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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있는 풍경 : 고슴도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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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슴도치 딜레마
교무부 조광희
우리는 홀로 지낼 때는 외로워하면서도 다른 이와 함께하면 불편함을 느낄 때가 있다. 이는 다른 사람과 연결되고 싶으면서도, 혼자 있고 싶은 두 상태를 모두 갈망한다고 볼 수 있다. 처음부터 누구와도 어울리지 않았다면 상처받을 일도 없을 텐데, 우리는 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인간관계에 얽매여 인생의 많은 시간을 고민하게 되는 것일까? 한마디로 ‘딜레마’의 상황에 빠진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를 독일의 철학자 쇼펜하우어(1788~1860)는 고슴도치에 비유하여 설명하였다.
추운 겨울날 고슴도치들은 서로를 따뜻하게 하고 싶어 하지만 가시 때문에 가까이 가면 찔리고 멀어지면 온기를 나눌 수 없는 딜레마 상황에 빠지게 된다. 여러 번의 모임과 헤어짐을 반복한 고슴도치들은 최소한의 간격을 두는 것이 최고의 방법이라는 것을 발견하였다. 여기에서 최소한의 간격이란 고슴도치들이 가시가 없는 머리를 맞대고 체온을 유지하거나 잠을 자는 방식을 뜻한다.02 이처럼 쇼폔하우어가 말한 고슴도치 딜레마는 인간관계에서 서로의 친밀함을 원하면서도 동시에 적당한 거리를 두고 싶어 하는 욕구가 공존하는 모순적인 심리 상태를 나타낸 것이다. 즉 스스로의 독립성과 타인 혹은 공동체와의 일체감이라는 두 가지 욕구가 충돌하여 빚어진 딜레마인 것이다. 쇼펜하우어가 고슴도치의 비유를 통해 말하고자 한 예의의 의미는 상대방에게 상처가 될 수 있는 언행을 함부로 하지 않는 ‘배려와 존중’을 뜻한다. 이는 동양의 고전 중 하나인 『예기(禮記)』의 예에 관한 한 구절을 통해 이해할 수 있다. “예는 언동에 있어서 절도를 유지하는 것이며, 남을 침노(侵擄: 성가시게 달라붙어 손해를 끼치거나 해침)하여 업신여기지 않으며, 친압(親狎)함을 좋아하지 않는다”03 라고 하였다. 여기에서 친압이란 ‘버릇없이 너무 지나치게 친함’이란 뜻이다. 절도를 넘어서는 언행은 예가 아니며 이는 곧 남을 업신여기는 것이므로 배려와 존중이 결여된 행위라 할 수 있다. 예로서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지 않는다면 친한 관계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음을 경계한 것이다.
01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쇼펜하우어의 행복론과 인생론』, 홍성광 옮김 (서울: 을유문화사, 2015), p.4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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