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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155년(2025)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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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광장 : 겸손의 덕

겸손의 덕

 

 

교무부 김의성

 

  우리는 다양한 분야에서 무엇인가 성취하려면 타인보다 나은 자신의 장점을 스스로 증명해야 하는 경쟁적 상황에 놓여있는 경우가 많다. 자기를 내세우지 않으면 인정받지 못하는 사회적 흐름은 한때 ‘겸손’의 덕목을 시대에 뒤떨어진 가치로 생각하게 했다. 산업화와 자본주의의 발전으로 시작된 경쟁 사회의 심화 과정에서 겸손은 경쟁에 뒤처질 수 있는 소극적인 태도로 오해되기도 한 것이다.
  겸손의 덕목은 정말로 소극적인 태도에 불과한 것일까? 최근의 사회심리학적 연구에서는 겸손의 덕이 개인과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말하고 있다.01 겸손의 덕목이 지닌 긍정적인 의미는 해원상생(解冤相生)을 실천해야 하는 우리 수도인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순진리회의 훈회(訓誨)와 수칙(守則)에는 이러한 해원상생의 실천 사항이 담겨 있다.02 다음은 훈회 중 ‘척을 짓지 말라’에 관한 설명이다. 이 내용에 겸손의 덕이 등장한다.

 

항상 남을 사랑하고 어진 마음을 가져 온공 양순 겸손 사양의 덕으로써 남을 대할 때에 척을 짓지 않도록 하라.03

 

  위 구절에서 겸손은 “남을 존중하고 자기를 내세우지 않는 태도”04를 말하는데, 온화하고 공손한 태도인 온공(溫恭), 어질고 순한 태도인 양순(良順), 남에게 양보하는 태도인 사양(辭讓)의 덕과 함께 타인에게 척을 짓지 않는 하나의 방법으로 설명되고 있다. 척을 짓지 않는 실천에서 겸손의 덕은 왜 중요하게 언급되고 있는 것일까? 겸손을 이해할 때 다양한 측면에서 접근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는 척을 짓지 않는 실천으로서 겸손의 덕을 이해하기 위해 사전적 의미를 근거로 하여 편의상 ‘남을 존중하는 행동’과 ‘자기를 내세우지 않는 행동’으로 구분해 보고 종합적인 의미도 살펴보았다.

 


 


남을 존중하는 행동


  먼저 겸손이 남을 존중하고 공경하는 태도라는 사실은 자신을 낮추는 것만이 겸손이 아님을 보여준다. 타인을 존중하는 것은 겸손의 또 다른 이름이다. 도전님께서는 “내가 남을 존경하여 척이 없이 깨끗하게 수도하면 어느 누구도 나를 나쁘다고 할 사람이 없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본받을 만한 사람’이라고 하여 인망을 얻게 되면 신명도 알게 되어 신망을 얻게 됩니다.”05라고 말씀해 주셨다. 남을 존경하거나 존중한다는 것은 모두 타인을 높인다는 의미이다. 타인을 높이니 자신은 자연히 낮아질 것 같지만 그렇게 겸손한 자세로 척이 없이 깨끗하게 수도하면 나의 인격도 함께 높아지는 것이다.
  남을 높이는 태도는 사회 속에서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자세이다. 사회를 구성하여 살아가는 인간은 그 어떤 동물보다도 서로에게 의지하며 살아가고 있다. 고대부터 인간은 살아남기 위해 서로 협력하며 사회를 이루었고, 분업화가 심화된 현대 사회에서도 그러한 서로에 대한 의존적 관계는 오히려 더욱 커지게 되었다.06 인간은 혼자서 살아갈 수 없고 타인이 절실히 필요한 존재이다. 타인에 대한 존중은 그러한 사실을 우리가 받아들일 때 우러나올 수 있다.
  서로의 도움이 있어야 살아갈 수 있다는 마음은 상생을 실천하기 위한 마음이기도 하다. 특히 상생의 실천은 나와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혜택을 주는 특수한 사람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상제님께서 “천인을 우대하여야 척이 풀려 빨리 좋은 시대가 오리라”(교법 1장 9절), “어떤 사람을 대하더라도 다 존경하라”(교법 1장 10절)고 말씀하신 것은 해원상생의 실천이 타인에 대한 존중을 통해서 실천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타인을 존중하는 겸손의 실천이 서로에 대한 불신과 적대감을 해소해 줄 거라는 점은 너무 자명한 일이다. 이러한 타인의 존중이 자연스럽게 자기를 내세우지 않는 행동과 함께 실천되면 겸손의 덕은 온전히 발휘될 수 있다.

 

 

