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 머물던 자리에 - 대순회보 289호 2025 대순문예공모전

대순155년(2025) 2월

2025 대순문예공모전 : 햇살 머물던 자리에

대순문예 : 운문 우수

햇살 머물던 자리에

원평1-1 방면 평도인 김현충

따스한 맑은 햇살 머물던 자리에
수북 눈이 내렸다
하얀눈이 대지위에도
가녀린 나뭇가지에도
담장 위에도
장독대 위에도
소담소담 하얀 눈모자를 씌운다

따가운 맑은 햇살 머물던 자리에
꽃비가 내린다
언제까지나 예쁜꽃으로 함께하길 바랬는데
조용히 내리는 봄비에
살랑살랑 흔들리는 가지에
힘없이 흐멀흐멀 꽃비가 내린다

뜨거운 햇살 머물던 자리에
무엇이든 씻어주려 장맛비가 내린다
초록잎에 내려앉은
잔 돌멩이에 내려앉은
메마른 강둑에 내려앉은
흙의 생채기의 조각들을
씻어주러 장맛비가 내린다

맑은 햇살 머물던 자리에
사랑이 내린다
말하지 않아도 행복한 사랑이
소복한 눈 녹이는 따스한 사랑이
떨어진 꽃비를 모아모아 예쁜 꽃모자 만드는 사랑이
생각만으로도 가슴설레는 사랑이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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