께하면 해낼 수 있다. 그러나 편견에 빠지면 힘이 될 수 있는 도인과의 관계가 소원해질 수 있다. 선ㆍ후각 사이의 정성과 도움이 크지만, 그 못지않게 도우 또한 직ㆍ간접적으로 큰 힘이 된다. 편견에 가려 함께해야 할 도인을 외면하는 일이 없도록 경계할 필요가 있다. 수도의 길을 함께 간다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는 소중한 존재가 도우임을 깨닫고 서로 협력하며 성장할 상생의 관계가 편견으로 인해 가로막혀 있지는 않은지 되돌아본다.
01 『대순지침』, p.18, p.44 참고. 02 「도전님 훈시」 (1994. 9. 2), “똑같은 소리도 이 사람, 저 사람한테 들을 때마다 듣는 게 다르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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