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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이 우리에게 건넨 말
교무부 최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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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 포스터
사람의 영혼을 탐하는 악귀에 맞서 싸우고, 악귀를 막는 ‘황금 혼문’을 만드는 이들, 바로 ‘헌터’다. 태초의 헌터는 무당이었으며, 굿에 동원되는 춤과 노래로 데몬을 물리쳤다. 시대가 변하고, 헌터는 무당에서 아이돌이 되어 싸움을 이어오고 있다.
최근 세계적으로 화제가 된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약칭 케데헌)는 악귀를 퇴치하고 노래로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케이팝 스타들의 이야기다. 줄거리는 주인공들이 위기를 겪고 극복하는 전형적인 이야기 구조다. 이 영화의 특이한 점은, 대한민국 K-팝 아이돌을 소재로 했으나 국내가 아니라 외국기업이 제작한 애니메이션이라는 점이다. <오징어 게임>, <기생충>처럼 한국에서 제작된 콘텐츠가 해외에서 큰 인기를 얻은 사례는 많이 있었지만, 한국도 아니고 외국에서 K-팝을 소재로 삼아 애니메이션을 만든 사례는 여태 없었다. 이름부터 K-팝이 들어간 만큼 영화 속에 여러 노래가 수록되어 있다. 이 노래들은 국내, 해외 음원사이트 1위 내지는 상위권에 안착하면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그 여파로 유튜브 쇼츠, 릴스, 틱톡 등에 영화 속 노래를 따라 부르는 커버 영상이나, 춤을 따라 추는 챌린지 영상이 활발하게 업로드되었다. 이 영화의 감독 매기 강은 ‘진정한 케이팝 음악’을 만들고자 한국 음악가들을 섭외하는 데 신경 썼고, 곡을 쓰면서도 7번, 8번의 수정을 거치는 노고를 겪었다고 말했다.01 수없이 노력해서 만든 음악이 전 세계에 유행하고 있으니, ‘또 한국의 DNA가 해냈다’라며 어깨가 으쓱해질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돌이켜보니 지금이야 K-팝이 세계적으로 알아주는 장르지만, 언제부터 위상이 높아졌던가? 때는 2012년, 한 노래가 전 세계로 퍼져나갔는데 이 곡이 바로 모두가 아는 ‘강남스타일’이다. 비슷한 시기에 SNS, 유튜브가 성장하면서 강남스타일을 접한 외국인들은 알고리즘에 의해 K-팝을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었다. 강남스타일의 해외 진출은 K-팝이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는 다리를 놓았다. 그 다리를 건너간 방탄소년단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K-팝을 넘어 한국을 대표하는 아이콘이 된 건 더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2025년 현재 대표적인 K-팝 가수를 꼽는다면 ‘방탄소년단’과 ‘BLACKPINK(블랙핑크)’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02 이들이 세계적인 아티스트가 된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최근 흥행을 거둔 <케이팝 데몬 헌터스>와 가사를 비교해 보니 서로 비슷한 부분을 발견할 수 있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대표곡 ‘Golden’의 도입부는 “나는 투명인간이었고, 외톨이였어”, “나만의 자리를 찾지는 못했지”, “너무 거칠었던 탓에 문제아라고 불렸었지”라며 각자가 가진 트라우마를 이야기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어서 “더는 숨지 않아, 난 이제 빛나잖아”, “우리는 계속 올라가, 지금이 우리의 순간이야”, “우리는 함께라면 찬란히 빛나, 황금빛으로 물들어 가”라는 가사를 통해 과거의 상처에 굴하지 않고 황금처럼 빛나는 사람이 되겠다는 당당한 포부를 드러낸다. 영화의 대단원 부분에서 나오는 곡 ‘What It Sounds Like’는 “고치려 해봤고, 맞서려 해봤어”, “난 산산이 조각났고 이제 돌이킬 수 없어”라며 ‘Golden’에서 보여준 당당한 모습은 거짓이고 아직 상처를 극복하지 못했음을 고백한다. 그러나 “난 이제야 보여 조각난 유리의 아름다움이”, “너의 가려진 모습을 내게 보여줘, 너의 하모니를 찾아줄게”라며 완벽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그 자체로 아름답고 그런 우리가 화합하여 상처를 이겨낼 수 있다며 인간 찬가의 면모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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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년 7월 18일과 19일 영국 런던 K-팝 공연 현장, 토트넘 스타디움을 꽉 채운 유럽 팬들, 출처: MBCNEWS 유튜브 영상 캡쳐
마찬가지로 블랙핑크는 여러 스타일의 사랑을 주제로 곡을 다루면서도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당당하고 강한 자아를 표현한다. ‘How You Like That’이라는 곡에서 그 스타일이 잘 드러나는데, “보란 듯이 무너졌어, 바닥을 뚫고 저 지하까지”라는 가사처럼 어두운 상황에 있더라도 “다시 캄캄한 이곳에 light up the sky, 더 캄캄한 이곳에 shine like the stars”라며 높이 비상하고 빛나는 별처럼 되겠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방탄소년단은 코로나19 시기에 ‘Dynamite(다이너마이트)’라는 곡을 만들었다. “아침에 일어나 신발 신고”, “집으로 걸어가며 노래해”라는 가사는 일상의 한 부분을 표현한 것이지만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던 코로나19 때는 그 소중함이 사람들에게 크게 와닿았을 것이다. 힘든 상황임에도 “인생은 꿀처럼 달콤해”라고 하면서 “내 안의 불꽃들로 이 밤을 찬란히 밝히는 걸 지켜봐”라는 가사는 노래를 통해 세상에 밝은 에너지를 불어넣겠다는 포부가 드러난다. 이 곡은 소소한 일상의 순간순간을 통해 삶의 소중함을 얘기하며, 전 세계인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기에 활력을 불어넣은 덕분에 세계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다.03 기존 K-팝 곡들은 10~20대가 관심을 가지는 사랑과 이별을 주제로 하는 경향이 많았다. 그러나 앞서 설명한 이들은 위로의 노래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 덕분에 전 세계인으로부터 많은 공감과 인기를 얻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예로부터 우리는 한의 민족이라 했던가, 우리 조상들은 한을 민요나 판소리를 통해 예술로 승화시켰고 그러기 위해서 사람의 마음에 공감하려는 노력을 시도했을 것이다. 그래서 그럴까. 사람의 마음을 치유하는 것이 시대가 변해도 이어지는 우리의 정서인지, 앞서 소개한 가사들에서는 공통적으로 지친 사람들의 마음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말을 해 준다. 사는 곳이 달라도, 쓰는 말이 달라도,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질 만한 고민거리에 대한 답을 주는 것, K-팝은 이런 방식으로 전 세계 사람들을 잘되게 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어쩌면 K-팝의 숨겨진 인기 비결일지도…?
01 조연경 기자, ‘케이팝 데몬 헌터스’ 매기 강 감독 “K문화 힘 증명 자부심”(일문일답), 2025.6.27. Jtbc news. 02 빌보드 HOT 100에서 1위한 곡이 가장 많은 아티스트: 방탄소년단 (6곡), 빌보드 HOT 100에 진입한 곡이 가장 많은 여성 아티스트: BLACKPINK (9곡). 03 K-팝 가수 최초로 빌보드 핫 100 차트 1위 및 최장 차트인(32주)을 달성한 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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