자기를 내세우지 않는 행동


  근본적으로 자기를 내세우지 않는 행위 또한 인간관계에서 타인을 배려하고 존중하려는 태도로부터 출발한다. 다만 타인을 존중하는 행위와 조금 구분해서 살펴보자면 자신을 내세우지 않는 행위에는 스스로를 바라보는 태도가 고려될 수 있다.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상반된 두 가지 태도를 생각해 보자. 하나는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자신을 돌아보려는 자세이고, 다른 하나는 자신이 남들 보다 잘났다고 생각하는 교만한 자세이다.
  우리는 겸손하지 못하고 잘난체하며 뽐내는 사람을 교만하다고 이야기한다. 교만의 문제점은 남보다 자기가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데서 비롯된다. 자기가 더 낫다는 생각은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들을 무시하는 행동으로 이어진다. 나아가 교만한 사람은 자신이 알지 못하는 것을 안다고 믿고 잘못된 신념에 기반한 행위에 쉽게 빠지게 되어 도덕적으로 부적절한 결과를 초래해서 척을 지을 수 있다.07
  교만한 태도와는 다르게 자기를 내세우지 않는 겸손의 태도에는 자기가 혹시 모르거나 틀릴 수도 있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우리는 사회에서 얕은 실력을 지닌 사람이 자기를 과시하려 하지만, 위대한 업적을 이룬 사람은 오히려 자신의 무지함을 인정하는 모습을 종종 마주하게 된다. 그들의 언행에는 자신을 돌아보려는 겸손이 묻어 있다. 자신을 내세우지 않는 태도가  자신의 잘못이나 부족함을 먼저 생각해 보려는 겸손의 태도로서 의미를 지닐 수 있는 것이다.
  이상과 같이 타인을 존중하는 것과 자신을 내세우지 않는 것은 근본적으로는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드러나는 자세라는 점에서 겸손이 지닌 의미를 생각해 보게 한다. 남을 존중하며 동시에 나를 내세우려 하지 않는 태도는 미움과 원망이라는 척을 맺지 않게 한다. 상제님께서는 “속담에 ‘무척 잘 산다’ 이르나니 이는 척이 없어야 잘 된다는 말이라. 남에게 억울한 원한을 짓지 말라. 이것이 척이 되어 보복하나니라. 또 남을 미워하지 말라. 사람은 몰라도 신명은 먼저 알고 척이 되어 갚나니라.”(교법 2장 44절)고 말씀하셨다. 척이 없어야 잘 된다는 상제님 말씀 속에서 타인을 배려하는 겸손의 힘이 크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는 것이다.

 

 

겸손은 자기 성찰의 덕목


  수도인들에게 꼭 필요한 덕목이 겸손이지만, 우리가 겸손의 덕을 실천할 때 한 가지 유의해야 할 사항이 있다. 자신을 내세우지 않는 겸손의 태도와 잘못된 자기 비하를 구분해야 하는 것이다. 자기 비하는 얼핏 보면 자기를 낮추고 상대방을 높이는 듯 보여 겸손의 태도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자기 비하는 자기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 나타나는 잘못된 행동으로 자신의 무능력에 대해 관망하며 자신의 성장과 발전을 가로막는 태도가 될 수 있다. 이와 다르게 진정한 겸손은 자신의 한계에 대해 솔직해지고, 새로운 관점을 배우려 노력하며, 다른 사람에게 공감할 수 있는 자세를 전제하고 있다.08 이것은 겸손이 자신을 성장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적극적인 태도로부터 나올 때 긍정적인 효과를 지닐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자신의 무능함을 관망하거나 한탄하며 세상과 단절하는 모습은 겸손이 아니다.
  겸손은 나와 다른 사람들의 새로운 관점을 배우려 노력하는 자세이기 때문에 타인과 원활히 소통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수많은 갈등과 오해는 대게 상대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자신의 견해만을 고집할 때 발생한다. 나와 다른 생각을 지닌 누군가와 진심으로 소통하려면 자신을 내려놓고 인내심 있게 타인의 생각을 경청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자신과 생각이 다를지라도 겸손한 태도로 상대방의 입장을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겸손이 만들어가는 상호 이해와 소통의 증대는 결국 사회적 유대를 강화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이 점이 현대 사회에서는 과거의 권위적인 리더십 대신에 팀의 의견을 존중하면서 잠재력을 끌어낼 수 있는 겸손과 소통을 중시하는 리더십이 사람들에게 더욱 주목받고 있는 이유이다.
  타인을 존중하고, 자신을 낮추는 겸손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드러나는 배려와 자기성찰의 덕목이다. 겸손은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타인의 관점을 배우려는 자세를 전제한다. 이러한 겸손의 실천은 상대방에게 척을 맺지 않게 하고, 사회적 화합을 이끌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다. 해원상생의 실천을 위해 이제 제대로 된 겸손의 덕을 실천해 보면 어떨까?

 

 

 


 01 대릴 반 통케렌, 『겸손의 힘』, 신예용 옮김 (성남: 상상스퀘어, 2024) 참고.
02 「도전님 훈시」 (1993. 5. 28), “훈회, 수칙에도 있다. 그것이 다른 게 아니라 전부 해원상생이다. ‘마음을 속이지 마라’, 무자기를 근본으로 삼아야 한다. ‘언덕을 잘 가지라’, 화복(禍福)이 입 속에 있다고 했다. 말 한마디로 복을 가질 수도 있고 화를 입을 수도 있다. 그러므로 언덕을 잘 가져야 한다. ‘은혜를 저버리지 마라’, 서로가 은혜를 입고 간다. 임원이라도 후각이 있기 때문에 그 자리에 있는 것이고, 아랫사람도 윗임원이 있기 때문에 이 도를 알게 된 것이니 서로 감사해야 된다. ‘남을 잘 되게 하라’, 나보다도 늘 남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다. 이것이 광제창생의 이념이고, 해원상생의 기본원리이다.”
03 『대순진리회요람』, p.20.
04 『네이버 국어사전』 참고.
05 《대순회보》 35호, 「도전님 훈시」.
06 유발 하라리, 『사피엔스』, 조현욱 옮김 (파주: 김영사, 2015), pp.67-68 참고.
07 김재영, 「도덕교육과 세 가지 감정의 문제: 교만, 자만, 그리고 오만」, 『도덕윤리과교육』 64 (2019), pp.173-174 참고.
08 대릴 반 통케렌, 앞의 책, p.19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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