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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천려 필유일실, 우자천려 필유일득
교무부 백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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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智者千慮 必有一失, 愚者千慮 必有一得”은 한고조(漢高祖) 유방(劉邦)이 천하를 통일하기 위해 전쟁을 벌이던 때, 한나라와의 전투에서 패한 조나라의 전략가 광무군(廣武君, 이좌거)이 연나라와 제나라를 정벌할 계책에 대한 한신(韓信)의 간곡한 요청을 수락하며 한 말이다. 출처는 사마천의 『사기(史記)』 「회음후열전(淮陰侯列傳)」이다.
한나라와 조나라의 결전을 앞두고, 광무군은 조나라의 실권자 성안군(成安君, 진여)에게 실리적인 계책을 제시하며 다음과 같이 간곡히 당부했다. “바라건대 이 계책을 주의 깊게 살펴주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반드시 한신과 장이에게 사로잡히고 말 것입니다.” 하지만 성안군은 평소 정의로운 군인은 정정당당히 싸워야 하며 속임수나 기묘한 계책을 써서는 안 된다고 여겨 광무군의 조언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병법에서 ‘열배면 포위하고, 배가 되면 싸운다’라고 배웠소. 지금 한신의 병력이 수만이라고는 하나 실제로는 수천에 불과하오. 천 리를 달려와 우리를 기습했다고 해도 이미 지칠 대로 지쳤을 것이오. 지금 이렇게 피하고 싸우지 않는다면, 이후 더 큰 일이 닥쳤을 때 어찌하겠소? 제후들이 우리가 두려워 싸우지 않는다고 여기고 우리를 얕볼 것이오.” 정찰을 통해 이 소식을 알게 된 한신은 매우 기뻐하며 전투를 준비했고, 결국 조나라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게 되었다. 한신은 광무군에게 상금을 걸어 생포하도록 했고, 이후 포로가 된 광무군을 스승으로 예우했다. 그는 광무군에게 예를 갖추어 연나라와 제나라 정벌을 위한 계책을 청했다. 이에 광무군은 사양하며 이렇게 말했다. “패전한 장수는 병법을 논할 수 없고, 망한 나라의 신하는 나라를 보존하려 해서는 안 됩니다.” 그러나 한신이 거듭 간청하자, 광무군은 마침내 응하며 말했다. “지혜로운 자도 천 번의 생각 가운데 한 번은 실수할 수 있고, 어리석은 자도 천 번 중 한 번은 옳은 판단을 할 수 있습니다(智者千慮 必有一失, 愚者千慮 必有一得)” 이어서 “미치광이의 말이라도 성인은 그중에서 들을 것을 가려듣습니다.” 이렇게 말하며 광무군은 조심스레 계책을 아뢰었고, 한신은 그 전략을 따라 결국 연나라와 제나라로부터 항복을 받아낼 수 있었다.
성안군이 광무군의 전략대로 했더라면 한나라와의 전쟁에서 손쉽게 승리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한신은 광무군의 전략이 채택될까 봐 두려워했다. 그러나 성안군은 신념에 따라 정면 승부만을 의로움으로 여겼고, 광무군의 간절한 요청을 무시한 채 정공법을 택했다. 그 결과 그는 전쟁에서 처절한 패배를 맛보았고, 결국 자신의 독단적인 판단을 후회하며 통한의 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원리 원칙도 중요하지만, 전쟁과 같은 절체절명의 상황에선 확실한 승부를 낼 수 있는 유연한 전략도 받아들일 수 있었어야만 했다. 광무군 또한 자신의 전략이 수용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설득하지 못한 점에 대해 비통해했을 것이다. 동시에 아무리 현명한 의견이라 해도 상대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무의미해질 수 있는 현실을 깨달았을 것이다. 그러하기에 광무군은 한신의 요청을 수락하며 자신의 계책을 전하기 전, “智者千慮 必有一失, 愚者千慮 必有一得”이라고 말하며 자신의 말이 가볍게 여겨지지 않기를 간절히 바랐다. 성안군의 사례는 실권자가 아래 사람의 의견은 무시한 채 자신의 판단만을 고집하면, 전쟁에서 패배처럼 너무도 크나큰 대가를 치를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전시뿐 아니라 평시에도 유효하다. 나라나 조직, 기업의 실권자뿐 아니라 요직에 있는 사람은 자신이 속한 단체의 이익과 발전을 위해선 항상 자기 생각이 옳을 수는 없음을 인식하여, 실무를 담당하는 구성원의 다양한 의견과 조언을 존중하여 경청해야 한다. 실무진의 경험과 통찰이 모일 때 비로소 단체는 안정과 성장,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 도전님께서는 도인들은 상제님과 천지신명이 베풀어 주신 기운을 모두가 다 같이 받고 있기 때문에 수반들의 의사가 마땅히 존중돼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더불어 천기자동으로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도 신명의 도움으로 답을 찾을 수 있기에 모든 일을 임원 혼자의 의사로써 결정할 것이 아니고 여러 사람에게 의사를 물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01 또한 깨진 그릇을 전부 모아 붙여야만 비로소 완전한 그릇의 역할을 할 수 있듯이 도인의 각기 다양한 의견들을 모두 모았을 때 우리의 일은 이루어진다고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사람은 각자가 필요한 대로, 그리고 자신이 깨달은 것만큼 얘기하게 됩니다. 여기에 하나의 그릇이 있다고 합시다. 이 그릇을 깨뜨려 산산조각을 냈을 때, 그 하나하나의 조각들은 그릇의 일부인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 조각들 하나하나는 그릇의 역할을 할 수는 없습니다. 그 조각들을 전부 모아 붙여놓아야만 비로소 완전한 그릇의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도인 한 사람 한 사람의 얘기는 틀린 말은 하나도 없지만 한 가지의 의견만으로써 우리의 일을 해나갈 수는 없습니다. 여러 사람의 각기 다른 다양한 의견을 모았을 때 우리의 일은 이루어지게 됩니다. 그러니 누가 옳고 그르다고 할 수 없는 것입니다.”02
따라서 누구든 가릴 것 없이 모든 사람의 의견을 존중하는 자세가 상제님의 일을 하는 도인이 갖춰야 할 덕목이라고 할 수 있겠다.
01 《대순회보》 12호, 「도전님 훈시」 참조. 02 《대순회보》 11호, 「도전님 훈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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